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사진전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도시는 시공간, 다양한 가치, 관습, 풍속이 어우러지는 거대한 도서관이자 박물관이라고 했다. 특히 군산은 한국근대사의 단면을 축도해놓은 연출된 무대처럼 보인다. 전국에서 모인 곡물을 배로 실어내기 위해 만든 바다로 난 철길부터 길을 따라 늘어선 이국적인 적산가옥, 재개발 논리에 밀려 쇠락한 구도심 풍경까지. 그 장면 사이로 난 샛길을 따라 걸으며 7명의 작가들이 자신에게 보이는 군산을 프레임에 담았다.
군산의 ‘창작문화공간 여인숙(대표 이상훈)’이 지역문화읽기 프로그램 결과보고 사진전 ‘그때, 군산을 만났다’를 다음달 17일까지 진행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라북도, 문화공동체 감이 주관·주최한 이번 전시는 김영경, 김지연, 김혜원, 박홍순, 백지순, 오석근, 전은선 등이 참여해 군산의 사계절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약 7개월동안 군산을 관찰하며 독특한 건축물, 기형적인 골목길, 일하는 여성 등을 작가만의 철학과 작업방식으로 공간을 찍고 시간을 기록했다.
김영경은 일제 강점기 수탈 등 한국근대사의 단면이 담긴 군산의 역사적 기억에 집중했다. 군산의 역사성을 기록해온 김지연은 근작에서 모두 떠난 철거대상의 빈 집을 찍으며 현장이 불러일으키는 서정성을 표현했다.
김혜원은 서해안을 따라 지은 야외수영장, 금강 철새로 등 이미 인위적으로 소비된 자연에 주목하는 한편, 서해안 시리즈 작업을 해 온 박홍순은 새만금을 소재로 작업을 했고, 백지순은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정체성 혼란이 반영된 군산의 이질적인 건축물을 촬영한 오석근과 전은선의 작품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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