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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참새를 읽다-전오영

허리를 휘감아 오르는

노란 줄기들

새콩 가지도 괭이싸리 다리도

노란색으로 뒤덮인다

다닥다닥 달구지풀 실새삼 열매

사람들 머리 같다

 

석탑으로 든 계단을 오르는

햇빛 짱짱한 초파일

아들의 취업 기원하는 논물 든 걸음

줄기처럼 휘어지고 비틀거리고

 

가래 끓는 주문이

구멍 난 양말보다 더 질긴 천원 지폐 한 장

복전함이 받는

 

땡볕 아래

고목처럼 서 있는 아버지 

 

그 곁, 그늘 

참새 한 마리

 

△  “고목처럼 서 있는 아버지”는 땡볕에서, “참새 한 마리”는 그늘에서 서로의 영혼이 치유되는 계단을 오른다. 초파일 복전함에 정성껏 넣은 지폐가 “아들의 취업 기원하는” 기도였다. “허리를 휘감아 오르는” 생의 궁핍에 쪼들리지만 아버지는 꼿꼿하시다. 풍요로운 열매로 복전함을 채울 꿈이 있다. 기도는 허기질 때 신의 소리가 들린다. 신의 소리는 “구멍 난 양말”에서 들려온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새가 된다. /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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