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가 유대수 개인전 ‘숲에서 생각한 것들’
27일까지 전주한옥마을 사용자 공유공간 ‘PlanC’
“숲에서, 잠시, 오직 생각에 잠겨보기를. 누군가의 생각을 들으려 하거나 나의 생각을 말하려 하거나 식의 생각은 하지말고, 의미 있거나 의미 없거나 하는 간추림도 생각할 것 없이, 그저 그때 거기서 떠오르는 생각에만 빠져보기를.”
목판화가 유대수 작가가 ‘숲’을 테마로 열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27일까지 전주한옥마을 사용자 공유공간 ‘PlanC’(전주시 완산구 은행로30).
이번 전시에서 유 작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숨소리가 가득한’ 숲 시리즈 신작 20여 점을 찍어내 펼쳐냈다. 단호한 결기, 묵직한 내공, 유 작가를 닮은 작품들이다.
유 작가가 이전 작업에서 표현하려는 대상을 대부분 중앙에 배치하고 여백 속에 나머지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여백을 버리고 무수히 반복되는 세밀한 판각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수많은 약속, 지식, 체계와 습속, 관계, 질서 따위의 강박에 더하여, 이 가득하고 텅 빈 공간에서, 세계의 구성원으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부족함 없이 존재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더 갖춰야 할까. 그런 생각에 빠져 다른 사람의 생각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것이 숲의 시간을 탐닉한 이유라면 이유다.”
작품 속 앉아 있거나 걷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에서는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함께 위로와 토닥임도 느낄 수 있겠다.
그는 작업노트에서 “숲은 많은 것들이 촘촘하게 쌓여 가득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며 “그러니 충만하게 비어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작가가 펼쳐놓은 숲, 그 숲을 거닐며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는 관람객의 몫이다.
유 작가는 전주에서 출생해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80여 회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전주서신갤러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기획자로 활동했다. 지난 2007년 배짱 맞는 동료들과 (사)문화연구 창을 만들었다. 현재 전주 한옥마을에 살며 ‘판화카페대수공방’을 열고 창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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