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누벨백 미술관, 3·1운동 100주년 ‘현대 수묵 3인전’
송수남·김호석·이철량 작가 초대 27일부터 3월 26일까지
전통 산수화나 문인화의 현대적 변용을 추구하고, 수묵이 지닌 원초적 가치와 표현방식을 새롭게 찾으려 했던 ‘수묵화운동’. 1980년대 수묵화운동은 한국미술사 최초의 미술계 집단운동으로서 평가된다.
이 수묵화운동의 출발점이 된 것은 1981년 ‘수묵화 4인전’으로 당시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현대수묵의 개막을 알렸다. 참여 작가는 제주 출신 신산옥 화백을 제외하면 송수남(전주), 김호석(정읍), 이철량(순창) 화백 등 3인이 모두 전북 출신이었다.
이들 한국 현대수묵을 이끌어온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전시가 열린다. 전주 누벨백 미술관이 27일부터 3월 26일까지 진행하는 ‘현대 수묵 3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작고한 송수남 화백과 어느덧 60대에 들어선 그의 제자 김호석·이철량 화백이 수묵화운동을 하던 초기작품과 근래의 작품을 소개한다.
남천 송수남 화백(1938~2013)은 다양한 실험으로 전통수묵의 현대화에 중추적 역할을 한 작가로 꼽힌다. 그는 전통적 재료인 먹에 현대적 생명을 부여하고 단순한 선의 나열을 통해 담백하면서도 기개 있는 선비정신을 표현했다. 먹을 재료가 아닌 정신으로 치환하고 수묵정신과 문인화 정신을 연결해, 한국 정신이 깃든 수묵화를 뿌리내리게 했다.
성철과 법정 등 불교계의 큰 스님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김호석 화백은 전통 초상화의 권위자로서 ‘배채법’을 화면에 실현하는 수묵화가다.
김호석 화백의 작품은 경술국치에 항거하다 죽음을 불사했던 고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조선의 얼이 그 근원이다. 단순하고 간결한 수묵만으로 사물과 인물을 그려낸 그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정신과 삶의 모습을 함축한 서사시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김 화백은 인도 모디 총리의 초상 작업을 통해 두 나라의 외교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국빈 방문 때 문 대통령은 모디 인도 총리에게 김호석 화백이 그린 초상화를 선물한 바 있다. 이 초상화는 한국 화가가 한국 고유의 기법으로 그렸을 뿐만 아니라 모디 총리 고향에서 채취한 흙을 정제해 안료를 사용한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철량 화백은 전북이 낳은 대표적 한국화 화가로 현대수묵의 맥을 잇고 있는 버팀목으로 평가받는다.
수묵화의 가능성을 세련된 터치로 구현한 그의 작품에는 은은한 먹 냄새와 함께 삶에 대한 철학과 깊은 사유, 전북 선비정신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 교수의 최근 작품은 검은 색의 도시 ‘city’. 미로처럼 복잡한 도시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삶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최영희 누벨백미술관 관장은 “한국 선비들은 풍류 문화를 확장시키고 국난을 당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숭고한 민족자주정신을 되새기며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한국 현대수묵을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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