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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남·황재형 '한국화단의 두 거목' 만나다

8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던 두 거목이 만났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은 7일 수묵화 운동과 민중미술운동을 대표하는 남천(南天) 송수남(75)씨와 '탄광촌 화가'라 불리우는 황재형(61)씨의 대표작을 모아 '1980년대 예술운동 현장의 작가들展'을 열었다.이번 전시를 주최한 이흥재 관장은 "1980년대 한국현대미술의 주요한 경향이었던 수묵화 운동과 민중미술운동을 대표하는 남천 송수남·황재형 선생의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자리"라면서 "16만 여 명이 찾은 세계미술거장전에 이어 이번 전시도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박성일 전북도 행정부지사도 축사를 통해 "왕성한 실험욕구와 탐구정신으로 끊임없이 한국 화단을 이끌어온 송수남 선생과 실천하는 예술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황재형 선생의 작품을 전북에서 만나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홍익대 교수를 역임한 뒤 50년 만에 전주 흑설골로 귀향한 남천 선생과 전북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는 황재형씨는 "예향의 고장에서 전시를 열게 돼 영광"이라며 짧은 소감을 전했다.이날 관람객들은 두 거목이 내놓은 80여 점의 작품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한국화가 나아갈 길에 대한 송수남씨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붓의 놀림'앞에서는 200호가 넘는 작품 규모에 압도된 듯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또 강원도 태백에서 광부로, 화가로 살아가며 가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온 황재형씨의 작품에서는 숙연함이 느껴졌다.지난 1938년 전주에서 태어난 송수남 화백은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를 역임하며 수묵화 운동을 주도한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황재형씨는 지난 1983년 가족을 이끌고 태백시 정동·사북 탄광 등지에서 광부 생활을 체험하면서 소외된 탄광촌 주민들의 삶을 독특한 형상으로 화폭에 옮겨 민중미술운동을 이끌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 찬 문화재청장, 박성일 전북도 행정부지사,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이치백 전북향토문화연구회장, 서예가 김종범, 문인화가 김화래,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강신동 전북미술협회장, 김두해 前 전북미술협회장, 이원복 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 국중하 우신산업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08 23:02

뚝심 있는 화가 2명 '따로 또 같이'

뚝심 좋은 황소를 연상시키는 한국화가 남천(南天) 송수남(75)씨와 텁수룩한 수염에 기골이 단단해 뵈는 서양화가 황재형(61)씨의 조우. 얼핏 봐서 잘 맞는 궁합일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1980년대 수묵화 운동과 민중미술운동을 주도한 두 인물의 궤적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7일부터 4월14일까지 여는 '1980년대 예술운동 현장의 작가들'전의 조합은 공교롭다.홍익대 교수를 역임한 뒤 50년 만에 전주 흑석골로 귀향한 남천 선생과 생애 처음으로 전북에서 개인전을 갖는 황재형씨는 예술의 근원을 묻던 작가들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따로 또 같이' 여는 전시에서 두 작가의 특장(特長)은 예외가 없다. '우리 시대의 수묵인'으로 꼽히는 남천 선생의 작품은 한국화의 방향을 심도 있게 탐구한 색다른 '이론서'라면, '탄광촌 화가'라 불리는 황재형씨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태백의 흔적을 섬세한 디테일로 살린 가슴 저릿한 '시'(詩)에 가깝다. 남천 선생은 선원근법이 사라진 평면, 중성적인 먹색의 사용, 군더더기 없는 선의 반복 등으로 표현한 현대적 수묵화 40여 점을 내놓는다. 200호가 넘는 '붓의 놀림'은 색동을 덧댄 뒤 색을 칠함으로써 한국화가 나아갈 길에 관한 오랜 고민을 역동력 있는 생명력으로 치환시켜 표현한 대작. 가로로 누워 있고, 세로로 서 있는 선 하나 하나를 통해 가장 우주적이고 영원한, 동양의 선(禪)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생애 처음으로 전북에서 개인전을 갖는 황재형씨는 대작 위주로 50여 점을 추렸다. 중앙대 미대 재학 시절 황석영·김지하 등의 글을 접한 뒤 구로공단과 창원공단을 돌면서 고단한 노동자들의 실상을 들여다본 그는 1979년 탄광촌에 처음 정착했다. 광부로 일할 때 탄가루 날리는 갱(坑)에서 달게 나눠먹던 점심을 잊을 수 없다던 작가의 '외눈박이의 식사'는 배부른 이에게는 각성을, 고단한 이들에겐 위로를 전한다. 산업사회의 유배지로 간주되곤 했던 탄광을 통해 인간의 애환을 가감없이 드러낸 그의 작품은 탄광촌을 담고 있되 그것을 넘어서는 울림을 전한다. 석탄·흙·돌가루 등을 사용해 두툼한 질감을 넣은 작품도 있고 유화의 광을 매끈하게 살려 그린 작품도 있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는 그림 속 주인공들의 눈망울은 우중충한 배경을 압도하며 빛을 발할 것이다. 개막식은 7일 오후 4시.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3.07 23:02

두 팔 없어도 선율따라 힘차게

지난 3일 오후 4시 전주전통문화관 한벽극장. 두 팔이 없어도 의수 끝 갈고리로 그린 석창우 화백(58)의 그림은 훨훨 날았다. 먹을 흠뻑 머금은 붓이 질주하자 거칠고 단순한 선이 순식간에 삼라만상을 풀어냈다. 전주전통문화관(관장 안상철)이 특별 기획한 석창우와 시가인의 동행'마음으로 그리는 노래'는 석창우 화백의 빠르고 힘있는 선과 풍류객들의 모임인'시가인'(詩歌人·대표 강숙현)의 느린 가곡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고요함을 선물했다. 석창우 화백·서예가 김문태·수필가 임경희·서예가 이만재·'시가인' 강숙현 대표 등 단단한 내공을 쌓은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오우보'(五友補)가 만든 첫 공연을 예향(藝鄕)의 고장인 전주에서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석 화백이 즐겨 다루는 소재는 축구를 비롯해 몸 움직임이 극렬한 스포츠. 감전 사고를 당한 뒤 오히려 "마음이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석 화백은 이날 느린 선율에 맞춰 뛰쳐나올 듯 거칠고 힘있고 살아있는 선으로 화선지를 메웠다."두 팔을 가지고 살았던 인생 전반부와 두 팔이 없이 산 인생 후반부를 비교해 보면, 후자의 세월이 훨씬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그의 고백은 관람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으로 기억될 것이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3.05 23:02

[그 주제 그 작가]1. 숲길의 생명력에 10년 넘게 몰입

진부함의 위기일까, 완성도의 결실일까. 장르 불문하고 어떤 예술가가 한 가지 주제로 계속해서 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진부함과 신선함의 애매한 경계에 스스로를 기꺼이 내놓겠다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획 시리즈 '그 주제, 그 작가'에서는 도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오랫동안 탐닉해온 주제를 통해 개성있는 작업 세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방식이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봤다.첫 번째 주인공은 '길'을 주제로 작업을 해온 서양화가 류재현(51). 완주군 구이면에 있는 그의 작업실로 가는 길은 화폭에 담긴 풍경만큼 평화로웠다. 그래서일까. 마을 어귀에서 늘어진 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들은 도심 속 고양이와는 달리 경계심이 아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낯선 이방인을 맞았다. 작업실에 들어선 그는 3월 코엑스 화랑미술제와 10월 프랑스 파리 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달 임실중학교 미술교사를 그만뒀다. 작업과 후학양성 모두를 잘하고 싶지만 이제는 여력이 안 따라준다. 인사를 건넨 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재생된 물건'이었다. 벌통을 재활용한 액자, 버려진 폐목재와 벽돌로 만든 침대책장 등 낡아 못쓰게 된 상태에서 생명력을 갖게 된 물건들은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와도 맞닿아 있었다.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다니던 시절부터 그의 일관된 관심사는 '길'. 그에게 길은 작품의 소재이면서도 작가적 삶을 대변한다.초반 그에게 길은 자연생명의 파괴 등 부정적 면만 부각됐다. 특히 그의 제자가 도로 위에서 교통사고로 숨지게 되자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극에 달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나에게 길은 죽음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당시 작업에서 길은 음영이 뒤집히거나 색감이 과장 돼 표현됐고, 길 위의 공간은 죽어간 생물들로 채워졌다. 역설적이지만 그의 이런 초기작들은 작업실에서 가장 밝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길에서 그가 기억하는 것들은 죽음, 즉 구체적 사건의 '결과'였다면 10년전부터는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스쳐간 도로가 아닌 숲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생명력에 눈을 뜨게 된 것.그는 숲길에 드리운 빛이 생명력을 극대화시킨다고 보고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활용했다. 특히 5월에 막 새싹이 피어나기 시작할 즈음 아침이나 저녁에 비치는 빛을 사진에 담아둔 뒤 세필을 이용해 최대한 사실과 똑같이 그렸다. 그는 "자연에 존재하는 나뭇가지, 풀 등 모든 것들은 허투루 나지 않고 그 자체가 완벽하기 때문에 이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그리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에 제목이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이 때문에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흰 캔버스에 검정색 바탕을 칠하고 점차 숲속의 밝은 부분들을 칠해 마지막에 가장 밝은 부분을 채색한다. 한 땀 한 땀 수놓 듯 일일이 세필로 작업을 하는 그는 "어두운 부분을 칠할 때는 작업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마지막 덧댐인 가장 밝은 부분을 칠할 때 쾌감을 느낀다"고 작업의 고됨을 에둘러 표현했다. 화제를 바꿔 지난해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레지던스 '시때 인터내셔널 데 자르(cite international des art)'에 참여했던 경험담을 들어봤다. 그는 "빈 방만 덜렁 있는데 참 막막했다"라고 첫 느낌을 전했다. 할 수 있는 프랑스어는 '봉 주르' 밖에 없던 그에게 이국땅의 첫 인상은 두려움. 하지만 그는 물감과 이젤 구입한 뒤 작업에 몰두했고 파리 시내 갤러리 돌며 "아임 페인터, 스테이 인 시때(I am painter, Stay in cite international des art)" 등 가능한 모든 외국어를 동원해 자신을 알렸다. 그 결과 '라자르 갤러리'에서 그의 가치를 인정해 작품을 구입했고 인근에 있는 '89 갤러리'에서 오는 10월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줬다. 유럽과 미국 미술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인 그는 파리에서 경험을 살려 천천히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는 15일 코엑스 화랑 미술제 참가를 시작으로 10월 파리 '89 갤러리' 초대전에 이어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출품할 예정이다."지역작가가 세계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한 그는 작업실 곳곳에 있는 '재생된 물건'처럼 그의 작업 또한 치유를 통해 생명력을 얻은 캔버스로 나아가길 바랬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05 23:02

독일 유학 첼리스트, 전주 귀국 무대

전주대를 졸업하고 독일 로스톡 국립음대에 유학중인 첼리스트 오국환 독주회가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한국소리문화의전당 주최로 열리는 이번 이번 독주회는 바로크-고전-낭만에 이르는 바하, 베토벤, 브람스, 파가니니의 곡으로 만나게 된다. 첼리스트 오국환은 바이올린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음악과 친숙하게 접했으나 고2 후반에야 본격적으로 첼로에 입문했다. 늦깎이 첼리스트 오국환은 첼로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남다르다. 대학시절 춘계정기연주회에 출연을 시작으로 전주챔버오케스트라, J-Art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다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2008년 전주시립교향악단 유망신인음악회에서 협연했다. 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단원을 역임하고, 필하모닉 첼리스트앙상블 단원으로서 전문연주가 역량을 키워왔다. 2010년 여름 독일 유학길에 올라 로스톡 국립음대에 입학해 올 여름 졸업을 앞두고 있다.2012년에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독일거장들과 함께하는 음악여행'과 2012여수세계박람회 여수시문화예술행사 '유럽거장들과 함께하는 Music Travel'(예울마루)에 출연하여 그의 스승인 요셉 슈왑(Josef Schw ab) 교수와 함께 연주했다.

  • 전시·공연
  • 정대섭
  • 2013.03.04 23:02

[우진문화재단 '신예작가초대전' 가보니]장르 벽 없어지고 주제 다양

전북 미술계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의 '제22회 신예작가초대전'이 지난달 28일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렸다. 최근 순수미술 지망생이 줄어들고 대학의 미술학과가 존폐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감각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열정이 한자리에 모인 것. 이날 전시장에는 한국화 이길빈(군산대) 손혜원(원광대) 최윤진(전북대) 서양화 최우수(군산대) 박진영(원광대) 김연경(전북대) 박고은(전주대) 조각 박창은(전북대) 환경조각 조은선(원광대) 한지조형공예 문수인(예원예술대)씨 등 10명 작가의'생생한 감각'이 살아 있는 작품을 보기 위해 100여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했다. 젊은 작가들을 추천한 김수자(원광대 서양화과 교수), 이철량(전북대 미술학과 교수), 고석인(군산대 미술학과 교수), 이철규(예원예술대 한지조형학과 교수), 이광철(전북대 미술학과 조교수) 등 교수진과 함께 지역 미술계 인사들도 참석해 유망주들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높였다. 김선희 우진문화재단 운영실장은 "신예들과 같이 지역 미술을 이끌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전시가 어느덧 22년을 맞았다"며 "매해 첫 전시를 신예작가와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를 통해 신진작가들의 작업 경향이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조은영 원광대 교수는 "이 전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 예상 못했지만 젊은이들의 열정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예전에는 장르 구분이 뚜렷했지만 갈수록 경계가 없어지고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미술계 현실에서 젊은 작가들이 작업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지역미술가는 "젊은 작가들 대부분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작업을 중도에 포기하는게 현실이지만 이들의 작업 동력을 이끌어 낼만한 묘안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전시된 작품들의 성향이 유명한 작가들의 방식을 차용하거나 리메이크 한 작품도 있다는 점에서 젊은 작가들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눈에 띄는 유망주들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고 이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출품작가 중 김연경씨는 끝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표현방식을 시도해 온 실험정신으로 관심을 샀다. '물과 기름'을 출품한 그의 테마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금속사진을 활용한 설치, 드로잉 연작 등을 통해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온 그는 다시 서양화로 돌아와 관계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심리물리적 충돌 상황에서도 인간이 유기적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인간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이어온 박진영씨는 '휴머니즘'을 통해 인간의 몸이 테두리 안에서 묶여 있어 억압을 당하고 이를 해방시키는 이중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내놨다. 김수자 원광대 교수의 평처럼 작가는 무수히 많은 선과 선을 교차시켜 해체를 통해 해방의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있다. 작업에 대한 그의 집중력과 꾸준한 노력으로 완성된 이런 교차와 겹침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있어 그의 작업 연속성도 기대해 볼만 하다.지난 1992년 시작해 지금까지 200여명의 젊은 작가들을 초대한 이번 전시는 13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김정엽
  • 2013.03.04 23:02

"내 꿈은…세상의 모든 곡 맛깔스럽게 연주하는 것"

피아니스트 손열음(27). 피아노 탐구생활을 통해 기다렸다는 듯 모범답안을 내놓곤 했던 이 연주자의 반전 무대가 기다린다. 1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지는 손열음 리사이틀.안전 운행보다는 곡예 운전에 가까울 만큼 작품은 물론 작곡가 이름마저 낯선 이들의 레퍼토리에 도전한다. 그는 "미식가들이 이 세상의 진수성찬을 다 먹어보기를 바라듯이, 저는 세상의 모든 피아노곡을 다 치고 나서 죽고 싶다"고 했다. 쇼팽의 친숙한 독주곡에 앞서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알캉의 '이솝의 향연'을 연주한다. 후반부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8번에 이어 러시아의 현존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연습곡 세 곡을 덧붙이는 방식. 알캉은 리스트·쇼팽과 교유했던 작곡가이며, 러시아의 카푸스틴은 프로코피예프 후세대 작곡가로 19세기 낭만주의든, 현대의 러시아가 됐든 관람객이나 연주자에게나 다채로운 표정을 불어 넣은 무대로 기억될 듯.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력은 물론 고전을 바탕으로 현대음악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선구안까지 그가 차세대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앙코르를 다 듣기 전까진 손열음을 안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의 앙코르 곡은 비장의 무기. 재즈의 색채를 손에서 놓지 않으며 단련한 눈부신 건반 감각에서 이번엔 어떤 흥취를 느낄 수 있게 될까. 손열음은 "콩쿠르처럼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나열해서 연주하는 것은 사절"이라며 "언제나 음악적 주제와 이야기가 깃든 연주회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3.01 23:02

CBS 고창 중계소 허가 '찬양의 하모니'

CBS 전북방송(본부장 최 인)이 고창 중계소(FM 96.3Mhz) 최종 허가 기념을 겸한 '2013 신년 음악회'를 연다. 올해로 52주년을 맞는 음악회는 교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찬양의 하모니를 전하는 신년 행사다.최 인 본부장은 "고창 중계소 허가는 안 될 줄 알고 신청했다가 갑작스레 주어진 행운"이라면서 "신년음악회를 이런 뜻깊은 일을 기념하는 자리가 돼서 더 큰 기쁨이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펼쳐지는 이번 음악회는 우리 가락의 새로운 변주를 시도하는 온누리비전국악앙상블(지휘 백성기 교수)의 잔잔한 선율에 맞춰 부안 출생인 김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테너)와 이은희 전북대 교수(소프라노)가 장식한다. 온누리비전국악앙상블이 신의 은혜로운 감화를 전하는 '나처럼 되신 하나님', '나의 주 나의 하느님', '사명' 등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면, 한국의 정상급 테너인 김 교수와 전북 성악계의 기둥 역할을 하는 이 교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 건너 봄이 오듯', '그대는 나의 모든 것' 등으로 희망의 열기를 이어간다. 특별 출연하는 이은희 교수의 제자들로 구성된 오페라 뮤지컬 종교 음악 등을 두루 소화하는 챔버 앙상블 단체 'Pretty Woman Ensemble'과 김예슬(전주예술중 무용과 강사)씨의 무용까지 더해져 다양한 매력의 무대로 꾸며진다. 문의 063)256-1012.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2.26 23:02

해외 명작대여전 노하우 '쑥~'…도립미술관 대외 인지도 '와~'

"유화로 착각할 법한 수많은 유색 판화가 전시돼 있었으나, 피카소 원작이 주는 아우라에 비견할 바가 못 되더라."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24일 막을 내린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에서 16만 여 명의 관람객들의 눈을 가장 많이 붙들어 놓은 작품은 피카소의 '앉아있는 남자와 누드'였다. 400억 대로 추산되는 고가의 작품 가격 덕분이기도 하거니와 원작이 전하는 거친 붓놀림과 화려한 색감이 주는 묘한 끌림이 통했다는 평가.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열린 비슷한 콘셉트의 해외미술거장전을 본 이들이라면, "타이틀에 낚였다"면서 원작이 주는 짧은 감동에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박수'와 '비난' 사이에 놓였던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은 그러나 지역 미술계에 숱한 화제를 남기면서 선방했다.일단 '첫 번째 박수'는 해외미술 대여전 경험이 전무후무한 지역 미술관이 대전시립미술관의 '모네에서 워홀까지'나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등이 열린 것과 비슷한 콘셉트로 짧은 시간 안에 세계미술거장전을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대형 기획사가 주도하는 다른 지역의 세계미술거장전의 경우 미술관의 역할은 대관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도립미술관은 유럽이 아닌 남미로 눈을 돌려 해외미술 대여전을 타진하고 가치 있는 미술품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쌓았다. 교육을 받은 뒤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전시에 관한 이해를 돕는 '도슨트'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도 뒤늦은 감이 있긴 하나 새로운 경험이 됐다.'두 번째 박수'는 대외적 홍보다. 서울부산대전 등과 비교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립미술관이 세계미술거장전으로 16만 여 명의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 수 있었던 것은 대외적 홍보에 관심을 쏟은 결과다. 김완주 도지사를 비롯해 도내 지역 시장군수 대부분이 다녀갔고, 전주지방법원장전주지방경찰청장 등 각급 기관장들도 전시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미술계에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꼽히는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은 물론 프랑스 상뜨티엔 로랑 헤기 관장 부부, 이종협 대전시립미술관장, 황영성 광주시립미술관 관장, 김현숙 제주시립미술관장 등도 세계미술거장전을 감상했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미술거장전 덕분에 전북도립미술관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미술계 인사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놓쳤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한 전시에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가 아닌 '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전'이 7위에 올랐다. 도립미술관 내부 인력이 아닌 외부에서 기획력을 빌리긴 했지만 전북에서 활동했던 초상화가 채용신을 재조명함으로써 "초상 미술의 미학적 전통을 한눈에 살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도립미술관이 올해 세계미술거장전을 재추진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미술거장전이 '2012 전북 방문의 해'에 맞춰 대형 이벤트로 추진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세계미술거장전 재추진 명분은 약해 보이는 데다, 국공립미술관이 상업적 목적의 전시를 위한 대관 전시장으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있어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상업적 목적의 전시가 반드시 잘못되었거나 나쁜 것이라기 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조직되고 작동되며 그 기획 과정에 대한 꼼꼼한 반성과 점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박천남 서울 성곡미술관 학예실장(前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모든 블록버스터 전시를 미술관이 다 기획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외부의 우수한 기획 혹은 게스트 큐레이터에게 전시 기회를 제한적으로 주는 것도 공립의 역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면서 "다만 그 횟수 제한과 내용 검토에 대한 내부의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기획사에 의한 대형 전시가 이어지면서 미술관 내부 전문 인력이 기획한 전시는 취소되거나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등 고유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도립미술관 예산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볼 때 지역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공공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전시 기획과 소장품 구입이 먼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미술경작전'의 경우 대전 충청 지역에 기반을 두거나 연고 작가로 주목 받는 40대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제작 의도를 읽어내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역 공립미술관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공성과 전문성을 높여 미술관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작품을 기증하고 싶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다. 전시든 컬렉션이든 교육이든 미술관 운영은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감안하면 학예실장(1명)학예연구사(3명, 1명 육아휴직) 등이 4명에 불과한 전북도립미술관의 경우 앞으로 무엇을 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흥재 관장은 "이번에 도립미술관이 입장료 수입(8억5000만원)은 또 다른 세계미술거장전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다른 기획전 혹은 소장품 구입 명목으로 재투자될 개연성이 적어질 것"을 걱정했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3.02.25 23:02

'더블베이스 남매' 연주 들어볼까'

한국 더블 베이스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연주자 성민제·성미경 남매의 '하우스 콘서트 더블 베이스 공연'이 22일 김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이번 공연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공간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어우러져 연주자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느낄 수 있는 자리다.성민제는 지난 2006년 16세 나이로 세계 권위의 마티아스 스페르거 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고, 2007년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쿠세비츠키 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제46회 독일 마르크노이키헨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는 등 세계 권위의 3대 국제 더블베이스 콩쿠르 중 2개를 석권하며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베이시스트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성미경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한 후 세계 권위의 독일 마티아스 슈페르거 더블 베이스 국제 콩쿠르에서 오빠 성민제에 이어 당당히 우승했고, 청중상을 비롯 협연자상, 특별상 등 총 5개의 상을 석권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이번 공연에서 남매는 바흐의 '프렐류드 모음곡 제1번', 베토벤 '비창 소나타 2악장', 쇼팽 '녹턴 작품9' 등 평소 귀에 익은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 전시·공연
  • 최대우
  • 2013.02.21 23:02

오페라 마당 '라트라비아타' 고창 무대

한국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 우리나라에는 '춘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가 고창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21일 저녁 7시 30분 화려한 막을 연다.올해는 특히 19세기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명성을 떨치며 '오페라의 황제'로 불렸던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더욱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공연은 고창이 낳은 전문오페라 연출가 유희문(사진)이 이끄는 '오페라 마당'이 격조 높은 무대로 선보일 예정,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서활란, 알프레도 역은 테너 전병호, 제르몽 역은 바리톤 박경준, 의사 역은 바리톤 박종선이 맡게 된다.유희문 연출가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 등 화려하지만 슬픈 러브스토리가 담긴 라트라비아타는 '동백 아가씨'라는 알렉산드로 뒤마의 소설이 원작으로, 동백의 고장 고창에서 상연되는 것을 더욱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군 관계자는 "보통 대도시를 중심으로 1000석이상의 규모를 가진 공연장에서 개최되는 오페라를 고창문화의전당 무대에 올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이는 고창군민의 문화의식 수준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결과"라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 전시·공연
  • 김성규
  • 2013.02.21 23:02

⑤세계미술거장전 경제효과는 - 관람료 수익만 8억5000만원

지난해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은 흡사 잔칫상을 엎을 뻔 했다. '2012 전북 방문의 해'에 맞춰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밀레에서 피카소까지'란 이름으로 기획된 세계미술거장전이 대여비가 초과돼 무산된 것. 유럽에서 남미로 눈을 돌려 가까스로 성사된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불안정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도립미술관의 팽팽한 힘겨루기 끝에 타진됐다.국공립미술관이 여는 대형해외전이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필요하긴 하나 미술관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상업적 규모화를 어느 선까지 바라봐야 하느냐의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해 10월 19일 개막해 올해 2월24일까지 연장 전에 들어간 세계미술거장전은 지역 미술계에 크고 작은 화제를 남기면서 전국의 수많은 관람객들을 집결시키는데 성공했다. '문화, 경제로 읽다'에서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의 경제적 효과를 살펴본다.지나친 기우(杞憂)였을까. 걱정과 달리 지난해 10월 개막한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는 전국에서 '구름 관중'들이 몰려왔다. 교과서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피카소샤갈마네로트레크앤디 워홀 등 거장들의 작품 130여 점을 통해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어서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지난 19일 밝힌 세계미술거장전 관람객은 15만5000여 명. 24일까지 전시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16만여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2년 전 대전일보대전MBC조선일보대전시립미술관이 주최해 5월25일부터 8월28일까지 연 '모네에서 워홀까지'에 13만 명이 찾았던 것과 비교해봐도 세계미술거장전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대전에 비해 완주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비수기에 해당되는 기간에 전시를 연 것이라 도립미술관은 관람객이 적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도립미술관이 당초 예상했던 관람객 규모는 5만여 명, 관람료 수익은 2억 정도에 그쳤다. 그렇다면 세계미술거장전의 경제효과는 얼마나 될까. 도립미술관에 따르면 추경 예산까지 편성 돼 총 9억4400만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세 차례에 걸쳐 항공편으로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 동승한 '꾸리어'(courie r 운반원) 비용까지 포함한 운송료 2억6000만원, 전시장 시설 보완과 공간 연출비 1억6000만원, 작품 보험료와 홍보비가 각각 1억4000만원 등이 차지했으며, 거의 무료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임차료는 1400만원 밖에 들지 않았다. 1000억대로 추정되는 작품 총액 중 1/100도 안되는 가격으로 해결한 것. 결국 도립미술관은 관람객 15만5000여 명의 방문으로 입장료 수익만 8억5000만원(오디오 가이드 대여비 5000만원)을 챙겼고, 제주도립미술관의 순회전까지 이어지면서 작품들을 베네수엘라로 보내는 운송비 중 5500만 원을 절감되는 효과까지 이어졌다. 그렇다면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모네부터 미국 팝아트 거장인 앤디 워홀까지 아우른 대전의'모네에서 워홀까지'展은 얼마나 들었을까. 프랑스 생테티엔 미술관의 소장작 가운데 엄선한 명작들을 내놓은 전시를 두고 대전시립미술관은 총 10억이 들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전시립미술관 3억5000만원, 조선일보 3억, 대전 MBC 2억5000만원, 대전일보 1억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일보 문화사업국이 주관한 예산 세부 내역은 '쉬쉬'했다.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영업 비밀이라 어느 곳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9월10일부터 12월10일까지로 이어진 '모네에서 워홀까지 부산전(展)'을 연 부산시립미술관조선일보사KNN 등도 전시 예산 세부 내역에 관해선 입을 닫았다. 이 같은 대형 해외거장전을 기획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10곳 안팎에 불과하다. 가급적 이윤을 더 많이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획사들은 대개 예산 총액만 밝힐 뿐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도립미술관이 초반 예산 집행 내역을 밝히는 것을 꺼렸던 이유도 세계미술거장전을 기획한 반디트라소문화교류연구소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도립미술관의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많은 관람객들을 동원해 양적 성장을 이룬 세계미술거장전을 두고 질적 성장까지 이어지진 못했다는 엇갈린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샤갈의 유화는 한 점도 없었고, 피카소의 유화는 단 한 점에 불과해 전시 제목에 "낚였다"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차라리 '세계미술거장의 판화전'으로 했다면 비난 받을 소지가 줄어들 수 있었고, 400억 대로 추산되는 피카소의 '앉아있는 남자와 누드'를 만나는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었다는 것. 때문에 이런 대형전이 미술의 대중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대개 기획사의 배만 불려주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국공립미술관의 자체 기획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취임한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이 "더 이상 해외미술 대여전을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일맥상통한다.'모네에서 워홀까지'展을 열었던 부산시립미술관 임창섭 학예연구실장은 "우리의 경우 전시와 관련된 모든 기획은 조선일보가 주도했고, 실상 부산시립미술관은 대관만 했다. 그러나 전북도립미술관은 상황이 달랐다. 기획사 도움을 빌리긴 했어도 전시 기획을 총괄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의 고충과 노고는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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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3.02.21 23:02

젊은 연극인들, 청춘에게 외치다

젊은 연극인들은 일터이자 집인 연극판을 어떻게 바라볼까. 선배들은 "연극이 현실보다 많은 걸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덜 말하기도 한다"며 칼끝을 피했다. 극작과 연출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강민형(23)씨와 은승환(24) 박경민(25)씨가 의기투합해 지난해 창단한 극단 아트 파티'비창' 은 '삶은 곧 놀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깔고 있다. 야타베 디카시의 소설'나는 하지 않았다'를 각색해 올린 지난해 첫 창단 무대는 거의 홍보가 안 돼 알음알음 온 이들이 축하해주는 형식에 가까웠지만, 올해부턴 욕심을 냈다. 민형씨의 말처럼 "'드림 에이지'(꿈을 꿀 수 있는 나이)는 20대든, 40대든 언제든 올 수 있다"고 여기는, 이 세상의 모든 청춘들을 위한 시리즈를 준비하게 된 것도 진중하고 무거운 기존 연극판에서 뭔가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다는 희망에서 비롯된 일이다.청춘들에게 바치는 연극 시리즈 1탄 '꿈의 대화'는 그러나 밋밋하게 이야기일 수 있다. 청춘의 방황과 고민을 보여주고 있는 그대로 전하는 방식으로 극적인 장면 전환이나 충격적인 장면은 배제했다. 경민씨는 "내용으로 볼 때 오랜 방황이 방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어떤 힘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고, 승환씨는 "형식으로 치면 자극적인 가짜 이미지에 익숙한 관객들의 입맛을 바꿔주고 싶어서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정단원 외에도 정상택(24) 김찬미(24)씨가 객원 단원으로 함께 선다. 공연은 15일부터 24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주말 오후 4시·7시30분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10-2305-2645. cafe.naver. com/artpartypathetique 한편 올해 안에 선보일 또 다른 청춘들에게 바치는 시리즈(2탄)는 도전하는 청춘을 보여주는 '청춘 블루스'로 장식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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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3.02.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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