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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전북문화] 제16회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 : 국화향기 물씬 풍기는 백제왕도 익산

지난 10월 26일 토요일, 제16회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 현장을 찾았습니다. 정오가 막 지난 시간임에도 축제장 인근 대로변에는 부산, 경남지역 등 먼 타지에서 온 대형버스들로 가득채워져 도로가 마비상태가 되고 정문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본 축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는 도시와 농업이 상생하는 전국 최고 규모의 국화정원으로 형형색색 오색국화와 국화분재, 신품종 전시, 도시농업관, 문화공연, 음악분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축제입니다. 정문 입구에는 분홍색 국화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어 방문객들은 축제장에 들어서자마자 와 정말 예쁘다~, 벽에도 꽃이 폈네~하면서 감탄했습니다. 요즘 대세, 핑크뮬리가 있어요! 정문에서 유라시아 희망열차 홍보 조형물로 향하면 핑크뮬리가 가득한 <핑크빛 사랑길>이 펼쳐져 있어 핑크뮬리에 열광하는 20대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핑크뮬리와 함께 가을 감성을 더해줄 억새를 배치해 핑크뮬리를 앞에 두기도 하고 또 옆에 두기도 하면서 많이들 인생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트모양 터널에 형형색색 조형물이 매달려 있고 벽면에는 꽃이 핀 무지갯빛 사랑터널은 젊은 연인들에게, 또 노부부에게 인기가 많은 포토존이었습니다. 이번 국화축제에서는 유라시아철도 거점역 선정을 기원하는 유라시아 희망열차 여행길이 운영되어 이집트를 상징하는 피라미드,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등 전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 조형물도 이색 포토존이 되어줬습니다. 올해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는 <꿈과 사랑의 나라로 떠나는 국화 여행>이란 주제로 열려 총 3만 천㎡규모의 행사장에서 13만점의 국화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수많은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축제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이번 축제에서는 백제의 왕도 익산을 상징하는 미륵사지와 왕궁리 5층 석탑을 국화꽃으로 재현해 냈으며, 웅장한 느낌을 전해주는 쌍마, 행복의 새 봉황 등 다양한 국화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축제장 내에는 국화꽃밭 사이에 앉아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화분들 사이사이 길을 내어 어디서 찍어도 인생샷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제16회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에는 볼거리만큼 즐길거리도 가득했는데요. 국화와 잘 어울리는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어볼 수 있었고, 뜨개질로 국화꽃(머리핀, 브로치, 책갈피) 만들기, 매듭팔찌 만들기, 국화 꽃갈피 만들기, 그림 심리검사 등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먹거리부스와 체험부스 중 대다수의 부스는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으로 차상위계층의 가을 나들이 비용 부담을 덜어주었습니다. ※ 문화누리카드로 식품구매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나, 축제기간 입점부스에 한해 한시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축제장 내 특별전시장은 유료로 운영되어 성인(만19세~만64세) 기준 입장료 3,000원을 지불하면 교환쿠폰 3,000원으로 돌려줍니다. 교환쿠폰은 축제기간 중 축제장 내 모든 판매관, 체험관, 먹거리관에서 현금처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매표 및 입장 09:00 ~ 21:00 *특별전시관 관람가능 시간 09:00 ~ 22:00 *입장료 면제: 익산시민 / 영유아, 어린이 / 청소년, 노인 / 장애인 / 국가유공자 - 단, 신분증 및 증명소지자에 한함 특별전시관의 야외전시장은 웃음꽃길, <신데렐라 동화나라>를 주제로 구성된 호박마차, 무도회장, 유리구두 등 다양한 국화작품이 펼쳐져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화려한 포토존이 되어줬습니다. 실내전시관에서는 다륜작 또는 다양한 모양의 틀에 대국을 이용하여 유인 재배한 국화 작품들을 볼 수 있었으며, 전북농업기술원에서 연구개발한 50여종의 국화신품종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진행요원이 나무 스틱을 주면 관람객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국화에 그 스틱을 놓아 즉석투표를 진행하기도 하였는데요. 꽃잎의 모양도 제각기 다르고 색상도 형형색색 화려해 어느 한 종만 예쁘다 할 수 없어 투표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국화분재 전시관에는 익산국화연구회 소속 회원들과 국화 분재에 애정을 쏟는 일반 시민들의 국화분재 전시가 이루어져 관람객들의 두 눈을 황홀하게 해주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익산국화연구회 소속 소병도 회원의 나비연옥 품종을 활용한 분경작인데 꽃이 피지 않았어도 이렇게나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데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별전시관 역시 화려한 포토존들이 가득했는데요. 형형색색 우산이 거꾸로 매달린 포토존이 인기를 끌었고 SNS 인증샷 유도하기에 좋은 판넬 포토존이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자이언트 꽃다발 포토존에서는 대형 꽃다발을 활용한 인생샷을 찍을 수 있어 관람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별전시관에서는 로맨틱 캔들하우스, 웨딩스테이지, 판타스틱 미러하우스 등 사랑고백 이벤트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축제 개막 전 연인, 예비신혼부부, 친구 등 커플단위의 방문객들에게 사전접수를 받아 축제장에서 사랑고백을 진행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해주었습니다. 축제기간 중 주말마다 진행되는 <신데렐라 주인공 찾기> 이벤트는 즉석에서 반지/구두/목걸이/화관 주인을 찾는 이벤트로 주최측에서 제시한 크기(Size)에 가장 근접한 사람을 최종 주인공으로 선발하였는데 현장 접수가 가능해 호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특별전시관 맞은편에는 보석판매관이 마련되어 있어 아름다운 익산 주얼리를 현장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었는데, 현재 익산에서는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와 함께 익산보석대축제도 진행되고 있어 14K, 다이아몬드를 제외한 주얼리 제품들을 최대 30% 할인가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 익산 보석대축제 : 10.23(수)~11.3(일) 익산주얼팰리스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는 도시와 농업이 상생하는 축제이니 만큼 다양한 익산의 농특산물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홍보관(판매관)도 운영되었는데요. 해당 홍보관은 다양한 농특산물을 시식해보고 구매하려는 관람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크게 붐볐습니다. 익산 특산물로는 마가 유명해 마 관련 제품이 많이 보였는데요. 부쩍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뜨끈한 물 말아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는 마누룽지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누룽지 홍보 부스에서는 직접 캔 마를 가져와 마 시식을 유도하기도 하였는데요. 누룽지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간식으로도,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인기가 좋아 많은 구매가 이뤄졌습니다. 익산 특산물 마를 이용한 또 다른 가공식품으로는 오감만족을 느낄 수 있는 오색 수연소면이 있었는데요. 익산이 자랑하는 수연소면은 국수의 재료에 들어가는 서동마를 직접 계약 재배하여 원료로 사용하고 홍국, 클로렐라, 흑미, 호박 등 천연재료를 첨가해 건강과 함께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줍니다. 이유식이 한창인 아기들에게 안성맞춤인 마단호박죽 역시 현장 시식에 큰 호응을 얻고 불티나게 판매되었는데요. 물량이 부족할까 걱정된 방문객들이 일단 돈부터 꺼내 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농특산물 홍보에 뒤질세라 익산시 홍보담당부서에서도 부스를 차려 직접 홍보를 나섰습니다. 익산시 공식 SNS 계정을 팔로우하면 뽑기권을 배부해 즉석에서 뽑기를 진행하여 외식상품권, 추억의 간식 등 다양한 상품을 증정하였는데 매 시간마다 구름 같은 인파가 몰리면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음악분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는데요. 음악에 맞춰 화려하게 춤추는 분수들 사이로 무지개가 피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웅장한 음악분수의 모습은 영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녁시간이 지나고 어둠이 내린 축제장은 LED 조명이 더해져 화려한 야경을 뽐냈습니다. 형형색색의 국화색은 감춰졌지만 은은한 조명이 함께한 축제장은 가을밤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방문객들의 감성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오후 8시부터는 제8회 니트&한지섬유 패션디자인 경진대회가 열려 무대에 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의 열기를 더했습니다. 입김이 나오는 추운 가을밤 날씨에도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축제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는데요. 그에 따라 밤에 먹어야 더 맛있는 따뜻한 먹거리가 인기가 많았습니다. 찹쌀호떡, 수수부꾸미 등 다양한 간식거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국화축제장에서는 국화빵을 먹어줘야 제 맛이죠? 판매고 1등은 단연 국화빵 판매 부스였습니다. 익산시 우수마을기업인 함해국에서는 따뜻한 국화발효생강차, 국화차 등을 판매하여 축제장을 찾은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함해국 부스 앞에만 지나가도 향긋한 국화차 내음이 발걸음을 사로잡는데요. 국화 외 구절초 꽃차도 있어 향긋한 티타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제16회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에 놀러오세요! 익산시화인 국화는 불로장수 및 상서로운 영초로 시민 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청초한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 강한 번식력과 적응력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꽃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더 늦기 전에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에 오셔서 은은한 국화향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기획
  • 기고
  • 2019.11.01 16:33

[팩트체크] 여상규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의원 불법 사보임 했다”

자유한국당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패스트트랙 상정가결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국회의원(당시 원내대표)의 불법 사보임을 통해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 위원장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패스스트트랙 상정은 부결될 것을 가결로 둔갑한 의결”이라며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오신환 의원을 강제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에서) 사임시키고 찬성하는 채이배 의원을 보임해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법 48조 6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법한 사보임”이라며 “당연히 야당입장에선 저항할 수밖에 없었고 저항은 형법상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 그리고 책임성까지 조각될 수 있는 긴급피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법한 사보임을 한 문 의장과 김 의원을 먼저 수사하라는 게 우리 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 위원장의 말대로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일어난 사보임은 불법이었을까. △국회법 48조 6항 국회법 48조(위원의 선임 및 개선)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은 국회의장에게 상임위원 사보임을 요청할 권한을 갖는다. 국회의장은 사유 등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검토한다. 그러나 6항을 보면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인 4월과 같은 임시회기 중에는 위원 사보임이 불가능하다고 나와있다. 정기회기 중에도 위원을 새로 선출한 뒤 한 달이 지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교체가 가능하다. △여 위원장의 법 해석 여 위원장은 관련법 6항에 따라 오 의원이 질병 등 문제가 있어야 사임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즉, 오 의원 본인이 질병에 걸리거나 신상에 이상이 있어야 사개특위 위원직에서 사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4월은 임시국회 시기로 사보임이 불가능한 기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 위원장은 당시 사보임 조치를 직권남용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의 법 해석 반면 김 의원은 사보임의 사유를 ‘질병’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있다. 조항에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나왔기 때문에, ‘위원에게 질병 뿐 아니라 다른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치적인 사유도 해당한다. 사보임 시기에 대한 해석도 여 위원장과 다르다. 김 의원은 상임위원이 선임된 시기와 임시회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오 의원이 사개특위위원으로 선임된 시기가 4월 임시회기 이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사무처 판단 국회사무처는 지난 4월 전북일보와 통화에서 “국회사무처 차원에서 사보임 신청을 반려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교섭단체가 제시한 의견을 전반적으로 신뢰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사무처는 원내대표의 신청권한과 국회의장의 결정 권한 모두를 중시한다”고 부연했다. △기존판례 당론과 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견충돌로 사·보임을 당한 사례는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2001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일 때 “당론과 반대되는 표결을 한다”고 밝힌 뒤, 해당상임위에서 사임됐다. 이후 김 전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로 보임됐고, 환노위 소속이었던 박혁규 전 의원이 복지위원으로 선임됐다. 이에 김 전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2002년 한나라당의 조치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 내부의 사실상 강제’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정당이 상임위원 사·보임을 할 수 있다는 판례다. 다만 이 판례는 지난 2003년 국회법 제48조 6항이 신설되기 이전 사례로 김 원내대표의 사·보임 조치에 그대로 적용하긴 무리가 있다. 그러나 사보임이 무산된 사례가 아예 없진 않다. 한국당은 지난 2017년 6월 김현아 의원이 탈당을 유보한 채 바른정당에 참여한 것을 문제삼아 국토교통위에서 보건복지위로 사보임해줄 것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에게 요청했지만, 정 의장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전북일보의 판단 4월 당시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의 불법여부는 국회법 48조 6항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라는 단서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을 사법적으로만 판단하면 여 위원장의 해석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사보임은 사법적 판단보다 정치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다소 있었다. 지난 2001년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의 사보임과 관련한 헌재의 판결도 정당의 정치적 결정을 존중했다. 국회사무처도 올 4월 국회의장의 사보임 승인을 존중했다. 이 때문에 사보임의 불법여부를 사법적 차원에서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한국당은 문 의장의 사보임 허가 직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놓은 상태이다.

  • 기획
  • 김세희
  • 2019.10.30 20:12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용기, 시대를 건너가는 지적 인내

이런 문장들이 있다. 과거부터 쌓여온 뿌리 깊은 적폐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국민 행복도 국민안전도 이뤄낼 수 없다., 적폐들은 꼭꼭 숨어있어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지만, 드디어 드러났다면 이것은 적폐근절의 시작, 지금 바꾸지 않으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각오로 근본부터 하나하나 바꿔 가겠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의 묵은 적폐를 바로잡아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 가겠습니다!, 저와 정부는 우리 경제가 다시 회복세를 이어가고, 그 온기가 구석구석 퍼져 나가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입니다., 한반도에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일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우리가 힘을 모아 국가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했을 법한 말이겠는가, 아니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했을 법한 말이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2014년 7월 14일에 당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축사에 나오는 말들이다. 이런 문장도 있다.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다가 이제는 매우 위태롭다. 상황이 어떻길래 위태롭다고 하는지를 죽을 각오로 말해보겠다. 나라의 문화 풍토는 정해진 것만을 따르거나 프레임 씌우기로 더욱 나빠지고, 관직은 능력과 관계없이 나눠주어 나라의 이익이 되는 일은 없이 그저 월급만 받고, 정치는 생산적이지 않은 시빗거리를 만들어 거기에 나라 전체가 매달리면서 혼란스럽고, 온 국민은 과거의 규제에 묶여 신음한다. 적폐(積弊)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보이는 이 문장은 누구의 말을 정리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중에 나온 말일까?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중인 요즘의 누군가가 한 말일까? 놀랍게도 조선 시대 중기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말이다. 조선 시대의 학자들은 나라가 위태로워진다고 판단이 되면 목숨을 걸고 왕에게 그 폐단을 낱낱이 까발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상소를 하였다. 그 상소를 진시폐소(陳時弊疏)라고 하는데, 율곡은 세상을 뜨기 2년 전인 1582년에 선조에게 올렸다. 율곡이 적폐청산을 주제로 한 상소문을 올린 지 10년 후, 일본이 침략해 들어와 강토를 유린했다. 율곡이 임진왜란 전에 부르짖었던 적폐 청산을 437년이 지난 후의 대한민국에서도 듣는다. 우리가 지금 어느 정도로 망가지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말로는 이게 나라냐?도 있고 이건 나라냐?도 있다. 어느 진영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질 필요도 없다. 누가 옳든지 간에 나라 꼴이 말이 안 된다는 것만큼은 어느 진영에서나 동의하고 있지 않은가.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라는 말이 지금에서야 출현하였다면 차라리 다행으로 여기겠다. 그러나 이런 말투는 율곡의 시대에도 이미 있었다. 율곡은 나라 꼴이 말도 안 된다는 의미를 국비기국(國非其國)이라는 표현에 담았다. 국비기국(國非其國)이라는 말은 훨씬 더 오래전 중국의 고전인 『묵자』(墨子)나 『관자』(管子)에서 나오긴 한다. 나라가 행정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3년 정도 버틸 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나라라고 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주로 쓰였다. 율곡은 이와 달리 당시의 폐단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그 폐단들이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 말을 쓰고 있다. 즉 민심이 분열되고 권력이 간신들에 둘러싸여 혼란스럽다는 의미에서 나라가 나라 꼴이 아니다고 했던 것이다. 이전 정권들에도 맞고, 지금 정권에도 맞는 말이다. 우리는 분열된 민심으로 야기된 혼란과 간신들에 둘러싸여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게 된 권력자가 내린 비효율적인 판단들로 고통받고 지낸 지 이미 오래다. 율곡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440여년이라는 그리도 큰 시간의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것을 보면서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임진왜란 직전의 동인과 서인이 극단적이면서도 맹목적으로 대립하여 국가를 비효율 속으로 빠뜨린 것을 보면서 그것이 지금의 시대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또다시 놀라울 따름이다. 긴 시간 사이에서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거의 공유하는 짧은 시간 사이에도 유사함은 존재한다. 가장 앞에서 예로 들었던 문장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이지만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언론 장악, 낙하산 인사, 어용 지식인의 득세, 인사 실패, 꽉 막힌 불통, 협치 실종 등등, 거의 모든 것들이 다른 정권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명박은 자신을 노무현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문재인은 자신을 박근혜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겠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일들을 놓고 본다면 별 차이가 없이 대동소이하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노무현을 지지하는 세력과는 전혀 다르다고 할 것이고,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박근혜와 별 차이가 없다는 말에 경기를 일으키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 경기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 정치 지도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지자들도 모두 다른 척하면서 똑같다. 태극기 부대와 대깨문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다른 옷을 입은 같은 사람들이다. 지적 반성력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지도자에 대하여 감성적인 숭배를 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상숭배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임진왜란 직전의 동인과 서인,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적어도 율곡의 시대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고 깨달아 한 단계 크게 상승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물질적인 풍요나 국제적인 위상을 들라치면 어찌 그 시대의 그것과 같겠냐 만은, 시선의 높이랄지 세계와 관계하는 수준 혹은 태도는 지금까지도 여전한 점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같은 내용이 그때에도 있고, 지금도 있는 것이다. 구조적인 유사성 때문이다. 이것은 시간적으로 긴 계기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동시대 안에서 봐도 학습과 진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왜 정치적인 대립각 사이에서도 구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달라지지 못하는 것인가. 이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왜 수직적인 진화가 일어나지 않고 그 자리를 뱅뱅 돌고만 있는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수직적 진화를 가로막는 문화적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을 나는 한마디로 종속성이라고 말한다. 율곡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속성이 바로 종속성이다. 박근혜 시대와 문재인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속성도 종속성이다. 종속성은 사유나 생각이 자신 내부에서 생산되지 않고 외부의 것을 그대로 수용한 후 그것을 외부를 향해 집행하는 삶의 형태를 취하면서 스스로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사는 것으로 착각하는 상태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집단이 가진 생각을 내면화하여 그것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면서도 스스로를 독립적 주체로 착각하는 상태이다. 자신이 만든 것으로 삶을 채우려 하지 않고, 외부의 누군가가 만든 것을 빌려오거나 그것을 따라 만들면서도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이다. 지식을 생산하려는 도전에 나서는 것보다 생산된 지식을 수입해서 쓰는 것을 더 효율적인 것으로 착각한다. 내 삶의 방식을 내 자신으로부터 확인받지 않고, 주변의 동의에 더 의존한다. 기능적인 활동에 빠지느라 예의 염치를 쉽게 상실하는 상태이다. 태극기 부대나 대깨문으로도 표현되는 모든 빠들은 그 진영의 논리에 갇혀 그것을 진리화 하느라 예의염치를 상실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게 된다. 모두 종속적인 상태이다. 감각과 감성에 빠져 선동적인 행위를 일삼지 차분하고 논리적인 지적 활동을 하지 못한다. 집단적 광기와 우상숭배를 하는 것으로 존재적 위안을 얻는 허망한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본인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 이것이 바로 종속적 삶의 전형이다. 우리는 지금 이런 삶을 길고도 길게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물질적 풍요와 민주적 발전도 모두 이 종속성의 범위 안에서 한 발전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헌 말 헌 몸짓을 버리고 새말새몸짓으로 무장한다는 말은 다름 아니라 종속성을 극복하여 독립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독립은 영토나 정치적인 의미에 한정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시선이나 사유의 독립을 말한다. 종속적 사고는 당연히 진영에 갇히고 감각과 감성에 휘둘리는 경향을 보인다. 독립적 사고는 근본적으로 감각과 감성을 이겨낸 지적 사고의 형태를 띈다. 진영에 갇힌 사고가 비효율적이며 미래적이지 않다는 것은 진영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왜 벗어나지 못하는가. 감성적 확신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진영적 사고를 벗어나려면, 우선 진영적 사고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나 모든 각성이 일어나는 이 관찰을 시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관찰한 후에는 각성을 하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태도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일들을 해내지 않으면 앞으로도 긴 시간 우리는 율곡의 시대를 살며 선조의 무능을 견디다 임진왜란을 당하는 것과 같은 비극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감행하는 행위를 용기라고 한다. 따라서 용기는 매우 지적인 활동이다. 지적이라는 말을 단순히 학력이 높은 것으로 오해하지는 말자. 감각과 감성과 맹목적인 믿음에 빠지지 않고 곰곰이 생각할 수 있으면 지적이다. 감각과 감성에 갇혀 있는 사람은 지적이지 않기 때문에 용기를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도 용기를 지적인 인내라고 하는 것이다. 긴 시간 우리를 지배했던 종속성을 이겨내는 용기, 즉 지적인 인내를 발휘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박근혜와 문재인의 시대를 왕복할 것이다. 동인과 서인 사이의 싸움판 구도를 앞으로도 깨지 못할 것이다. 율곡의 경고를 앞으로도 동시대인의 것인 것처럼 반복해서 듣는 시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율곡이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지금이라도 지적 인내를 발휘할 수 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최소한 선조는 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정책들이 시대와 맞지 않아 날로 잘못되니 백성들의 의욕이 매일 소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간신들이 권력을 휘두르며 행세할 때보다 더 심합니다. ... 이렇게 계속하면 10년도 안 돼서 난리가 날 것입니다. ... 언로(言路)를 넓게 열어서 전하의 뜻과 다르더라도 많은 의견을 받아들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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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9 17:48

[통합과 분권의 '지방자치' 시대] ⑦ 유럽의 지방정부 관계자에게 듣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유럽은 봉건제도의 영향으로 각 도시의 자치권과 개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럽 또한 중앙집권체제의 대두와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중심도시로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었다. 이번 취재에서 만난 유럽의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거대도시의 확장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모든 대기업과 명문대학이 수도에만 소재해있는 한국의 상황은 특수한 것이라며 국가균형발전이 가능하려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현 시대에 걸 맞는 정치체계를 만들어 내야한다고 제언했다. 인터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각각 진행된 것이다. -유럽의 특징이라고 하면 수도가 아닌 도시가 나라만큼 인지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피렌체 또한 제가 온 전주인구의 절반 수준인 38만이지만 국제적 위상이 높은 편입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유럽 각 도시 인구가 굉장히 적음에도 자생력이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너무 큰 상황입니다. 유럽 국가들과 한국지방도시의 차이점은 어디서부터 생겨났을까요. △알프레도 에스포지토 피렌체 시 전략기획실장(이하 알프레도)=한국은 알면 알수록 단일체적성격이 강한 나라입니다. 국민들이 같은 이슈를 바라보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일까요. 그래서 도시보다는 국가가 발전하는 형태로 역사가 전개되어왔다고 느꼈습니다. 국민들이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역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게 결과적으로는 지방자치와 지방의 역사가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다고 짐작해봅니다. 물론 개인사견이지만요. 반면 이탈리아는 오랜 시간 각 가문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고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피렌체 인구가 적어보일 수도 있지만 토스카나 지방을 아우르면 그리 적은 인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죠. △요하네스 슈미드 오스트리아 지자체 연합 사무총장 대행(이하 요하네스)=오스트리아는 기본적으로 연방제 국가이고 한국은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과 권력이 주어지는 단방제 국가입니다. 한국의 고속성장과 각 기업이 갖춘 고도의 기술력은 빠른 인구증가와 도시화에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그 과정에서 지역이 소외됐다면 그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지요. 단순한 차이점 비교보다는 지방자치의 역사를 짚어보고 한국 또는 전북에 맞는 대안을 지방정부 연합체가 제시해야 할 시점으로 봅니다. -지방자치가 강한 국가의 단점이나 특색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알프레도=(웃음)지역감정이 굉장히 강합니다. 전북일보 취재진이 오기 전에 저 또한 한국이나 전북을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했는데 한국도 이탈리아처럼 긴 세월동안 지역감정이 있고 이것이 투표로 나타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전북이 있는 전라도와 경상도 간 지역감정이 강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더 검색해봤는데 투표성향을 제외하고 사회적으로 대놓고 표출되지는 않더라고요. 이런 현상은 이탈리아인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갈등(?)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이탈리아는 북부와 남부의 지역감정이 극심합니다. 실제 피렌체에서도 특정지역의 사람이 대학을 이쪽으로 올 경우 집도 못 구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요. 물론 지방끼리는 뭉치는 통합의 지방자치 실현 연대가 되는데 북부남부는 그게 어려워요. 역사적인 배경도 있지만 서로 각자 한 민족 한 공동체라는 의식이 적다고 할까요. 좋은 점은 인구유출이 그만큼 적습니다. 태어난 곳에서 죽음까지 함께하는 사람이 많죠.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높고요. △요하네스=오스트리아는 지역감정은 없지만, 지방선거가 과열되는 양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네거티브도 심하고, 마침 오스트리아 선거철에 오셨는데 지금 시내 곳곳이 시끄럽죠?(웃음). 그만큼 지역이슈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는 것이 지방의회의원들 이니까요. 비엔나 시도 마찬가지고 오스트리아는 시장이 곧 지방의회 의장이고요. 보통 시장은 경력과 연륜이 깊은 시의원이 선출됩니다. 이 중 일부는 중앙으로 진출하는 데 중앙으로 진출한다고 막 권한이 비대해진다기 보단 책임이 많아진다고 보면 되요. 그렇다보니 지방의회 선거가 국가의 가장 큰 이벤트입니다. -서울이 곧 한국이다. 할 정도로 한국의 모든 인프라는 서울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보시는지. △알프레도=한국인은 이동이 잦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울이 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 한 도시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산다. 그리고 다른 지방도시는 소멸위기에 있다는 것은 전망이 밝지 않은 현상임에 확실합니다. 우선은 먹고사는 문제를 지방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하네스=오스트리아는 2~3년 전만해도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때 느낀 것은 사람은 돈벌이가 있는 곳에 자연스레 모인다는 거예요. 쫓아내도 돈벌이가 있고 소비가 용이하면 그 도시에 사람이 모이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는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니 중앙정부와 긴 시간 논의를 거쳐서라도 서울에만 있는 인프라와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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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정
  • 2019.10.28 17:40

[뚜벅뚜벅 전북여행] 만경강 둑길 드라이브 : 가을나들이 가기 좋은 곳

황금빛 들녘 위로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은빛 억새 위로 만선의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곳. 그 찬란한 빛을 따라 바람을 벗 삼아 여유롭게 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덧 빨갛게 익어가는 홍시처럼 서해로 넘어가는 노을을 만날 수 있는 곳. 그곳은 바로 전북의 젖줄 만경강입니다.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에 어디로 갈지 망설여지게 됩니다. 그럴 땐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만경강 둑길을 달려보세요. 가을이 시작되는 만경강 둑길 드라이브 코스의 시작은 봄이 드나드는 물길이라는 지명의 봄개(봄나루) 춘포에서 시작합니다. 이곳에서부터는 둑길을 따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마음이 머무는 곳에 쉬셨다가 노을이 지기 전 만경강 1경(만경낙조)까지 달리시면 됩니다. 달리다 보면 유유히 흐르는 만경강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진 억새들을 만나실 수 있는데요. 자전거 도로가 있지만 차도를 달리는 자전거들이 종종 있으니 주의하셨으면 합니다. 1. 달리다 먼저 소개해드릴 쉼터는 춘포 문학 마당입니다. 이곳에는 익산 출신의 소설가 윤흥길, 시인 안도현, 시조시인 이병기 등의 문학비가 있습니다. 문학비들을 둘러보며 잠시 가을 시흥에 잠겨 본 후, 춘포 문학 마당 건너편 억새 쪽으로 놓인 계단을 따라 내려가 봅니다. 사람 키보다 훨씬 길게 자란 억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을 햇살 아래 찬란하게 빛나는 억새들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가을 속삭임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새들의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답니다. 가을 만경강 둑길을 따라가다 발길이 저절로 멈춰지는 곳, 바로 구 만경교(일명 목천포 다리 / 1928. 2 ~ 2015. 6)입니다. 만경교는 일제 강점기 드넓은 호남평야의 미곡 수탈의 아픈 우리 역사 현장으로 625 전쟁 때는 우리나라 해병대 설립 후 처음 작전을 펼친 곳입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속도를 내어 산, 들, 만경강이 붉게 물들어갈 만경강 낙조대로 향하실 시간입니다.(일몰 시간 체크는 국립해양조사원 스마트 조석예보에서 군산 일몰 시간을 미리 확인하시고 30분에서 전에 도착하면 좋습니다 / http://www.khoa.go.kr/swtc/main.do ) 만경 1경이라 불리는 만경낙조 주차장에 도착하시면 제일 먼저 이곳의 해넘이를 잘 표현한 노을아 피멍진 사랑아~라로 시작되는 안도현 시인의 만경강 노을 시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노을이 시작되기 전 낙조대에 올라 노을에 물들어가는 억새와 황금빛 들판 그리고 만경강을 감상해 봅니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깊은 가을과 함께 더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노을에 몸과 마음을 맡기시며 2019년의 안녕을 미리 경험해 봅니다. 이제 밤 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있는 만경 낙조대를 뒤로 한 체, 아름다운 만경강 노을과의 다음 만남을 기약해 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서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짭조름한 해풍이 만경 낙조대를 향해 갈수록 더 짙어지는 길. 그래서 어쩌면 그 향기와 노을이 우리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길. 바로 가을 만경강 둑길인 것 같습니다. /글사진 = 김찬권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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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8 17:31

[두근두근 전북정책]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구간’ : 금강의 벼룻길 비경을 보며 걷는 길

금강(錦江)은 굽이쳐 흐르는 물길이 마치 비단결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름다운 강이라는 의미입니다. 아름다운 만큼 전북의 천리길 중에는 금강을 따라 걷는 코스가 여럿입니다.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 뜬봉샘 둘레길에서 시작해서 진안 용담댐 주변을 걷는 감동벼룻길,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 2구간, 익산 곰개나루 둘레길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경치가 아름다운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구간을 소개하려 합니다. 금강은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해서 진안 용담호에 머무르다 흘러 무주, 옥천을 거쳐 대청호에 다시 모입니다. 대청호에서 흘러나온 물은 공주, 부여, 강경, 익산을 지나 금강 하구둑을 거쳐 군산 앞 바다로 흘러갑니다. 전체 강의 길이는 401km로 낙동강, 한강 다음으로 긴 강입니다.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구간은 금강 하구둑에서 328km 떨어진 곳인 무주군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시작됩니다. 마을 앞에서 강 쪽으로 내려가 둔치에 만들어 놓은 유평지구 습지를 지나 걸었습니다. 마침 억새꽃이 활짝 피어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강물이 보이지 않았지만 억새길을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지나는 길에 작은 연못도 있는데요. 연못에는 빨간 우렁이 알을 볼 수 있습니다. 길에서 만난 마을 어른 이야기로는 수입 우렁이 알이랍니다. 친환경 농업을 하기 위해 도입해서 농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답니다. 우리 재래종 우렁이는 어미 몸 안에서 알이 부화 되어 어미 살을 먹고 성장해서 밖으로 나온다고 하네요. 유평지구 습지 사이를 걷는 길이 운치가 있어 좋은데 물이 있어 계속 갈 수 없었습니다. 태풍이 지난 뒤라 배수가 되지 않아 길에 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다시 마을 입구로 돌아와 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도로에서는 강물이 보이기 때문에 강물과 습지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면서 걷는 길입니다. 유평지구 습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도로에서 내려가는 길과 만납니다. 이곳에서는 유평교를 이용해 물을 건너 반대편 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유평교를 건너서 오른쪽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강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강가에는 쑥부쟁이꽃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꽃이 가득 핀 금강 풍경은 평온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강물은 잔잔하게 흐르기도 하고 어느 구간을 지날 때는 소리를 높이기도 하면서 꾸준히 하류를 향해 흐릅니다. 금강변 마실길은 맑은 물이 흐르는 금강의 아름다움을 보며 걷는 길입니다. 강 건너편으로 우뚝 솟은 바위가 보입니다. 대문바위입니다. 대문바위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도록 강 안쪽으로 길이 있습니다. 대문바위는 대소마을에서 부남면으로 들어가는 대문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강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대문바위를 뒤로하고 조금 더 내려가면 다리가 보입니다. 덤덜교입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이 제법 세차게 흐릅니다. 이곳은 레프팅 장소로 이용하기 합니다. 다리를 건너면 부남면 소재지입니다. 도로를 따라 걸어서 부남면사무소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부남면사무소가 있는 곳은 대소마을입니다. 면사무소 앞 공터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마을 입구임을 알려줍니다. 둘레길은 마을을 지납니다. 이곳에서부터는 벼룻길 안내판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을 지나 나타나는 강변 벼룻길은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구간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곳입니다. 마을을 지나 벼룻길로 가는 길은 두 갈레 길입니다. 강변을 따라가는 길과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길입니다. 마을 안 길을 따라 오릅니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을 올라 마을을 벗어나면 들판이 나옵니다.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사과밭에는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고, 논에는 벼가 황금물결을 이룹니다. 배추는 금방이라도 김장을 담가도 좋을 정도로 잘 자랐습니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걷는 길입니다. 잘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사과밭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산길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 그대로입니다. 잠시 숲길을 지나고 나서 강 풍경이 보이는 벼랑길을 지납니다. 벼랑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구간입니다. 특히 맑은 강물에 드리워진 산 그림자가 인상적입니다. 숲길은 걸으면서 가끔 만나는 꽃이 반갑습니다. 잠시 꽃놀이를 하면서 쉬었다 갑니다. 구절초꽃을 오가는 나비를 보면서 충분한 휴식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숲길의 일부 구간은 벼룻길입니다.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를 지나는 비탈길을 말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이곳을 보뚝길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이 길은 일제강점기 때 굴암마을 대뜰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던 수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로의 기능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되었습니다. 부남면 소재지에 있는 학교를 오가는 길이었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이었습니다. 지금도 길가에는 수로였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벼룻길은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구간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벼룻길에 서면 금강이 오롯이 보입니다. 벼룻길에서 가장 멋진 풍경은 각시바위가 있는 곳입니다. 강물과 어우러진 각시바위 풍경은 절경입니다. 각시바위에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지는데요. 대유리 봉길마을에 시집와 아이를 낳지 못해 구박을 받던 며느리가 강 건너 벼랑에서 기도하다 함께 솟아오른 바위를 각시바위라고 부른다는 전설과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가 천의를 잃어버려 오르지 못하고 하늘을 그리다가 바위로 굳었다는 전설입니다. 각시바위 구간은 동굴로 되어 있습니다. 당시 물길을 만들 때 정으로 쪼아 만든 길입니다. 길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정을 쪼았을 수고로움이 느껴집니다. 동굴을 지나 뒤돌아보면 동굴의 또 다른 면이 보입니다. 고단한 땀이 배어있는 길이지만 그 덕분에 멋진 포토존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각시바위를 지나면서 바로 마을길로 접어듭니다.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구간 종점인 율소마을입니다. 마을 이름과 어울리게 입구에는 밤나무가 줄지어 있습니다.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구간은 금강 주변의 아름다움을 두루 만나면서 걷는 길입니다. 금강의 가을 정취, 금강 주변 마을의 풍요로운 가을 풍경, 강과 숲이 어우러진 벼룻길 절경을 두루 체험했습니다. 가을에는 전북의 천리길 어디라도 좋겠습니다만 다양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1구간을 걸어보길 추천합니다. /글사진 = 김왕중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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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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