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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수놓은 '웅장한 선율' 속으로

여러 번의 위기 속에서도 태조 이성계 어진과 조선 역사의 일부를 지켜낸 숭고한 결기가 곳곳에 서려있는 곳 경기전. 전주시립국악단(상임지휘 신용문)이 경기전 어진 봉안 60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 '숨결'을 올린다. 2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한범수류 대금산조 보존회장인 신용문 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의 대금 연주와 전통타악을 바탕으로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창작 작업을 하고 있는 타악연희원 아퀴의 연주로 문을 여는 이번 공연은 최명희 단편소설 '만종'을 바탕으로 시립국악원 상임단원 김수현이 작곡한 서곡 '풍패향(豊沛鄕)'을 시작으로 총 4장으로 이루어진다. '제1장 경기전의 창건' '제2장 경기전의 혼돈' '제3장 경기전의 공존' '제4장 경기전의 꿈'을 통해 역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경기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우리 음악으로 흐른다.'제1장 경기전의 창건'은 600년을 거슬러 올라가 땅을 다지고 기와를 올려 경기전이 창건되는 순간과 태조 어진이 모셔지는 순간을 음악적 상상력으로 그린다. 이경섭 한국창극원 예술감독이 작곡했다. '제2장 승풍파랑(乘風破浪)'은 우리 역사를 지키려는 선조들의 기개를 국악관현악의 웅장한 울림으로 담아낸 장.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는 계성원씨가 작곡했다.정동희 국악동인 5+ 대표가 작곡한 '제3장 공존'은 역사의 공간이자 시민들의 삶의 공간인 경기전의 두가지 모습을 단악장 형식에 녹여낸다. '제4장 영원한 풍패(豊沛)를 꿈꾸며'는 계성원씨가 작곡한 곡으로, 흥겨운 남도가락이 경기전 어진 봉안 600주년을 축하하며 왕도로 웅비할 것을 꿈꾸는 무대다.2006년 창단, 판소리합창이라는 공연형태를 전주만의 음악적 브랜드로 정착시켜가고 있는 전주판소리합창단이 제1장과 제2장, 제4장에 함께 한다.신용문 상임지휘자는 "경기전의 문화적 가치와 전주 문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이 공연이 한 부분을 차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9.28 23:02

[최동현의 명창이야기] (48)명창 김성수(1)-불구의 몸으로 소리판에서 살아남은 소리꾼

판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할 때였다. 당시 전라북도에도 소리를 들을 만한 남자 소리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제에 사는 김성수(1929~1993)와 정읍에 사는 임준옥(1928~1987)이라고 하였다. 임준옥은 임방울의 제자로 당시 정읍국악원에 있었는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고, 김성수는 김제에 있다고 하였다. 1980년대 초에는 남자 소리꾼이 참으로 드물 때였다. 전라북도를 통틀어도 이 두 사람 외에는 강도근과 홍정택, 이성근(명고수) 밖에 없었다. 이들 중에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은 강도근 뿐이었다. 홍정택과 이성근은 이미 무대에 서지 않고 있었다. 설 무대도 없었다.임준옥은 딱 한 번 만났다. 임방울의 <적벽가> '군사설움타령'을 불러주었는데, 지나치게 계면조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성수는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김제에 살던 친구의 어머니 회갑잔치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한쪽에서 소리판이 벌어져 어떤 남자 소리꾼이 흰 두루마기를 입고 소리를 하는데, 참으로 맛있게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바로 김성수였다. 얼마 후 나는 김성수의 집을 찾았다. 그는 김제경찰서 앞에 살고 있었는데, 북 위에 사설집을 올려놓고 소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설집은 <김연수 심청가>였다.김성수는 불운한 소리꾼이었다. 어디 가서 크게 박수를 받은 적도 없고, 흔한 명창대회에서 큰 상을 타보지도 못했다. 유명한 소리꾼에게 소리를 배운 적도 없어서 계보가 불분명하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그는 어릴 적에 앓았던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성치 못했다. 그래서 그는 오른쪽 발밑에 나무로 깎아 만든 받침대를 받친 뒤 신발을 신고 다녔다. 폐결핵마저 앓고 난 뒤에는 숨이 짧아지고, 상청이 많이 꺾였다고 하였다. 어느 모로 보나 각광을 받을 만한 소리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의 소리는 참으로 맛이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소리를 엮어나가는 솜씨는 대가의 기품은 없었지만, 최고의 기교가로 내세워도 좋을 만큼 멋이 있었다. 판소리계에서는 잘하는 여창보다 좀 모자란 남창이 낫다고 말한다. 판소리가 본래 남자들만 부르던 것이었기 때문에 남성중심적인 미학을 가지고 있어서도 그러겠지만, 남자 목소리가 아무래도 폭이 넓고 깊이가 있어서 훨씬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성수는 여기저기서 홀대를 받았고 견제의 대상이 되었지만, 판소리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김성수와 이런저런 인연을 쌓았다.김성수는 고창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 태어난 곳은 법성포이다. 법성포에서 태어나기는 했어도 바로 고창군 심원면 월산리 검당마을로 이사하여 성장했기 때문에, 고창 사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김성수가 어린 시절을 보낸 검당마을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소리꾼 진채선이 태어난 곳이다. 검당마을은 소금을 굽던 곳이어서 한 때는 매우 융성했다고 한다. 진채선의 집안에서는 이곳을 중심으로 대대로 무업을 이어왔었다. 그런데 김성수의 아버지가 이곳으로 이사를 하여 이곳에 터를 잡았던 것이다. 이는 아마도 당골판(무당의 관리 구역)의 매매와 관련된 듯하다.김성수의 집안 사람들은 대대로 음악에 종사했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 김기운은 대금의 명인이었고, 아버지 김용달은 판소리를 곧잘 불러 부안 출신의 기교적인 소리꾼인 신영채와 교우를 할 정도였고, 고모 김추월은 시조 명인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그러니 김성수는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분위기에서 성장을 했을 것이며, 자연히 소리꾼의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의 불편한 다리도 소리꾼의 길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차피 육체노동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불편한 다리 때문에 소리판에서는 번번이 폄하의 대상이 되었다. "명창은 첫째가 인물치레"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소리꾼으로 살아남았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10.09.27 23:02

[공연] 어린이들이 전하는 우리가락 등

▲ 제7회 어린이 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2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2004년 창단된 전라북도 어린이 국악관현악단의 제7회 정기연주회. 현재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 국악관현악단은 2008년 일본 오사카 초청공연을 비롯해 60여 차례 도내·외 지역에 초청됐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관현악곡 '초록빛 사랑의 노래'(작곡 이민수)를 위촉초연하는 것을 비롯해 고취악 '대취타(무령지곡)', 거문고제주 '출강', 정악합주 '유초신지곡' 중 염불도드리와 타령, 가야금협주곡 '박상근류 산조를 위한 가야금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 해성 명창·이생강 명인, 창극을 만나다-신 판놀음 '흥보가'25일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상설창극 '명인·명창, 창극을 만나다'에 남해성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전수조교)의 판소리 '흥보가'와 이생강 명인(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의 대금산조가 어우러진다. 고수는 정화영(서울시무형문화재 제25호 판소리고법 보유자). 민속국악원 단원들이 '흥보가' 중 '마당쇠 글 가르치는데~흥보 집 터 잡는 대목'을 창극으로 선보인다. 관람료 무료.▲ 마임동화 서커스극장25일 오후 7시 국립전주박물관 강당국립전주박물관이 '토요야간개장'에 맞춰 달란트연극마을의 최경식 마임이스트를 초대했다. 다양한 매직풍선과 환상적인 비눗방울쇼로 시작하는 이번 공연은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람을 묘사한 '공원에서'와 서커스에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묘사한 '서커스 극장' 등 여러 주제로 구성된 마임공연이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끌어낸다. 관람은 인터넷예약 및 현장접수.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9.24 23:02

수몰민의 애환…수묵의 화폭에 담다

"이제 막 진안에서 출발했습니다. 다시 연락드리죠."한국화가 김학곤씨(51)는 추석 명절을 보내고 이제 막 전주로 오는 길이었다. 전화 통화에서 만난 그의 목소리는 한결 여유롭게 느껴졌다. 전주 교동아트센터(대표 김완순)에서 26일까지 열리고 있는 김학곤 개인전 '고향 가는 길'은 수몰된 지역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흙냄새가 전해지는 듯한 고향의 향수가 수묵으로 표현됐다."내 고향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고향입니다. 한번쯤 고향이 그리워질 이 시기에 그려보고 싶었어요."고향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은 뿌리 없이 부유하는 뜬구름 같은 일. 진안 용담댐 건설로 수몰민이 된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고향을 담아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흑염소가 풀을 뜯고 있는 한가로운 마을. 이 곳이 바로 우리의 고향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또 누군가를 기다리는 고향 길은 언제나 추억으로 수런거린다. 이번 전시에선 고향 풍광을 조금 더 섬세하게 표현해 정겹고 포근한 고향 길로 안내한다.수묵화의 맑은 붓놀림에 조금 더 환한 색감을 더해 자신만의 실경산수화를 표현해냈다. 화려한 듯하지만, 절제된 색감이 조화를 이뤄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드러냈다."자연을 되도록 왜곡시키지 않고 그대로 느끼고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 위에 내 정서나 세상살이의 이야기를 덧씌워 보는 것이지요."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심원법 역시 시원한 느낌을 가져다준다."감 따먹다가 떨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은행나무 밑에 노란 책갈피 넣고 하는 추억들이 내가 기억하는 고향입니다. 그런 그리운 풍경들이 때론 바쁜 일상의 속도를 늦춰주기도 합니다. 느긋한 걸음으로 마을 앞 강변을 거닐 듯, 제가 보았던 풍경 앞을 함께 걸어주신다면 더없는 영광이겠습니다."원광대와 단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진안미술협회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예원예술대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0.09.24 23:02

[전시] 무의식과 욕망…또 다른 자아 찾기 등

▲ 무의식과 욕망…또 다른 자아 찾기 제40회 청년작가초대전 고기현29일까지 우진문화공간서양화가 고기현의 미키마우스는 극과 극의 이미지가 중첩된다. 늘 순진하고 귀엽게 웃을 것 같은 미키마우스 이면엔 고독과 쓸쓸함, 불안함이 읽혀진다. 이전 전시가 미키마우스를 정서적 위안의 상징물인 '수호천사'였다면, 이번 전시는 일종의 가상세계의 '악당'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다르다. 무의식과 욕망을 오가면서 또 다른 자아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 한지와 먹, 천연염료를 사용했다는 점은 같다. LED조명을 접목시켜 화려하면서도 한지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질감이 교차된다.고씨는 "'고3을 둔 엄마'와 '작가'라는 이중고를 견디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현대인의 정체성을 묻고 경종을 울리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 홍익대 미술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으며, '2005 대한민국 여성미술 대전 특선'(2005)과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대상'(2006),'평화미술대전 입선'(2008)을 수상한 바 있다.▲ 유승희 개인전 '꿈꾸는 애벌레'22일까지 공유 갤러리작은 애벌레가 힘찬 날개짓으로 하늘을 난다. 또 다른 자아를 꿈꾸는 애벌레는 느릿느릿 그 꿈을 향해 나아간다. 바탕에 풀잎을 그려 넣고 한지로 한겹 한겹 씌운 후 태우기 작업이나 채색과 나비의 형상을 그려 넣어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해냈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0.09.17 23:02

[공연] 재인촌 우듬지 '두 여자' 등

▲ 재인촌 우듬지 '두 여자'10월 10일까지 전주 경원동 우듬지소극장재인촌 우듬지의 창작 스릴러 연작 세번째 작품. 가족에게 헌신적인 한 여자와 옆집 부부싸움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 한 여자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엮인다. 화려한 조명이나 세트를 배제해 사람이 보여주는 겉모습과 그 속마음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 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정찬호 서준경 양세정 홍정은이 출연한다.▲ 전북정가연구회 '풍류와 정가의 밤'18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음악으로 마음을 수양했던 옛 사람들의 정신이 담긴 전통가곡은 휴식과도 같다.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루 소리산책' 102번째 무대에 전북정가연구회가 초대됐다. 이선수 대표를 비롯해 이오규 박옥선 최봉희 김달 이미옥 최진희 곽소리 박선옥 임은자 최유리가 가곡 중에서도 부드럽고 여성적인 분위기가 특징인 여창가곡을 들려준다. 반주는 이건석 홍종선 우종양 이오규 한진 홍선숙 김정수가 맡는다.▲ 원진주 정수인 김용화와 함께하는 '흥보가 놀아보기'17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혼례마당'시리렁 실겅 시리렁 실겅'. 흥이 가득한 '흥보가'와 한 판 걸판지게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전주전통문화센터 '해설이 있는 판소리'가 원진주(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정수인(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심청가 이수자) 김용화(국악뮤지컬극단 타루 동인)와 함께하는 '흥보가 놀아보기'를 기획했다.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이 중심. 류장영 단장의 해설이 함께한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9.17 23:02

[송만규의 섬진강 들꽃이야기] (21)패랭이꽃

조선시대의 양반네들은 갓을 쓰고 다녔지만 가난한 사람과 천민, 상인 등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패랭이 모자를 썼다. 이 때문에 '패랭이 숟가락 꽂고 산다'라든지 '밤에 패랭이 쓴 귀신 보일라'라는 옛말이 있는데, 이 패랭이를 거꾸로 한 모습과 닮은 꽃받침과 꽃잎으로 된 꽃이라서 패랭이꽃이란 이름이 붙었다.패랭이꽃은 잘 키우려고 자주 물을 주거나 거름을 듬뿍 주는 것 보다는 그냥 내버려두면 오히려 더 강하게 잘 커서 널리 퍼진다고 한다.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탁월한 적응력을 가지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작지만 예쁜 우리 꽃 패랭이, 그 꽃잎 위에 맺힌 이슬이 사라질 때면 함께 지고 말 꽃일지언정 지금 우리들 머리위에 씌워 놓고 싶다. 사회적 배경이 소위 출세한 삶의 연속성을 갖게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대, 10%를 위한 구조보다는 패랭이꽃처럼 그 어떤 것으로 부터도 자유롭고 주체적이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적인 그 모습이 진정성과 아름다움이 있지 않은가!혁신주의자였던 묵자는 봉건 귀족 계급을 편들고 입신출세하려는 자에게 '어린애만도 못한 지혜를 뽐내는 자' '남의 창고로 배부르고 남의 밭으로 취하는 자' 또는 '희대의 간악하고 간사한 위선자'라고 비난을 했다던데….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10.09.16 23:02

제31회 서울무용제 29일 개막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제31회 서울무용제'가 '춤으로 여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오는 29일부터 10월 1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무용제는 2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30일과 10월 1일 축하공연, 10월 3~5일 자유참가작 부문 공연, 7~17일 주 행사인 경연대상 부문 공연이 펼쳐진다. 축하공연에서는 지난 30년 간 서울무용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6개 단체를 초청해 그간의 무용제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올해 경연대상 부문에는 순헌무용단, 김광범발레단, 한동엽무용단, 최경실 스프링 댄스 시어터, 아지드현대무용단, 한(Han)댄스프로젝트, 태혜신카르마프리무용단, 툇마루무용단 등 8개팀이 참가해 대상, 우수상, 안무상, 연기상 등을 놓고 경쟁한다. 자유참가 부문에는 박한울 댄스 프로젝트, 김민희글로벌컨템포러리발레단, 제이 메이크 프로젝트(J make project), 정혁준무용단, 황수현 프로젝트 그룹, 이혜경&이즈음 무용단 등 6개팀이 참가한다. 최우수 1개 단체에는 내년 서울무용제 경연대상 부문 참가 자격을 준다. 무용제 운영위원회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지난 30년 간 서울무용제에 작품을 출품했던 안무가, 무용가, 평론가 등으로 인사풀을 구성해 오는 30일 공개추첨으로 심사위원단을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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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9.14 23:02

[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7)민감양식(Empfindsamer stil)

번역에 따라서는 '감정과다양식'이라고도 하는 전(前)고전시대의 독일지역 엠핀드삼머 스틸(Empfindsamer Still) 즉, 민감양식 클래식은 영어로 센시티브 스타일(sensitive style)이니 '섬세한, 감수성 진한 음악'이라고 하면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 같기도 하다.프랑스 갈랑양식 음악이 북독일 지역으로 옮겨지며 나타난 고전시대의 바로 전 음악이 민감양식이다. 이 시대 18세기는 정치적으로 왕족간 결혼을 통해 독일 왕족이 영국, 스웨덴, 폴란드 왕이 되고 나폴리는 지중해 반대편에 있는 스페인 왕이 지배하는 등 범세계주의 시대였다. 문화적으로도 프랑스인 볼테르가 프랑스어로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프러시아 프리드리히 2세 궁정에서 일하고, 이탈리아 시인 메타스타시오는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에서 일하는 시대였다. 음악 역시 독일지역 관현악 작곡가들이 파리, 런던에서 활동하고,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들과 가수들이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등 범세계주의 시대이었다.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프랑스의 갈랑은 독일지역으로 옮겨가며 갑작스런 화성변경, 빈번한 반음계, 흥분된 리듬, 열광적으로 말하는 듯한 선율 등이 강조되며 민감양식이 되었다. 민감양식 역시 감정표현이 중점이지만 바로크시대의 감정이론과는 차이가 있다. 바로크시대는 도식화된 감정이었지만 민감양식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훨씬 자유롭고 예민하였다. 문학에서의 당시 사조이었던 질풍노도(Strum and Drang)와 추구하는 이상이 같았다. 질풍노도의 이상은 개인의 자유, 천재를 발휘하는 예술가의 충만한 감정표현이 어떤 구속에도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으며, 민감양식도 천재의 개인적인 감정표현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하나의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감정을 조성의 자유나 갑작스런 대조 등으로 표현하였다. 다이내믹의 범위도 바로크음악에서 '테라스 다이내믹'이라고 하는 '점점 여리게' '점점 세게' 같은 단계 없이 p와 f 정도로만 표현되던 것을 민감양식으로 곡을 쓴 크반츠(Johann Joachim Quantz, 1697~1773)는 ppp에서 fff까지도 사용하기를 권하였다.민감양식은 가장 음악을 사랑한 군주로 알려지는 프러시아 계몽군주 프리드리히 대제의 영향도 크다. 베를린에 있는 대제의 궁전에서 C.P.E.바흐를 비롯하여 크반츠, 그라운(Carl Heinrich Graun, 1703~1759) 등은 대제와 함께 창작, 연주를 하며 민감양식 음악을 즐겼던 것이다. 프리드리히 대제 궁전에서 28년을 봉직한 후 함부르크의 여러 주요 교회에서 음악감독을 한 민감양식의 대표작곡가 J.S.바흐의 아들 C.P.E.바흐(Carl Phillipp Emanuel Bach, 1714~1788)는 "음악가는 자신이 감동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영혼으로부터 우러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음악이 할 일이다. (중략) 장식음의 필요성은 아무도 반박하지 않을 것이다. 장식음은 활기를 더해준다. 그러나 장식음의 과도한 사용은 맛있는 음식을 망쳐놓는 양념이 될 수도 있다"며 갈랑음악에서처럼 장식음을 너무 많이 사용하지 않기를 권한다. C.P.E.바흐는 독일지역의 피아노 전신인 건반악기 클라비코드(Clabichord) 음악에 이와 같은 미학으로 장식음들을 사용하였다. 그는 훌륭한 기악 선율은 노래하는 어법을 닮아야 한다며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선율보다는 듣는 이를 감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민감양식 작곡가들은 질풍노도 운동의 시인들, 문학가들과도 친했다. 따라서 그들의 시를 노래로 만든 독일지역의 예술가곡 리트(Lied)가 많이 작곡된다. 베를린은 18세기 후반 리트의 독특한 양식이 나타나는 중심이 되어 시를 노래하는 리트를 작곡하는 작곡가들이 많았다. 그들을 베를린악파라고 한다. 따라서 베를린악파의 리트에는 송(頌)시, 노래 부르기 위한 시 등의 가사는 다르지만 노래는 같은 선율이 반복되는 유절식(strophic) 노래가 많았다.민감양식의 유행은 또 민감양식 작곡가의 순수한 기악음악 선율에 가사를 붙이기도 하였다. 가사가 없는 기악 선율에 표현되어 있는 감정을 그에 맞는 가사를 붙여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갈랑양식으로 곡을 많이 쓴 텔레만, 런던에서 헨델의 뒤를 이어 활동한 J.S.바흐의 막내아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ohann Christian Bach, 1735~1782), 빈의 바겐자일(Georg christoph Wagenseil, 1715~1777), 만하임의 슈타미츠(Johann Stamitz, 1717~1757) 등도 민감양식의 곡을 많이 썼다. 특히 텔레만은 바로크 양식, 갈랑양식, 민감양식, 이탈리아의 로코코양식 등 많은 양식으로 곡을 썼다. 그는 그만큼 모든 양식에 노련했다. 이 민감양식 음악이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시대 음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이든은 민감양식의 대표 작곡가 C.P.E.바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스스로 얘기했다.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10.09.14 23:02

[공연] 애국 담은 선율 무대에 울려퍼지다

제3대 전라북도 도지사와 제2대 전주북중학교 교장을 지낸 석운(石雲) 김가전 선생(1892~1951).석운 선생은 일제강점기 3·1독립운동의 주도자로 옥고를 치르면서도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한 항일 지도자였다. 또한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후 신흥학교 교목으로 부임해 학생들에게 신앙과 민족정신을 일깨운 성직자였다.광복이 되자마자 이듬해에 전주북중학교 제2대 교장으로 취임해 배움만이 민족의 살길임을 주장, 지원자 전원인 1000명을 학생으로 모두 받아들이고 웅장한 교사를 지어 명문교의 기틀을 세운 교육자였다. 정부 수립 후에는 제3대 도지사로 취임해 전북대학을 창립하고, 6·25한국전쟁의 혼란 수습과 난민 구호에 힘쓰다 출장 중에 서거한 정치가였다. 그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는 '민족의 지도자'였던 것이다.석운 김가전 선생의 서거 60년을 맞아 추모음악회가 마련됐다. 14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칸타타 '강하고 담대하라'.전주시립예술단과 전북작곡가협회가 주최하고 예술기획 예루와 전주쳄버콰이어가 주관한 이번 음악회는 우리 지역 근현대사의 중심에 서있었지만 역사적으로 그 업적을 충분히 평가받지 못한 석운 선생을 음악으로 조명하는 자리다.박형보 시인의 작시를 맡았으며, 석운 선생의 조카인 김광순 전주대 교수가 작곡을 했다. 전주시립합창단과 전주시립교향악단, 소프라노 문자희, 테너 김재명, 챔발로 이경은이 함께 무대에 오르며, 김인재 전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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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10.09.14 23:02

올가을 '러시아 발레'가 몰려온다

발레팬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가을이 될 것 같다.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세계 최정상급인 러시아의 마린스키 발레단과 볼쇼이 발레단의 주요 무용수들이 대거 내한할 예정이기 때문. 먼저 한국을 찾는 것은 국립발레단의 초청을 받은 볼쇼이 발레단이다.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의 아나톨리 익사노프 극장장은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국립발레단과 주역 무용수들을 교환해 합동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오는 25~30일 국립발레단의 '라이몬다' 공연에 볼쇼이 주역 무용수들을 파견한다. 볼쇼이의 주역 무용수 마리아 알라쉬와 알렉산더 볼치코프, 떠오르는 샛별인 안나 니쿨리나, 아르템 아브차렌코 등이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한다. 또 발레의 거장인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이번에 함께 내한해 공연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리가로비치는 이번에 공연되는 '라이몬다'를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작을 토대로 화려한 테크닉을 극대화해 재창조했으며 1964년 37세에 볼쇼이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된 뒤 33년간 발레단을 이끌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시킨 장본인이다. 볼쇼이가 그리가로비치의 힘으로 20세기 말부터 명성을 높이고 있지만, 러시아 발레의 기틀을 다진 것은 마린스키 발레단이라 할 수 있다. 유리 그리가로비치 역시 마린스키 발레단 출신이며 150여년간 미하일 포킨, 안나 파블로바 등 전설적인 무용가들이 이 발레단에서 배출됐다. 마린스키 발레단은 한ㆍ러 수교 이후 2004년 공연까지 3차례 내한했으며 이번에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러시아연방문화부 등의 주최로 내한 공연을 갖게 됐다. 이 공연은 오는 11월 9~1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다. 특히 수석무용수만 50여명에 달하는 이 발레단에서 간판급 스타들이 대거 내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 발레리나로 꼽히는 울리아나 로파트키나와 다닐 코르순체프, 블라디미르 쉬클리아로프 등 남성 주역 무용수, 마린스키의 차세대 스타 발레리나인 알리나 소모바,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등이 내한해 '백조의 호수'와 '지젤'을 선보인다. 볼쇼이나 마린스키 만큼의 명성은 없지만 볼쇼이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마야 플리세츠카야가 만든 '국립 러시안 클래식 발레단'도 오는 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이 발레단은 볼쇼이발레단 출신 무용수들을 중심으로 모스크바 아카데미, 상트 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미 졸업생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내한해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발레 애호가 김혜진(20.여) 씨는 12일 "영상으로만 보던 그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볼 수 있게 돼 정말 기쁘고 설렌다"며 "마린스키의 떠오르는 스타인 알리나 소모바의 공연이 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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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9.13 23:02

"바이올린 선생이지만 우선은 바이올리니스트"

정준수 경희대 교수, 김현미 경원대 교수, 김현아 연세대 교수, 이경선ㆍ백주영 서울대 교수, 양고운 한양대 교수에서 김지연, 권혁주, 장유진, 신아라ㆍ현수 자매, 클라라 주미 강 등 연주자까지. 수많은 제자를 키워내 '한국의 도로시 딜레이' 또는 '한국 바이올린계의 대모'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61)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다음 달 4일 오후 8시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연다. "저는 바이올린 선생이기도 하지만 우선은 바이올리니스트죠. 때로는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말하기 민망할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연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주 활동과 교육 활동이 별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배우는 것도 많거든요. 그러나 연주 활동을 하지 않으면 저 자신이 퇴보되는 것처럼 느껴져요."지난 9일 오전 인터뷰를 나눈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자신의 음악 인생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2년부터 작년까지 한예종 음악원장을 맡는 등 교육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점을 잊은 적은 없다고 했다. "협연은 종종 했지만 음악원장이라는 보직까지 맡다 보니 시간이 많지 않아 독주회는 한동안 못 했어요. 올해 독주회를 열게 돼 기쁘지만 연습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요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웃음) 게다가 요즘 학교가 개강했잖아요. 그래서 조금 정신이 없네요."그는 이번 여름 외국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귀국하자마자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2주 동안 음악 페스티벌에서 교육 활동을 폈다. 김 교수는 이번 독주회에서 비탈리의 샤콘느, 김성기의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Lamentoso Ⅰ,Ⅱ,Ⅲ,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듀오 콘체르탄테, R.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이 중 김성기의 독주곡은 김 교수를 위해 만든 곡이다. "독주곡은 제가 2년 전 독주회를 열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부탁해 받은 곡인데 아직 연주를 못 했네요. 스트라빈스키의 곡은 줄리아드에서 공부할 때 배운 곡이지만 한 번도 연주를 못 해 아쉬움이 컸던 작품입니다. 슈트라우스의 소나타는 정말 낭만적인 곡이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곡이고요. 제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을 연주합니다." 김 교수는 특히 피아니스트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와 무대에 같이 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단순한 선후배를 넘어 친자매처럼 지낸다는 두 사람은 1990년대 초반에는 각각 연세대(이경숙)와 서울대(김남윤) 교수로 있다가 1993년 한예종 음악원이 개원하면서 옮겨 이 교수가 초대 음악원장을 지내는 등 나란히 음악원장을 역임했다. "언니는 1970년대 말인가? 제가 서울시향과 같이 동남아 순회 연주를 할 때 홍콩에서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친언니 친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어요. 언니가 이번에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회 때문에 바빠서 아직 제 독주회 곡을 같이 맞춰보지는 못했지만, 언니와 워낙에 듀오 공연을 많이 해서 호흡 걱정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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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9.13 23:02

[최동현의 명창이야기] (47)명창 박동진(2)-광대로 불러주기를 원했던 사람

박동진은 연습벌레였다. 박동진은 국립국악원에 근무하면서 날마다 새벽에 나가 소리 연습을 했다고 한다. 박동진이 부를 수 있는 판소리는 종류도 많았다. 판소리 전승 5가 외에도 창이 사라진 판소리 중에서 <변강쇠가> <배비장전> <강릉매화타령> <옹고집전> <숙영낭자전>을 불렀고, 성서 판소리를 창작해서 불렀다. <유관순전>과 <성웅 이순신>도 창작 판소리로 불렀다. 역사상 박동진만큼 많은 레퍼토리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 많은 소리들을 하려면 아닌 게 아니라 늘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동진은 언제 어디서나 요구하는 대로 바로 소리를 할 수 있었다.전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한고우회>라는 단체에서 박동진을 초청해 공연을 하게 되었다. 장단은 <대한고우회> 회원들이 맡았다. 행사 주최측에서는 박동진을 초청한 다음 공연장에서 바로 어디를 불러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박동진은 불러달라는 대로 아무 소리나 막힘없이 불렀다. 무대에 한 번 서려면 며칠씩 연습을 해야 하는 요즈음의 소리꾼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변강쇠가> 녹음을 할 때도 그랬다. 박동진을 만나서 <변강쇠가> 녹음을 하자고 했더니 바로 좋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러면 언제 녹음을 할 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무 때라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날짜를 잡고 녹음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세 시간이나 되는 <변강쇠가>를 중간에 한 번 쉬고는 한 번에 녹음을 마쳐버렸다. 물론 사설집을 보지도 않았다. 한 번 쉰 것도 고수가 장단이 삐어 한 번 쉰 것이었다. 그 때가 1990년 8월이었으니, 박동진이 일흔다섯 되던 해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기 한 몸 가누기도 힘든 나이가 아닌가? 그런 노인이 단번에 세 시간짜리 녹음을 마칠 수 있었던 저력은 오직 연습, 자나깨나 연습뿐이었을 것이다.이런 박동진도 목이 쉬어 소리를 못할 지경에 처하기도 했다. 그것도 전주에서의 공연 때였다. 무대에 나왔는데, 목이 꽉 쉬어 소리가 잘 나오지를 않았다. 박동진은 소리를 하다가, "이 놈의 목이 쉬어서 나오지를 않네!"하면서 노래를 계속했다. 그날의 공연은 소리보다는 아니리에 치중한 공연이 되고 말았다.박동진은 생전에 전주 무대에 서면 늘 두 가지를 말했다. 그는 자기를 전주 사람으로 봐달라고 했다. 물론 박동진의 고향은 전주가 아니다. 1916년 충청남도 공주군 장기면 무릉리에서 태어났다. 이것은 본인이 확인해 준 사실이다. 그런데 왜 전주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는가? 그것은 자신의 소리를 제일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전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충청도에도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판소리 청중들이 많았다. 이동백과 김창룡이라는 걸출한 명창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해방 이후에는 충청도는 판소리의 전승지에서 이탈하였다. 박동진 자신은 한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명창이 되었지만, 고향에서는 그 진가를 알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박동진은 전주를 좋아했다. 자신을 알아주는 곳이었기 때문이다.박동진은 또 자신을 '광대'로 불러달라고 했다. 스스로도 자신을 '광대'라고 했다. '광대'라는 명칭 속에는 온갖 천대와 그 천대로 인한 설움이 켜켜이 쌓여 있다. 조선시대 내내 광대는 최하층 천민으로서 온갖 천대 속에 살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예술가로서 판소리라는 뛰어난 예술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광대들의 자부심이다. 소리꾼들은 보통 광대라는 말을 아주 싫어한다. 요즈음은 그래도 판소리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광대라고 하면 바로 천민이라는 말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동진은 광대이기를 원했다. 자기가 광대가 아니었다면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었겠냐고 했다. 그러니까 박동진은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으로 광대로 불러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온갖 부정적인 의미가 따라다녀도 박동진은 자신이 하는 판소리에 자신이 있었고, 그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박동진이 별세한 지도 벌써 7년이다. 박동진과 같은 명창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서 그런지, 박동진의 욕이 늘 그립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10.09.13 23:02

[공연] 에버그린밴드 정기연주회 11일 전북예술회관서

'음악으로 언제나 젊은' 실버 브라스밴드 에버그린밴드(EVER-GREEN BAND, 단장 황병근)가 11일 오후 5시 전북예술회관 3층 공연장에서 '제8회 정기연주회'를 연다.에버그린밴드는 전국의 교도소를 순회하는 등 높은 곳이나 낮은 곳, 귀한 곳이나 천한 곳을 가리지 않고 음악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을 무대 삼아 300여회의 공연을 펼쳐왔다. 황병근 에버그린밴드 단장은 "도민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언제나 찾아가 공연을 통해 희망과 즐거움, 위안과 격려를 선사해 왔다"며 "동시에 에버그린밴드도 도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에버그린밴드의 '찾아가는 위문공연'이 박수와 춤이 어우러지는 흥미 위주의 연주였다면, 정기연주회는 1년에 한 번씩 단원들의 기량을 선보이고 악단의 음악적 위상을 보여주는 자리. 가요와 팝, 재즈와 라틴, 영화음악과 클래식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음악의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특히 이번 정기연주회에는 일본의 유명한 원로가수인 가와무라 준고를 초청했다. 일본 무사시노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재즈를 공부, 미국 카네기홀과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왔던 그는 현재 일본 동경에서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재즈 'Autumn Leaves'와 'New York New York' '노란 셔츠 사나이' 등을 부른다.지휘는 황병근 단장. 황단장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로 트럼펫 솔로 무대도 선보인다. 사회는 '교수 출신 가수'로 유명한 김종교씨가 맡았으며, 대중가수 김종윤씨와 소프라노 고은영씨도 초대됐다.에버그린밴드는 2003년 5명으로 발족됐다. 현재는 공연 한 번을 할 때마다 연주자와 스탭까지 30여명이 움직일 정도로 성장했다. 단원들은 황단장을 필두로 전국을 휩쓸었던 전주공고 밴드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경력만 해도 50년 안팎. KBS 경음악 단장과 SBS 서해방송 악단장을 지낸 박화실씨와 전북연예예술인협회 김용철 회장을 비롯해 음악교사와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공자들도 함께 하고 있다. 유일한 여자 단원인 박현자씨는 에버그린 밴드의 단무장을 맡고 있는 김수복씨와 부부. 단원들의 연령도 다양해 막내가 40대 초반, 최고령 단원은 79세로 음악으로 세대를 뛰어넘고 있다.황단장은 "관악에서는 젊은 힘이 솟구치는 듯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며 "섬세한 현악 클래식과는 맛이 다른 강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9.10 23:02

[공연] 지역예술단체 생기를 되찾다…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리프레시 시리즈' 기획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지역예술단체 교류사업으로 '리프레시 시리즈(Refresh Series)'를 시작한다.올해 처음 기획된 리프레시 시리즈는 지역 예술단체가 환골탈태(換骨奪胎)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지원금의 중복 혜택을 막기 위해 문화예술기금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한 순수예술 장르를 대상으로 한다. 단순히 재정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연을 분석하고 코디네이션을 통해 공연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무대·음향·조명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올해 주인공은 C.D.P무용단(무용)과 재즈피아(음악), 소리나무(국악). C.D.P무용단의 '그들만의 법칙'은 10일 오후 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공연된다.2000년 전북대학교 무용학과 졸업생들로 창단된 C.D.P무용단은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모든 멤버가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이들은 창작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안무를 구사하며 형상화 작업을 한다.'그들만의 법칙'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을 연극적 요소와 함께 표현, 현대무용의 난해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쉽고 재밌게 풀어낸 작품. 최재희 대표와 탁지혜 부대표가 안무를 맡았으며, 한유경 설륜성 박준형 최선 서혜연 배병엽 최민호 김세영 김윤아 박주은 이한나 양지혜 정다운 송엽 김수지 박현우 안유지 유영선 이유림 이주은 이승윤 정소희 채송화씨가 출연한다.재즈피아의 '재즈피아 인 클래식(Jazzpia in Classic)'은 11일 오후 5시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보컬, 피아노, 베이스, 색소폰, 드럼으로 1995년에 결성된 재즈피아는 클럽 라이브 활동부터 시작했다. 이후 재즈를 바탕으로 빅밴드, 클래식, 국악 등 여러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하며 다양한 색깔의 공연을 펼쳐왔다. 대중적인 곡부터 깊이 있는 곡까지 수많은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으로, 라이브 공연에서 더욱 매력을 발산한다. 이용희(피아노) 김민희 유세미(바이올린) 이수경(비올라) 한재희(첼로) 유경훈(기타) 박윤호(베이스 기타) 소병준(드럼) 윤라은(성악) 정민경씨(재즈보컬)가 무대에 오른다.소리나무는 전통의 계승에만 머무르지 않고 옛 것에 이 시대의 옷을 입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 국악인들. 12일 오후 5시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가을향기'를 공연한다.한국음악을 현대적 느낌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유승열(태평소·피리) 오정무(해금) 강은진(타악) 정지웅(대금) 김수현(건반) 이용선(소리) 유인황씨(타악)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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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10.09.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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