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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우물에게 빼앗긴 달 - 이문석

이문석

빤히 올려다보면

계수나무 한 가지 툭 부러져있고

나를 슬그머니 들어올릴 것 같은

이 하나 빠지지 않은

둥근 달이 뜬다

창호지에 본을 떠서

창문에 오래도록 걸어두려 했는데

우물이 먼저 와서

제 집에 들여놓았다

아뿔싸,

달은 하난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배우느라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위성을 배우느라 달을 잃어버렸고, 로봇 탐사선을 배우느라 방아 찧는 토기도 잃어버렸다. 자연스럽게 달 속의 계수나무도 잃어버렸다. 오래도록 창문에 걸어두고 싶은 달은 우물에 빼앗겨버렸다. 사람들이 달을 구경하려고 우르르 우물가로 몰려드는데, 저 인파에 끼여 옥신각신 자리다툼을 할 생각이 없는 나는 ‘에라, 모르겠다’ 허공으로 눈길을 돌린다. 거기 둥근 달이 환하다. 저런, 우물 속의 달은 허상이었구나….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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