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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창작소리극 춘향-봄향기를 그리는 자두꽃'

혼란의 시대에 빛난 '인간의 도리' / 젊은 소리꾼들 역량 잘 보여줘

▲ 지난 9~10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린 ‘창작소리극 춘향-봄향기를 그리는 자두꽃’ 공연 모습. 사진제공=김종선

우리에게 익숙한 ‘춘향’ 이야기대로 흘러갈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수많은 형식과 이야기로 재해석돼 온 고전임에도 다음 전개가 궁금해졌다. 지난 10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린 ‘창작소리극 춘향-봄향기를 그리는 자두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공연은 도내 젊은 소리꾼 이제학씨가 우진문화재단이 실시한 2016 창작소리극 공모사업에 선정돼 약 8개월간 준비한 작품이다. 이제학씨가 극본·연출·작곡·작사를, 박영준씨가 제작감독을 맡았다. 한단영, 이건일, 이정원, 이미지, 김재인씨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제학씨는 ‘춘향’을 통해 혼란한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지조와 인간적 도리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비극으로 마무리 한 것도 이러한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춘향을 그리워하는 늙은 몽룡의 독백으로 시작한 극은 그의 회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젊은 춘향과 몽룡의 만남과 사랑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이후 몽룡은 한양으로 떠나고,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한 춘향은 고초를 겪는 장면이 차례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양으로 떠난 몽룡이 백성을 핍박하는 아버지를 비판하는 새로운 내용을 연출,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의 도리가 왜 중요한지 관객에게 설명한다. 그 후 시간을 뛰어넘어 늙은 몽룡이 다시 등장한다.

 

공연은 늙은 몽룡이라는 새 인물을 극에 녹여내면서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재배치, 다음 전개를 궁금케 만들었다. 이를 통해 관객의 집중과 몰입을 한껏 끌어올린 후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던 춘향과 평생 춘향을 그리워하며 살던 늙어버린 몽룡의 절규를 동시에 보여줬다. 그가 강조하고자 했던 주제가 잘 드러나는 결말이었다.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작소리극을 표방하는 만큼 판소리뿐만 아니라 뮤지컬 형식의 다양한 소리 대목이 공연에 올랐다. 공연 초반에는 가요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는 등 자칫 가벼운 분위기로 흘러 갈 위험도 있었지만 변학도의 묵직한 목소리나 늙은 몽룡의 판소리가 극의 무게를 잡아줬다. 약 200석 규모의 크지 않는 극장이지만 커튼이나 가변형 세트를 활용해 단조로운 무대에도 다양한 변화를 줬다.

 

물론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다. 내용 전개에 불필요한 늘어지는 부분들은 생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우들의 일부 어색한 동작과 연기도 보완이 요구된다.

 

박영준 감독은 “2000만원이라는 적은 예산이지만 3월부터 꼼꼼한 회의와 준비를 통해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처음 실시한 창작소리극 공모사업인데 도내 젊은 소리꾼들의 열정과 역량을 비교적 잘 보여준 것 같고 지적사항들을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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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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