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상설공연 '유유자적' 네번째 / 왕기석 명창·젊은 소리꾼들 '창극여행' / 소리 눈대목 더늠 살리고 1인 다역 특징 / 내달 4일부터 소리문화관 야외마당서
“우리의 판은 음향시설이 갖춰진 실내가 아닌 탁 트인 대청마루, 마을 동네 어귀 골목 등이었습니다. 대형뮤지컬, 콘서트를 쫓아 대형화하기 보다는 본래 판에 어우러지는 창극 무대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왕기석 명창과 도내 유망한 소리꾼들이 한옥마을평일상설공연 ‘유유자적’의 일환으로 작은 창극 ‘왕기석 명창과 떠나는 창극여행-춘, 흥, 심’을 공연한다. 다음달 4일부터 18일까지 매주 목·금요일 오후 8시 전주소리문화관 야외마당.
왕 명창은 “요즘 창극공연들이 기존 판소리 다섯 바탕의 내용에 충실하기 보다는 볼거리와 흥미 유발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통 창극을 지켜내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해 이번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춘향가’ ‘흥보가’ ‘심청가’의 눈 대목을 엮어 선보인다. ‘춘향가’에서는 집장사령이 춘향에게 매질을 할 때마다 자신의 절개를 읊조리는 ‘십장가’와 ‘ 옥중가’, ‘어사·방자 상봉’ 장면을, ‘흥보가’에서는 흥보가 박을 타서 부자가 됐단 말을 듣고 놀보가 화초장을 빼앗아 짊어지고 가는 대목을 공연한다. ‘심청가’에서는 ‘심황후 부친 그리워하는 대목’ ‘심봉사 자탄대목’ ‘황성 올라가는 대목’ ‘황성 맹인잔치·부녀상봉’ 장면을 뽑았다.
왕 명창을 비롯해 김송 남원국립민속국악원 주역단원, 차영석 전북도문화재판소리 이수자, 조용균 정읍시립국악단 주역단원, 왕시연 전북대 한국음악과 재학생, 박지용 국립민속국악원 기악단 지도단원이 출연한다.
이번 무대는 주요 눈 대목과 더늠을 최대한 살려 기존 판소리가 갖고 있는 맛을 살려내는 데 가장 집중한다. 또한 출연자 6명이 여러 역할을 맡는 소규모 창극이다. 1인 다역으로 소리꾼의 캐릭터가 시시각각 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기존 야외에 설치된 무대가 아닌 마당 가운데에 멍석을 깔고 하는 것도 특징이다.
왕 명창은 “적은 인원으로도 어디서든 공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창극을 만들어보고자 했다”며 “이것이야말로 소리꾼과 관객이 하나 돼 함께 호흡했던 우리 고유의 ‘판’에 부합하는 무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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