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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과 예산확보의 애환

이용호 의원
이용호 의원

“지역구 챙기기”

매년 예산심사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민생은 나 몰라라 하면서 다음 선거를 위해 지역구 예산만 챙긴다며 비난조로 하는 말이다. ‘지역구 챙기기’와 ‘민생 챙기기’는 서로 반대말일까. 그 지역주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어떤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중앙과 지역은 양 날개와 같다. 한쪽 날개만 가지고는 날 수 없다. 중앙에서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국정의 견제·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고, 지역 대표로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2018년 12월 2일 일요일,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진풍경의 주인공이 됐다. 밀실 예산심사가 진행되는 예결특위 소소위 회의장 앞이었다. 소외된 지역 예산 배분을 요구하면서 밤 10시가 넘도록 ‘밤재터널 예산 보장’ 피켓을 들었다.

밤재터널은 국도 21호선 순창 ‘인계~쌍치’ 구간에 있다. 사고가 잦아 ‘죽음의 도로’라는 섬뜩한 오명이 붙어 있다. 이 도로를 안전하게 바꾸자는 주민들의 소박하고도 당연한 바람은 수십년 동안 이뤄지지 못했다.

임기 내에 어떻게든 이 사업의 첫 단추를 꿰자는 각오로 임했고,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7년 12월 이름 석 자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 잠시나마 유명세를 탔다.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시절, 각 당 원내지도부가 참석한 막판 예산협상 과정에서 지역구 사업인 밤재터널과 옥정호를 두고 정부와 담판을 벌였다. 그 내용과 각오를 SNS에 올린 것이 언론에 보도돼 뭇매를 맞은 것이다.

당시 옥정호 예산만 확보하고 밤재터널은 숙제로 남게 됐는데, 이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경이 복잡하다. 좀 무리했던 걸까. 아니, 더 세게 나갔으면 밤재터널 예산도 확보할 수 있었을까.

2018년 6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 되어 밤재터널 해결에 박차를 가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11월 국토위에서 신규반영사업으로 통과시켰다. 바로 그 다음부터가 난관이었다. 정부는 당초 예산안에 포함돼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고 했다. 그 와중에 국회의원도 내용을 모르는 밀실 예산심사가 진행됐다. 그것이 바로 12월 2일이었고, 시위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부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읍소도 했다. 여야를 초월해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시도했다. 충남 성일종 의원과의 합심이 결정적이었다. 성 의원 지역구에도 밤재터널과 꼭 닮은 사업이 있어서 ‘호남과 충청, 죽음의 도로 개선사업’으로 묶어 일종의 패키지 딜을 시도했고, 당시 안상수 예결위원장 몫으로 힘겹게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 밤재터널 구간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그 동안의 노력이 더 큰 결실로 이루어졌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매년 전쟁 치르듯 예산 시즌을 보낸다. 살이 빠지고 주름이 는다. 국회에 들어와 3년 만에 적잖이 늙은 것 같다. 그래도 성과가 있으니 그 만족감으로 또 일하게 된다.

가끔 이런 성과를 다 자기가 했다고 나서는 이들을 보면 속상할 때도 있다. ‘숟가락 얹는 것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어쩌랴. 결과적으로 지역 발전과 주민을 위한 일이 성공했으면 된 것 아닌가.

‘지역구 챙기기’와 ‘민생 챙기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역구 예산 확보가 수십년간 해결 못한 주민의 삶과 안전에 기여한다면 이보다 큰 민생 챙기기가 어디 있겠는가. /이용호 국회의원·남원시임실군순창군·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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