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참새와 달팽이

image
안성덕 作

깜박 우산을 잊고 나왔습니다. 그냥 젖기로 합니다. 새벽까지 사납던 꿈자리 탓일까요? 오늘따라 시오리 산책길이 아득합니다. 오락가락 사나흘 빗줄기, 징검다리가 넘칩니다. 콩 콩 건너던 길을 건널 수 없습니다. 멀더라도 저 아래쪽 다리로 돌아가는 수밖에요. 앞서던 몇은 바짓가랑이를 걷은 채 망설이고, 또 몇은 나처럼 포기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리 안테나 높이 세워도 수신되지 않는 세상, 지지지 잡음만 지글거리는 세상, 없는 우산 펴 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참새가 콕 콕 풀숲을 쫍니다. 돋보기 쓴 내 눈으로 봐도 허탕인데 필경 헛배나 부르겠지요. 달팽이 한 마리 지팡이 짚은 듯 더듬더듬 길을 건넙니다. 저 더듬대는 평생이, 행여 자꾸만 서대는 내 발자국에 밟힐세라 건네줍니다. 

 

흠씬 젖었습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멀리 돌았습니다. 몸은 축축하지만 군불이라도 지핀 듯 궂은 마음은 외려 고슬고슬해졌네요. 내리는 빗속에 가슴속 잔불이 잦아들었습니다. 아, 그런데 맨땅을 쪼던 아니 맨땅에 헤딩하던 참새는 짹짹 제집에 찾아들었을까요? 비에도 향기가 있다는 걸 처음 압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자치·의회임승식 전북도의원 “인프라만 남은 전북 말산업특구 ‘유명무실’”

자치·의회김동구 전북도의원 “전북도, 새만금 국제공항 패소에도 팔짱만… 항소 논리 있나” 질타

국회·정당임형택 조국혁신당 익산위원장, 최고위원 출마 선언…“혁신을 혁신할것”

법원·검찰남편에게 흉기 휘두른 아내, 항소심서 집행유예

사건·사고‘골프 접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전북경찰청 간부, 혐의없음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