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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문인수

저것은 아직 주검이 아닐 것이다.

 

전주 덕진공원 덕진호반에는 붉게 마른 연대들이 고개

 

꺾고 허리 꺾고 팔 다리 툭툭 꺾어 물속으로 서걱서걱 들

 

어가는 중이다.

 

바람 아래

 

무수히 나부대는 한 마당 도리깨질 같다. 한 바탕

 

행진 같다. 무성영화 같다.

 

저것은 물론 죽은 아버지들의 이름이다.

 

물 깊은 바닥 캄캄하게 쌓여 썩을 것이다.

 

거기 또 불 질러

 

새로 한 세상 꽃 피는 법일 것이다.

 

△외롭고 쓸쓸할 때 겨울 연(蓮)을 만나보라. 칼바람에 꺾인 고요와 부러진 영혼이 숨어 있는 무성영화를 볼 것이다. 물속으로 서걱서걱 들어가는 마른 잎맥은 햇볕 한 줌 품고 있어 찬란한 슬픔이 보인다. 겨울 연이 강인한 것은 물 깊은 바닥에서 앙금도 품어 꽃피울 태세를 하기 때문이리. 말라비틀어진 꽃대를 꺾지 말지어다. 주검이 아닌 살아 있는 초록이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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