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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과 수필

▲ 김학철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돌보기를 황금같이 여기는 사람들이 생겼다.

 

80년 내가 순창에서 근무할 때였다. 그 지역에는 호피석(虎皮石)이란 돌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돌의 색깔이 흡사 호랑이 가죽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둘만 모여도 화제는 호피석이었다. 그리고 당시 큰 음식점이나 웬만한 집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호피석이 몇 개씩이 진열되어 호피석이 품격의 상징처럼 보였다.

 

호피석은 색깔이 선명하고 석질이 단단하며 가급적 큰 것일수록 가격이 높았다. 좋은 호피석을 본 사람들은 “그 놈 참 잘 익었구나!”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무렵을 전후하여 수석 전문 판매점도 많이 생겨, 외지에서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고객들로 인해 호황을 맞고 있었다.

 

호피석은 크기에 따라 작은 것은 몇 만원에서부터 큰 것은 몇 천만 원까지 호가했다. 예전에는 하찮게 여기던 돌덩이가 큰돈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순박한 시골 농촌 고추장 고을 순창에 돌덩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던 것이다.

 

호피석은 주로 순창군 동계면 동계천에서 많이 채취되었다. 호피석이라는 말이 있기 전에는 그 가치를 몰라 시골집 담장에도 잡석과 섞여 쌓아 놓은 담장이 많았다. 그런데 그 걸 그대로 놓아 둘리가 만무했다. 당장 큰돈이 되니 옛날에 쌓아 놓았던 담장을 헐어 호피석을 채취하는가 하면 틈만 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동계천에 몰려와 수석을 줍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굴삭기까지 동원하여 하천을 파헤치는 등 극성을 부렸으나 결국 허탕을 치고 몇 백만 원만 날렸다는 소문도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도 어느 일요일 도시락을 싸들고 주민 네댓 명과 같이 동계천으로 갔으나 겨우 잡석 비슷한 검은 돌 몇 개만 주워 왔을 뿐이다. 그 시절 순창읍내에서 가축병원을 운영하던 친구는 가축병원에는 진열장과 널빤지 위에 온갖 크고 작은 수석들이 50여점이나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수석 중에는 호피석은 물론 오석(烏石), 무주에서 채취한 깨돌, 장수에서 가져온 문양석(文樣石) 등이 있었다. 가축병원인지 수석판매장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그 뒤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수필창작반에 들어와 공부한 지도 어느덧 5년여가 지났다. 모든 수필소재는 우수마발처럼 널려 있고 수필을 잘 쓰기위해서는 참신한 소재, 참신한 해석, 참신한 표현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와 이젠 내 머릿속에 못이 박혔다. 그리고 참신한 소재를 찾으면 이미 수필쓰기의 반은 성공한 셈이라 했다.

 

그래서 그 소재를 찾으려고 머리를 굴리다 보니 옛날 내 친구가 수석을 줍던 생각이 떠올랐다. 수필소재를 찾는 일은 어쩌면 수석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보여주었던 수석채취에 관한 예민한 혜안이 새삼스럽게 부러웠다. 만약 그가 수필을 배웠더라면 명수필가가 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수석과 수필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첫째, 꾸미고 가공하지 않는 원재료를 취한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그리고 둘째로는 그 소재가 전적으로 취하려는 사람의 혜안에 의해서 선택되어진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더 보태면 둘 다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만약에 똑같은 것이 많고, 그런 의심을 받는다면 그것은 존재이유를 잃고 말 것이다.

 

바로 자연적인 것이 아니고 가공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돌은 애초에 수석으로 취할 수도 없으며 그렇게 쓰인 수필 또한 좋은 수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수석과 수필은 공통점이 많다. 그러므로 수석을 보면서 때때로 수필의 의미, 지향점, 상상의 문제를 함께 떠올리는 것은 두 대상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 아닐까?

 

△수필가 김학철 씨는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이사·영호남수필문학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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