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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역사 품은 담장, 붓질로 재해석

전주 교동아트미술관 '경기전에 온 미술가' / 한옥마을 아트프로젝트 일환 내달 1일까지

▲ 이홍규 作 ‘달빛’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의 사계는 경기전과 함께 한다. 돌담을 이웃한 덕에 햇살 가득한 봄과 초록이 짙은 여름, 샛노랗게 물드는 가을, 고아한 겨울까지. 경기전을 마당처럼 품는다.

 

경기전은 태조 어진이 봉안된 역사적 장소다. 전주 이씨 시조 이한의 위패가 봉안된 조경묘도 이웃해 있다. 조선 왕실의 뿌리가 그곳이다. 교동아트미술관이 지난 2014년 한옥마을 아트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렇듯 아름답게 역사를 품어온 경기전의 영향이다. 경기전의 역사와 전통성을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자 했다.

 

올해의 주제는 ‘경기전에 온 미술가’. 이재승 이문수 박경식 이홍규 김도영 작가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경기전을 읽었다.

▲ 이재승 作 ‘경기전 어진전’

이재승 작가는 어릴적 화구를 들고 경기전 나무 아래 머물렀던 추억을 들췄다. 해가 지도록 꼼짝도 않고 경기전 기둥에 비치는 그림자까지도 담으려 했던 어린시절의 꿈과 희망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학창시절의 경기전은 지금도 작업의 근간이며, 잠재돼 있는 작품의 고향”이라고 밝혔다. 1971년 화폭에 담은 어진전과 경기전의 만추를 오랫만에 꺼내놓았다.

 

이문수 작가는 경기전을 조선왕조 3대 임금인 태종의 욕망으로 접근했다. 유학을 통치기반으로 확립하고자 했던 태종은 사대부에게 도심(道心, 인격도야)을 강조했다. 작가는 “도심은 요샛말로 풀이하면 가만히 있으라는 경고일수도 있다”면서 “사과를 베어먹은 자만이 인내천(人乃天)이라고 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갈등과 욕망을 베어먹은 사과로 표현한 ‘Human is Sky’와 도교 사상을 응축한 ‘Sang-seon-yak-soo-Taoism’을 선보인다.

 

박경식 작가는 경기전의 역사를 생명을 잃은 나뭇가지에 유토피아를 구현해내는 방식으로 담아냈다. 작가는 “나무의 뒤틀린 곡선은 빛을 향한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이며, 자연의 시간이며, 생명선이며, 리듬”이라며, “나무와 사람의 이야기를 연결하고, 자연에 대한 집요한 통찰을 통해 풍경을 응축해냈다”고 말했다. ‘나무도 나도’신작을 전시한다.

 

이홍규 작가는 경기전의 겨울에 주목했다. 간밤에 소복하게 내린 눈이 세상의 어둠을 덮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풍경을 수묵담채로 표현했다. 경기전 담장위로 넘실대는 나뭇가지에 바람과 소리까지 담아냈으며, 달빛까지 따스하게 품었다. ‘달빛’과 ‘바라보다’등을 선보인다.

 

김도영 작가는 한옥과 한옥 안팎의 공간에 집중했다. 평면화된 한옥을 부감시점으로 공간감을 주고, 그 안까지 들여다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도 그동안의 작업 연장선에서 기둥과 문지방, 벽에서 옛 사람의 숨결과 시간과 향취를 전한다. 한옥을 둘러싼 마당과 연못에서도 옛 이야기가 담겨있다. ‘망중한’ ‘오랜 기다림의 조우’등 올해 작업한 작품을 전시한다.

 

경기전에 온 미술가’전은 5월 1일까지 이어진다.

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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