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순씨 개인전, 갤러리누벨백
세월의 풍파를 온 몸으로 기록하는 나무.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은 자리에는 옹이가 자리잡고 성장의 흔적은 나이테로 남는다. 시야를 넓혀 숲도 생멸하는 삶을 오롯이 보여준다. 존재조차 미미해보이는 작은 풀과 꽃, 싹을 틔우는 나무, 인내와 생명·풍요·지혜를 깨닫게 하는 숲에서도 삶을 배운다. 한지조형작가 한자순씨는 이렇듯 자연에서 삶을 읽는다.
지난 2012년 멕시코에서의 첫 개인전에 이어 두번째 여는 전시 화두는 숲을 중심으로 한 자연이다. 여러장의 한지를 치대는 줌치와 한지를 세워 여러겹 붙이는 작업, 염색과 태우는 과정까지 오롯이 홀로 해내는 작가는 오랜 시간과 노동을 요하는 고된 작업의 과정도 작품의 일환으로 여긴다.
작가는 자유롭게 떠도는 많은 생각을 붙잡고,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공력을 요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위해 닥섬유 비율이 다른 여러 한지를 골랐고, 염색과 태움, 밀도도 달리했다. 여러겹의 한지가 만들어낸 선의 조형성이 생명에너지로 변환됐으며, 작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냈다.
작가는 “자연에서 온 한지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놓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면서 “결과물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과정을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숲의 전령’시리즈와 ‘자연으로부터’ ‘그리워하다’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주대 한지문화산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춘향미술대전과 전통공예대전·대한민국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31일까지 전주 갤러리 누벨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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