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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당간지주'가 민가 담벼락 기둥?

깃대 고정위한 두개의 돌기둥
깨지고 기울고…정읍시 상동에 훼손된 채 방치
타 지자체는 문화재·보물로 관리…보존 목소리

▲ 10일 정읍시 북면 복흥리에 고려시대 절(사찰)터의 유적으로 꼽히는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시멘트 담벼락에 맞대어 있는 등 방치되고 있다. 조현욱 기자

고려시대 절(사찰) 터의 유적으로 꼽히는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정읍시의 무관심 속에 주택의 담벼락 기둥으로 사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존가치가 높은 이 당간지주를 ‘문화재’나 ‘보물’로 등록·관리하고 있지만, 정읍시는 ‘비지정 문화재’로 둔 데다 보존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간지주는 깃대(幢竿)를 고정하기 위해 사찰의 입구나 뜰에 세우는 두 개의 돌기둥을 말한다. 깃대에는 사찰의 행사나 의식이 있을 때 혹은 부처나 보살의 공덕을 기릴 때 깃발을 건다. 현재 남한과 북한에 80여 기의 당간지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정읍시 상동 545-1번지. 2m 56㎝ 높이의 당간지주 1기(2주)가 주택 대문 바로 옆에 서 있다. 곳곳에 부서진 흔적이 있는 것은 물론 한 기둥은 15도 가량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정읍시 북면 복흥리에도 3m 70㎝ 높이의 당간지주가 있다. 여기는 1주만 있었는데, 당간지주 양쪽으로 시멘트 담벼락이 맞대어 있었다. 절 앞에 위풍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당간지주의 모습을 떠올리기에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문제는 정읍의 당간지주가 사유지에 있는 탓에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근 주민들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이냐”고 반문했다.

정읍문화원이 발간한 ‘정읍문화재지’에는 이 당간지주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비지정 불교문화재로 분류된 상동 당간지주는 ‘일대가 사찰 터였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당간지주가 있는 이곳을 일명 ‘갯대백이’라고 하는데, 깃대를 꽂는 곳이라서 불렸을 것이다. 장봉선이 편찬한 <정읍군지(井邑郡誌, 1936)> 에는 지주의 길이가 15~17척이라 나와 있으나, 실제 지주의 높이는 약 256㎝이다. 지주 하단 일부가 땅속에 깊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돼 있다.

칠보산 자락에 있는 북면 복흥리의 당간지주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다. ‘칠보산 자락에는 보림사와 미륵암이 있고 유마사지와 영원사지, 망해사지 등이 있다. 이 당간지주는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정읍군지> 에는 고려 초 대찰인 유마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당간지주 1주만 있고, 5층 석탑은 1930년대에 일본인이 가져갔다’고 적혀 있다.

다른 지역의 당간지주는 사정이 다르다. 충남 홍성군 홍성읍내의 경작지 한 가운데에는 78cm 간격을 두고 당간지주가 마주 서 있다. 보물 제538호로 지정된 이 당간지주 주변에는 ‘이 일대는 고려시대의 광경사(廣景寺)터로 알려져 있고, 석탑 및 석불좌상 등이 함께 전하고 있다’라는 안내판도 있다.

홍성군 관계자는 “높이가 4.8m이고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는 이 당간지주는 고려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당간지주(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9호), 경주시 남간사지 당간지주(보물 909호) 등도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읍시가 비지정 문화재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읍문화원 김용련 사무국장은 “비지정 문화재로 분류돼 별도의 관리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이 경우 최소한 이름과 설명문을 달아줘야 하고, 추후 문화재로 지정해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당간과 당간지주> 의 저자인 단국대학교 엄기표 교수(교양학부)는 “한국 불교에서 당간지주는 우리나라 석조문화의 장엄 미를 상징한다. 당간지주가 있다는 건 고려시대 큰 사찰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중한 문화유산인 만큼 정읍시가 문화재가 있는 지역을 매입해서라도 보존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읍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문화적 가치를 따져본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문화재로 지정한 뒤 관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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