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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한국 속 희미해지는 정체성 기록

전주 서학동사진관 이동근 초대전 / 경계에 선 이주여성 앵글에 담아

▲ 이동근作 사란(몽골), 부산.

이동근 사진작가가 다문화 이주여성의 가정을 촬영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참석한 ‘외국인 주부 한글교실’에서 본 그들의 얼굴 표정 때문이다.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온 결혼 이주민들인데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무겁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 쉽사리 동화되지 못한 그들은 각각의 특수한 삶의 방식을 존중받지 못하고 그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낯선 것들로 가득 찬 삶을 살아야 하는 그녀들은 소수자들의 불확실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동근 작가가 그녀들의 정체성을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하게 된 지점이다.

 

전주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은 23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이동근 작가의 초대전 ‘초청장’을 연다. 작가와의 대화는 26일 오후 4시.

 

작가는 “상당수의 결혼 이주민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인과의 결혼을 택한다”며 “가족 또는 본인의 삶을 위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 장의 초청장에 의지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고 말한다. 새로운 가족과 국가를 얻었지만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경계에선 그녀들의 정체성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이는 그녀들의 집에서 촬영을 할 때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결혼 이주민들은 의사소통도 어렵지만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최종 결정은 남편의 몫이다. 가족 간의 관계, 질서, 삶과 상이한 문화적 태도는 집안에서 입고 있는 옷, 집을 꾸미는 방식, 소품들의 종류와 배치 등에서 드러난다.

 

작가는 “작업의 큰 틀은 우리 사회 당면 과제 중의 하나인 국가, 민족 등을 포괄하는 다문화주의에 관한 것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우리 사회와 아시아에 속한 제3세계권 여성의 ‘결혼’, ‘이주’, ‘가족’, 그리고 ‘그녀들의 정체성’에 관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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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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