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불멸의 백제] (135) 7장 전쟁 ⑪

글 이원호그림 권휘원

숙소로 돌아온 김춘추가 김법민에게 말했다.

 

“너, 이세민 아래쪽에 낮은 이치(李治)를 보았느냐?”

 

“예, 아버님.”

 

“돼지도 그런 돼지가 없더구나. 어쨌든 그놈이 다음 황제가 될테니 놈의 비위를 잘 맞춰주도록 해라.”

 

“예, 아버님.”

 

김법민이 고분고분 대답했다. 이제 김법민은 이세민의 시종으로 발탁이 된 것이다. 김춘추가 긴 숨을 뱉었다.

 

“그놈, 이세민이 한 말을 들었겠지? 달콤한 말을 늘어놓은 자는 진심이 가볍다는 말 말이다.”

 

“예, 아버님.”

 

“나는 그것이 수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세민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달콤한 말에 중독이 걸린 놈이다.”

 

김춘추의 눈빛이 강해졌다.

 

“지금은 지금 당이 고구려와 전쟁을 할 시기가 아니다. 위징의 말대로 국력을 더 길렀다가 나서야 한다.”

 

“……”

 

“이세민은 이제 교만해져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숙소의 방에는 둘 뿐이다. 이세민은 신라의 사신인 이찬 김춘추에게 영빈관도 내주지 않았다. 변방의 부족장이 공물을 바치려고 왔을 때 묵은 여관 한채를 정해주었을 뿐이다.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이세민이 30여만 대군을 이끌고 친정을 나간다고 하니 우리 신라한테는 잘된 일이야. 고구려와 백제가 당을 맞아 싸우느라고 신라를 넘볼 생각은 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예, 아버님.”

 

“이세민이나 돼지 이치가 너한테 고구려 백제에 대해서 묻거든 그놈들 때문에 조공길이 막혔다고 하거라. 신라인은 당의 속령이 되는 것을 소원이라고 하고.”

 

“예, 아버님.”

 

머리를 든 김법민이 김춘추를 보았다.

 

“아버님, 당황제께 신라군이 고구려, 백제의 후방을 공격할 것이라고 약속을 하셨지 않습니까? 아버님이 진두에 설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걱정이 됩니다.”

 

“흐흐흐.”

 

짧게 웃은 김춘추가 곧 정색했다.

 

“시늉만 내면 된다. 이세민이는 확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아아.”

 

“내가 이곳에 군관 셋을 남겨두고 갈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수시로 나에게 연락을 해야 된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너한테 대업(大業)을 맡겼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신라의 왕이 된다면 너는 그 뒤를 잇게 될 것이다.”

 

마침내 김춘추가 속심을 털어 놓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김법민은 긴장했다.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비담이 왕위를 노리고 있으니 그놈 일당과 한번은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야.”

 

비담은 상대등으로 신라 제1의 실력자다. 진골 왕족들의 모임인 화백회의의 수장이기도 한 것이다. 화백회의에서 차기 왕을 뽑는 터라 수장은 왕 다음의 서열이다. 김춘추가 김법민을 보았다.

 

“네가 이세민의 시종으로 있으면 비담 일파가 당의 지원을 얻으려고 오가는 것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살피고나서 나한테 연락을 해라.”

 

“예, 아버님.”

 

김법민이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장안성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김춘추 부자(父子)의 밀담은 계속되는 중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문화일반이희숙 작가, 따뜻한 위로의 여정 담은 그림동화책 ‘소녀와 일기장’ 출간

문화일반부안 문학의 뿌리를 조명하다…최명표 평론가 ‘부안문학론’ 출간

정읍정읍 아진전자부품(주), 둥근마 재배농가 일손돕기 봉사활동 펼쳐

정치일반김 지사 “실질적 지방자치 위해 재정 자율성 확대 필요”...李 대통령에 건의

정치일반김관영 지사 “특별자치도, 지방소멸 막는 제도적 실험대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