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연출에 연주 기량 가려져 / 위촉 초연곡 따로 노는 느낌 강해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단장 조용안)의 정기연주회 ‘천년지악’이 백제부터 이어온 전북의 역사를 관현악에 덧입히려는 시도와 기획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선보인 6곡 모두 주제에 맞추기 위해 새로 작곡한 위촉 초연곡이라는 점도 의미 있었다.
그러나 곡과 주제의 연계성이 떨어져 기획의도가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합창, 무용, 영상 등 화려한 연출은 오히려 관현악단의 기량을 가리고 청중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는 의견이다.
지난 16일과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 ‘천년지악’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태초를 시작으로 백제의 탄생과 융성, 근현대사 속 전북 등 전북의 천년 역사를 관현악으로 들려주는 무대를 꾸렸다. 단순히 관현악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곡들을 잇는 스토리를 만들고, 특히 전북의 역사를 풀어낸 것은 기획력도 좋았고 관립단체로서 역할과 고민을 잘 담아냈다. 검증되지 않은 초연 6곡을 선보인다는 것도 도전이었지만 단원들의 탄탄한 기량에 김성진 객원지휘자의 섬세한 리더십이 더해져 비교적 안정적인 연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4명의 작곡가가 참여하다보니 전체적인 곡 흐름과 분위기가 통일되지 않고, 개별 곡에서도 시대적 이미지와 이야기가 잘 드러나지 않아 곡에 주제를 끼워 맞춘 것 같다는 의견이다. 한 국악계 인사는 “작곡가들에게 작품 주제와 구성, 줄거리에 맞게 곡을 의뢰한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작곡자들이 선보였던 곡들과 이번 무대가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면서 “공연들이 큰 주제 아래 어우러지기 보다는 자기 색들이 강해 따로 노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악계 인사는 “콘셉트에 맞춰 백제 고악기를 연주한 게 큰 특징 중 하나였는데 사실 성량이 작고 협연이 힘든 고악기는 음악적 효과보다는 상징성과 연출의 극대화를 꾀하는 식으로 등장했어야 한다”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고악기 연주도 짧았고, 연출적으로 부각되지도 않아 어느 것도 잘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획공연이 아닌 정기공연인 만큼 관현악단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데 부수적인 연출들이 더 돋보이는 경우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소프라노 솔로나 중창단, 창극단의 합창, 무용, 영상 등이 무대의 화려함은 더했지만 상대적으로 관현악단의 연주는 가려졌다는 것.
국악원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곡을 의뢰할 때부터 순수 관현악을 배제하고 현재의 관현악 아래 역사 속 음악부터 서양 음악까지 아우르려는 시도를 했다”면서 “의도한대로 나와 만족하고 있고, 초연인 만큼 다듬어서 국악원 레퍼토리로 발전시켜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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