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장면에 주제어, 이야기 흐름 짚어줘 / 작창·배경음악 대중화로 몰입도 높여 / 배우들 판소리 눈대목 작년보다 밋밋 / 일부 급진적 전개 개연성 부족 아쉬움
국립민속국악원(원장 박호성)이 지난해 제1회 창극소재 국민공모전을 통해 제작한 브랜드 창극 ‘나운규, 아리랑’. 초연의 성과를 바탕으로 극본·음악·무대세트·배우 등을 보완한 ‘나운규, 아리랑 시즌Ⅱ’가 지난 10일과 11일 국악원 내 예원당에서 공연됐다.
작품은 천재 영화감독 나운규의 삶과 식민지 시대에 고통 받던 국민들을 위로했던 그의 영화 ‘아리랑’을 엮어 민족의 역사와 예술인의 고뇌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영상을 극무대로 연출하고 현재성을 더하기 위해 과거의 영화감독 나운규 대신 같은 삶을 걷는 오늘날의 ‘창극 배우 나운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배우 나운규의 현재 이야기와 회상 장면, 그가 출연하는 창극 ‘아리랑’의 무대까지, 총 3가지 이야기가 맞물려 진행된다.
지난해 선보인 초연은 창극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신선했지만 작품 전개 구조가 복잡한데다 배우의 대사 역시 거칠고 난해해 관객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족의 한 많은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음악 ‘아리랑’ 역시 배우의 대사 등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손질한 ‘나운규, 아리랑 시즌Ⅱ’는 지난해보다 극에 대한 이해와 몰입감이 높았다.
“인생의 불행 중 하나가 젊어서 성공하는 것이라더니 내가 그 꼴이군. 마치 그 옛날 영화감독 나운규처럼.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인생의 바퀴가 함께 굴러가는군.”
“난 천재야. 아무도 날 세상의 인습으로 가둘 수 없어.”
“아무것도 없다. 친구도 사랑도…이미 아내를 버렸고 딸도 외면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나를 버리는 것.”
내용이 크게 변하진 않지만 극과 인물에 대한 설명을 담은 대사와 독창 2곡, 중창 1곡 등을 추가해 내용 이해를 도왔다. 천재, 인습, 희생, 예술의 길 등 각 장면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를 넣어 복잡한 이야기 안에서도 관객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심 내용을 짚어줬다.
새롭게 바뀐 음악은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몰입감을 더했다. 전반적인 작창과 배경음악은 초연 때 보다 대중적이었다. 황호준 작곡가는 “작·편곡은 관객이 극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배우의 정서를 반영하는데 중점을 뒀고, 대사가 현대적 구어체이기 때문에 배우의 말씨와 작창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민족의 역사를 상징하는 ‘아리랑’은 최대한 극 속에 녹여내고자 했다. 구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해주아리랑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리랑’을 장면과 장면을 이어주는 음악으로 배치했다. 황 작곡가는 “아리랑을 노래로 불러서 감동을 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국악기 선율로 감동을 고조시키는 형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 세트를 더 길고 굴곡 있게 만들고 회상과 현재를 넘나드는 대목에서는 시계 방향을 규칙적으로 바꾸는 등 시각적인 부분도 보완했다.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공연 시간을 10분가량 줄이고 극 중간 쉬는 시간도 없앴다.
하지만 예술을 위해 가족도 버린 나운규가 바로 다음 막에서 진짜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다며 반성하는 부분은 급진적으로 전개돼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의견이다. 주요 배우들의 눈대목은 판소리의 특징이 전문적으로 드러났던 지난해에 비해 다소 밋밋했다. 듣기엔 편했지만 국립민속국악원 단원들의 소리 역량을 보여주기엔 아쉬웠다.
박호성 원장은 “작품을 전반적으로 수정·보완했을 뿐만 아니라 작곡가가 바뀌고 음악이 전부 달라졌기 때문에 ‘시즌2’를 붙였다”면서 “100년 이상 이어갈 국악원의 대표 작품인 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줬고, 앞으로 국내·외 주요행사에 올리는 등 꾸준히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 다음달 24일과 25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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