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 아침을 여는 시] 엽서 한 장-이제 버릴 것은

최상영

모진 가뭄도 가뭄이지만

내 몸 추스르기도 힘든 유월

가진 것도 든 것도 모자라기만 하고

이제 버릴 것은 시집 몇 권과 잡동사니

너절한 묵은 서가가 전부인데

정작 버려야할 것은 아직도 남아있는

서어한 욕망의 굴레일는지.

겨우 가뭄 달래는 마른 장맛비가 찔끔거리는

후텁지근한 오후

더 내려 놓은 것은 없나 뒤적여 보는

헌책 갈피에 끼워 있는 청년시절 받은

엽서 한 장

- 허접한 나의 청춘은 잔돌평 철쭉 빛으로

불타고 있어도 내 영혼 불 지필 불쏘시개 감으로라도

이승에 남을 것인가

소나기 한 줄기

넓은 잎 오동잎에

후두둑 걸어오는

유월 마지막 날

△생의 가뭄에 들어섰다. 윤기 나고 화려했던 젊음은 어디로든 벋어나갔으나 이젠 가뭄만 타는 고비에 접어든 것이다, 간혹 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가뭄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버릴 것 다 버렸는데도 아직 시집 몇 권과 연필 몇 자루는 가지고 있다. 청춘은 철쭉 빛으로 타올랐으나 내 영혼에 이글거리는 불을 다시 지필 수 있을 것인가? 사위어 가는 재를 다독여 주는 소나기 한줄기가 말라가는 오동잎을 건드린다. 김제 김영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대한민국 행정 중심엔 지방정부…모든 주민 만족할 성과 내달라”

정치일반대통령실 “감사원 정책감사 폐지…직권남용죄 엄격히 적용”

정치일반전북도, 복권기금 녹색자금 공모 3개 시·군 사업 선정… 국비 14억 확보

정치일반새만금개발청, 핵융합에너지 연구기지 경쟁력 모색

경제일반[건축신문고]건축설계변경, 언제까지 건축사가 안고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