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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순교자 절개와 지조 사군자에 투영

하수정 개인전 24일까지 교동아트 / '천주실의 서문' 등 작품 20여점 전시

▲ 하수정 作 ‘천주실의 서문’

성파 하동주 선생과 강암 송성용 선생을 사사한 서예 기본기를 바탕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람곡(嵐谷) 하수정 작가가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작품을 탄생시켰다. 지난해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주최한 제4회 카톨릭미술공모전에 참여한 것이다.

 

‘서소문밖의 순교’라는 공모전 주제를 알게 된 순간, 작가는 박해에도 아랑곳 않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문인화 속 사군자를 연상했다.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은 세 폭으로 구성된 200호 크기의 대형작품 ‘천주실의 서문’.

 

모시 옷감에 모자이크형식으로 천연 염색을 한 작품 가운데에 절벽 바위 틈 사이에 피어난 매·난·국·죽을 그려내 순교자들의 절개와 지조를 표현했으며, 그림 양쪽에는 마 소재를 덧대 이탈리아 신부 마테오 리치가 저술한 가톨릭교리서 <천주실의> 의 서문을 전서체로 적었다.

 

작품 속 문장은 ‘平治庸理 惟竟於一(평치용리 유경어일) 故賢聖權臣以忠(고현성권신이충) 忠也者 無二之謂也(충야자 무이위지야)’로 ‘온 천하를 화평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상의 도리는 궁극적으로 마음을 오직 하나로 함에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자와 성인들은 신하들에게 충성스런 마음을 권했다. 충성은 두 마음이 없음을 말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양학자와 중국학자가 대화를 통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꾸민 <천주실의> 는 유교와 가톨릭신앙을 융합했다는 점에서 하 작가의 그림세계와 일맥상통한다.

 

‘천주실의 서문’을 비롯한 하 작가의 근작들은 오는 24일까지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지난해 전북도 해외전시작가 지원사업을 통해 미국에서 진행했던 개인전 작품 10여점과 김동식 선자장이 만든 부채에 그린 작품 10여점도 포함된다.

 

작가는 “진실되고 숙연한 마음으로 1년간 ‘천주실의 서문’ 작업에 몰두했다”며, “서소문밖 순교자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작품에 깃든 그들의 굳센 정신과 기개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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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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