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 '황병근 선생 기증유물특별전' / 올 서거 23주기 맞아 내달 29일까지 158점 전시
석전(石田) 황욱(1898∼1993)은 손바닥으로 붓을 잡는 악필(握筆)법으로 그만의 독특한 서예세계를 구축했다. 수전증으로 붓을 잡기 어렵게 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악필로 전환했다. 하나의 필획을 쓸 때 세 번을 꺾는 듯이 쓰는 삼과절법(三過折法)도 그의 서체의 특징이다. 이 두 가지 필법을 함께 적용해 마치 바위나 쇠와 같이 굳센 기운인 금석기(金石氣)가 돋보이는 서예가 완성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6일부터 5월 29일까지 ‘황병근 선생 기증유물특별전Ⅱ’을 개최한다.
1898년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서 태어난 석전은 조선의 실학자 황윤석(1729~
1791)의 후손이다. 그의 서예는 기운생동하는 것이 특징이며, 좌수 악필로 쓴 서체는 한국 서예 분야에서 가장 독창적인 서체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에 많은 국내 언론사가 선생의 전시회를 열었고 화엄사와 오목대 등 곳곳에 현판 글씨를 남기기도 했다.
석전의 자제인 유당(由堂) 황병근 선생은 지난 1993년 석전 선생이 작고하자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석전 선생의 유작과 유품, 그리고 본인이 수집한 문화재 5000여점을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기증자의 뜻을 이어 2002년부터 박물관 내에 석전기념실을 마련하고 전시와 학술행사 등을 열어왔다.
올해는 석전의 서거 23주기를 맞아 황병근 선생이 기증한 유물 가운데 석전의 서예작품과 수집품 중 158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전시장 규모가 한정돼 있어 석전기념실 안에 진열하지 못했던 대작들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생각이 바름으로 마음에 사악함이 없다’는 뜻을 담은 작품 ‘사무사(思無邪)’는 세로길이가 약 3미터에 달한다. 서예작품 ‘사해춘(四海春)’은 ‘온 세상이 봄’이라는 의미로 요즘 계절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석전 선생의 흉상을 공개한다. 엄혁용 전북대 교수가 올해 제작한 것으로 석전의 투혼의 삶을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6일 오후 3시에 박물관 내 석전기념실에서 ‘석전 황욱 선생 흉상 제막식’을 갖는다.
전북지역 서화가 이삼만, 서홍순과 이들에게 영향을 준 윤순, 이광사 등의 서예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유병하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극복과 정진으로 예술혼을 불태운 석전을 추모하고 기증받은 문화재를 함께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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