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5 08:32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미리보는 전북상설공연 '성, 춘향'과 '아리'] 강렬한 현대적 캐릭터로 손질

'아리'  역동성 높인 여전사 부각 / '성, 춘향' 스토리·음악·의상 변화

▲ 새만금 방조제 아리울 예술창고 상설공연 작품인‘아리’출연진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매번 같은 레퍼토리에, 같은 단어가 흘러나오면 그에 대한 흥미는 금새 시들어 버리곤 한다. ‘익숙함’은 곧잘 ‘평범함’으로, 또 ‘지루함’으로 변해 버리는 까닭이다.

 

전북관광브랜드공연 뮤지컬 ‘춘향’과 새만금상설공연 ‘아리울 스토리’를 운영하게 된 전북문화관광재단의 고민도 바로 그것. 재단 상설공연단은 끊임없이 변하는 대중의 기호와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2016 전북상설공연’을 새 단장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 해 각각 ‘성, 춘향’과 ‘아리’로 이름을 바꾼 두 공연은 어떤 옷을 입고 관객을 만날까.

 

지난 10일 찾은 전주 우진문화공간 2층 공연연습실. 웅장한 음악이 새어나오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공기 속에서 김충한 총연출과 삽입음악을 맡은 김태근 작곡가, 최석열 안무·부예술감독이 연기에 몰두중인 넌버벌 퍼포먼스 ‘아리’의 배우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새만금방조제 상설공연 ‘아리’는 서로 사랑하는 호족의 공주 아리와 용족의 장군 율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야심가 반고가 펼치는 갈등, 애정을 그려낸 무성극(無聲劇)이다.

 

대사가 없는 만큼 배우들은 섬세한 몸짓과 표정연기로 극을 이끌어 갔다. 싱그러운 미소와 꼭 모아 쥔 손이 율을 향한 아리공주의 호감을, 아리공주를 거칠게 끌어안는 난폭한 손길이 반고의 탐욕을 드러냈다. 대사가 없는 대신 관객이 몰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안무의 역동성이다. 지난해 공연에서 다소 수동적이고 연약한 전통적인 여성상을 지녔던 아리공주가 직접 칼을 들고 전쟁을 이끄는 강인한 캐릭터로 변화하며 나타난 차이다. 과거 ‘붙잡힌 히로인’으로서 율이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리던 아리공주는 올 해 ‘여전사’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이야기가 바뀌며 전체적인 전개 속도는 물론 부족 간 전쟁 장면과 반고의 제왕식 등이 모두 화려하고 강렬하게 변했다.

 

최석열 안무감독은 “배우의 피로가 누적되는 게 걱정될 만큼 동작들이 전반적으로 격렬해져 올 해는 아리공주와 율 역의 배우를 각각 한명씩 늘린 트리플 캐스팅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배우들은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참았던 숨을 몰아쉬곤 했다.

 

연출진은 지난해 지적 받았던 이야기의 개연성도 설득력 있게 수정할 예정이다. ‘첫 눈에 반한 남녀가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건다’는 내용 대신 아리공주와 율 사이의 옛 인연을 강조하며 인과관계를 더했다. 또 지난 2년 동안 용족과 호족이라는 두 부족의 공간을 따로 설정했으나 무대조건 등에서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올 해는 통합된 땅 ‘아리울’을 배경으로 극을 진행한다.

 

죽은 아리를 살리기 위해 14명의 무용수가 함께 북을 치는 ‘치유의 북춤’ 장면은 개연성과 캐릭터성의 문제로 삭제가 논의됐으나 긴장감을 주는 극의 포인트로 남겨둘 예정이다. 이외에도 연출진은 배경음악의 강약조절 등 연습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보완할 부분을 찾고 있다.

 

전북관광브랜드공연 뮤지컬 ‘성, 춘향’도 현재 2차 대본 리딩이 진행 중이다. ‘춘향은 미인이 아니었다’는 박색설화에 기반을 뒀던 기존 공연과 달리 올 해는 보다 현대적인 느낌의 사랑이야기로 각색된다.

 

우선 변학도는 포악한 악역에서 ‘사랑에 빠진 흙수저’가 됐다. 단옷날 축제에서 춤을 추며 관중을 사로잡은 젊은 변학도는 ‘남원의 아이돌’ 춘향을 사랑해 양반의 행패로부터 그녀를 보호하지만, 오히려 이몽룡과 사랑에 빠지자 절치부심해 ‘공무원’ 남원부사가 된다는 짠한 이야기다.

 

‘춘향’이 가진 보편성과 선입견을 깨기 위한 시도로 서양화성의 5음계를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하는 등 현대성이 가미된다. 출연진의 의상도 퓨전한복으로 바뀌며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한 영상 기술도 보태질 예정이다. 공연시간도 20분 가량 줄여 속도감을 더한다.

 

홍승광 전북문화관광재단 상설공연추진단장은 “상설공연은 누구나 즐겁고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동시대적 콘텐츠와의 조화가 중요하다”며 “지난해보다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수정과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녀의 기다림과 믿음, 신분을 떠나 사랑을 얻고자 하는 변학도의 비애 섞인 이야기인 ’춘향’, 욕망을 가진 인간이 사랑을 구하는 과정을 화려하게 그린 ‘아리’ 모두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성, 춘향’은 전북문화관광재단 출범식에 맞춰 4월 19일부터 12월 1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아리’는 4월 26일부터 11월 19일까지 새만금 제2호 방조제 아리울예술창고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