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15 00:56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천재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듯…"아이들의 연주 열정 불 지피겠다"

세상만사 인연 아닌 것이 없다. 지휘자 유수영씨(41)가 엉겁결에 '클나무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전북도 어린이 교향악단에서 인연을 맺은 학부모들이 "교육 잘 받고 나온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며 성화를 해댄 덕분. "갈수록 줄어드는 클래식 인구에 창단했다가 이내 곧 사그라들고 말 것"이라는 회의 섞인 전망 때문에 그도 몇 번이나 머뭇거렸으나 지난 16일 1차 오디션을 치렀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굳이 전공을 하지 않아도 선발한 인원을 합하면 총 18명. 그는 "어린이교향악단을 졸업한 학생들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바이올린 연주자로 출발했다. 전주대 음악과를 졸업한 뒤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국립음악원에서 한 손에는 바이올린 활을, 다른 한 손에는 지휘봉을 잡는 생활을 이어가다가 "더 즐기는 삶"을 위해 체코 프라하 국립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어찌보면 반듯한 모범생 코스를 이어간 것 같지만 어린이교향악단·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거치면서 내공을 쌓았다. "아이들은 빨리 배우고, 새로운 시도를 겁 없이 합니다. 열정에 불이 붙으면 숨기지 않고 나누죠. 그래서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첫 번째 리허설과 실제 무대 공연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하는 것 같습니다."기교는 모자라도 관객과 교감하면서 편안하게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의 목표. "축구공을 보면 친구로 여겨야지 코치의 성난 얼굴부터 떠올려서는 되겠느냐"고 반문한 그는 "한국 연주자들은 입장할 때부터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이들의 연주는 잘하는 것은 차후 문제이고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이들겐 스트레스를 없애도록 타악기를, 성격이 급한 학생들에겐 묵직한 저음의 첼로를 권하는 방식으로 '성격 개조'가 이뤄진 아이들도 여럿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엘 시스테마'를 본 뜬 문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클래식 교육'꿈의 오케스트라'로 인해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포화 상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더 많은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공존하는 생태계가 될 때 클래식의 저변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 클나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다음달 6일 2차 오디션을 통해 12명을 더 선발한 뒤 7일부터 매주 일요일 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사용하는 공간에서 연습이 진행된다. 바로크와 고전·낭만주의와 때로는 현대음악까지 거침없이 연주 반경을 넓히면서도 단원들이 좋아하지 않는 곡은 과감히 접을 만큼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해온 그는 "바이올린이 '악보와 하는 대화'라면, 지휘는 '단원들과 하는 대화'"라고 전했다. 이들의 창단 연주회는 11~12월 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3.20 23:02

남원에 미술관 건립 공감론 대두

올해 환갑을 맞은 김병종 서울대 교수(동양학화가)가 자신의 모든 소장 작품 등을 고향인 남원시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남원에 가칭 '김병종 미술관' 건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김 교수가 남원에 기증하려는 작품은 회화 및 판화 700여점과 미술관련 희귀 자료 300여점에 달한다. 총 1000여점의 기증이 이뤄질 경우, 남원시는 그 액수를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귀중한 자산가치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생명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이미 타 자치단체의 경우 전남 신안군이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수화 김환기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안좌면 일대 1만2900㎡에 130억원을 들여 미술관 건립을 추진,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충남 금산군은 세계적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로 하여금 기념비적인 복합 문화회관을 건립해서 지역 문화예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경남 하동 등 여러지역에서 김 교수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 건립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김 교수는 고향인 남원에서의 문예부흥을 고집하고 있다. 김 교수가 고향에 작품 기증을 시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고향 남원은 만복사기와 심의당을 배출한 문예도시였고, 심수관의 고향이기도 하며, 춘향전과 흥부가의 탯자리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침체와 쇠퇴를 거듭하면서 남원의 존재감이 날로 미미해지고 있는 반면에 하동 구례 광양 곡성은 성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 남원의 문예부흥이 필요한 시점에 왔고, 이런 일은 도로를 넓히고 교량을 놓는 것 보다 시급하다"면서 "고향의 문예부흥, 생태문화예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내) 평생에 걸친 작품들이 남원을 빛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이와관련, 지역내에서도 김 교수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 마련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한 분위기다.일부 시민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가인 김병종 교수가 작품을 기증할 경우, 남원은 막대한 문화유산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며 "타지역에서 김 교수의 미술관을 짓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남원시가 미술관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원 출생으로 남원초등학교, 용성중학교, 서울대 미대 등을 거친 김 교수는 최연소 미대학장을 지낸 우리나라의 간판급 화가로, 김 교수의 작품은 대영박물관과 로얄온타리와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런 김 교수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그의 명저인 '화첩기행'의 첫회를 남원으로 정하고, 모교(용성중) 후배들의 유럽연수를 후원하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남원의 공공기관에 수억원대의 미술품을 기증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제24회 전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전시·공연
  • 신기철
  • 2013.03.19 23:02

【도립미술관, 송수남·황재형 작가와의 대화】송수남 "물 흐르듯 붓질"

일흔을 훌쩍 넘긴 송수남 작가의 천진난만한 미소. 덥수룩한 수염과 큰 덩치에서 풍기는 강인함과는 달리 깊은 서정성을 보여준 황재형 작가. '1980년대 예술운동 현장의 작가들'이라는 다소 무거운 전시 타이틀에 가려진 두 거목의 숨은 모습들은 의외였다. 이들은 지난 16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작업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냈다.△ 동양화가 송수남씨55년 만에 고향 전주로 내려온 송수남 작가는 유년시절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그는 남고산과 전주천을 놀이터 삼아 보내던 고향의 모습이 작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하지만 55년의 세월은 그의 외모뿐만 아니라 고향의 모습도 뒤바꿔 버렸다. "예전에 살던 집을 찾고 싶은데 너무 변해서 그럴 수 없다"라고 말한 그는 추억이 담긴 장소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는 고등학교 시절. 당시 도내에서 유일하게 미술교육을 했던 전주공업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다. 그는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한 것도 친구들의 영향"이라며 작업의 뿌리가 고향 전주에 있음을 강조했다.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전환한 계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철학이 묻어났다. 그는 "동양화와 서양화는 물성 자체가 다르다. 동양화는 물을 주로 이용하는데 물은 근본적으로 생명을 의미한다. 이런 것들을 탐구하는 게 동양화다"라고 말했다. 작업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물 흐르듯 그려야"라고 말한 그는 "그림은 계속 그리다보면 늘고 이에 따른 고민도 생기기도 하지만 고민이 풀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그는 외국에서 겪었던 일화로 화제를 돌려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1974년 스웨덴에 가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별로 인기가 없었다는 것. 이어 그는 다작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나는 다른 재주가 없다. 노름을 해도 돈만 잃고 그렇다고 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다시 한번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라며 다소 솔직한 이야기를 꺼낸 그는 "아이러니하게 실험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려 더 잘 팔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볼펜 대신 붓을 쓴다라고 생각하며 매일매일 연습을 해야 한다"라며 후배 미술인들에게 충고했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18 23:02

【도립미술관, 송수남·황재형 작가와의 대화】황재형 "실천해야 예술"

△ 서양화가 황재형씨"시대가 진실을 감추면 이것을 밝히는 게 예술가의 임무다."황재형 작가가 던진 첫 마디는 강렬했다. 탄광촌에서 직접 일을 하며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한 그는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보내온 순간순간을 들려줬다."광부의 실상을 알려면 그들과 함께 생활해야 진심이 묻어난다"며 광부가 된 배경을 설명한 그는 탄광촌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탄가루가 폐속으로 스며드는 고통을 참아가며 수만 번의 삽질을 반복했다"라며 "흰 쌀밥에 탄가루가 떨어져 검게 변했는데도 살기 위해 먹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3년간 3억을 모은 한 광부가 있었는데 직업 때문에 자신의 딸이 왕따를 당하자 독기를 품고 돈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이런 탄광의 비참한 생활들은 그의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비참함보다는 휴머니티가 더 눈에 띈다. 그가 처음 바라본 것은 어둠이었지만 탄광촌 생활을 통해 그곳의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그는 "아내에게 탄광촌에 들어가자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지만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려고 노력하자 서서히 적응해 갔다. 그리고 그들과 살을 맞대고 살아가며 열악한 현실이지만 희망을 볼 수 있었다"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공재 윤두서의 영향을 받은 그는 작품에서 정면성을 강조했다.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객을 향해 보내는 강렬한 시선은 그가 추구하는 진실을 대신 말해준다. 진보적인 작업을 하던 그는 "탄광촌 사람들만 그리다 보니 당시 보안대에 끌려가 사상검증을 받았다. 당시 매도 많이 맞고 협박도 당했지만 작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전북지역도 좋은 작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예술가 주변 사람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며 실천하는 예술가를 키울 것을 강조했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18 23:02

【전주시립합창단 제113회 정기연주회】춤·몸짓 곁들인 유쾌한 무대 '합창 고정관념' 깨다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전주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봄의 입맞춤과 사랑의 인사' 중반부, 객석에서 낮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검은 망토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합창단원들이 무대에 선 것. 경건함과 소박함이 녹아 있는 목소리로 '집시의 노래들','5개 히브리 사랑 노래들'을 부르며 백조를 연상시켰던 여성 단원들이 갑작스레 관능을 융합시킨 블랙 드레스로 바꿔 입자 백조와 흑조를 오가며 완벽한 무대를 그린 영화'블랙스완'이 연상됐다. 익산시립합창단 여성단원들까지 가세해 부른 '성스러운 노래들'(Songs of Sanctuary)에선 '리듬 퍼커션 앙상블'의 타악이 흥을 돋웠다. 모든 악기의 소리를 언어로 표현한 작곡가 칼 젠킨스의 이 곡에 몸짓을 곁들이고 어둡고 밝은 색감을 오가는 조명 효과로 입체감을 살려 다양한 볼거리를 선물한 것. 라틴 아메리카 민요'Un poquito cantas'가 시작될 무렵엔 공연 시간표가 거꾸로 돌아간 듯 했다. 황금빛 스카프를 두른 한송이(소프라노)씨와 장난감 기타를 든 박준현(테너)씨가 무대 안팎에서 깜짝 등장하며 너스레를 떨자 객석에서 웃음이 흥건하게 묻어났다. '라이언 킹' OST인 '사자가 잠든 밤'과 '사자가 옵니다'에선 한아름(소프라노) 조영수 김경은(알토) 신상권 유경우 심태섭(테너)씨의 엉거주춤한 춤과 과장된 몸짓이 포개어지자 톡톡 쏘는 청량음료를 마신 것 같은 즐거움이 더해졌다. 합창하면 무대에 가만히 서서 들려주는 노래를 떠올리게 되는 우리의 짧은 '음악 입맛'을 교정하게 해준 공연. 뒤늦게 입장한 관객들이 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김철 지휘자의 세심함과 인천시립합창단처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한 무대 기획력도 빛났다. 말끔하고 깨끗한 소리와 유쾌 상쾌 통쾌한 소리를 넘나들며 앙코르 두 곡까지 곁들인 정성치고는 관람료가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게 프로포즈할 커플들을 위한 이벤트는 '덤'이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3.15 23:02

서예·문인화에 담은 '마음 닦기'

철학종교적 세계관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표현하고 있는 석연 이승연씨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 서울관에서 '심흔의 묵향전'을 연다. (13~18일)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한문서예, 한글서예, 문인화 등 다양한 장르가 소개되며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의 한문서체와 판본체, 민체 등 다양한 서체들도 만나볼 수 있다. 연꽃, 바위, 매화 등의 다양한 소재로 한가롭고 조화로운 정취를 표현한 그는 여성 특유의 필치와 선으로 고요하면서 섬세한 안목으로 녹여진 부드러움과 따스함을 전한다. 문인화에서는 내용, 형상, 필력, 묵색의 조화를 통해 철학종교적 세계관을 담았다.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을 감상하고 이를 화폭에 담은 문인화를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혼탁한 세속에서 벗어나 맑고, 아름다운 자신의 심성을 닦는 수양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원광대 미술대학 서예과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전북대 대학원 박사과정(동양철학전공)원광대 대학원 박사과정(불교학전공)을 마친 뒤 원불교에 입교하면서 그동안의 작업방식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는 원광대 교수, 원불교미술인회 이사, 석연서예연구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14 23:02

전북작가 38명 작품 '한자리'…지역 미술계의 흐름 '한눈에'

지난해 7월 우진문화재단이 마련한 북경미술기행 참여했던 우진청년작가회(대표 김동헌) 작가들은 '북경 결의'를 맺었다. 798 미술단지 등을 탐방하며 중국의 미술문화를 직접 눈으로 접한 작가들은 작품 규모는 물론 완성도까지 갖춘 대작들에 눈을 떼지 못했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한국에 돌아와 함께 전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까지 도내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소규모 그룹전은 많이 열렸지만 지역 미술계를 이끌어 온 38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었기 때문.이들이 1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제1회 우진청년작가전'을 연다. 도내 미술의 흐름을 정리해 보고 서로 정보공유를 통해 앞으로의 작업 방향성을 모색코자 마련된 이번 청년작가전에서는 지역 미술의 변화무쌍한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대형그룹전에 걸맞게 100호 이상의 대작 위주로 구성된 작품 80여 점이 출품되기 때문에 전시도 장르별로 3번에 걸쳐 나뉘어 열린다.14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전시 1부는 조현동, 고기현, 고형숙, 김판묵, 박성수, 송지호, 안순금, 양성모, 이철규, 이홍규, 조병철, 탁소연, 홍경준, 김학곤 등 14명의 한국화가들이 첫 테이프를 끊는다. 이들의 작품은 전통산수화나 동양화에서 벗어난 강렬한 색감의 풍경, 누드, 추상화, 인물화 등 실험적 성격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한지 위에 옻칠을 한 뒤 순금을 입힌 작품 '상생(相生)-합(合)'을 내놓은 이철규 예원예술대 교수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자연의 모습과 조화를 이룰때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의 전통 인물화·추상화에서 벗어나 현대적 기법의 작업을 시도했다. 박성수씨는 지난 2012년 영은미술관 레지던시에 참가하면서 제작했던 '향나무'를 통해 단순화된 추상적 미를 선보인다.2부에선 서양화가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오는 24일부터 31일까지 채연석, 김가실, 김용수, 박시완, 양순실, 이주리, 임현채, 조헌, 주지오, 최정환, 황나영 등 11명의 작가들이 내놓을 작품들에서는 생활용품, 사진 등을 이용해 장르간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 눈에 띈다.특히 자신의 주변에서 버려진 생활용품 등을 이용해 캔버스에 꽃과 새를 표현한 김용수씨의 '융합의 서곡-2악장'은 실험적 성격이 돋보인다. "인공물과 자연물이 혼합해 만들어 내는 소리를 화면에 담았다"며 작업 동기를 설명한 그는 "전작인'융합의 서곡'의 연작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한국화적 요소가 더욱 강해졌다"라고 말했다.설치미술, 입체작품, 동양화 등이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4월3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3부에서는 김성석, 이효문, 강현덕, 김갑선, 김동헌, 김성민, 김승호, 박천복, 서희화, 윤길현, 이정웅, 임택준, 최수미 등 13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보여진다.책을 잘라 그림을 그리는 다소 특이한 제작방법으로 주목을 받은 서양화가 이정웅 전주대 교수는 시간의 흔적이 깃든 재료(책)의 색상과 질감을 이용해 조화와 문인화를 표방하면서도 민화의 해학성까지 가미해 한국적이면서 독특한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설치미술가 임택준씨는 나무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움직이는 모빌을 허공에 매단 작품 '꿈틀'을 선보인다.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만지고 변형하면서 하나의 놀이가 되길 바라는 그는 평면작업을 주로 해오다 3년전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며 주목받고 있다.참여 작가들의 10호 미만 작품들은 전시기간 내내 상설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이번 전시기획을 총괄한 이정웅 교수는 "이번 전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에 의미를 두고 앞으로는 다양한 실험과 주제를 정해 지역을 대표하는 전시로 키울 것"이라며 방향성을 설명했다.우진청년작가회는 지난 1992년부터 우진문화재단이 선정한 청년작가들이 만든 모임으로 도내 각계각층에서 지역미술계를 이끌고 있다. 개막식 14일 오후 6시. 문의 063)272-7223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13 23:02

소리문화전당, 후원금 끊겼다고 청소년교향악단 해체 수순 밟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청소년교향악단이 뜬금없이 '해체냐 재정비냐' 갈림길에 놓였다. 교향악단의 운영비를 부담해주던 후원회가 지난해 지원을 중단하자 소리전당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비를 부담해오다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빚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 6년 간 청소년교향악단을 이끌어온 상임지휘자 김종헌씨는 3개월 째 재위촉이 미뤄진 데다, 연습 재개를 앞두고 있는 단원 75명은 소리전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소리전당은 교향악단 재정비를 운운하며 내부 검토 중이라고만 할 뿐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어 해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정권엽 소리전당 경영지원기획실장은 "당초 후원회가 기획공연해외 교류 연주회 비용과 장학금을 포함해 거의 매년 2000~3000만원을 지원했다"면서 "하지만 후원회 운영진이 바뀌면서 관심이 소홀해졌고 당초 모임 취지와 달라 결별 수순을 밟았다"고 말했다. 2002년 '유스 오케스트라'로 조직됐다가 2004년 이름을 바꾼 청소년교향악단은 13세 이상 23세 미만의 청소년대학생들로 구성, 매년 4~5회 기획연주회는 물론 해외 교류 연주회를 이어오며 탄탄한 기량을 자랑해온 단체. 학업 문제로 들쑥날쑥하는 중고등학생들이 10명 안팎에 그치고 대학생들 위주로 꾸려지면서 청소년교향악단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도내 대학교 음악과 재학생들이 점점 줄고 있어 오케스트라를 조직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이들이 전문단체로 입단하기 전 오케스트라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컸다. 상임지휘자 김종헌씨는 "다른 지역의 경우 대학 졸업생들이 더 큰 오케스트라에서 두루 경험한 뒤 실력을 갖춰 시립교향악단 등에 입단한다. 청소년교향악단이 없어진다면, 도내 재학생들의 기량은 하향 평준화되고 졸업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각에선 한 때 청소년교향악단을 활성화 해달라고 주문하던 소리전당이 정작 규모를 키워가며 내실을 다지자 3000만원 안팎의 운영비 때문에 나몰라라 하는 상황을 두고 "예산은 핑계고 정작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질타하고 있다.그러나 소리전당은 도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교향악단이 결성될 때 기본 전제가 후원회 지원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새로운 후원회 발굴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쏟았으나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인권 대표는 소리전당에 쏟아질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청소년교향악단은 해체가 아닌 재정비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상 후원회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활동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3.12 23:02

환갑 맞은 화가, 첫 산수화 나들이

30여 년 붓질에 가속도가 붙은 것일까. 김병종 서울대 교수(60한국화가)가 난생 처음 산수화를 꺼내 들었다. 고요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그의 산수화는 '패러디'를 통해 개미나무복숭아 등 동물사물을 부각시킨 이색적인 산수화. 24일까지 서울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생명의 노래-산수간(間)'은 그가 새로운 '생명의 노래'로 마음의 풍경을 옮긴 자리다.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경향의 작품을 두고 그는 "시대가 광폭할수록 요구되는 것은 부드러움"이라면서 "전통 산수에서 쓰지 않는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변화무쌍한 생명의 표정을 담았다"고 했다. 산수를 모태로 보고, 생명체를 자궁처럼 포근하게 감싸도록 하면서 묵선 중심으로 그려지는 전통 산수에 반기를 들고 과감하게 색선을 끌어들인 것. 험준한 산맥 아래 개미 한 마리와 복숭아닭을 그려넣은 '개미 산수'나 폭포 옆 커다란 연밥과 학을 담은 '연밥 산수' 등을 보고 있노라면 회갑을 맞은 작가라는 게 신기할 정도. 2006년 쿠바브라질멕시코 등 남미 7개국을 누비며 색(色)을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강렬한 색감으로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노래를 표현하기도 했다. 원주민 문화와 이주해온 유럽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을 여행하면서 받은 영감을 화폭에 담은 작품 또한 가일층 화사하고 선명하다. 그림이면 그림, 글이면 글 못하는 게 없는 그에게 고향 남원은 그에게 무수한 영감을 준 공간. 산에서 닭이 푸드덕거리고 들에서 진달래가 불타오르는 색채 선명한 땅에서 청춘을 보낸 그는 자유분방한 색에 탐닉한 중년을 거쳐 이제 틀을 깨버리되 그 틀을 깨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자유로워지는 흑발의 장년을 내다보고 있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12 23:02

켜켜이 쌓인 삶의 순간 한우물 파듯 화폭에…

첫 사랑을 처음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기억, 연인과 이별하고 바라 본 하늘, 군대에서 보초근무 중 쏟아지던 별들.이런 모습들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각으로 머릿속에 자리한다. 이 모두가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들을 온전히 재구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다만 하나의 감각으로 뭉뚱그려져 남아 있을 뿐이다. 서양화가 김영란(52)씨는 이처럼 감각으로 기억된 과거의 흔적을 찾아 화폭에 새기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이런 그의 노력은 작업실 입구에 있는 사진과 여러가지 오브제를 붙여 만든 설치작품에서부터 두드러졌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그와 형제들이 함께 만든 이 작품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 진료 기록들과 예전 사진들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비록 어머니의 실체는 없지만 병원에서 사용했던 물건을 보면 아련한 감각으로 남아 있는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는 그는 과거로 시간을 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갔다.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다 딱 3년을 채우고 그만뒀다. 다른 사람들은 "왜 좋은 직장을 그만두냐"고 만류했지만 그는 이때가 아니면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곧바로 고향인 전주로 내려온 뒤 당시 지역에서 보기드물게 전위적인 작업을 선보였던'쿼터그룹'맴버로 합류했다. 그에게 쿼터그룹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등 작업에 대한 열정이 흔들릴때마다 그를 잡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최근 '화기애애'라는 그룹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작업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도맡아 한 것도 이때의 기억 때문이다.그러던 중 지난 2001년 그는 전북대 일반대학원 미술학과에 진학하며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나무, 꽃 등을 숯을 이용해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당시 그의 작업실이 노인정 바로 옆에 있어서 탄생한 것. 그는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그 위에 숯을 덧칠한 뒤 칼과 칫솔 등을 이용해 수백번 긁어내기를 반복했다. "작업실에 가면 매일 같이 어르신들을 관찰했고 그들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가 빠져나간 자리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라며 작업 동기를 설명했다. 이때 전시는 그가 감각으로 기억된 세월의 흔적을 화폭에 담아낸 첫 번째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두번째 개인전 '생명-그 겨울나기'에서는 다른 형태로 '기억'을 담아냈다. 고려청자를 만들때 사용되던 상감기법을 활용한 것. 낙엽, 나뭇가지의 형태를 점토를 이용해 캔버스에 새긴 뒤 이를 긁어내고 그 위에 다시 점토를 덧대는 과정을 수십차례 반복한다. "겹겹이 쌓아올린 무수한 색들은 오랜시간 퇴적과 생성을 반복한 이미지들의 깊이이며 지난 삶의 흔적과 시간의 흔적들을 기억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그는 애써 기억해낸 흔적들을 반투명의 색으로 다시 덮는 작업을 반복하며 하나의 감각으로 남아있는 기억을 되새겼다.기억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일상 위를 걸어보다'시리즈에서도 계속된다. 그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관능적 관조가 아닌 자신의 공간에서 밖을 들여다보는 호기심 어린 관조로 세상을 조명한다. 이는 그의 어릴적 기억과 맞닿아 있다. 유치원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가지 못해 당시 방안에서 바라봤던 바깥세상을 재구성한 것.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람, 자동차, 건물 등이 그의 화폭에 등장하는 이유다. 오는 6월과 7월에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일상 위를 걸어보다'시리즈를 올해까지만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에겐 아직 꺼내야할 기억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 "미술작업은 오랜 친구(기억)와의 만남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말한 그는 덧댐 작업으로 갈라진 손을 바라보며 다시 친구들이 그의 화폭으로 새겨지길 기원했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12 23:02

산수화 품은 합죽선…전주부채문화관 '김문철 바람전' 20일까지

자연의 섭리를 담은 산수화와 합죽선이 만났다. 전주부채문화관이 20일까지 열고 있는 기획초대전 '月山 김문철 바람展'을 통해서다.이번 전시에서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부채 선자장 김종식, 방화선, 조충익, 엄재수씨와 10명의 장인이 만든 합죽선에 月山 김문철 전주대 교수(64)가 산수화를 그려 넣은 작품 20점을 감상할 수 있다.변산반도, 지리산, 섬진강변 등 호남의 산하를 부채에 담은 김 교수는 자연의 섭리를 기반으로 동양적 산수 철학을 자신만의 화법으로 표현했다.자연의 형태 속에서 물질적인 실체만을 보는 것이 아닌 자연의 섭리를 바라보려는 그의 노력은 전통 산수화가 추구하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김 교수는 "나름대로 긍지를 가지고 초지일관 수묵화를 그렸지만 수묵의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며 "먹의 변용은 무한하기 때문에 작품에 임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김 교수는 전주대에서 재직 중이다. 한편, 부채문화관은 참여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창의적 상상력을 높여주는 문화예술교육'바람 바람 바람 커뮤니티'를 진행한다. 모집은 12일까지. 063)231-1774.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08 23:02

전주서신갤러리, 서울 화랑미술제 참가

전주 서신갤러리가 지역작가들과 함께 14일부터 4일간 서울 코엑스 D Hall에서 열리는 '2013 화랑미술제'에 참여한다. 10년 넘게 꾸준히 화랑미술제에 참가해온 서신갤러리는 이번에 이정웅 이희춘 류재현의 작품 100호에서부터 10호 미만의 소품들까지 모두 40여점을 출품할 계획이다.지난 1979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화랑미술제는 국내 아트페어 원조인만큼 쟁쟁한 화랑들의 경쟁 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90여개의 화랑들이 참가해 반절 이상이 한 점도 팔지 못한 상황에서도 선전한 서신갤러리는 이번에도 지역에서 검증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출품하는 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원광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이희춘은 오일 컬러에 곱게 갈아낸 돌가루를 개어 그린 '몽유화원도'를 선보인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장자의 도가 사상에서 영향을 받아 창작한 이희춘만의 무릉도원이 천 위에 환상적으로 펼쳐진다.영화 '반지의 제왕'속 마법의 숲처럼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류재현의 작품 'Road'시리즈는 녹색을 미묘한 차이로 채색해 풍부한 톤을 만들고 또렷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돋보인다.책을 잘라 그림을 그리는 다소 특이한 제작방법으로 주목을 받은 이정웅은 시간의 흔적이 깃든 재료(책)의 색상과 질감을 이용해 조화와 문인화를 표방하면서도 민화의 해학성까지 가미해 한국적이면서 독특한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08 23:02

풋풋한 봄 내음 물~ 씬

관현악단 연주가 한창 절정으로 치닫을 무렵, 객석에서 박수가 잘못 터지자 지휘자는 손을 내리고 미소를 가득 지으며 객석을 바라봤다. '단원들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신뢰의 표시이자 박수를 잘못 친 객석에 대한 배려였다. 거의 끝나가는 듯 하다가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곡들로 객석의 박수는 불규칙하게 쏟아졌으나 단원들은 숙달된 연습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타이밍'을 거의 정확히 맞췄다. 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만난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단장 류장영)의 신춘음악회'춘색만당'(春色滿堂)은 신선한 배반의 연속이었다. 일사분란한 팀워크와 탄탄한 합주력을 내세우면서도 팔색조 매력의 거문고 연주자 위은영·여류 가객 강권순·대금 명인 임재원씨의 화려한 개인기까지 곁들여져 창작국악곡이 아닌 정악이라는 다소 난해한 곡들로 자칫 지루하게 갈 수 있다는 기대를 단박에 무너뜨렸다.40여 명 남짓한 단출한 규모의 단원들은 마이크 없이 자신감 있게 우리 소리의 촘촘한 결을 내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풋풋한 봄의 역동성을 노래하는 '춘무'와 '이화춘풍 새봄이 들어'에선 맑고 경쾌한 음색을 얻어내다가 자연을 관조하는 우리 정가를 뒷받침하는 '청산별곡'과 '산천초목'의 곡 해석력은 단정하고 말끔했다. "밤새 감기가 들어 목이 안 좋다"던 박영순 창극단 부수석 단원의 '춘향가'에선 애달픈 춘향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너그러운 님(이몽룡)으로 변신했다가 적재적소에 추임새를 넣어주던 류 단장의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거문고 연주자 위은영 관현악단 수석 단원의 무대였다. 그가 연주한 거문고 협주곡 '강상유월'은 은은한 달빛 앙상블에서 거칠고 자유분방한 파격으로 이끌어 가속 붙은 오토바이를 타고 두 팔을 놓은 듯한 아찔함을 연상케 했다. 음향이 크지 않은 데다 울림이 짧아 비주류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거문고의 '무한도전'을 정면승부한 것이라 더욱 값졌다. 아쉬운 대목은 마지막 곡'울림'의 조합. 지루해할 지 모르는 객석을 위해 현란한 무용까지 곁들인 타악은 담백한 한정식에 톡톡 튀는 콜라를 내놓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로막았다. 쉽게 박수가 나오지만 굳이 만점 욕심은 내지 않는 모범생 같은 그런 공연이었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3.08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