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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5)갈랑(Galant)양식(1)

클래식에서 누구나 친하게 느끼는 음악은 아무래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시대 음악일 것이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의 음악이다. 가사에 내재된 감정전달이 직접적이어야 함을 주장하던 바로크 음악은 한 세기 반 동안 다양한 음악으로 행해지면서 결국 다시 선율·화성·대위법이 복잡한 정교한 음악이 되었다. 대표적인 음악이 J.S.바흐 음악이다. 예술적으로, 기교적으로 정치해진 것이다. 시대적 분위기는 작곡가들에게 다시 간결하고 명쾌한 음악을 원했다. 농업, 제조업, 무역이 성장하면서 도시 시민계급의 부와 사회적 위치가 상승하게 되고 아울러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그들도 즐길 수 있는 재미있고 보편적인 음악을 원했던 것이다.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고전시대 음악이다.변화는 갑자기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전환기를 거친다. 바로크에서 고전으로의 변화도 전 고전(Pre Classical)이라는 전환기를 거친다. 바흐 타계 전 30년, 타계 후 30년 정도가 그 전환기이다. 바흐의 음악이 절정이던 때 30여년 전에 이미 새로운 경향은 나타났고, 타계 후 30여년을 거치면서 진행되는 새로운 경향은 지역에 따라 다른 명칭과 내용을 갖는다. 이 새 변화의 시기는 시대로 구분하기 보다는 양식으로 구분하는데 갈랑양식(Galant Style)과 민감양식(Empfindsamer Stil)이 그것이다. 전고전(前古典, Pre Classical)양식, 로코코(Rococo) 음악이라고 하는 음악이다. 따라서 후기 바로크와 전 고전, 고전 초기 음악은 어떤 의미에서는 경계가 없다. 이 양식들은 한 작곡가의 작품에도 자주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로코코라는 용어는 프랑스어 '로카이에(Rocaille)' 즉, '돌장식'이라는 말에서 유래하니 건물 윤곽을 돌조각 등으로 아름답게 치장할 때 쓰였다. 이 용어는 선율에 감미로운 장식을 넣어 노래하는 음악에 응용되어 갈랑양식이 되었고 프랑스 문화에 영향받은 유럽 북쪽 독일지역으로 옮겨가서는 감각이나 정서가 더 민감해진 민감양식이 되었다. 이런 음악은 바로크의 특징이 되었던 규범, 경직, 진지함에 대한 권태에서 나타났다. 규범주의는 많은 음악가들에게 권위에 배어있는 경직으로 느껴졌으니 권위는 왕이나 성직, 혹은 전통에 의한 권위 등 모든 분야의 경직성을 의미했다. 17세기 베이컨, 데카르트, 뉴튼, 스피노자, 로크 등에 의해 제창된 철학적, 과학적 사고로의 변화는 시민들을 이와 같은 경직에서 벗어나게 했고 이런 분위기는 교회의 권능에 대한 신앙을 약화시키며 대신에 과학이나 자연의 원리에 대한 믿음을 자리하게 하였다. 로얄 아카데미(Royal academy)를 설립하여 예술분야를 후원하는 취지로 50년 넘게 모든 예술분야를 관장·감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루이 14세의 죽음(1715년) 또한 권위의 붕괴를 의미하며 새로운 양식의 음악이 나타날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프랑스어 '갈랑(Galant)'의 사전적 뜻은 '부인에게 친절한'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품격이 높은' '훌륭한' 등이다. 아름다운 돌장식으로 우아하게 장식된 베르사이유 궁전과 파리에서 전개된 새로운 양식 갈랑은 그와 같은 의미의 몇 가지 새로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뚜렷한 것은 아마 음악의 감정적 내용이다. 쉽게 얘기해서 음악은 품격이 있으면서 즐겁기 위해 작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건반악기 선생이자 작곡가 튀르크(Daniel Gottlob Turk, 1750~1813)는 아마추어 교습을 위한 <클라비어 연주학교>라는 책에 바로크적 음악과 새로운 갈랑양식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써놓았다. '엄격한 대위적 양식은 - 귀에 듣기 좋은 음향보다는 기교를 듣게하는 양식이다. 자유로운 갈랑 작곡방식으로 작곡하면 - 기교적 양식보다 더 표현적이고 유쾌한 음향을 얻게 된다.' 바로크 전성기의 특징이 된 심원함, 진지함, 짜임새의 복잡함은 피해야 했다. 따라서 대위법적 음악은 기피되었다. 최상성부에 선율이 있고 그 선율은 간결하고 투명한 화성 반주로 받쳐졌다. 선율은 대개 4마디 혹은 8마디 정도인 짧은 동기(motive)로 구성되어 여러 번 반복되었다. 그리고 로코코 취향의 장식이 선율을 치장하니 트릴(Trill)이나 잔결꾸밈음(Mordent) 등 다양한 장식음들이 그 장식 역할을 했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기품있는 여인이 귀걸이나 목걸이를 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겠다. 갈랑은 '우아한'의 뜻이다. 우아함, 고상함이 음악에 생기를 주는 것이다. 이 음악은 보편성을 추구한 음악이어서 프랑스에서 받아들여진 후 베르사이유를 모방하는 독일지역 궁정들로 전해진다. 바로크시대는 이렇게 퇴조하는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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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0.08.31 23:02

[최동현의 명창이야기] (45)명창 홍정택-동학혁명군 대장의 후예

홍정택은 1921년 전북 부안읍 신흥리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웅표이다. 14세 때 부안에 들른 협률사를 따라나선 것이 판소리 수업의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5년여의 협률사 생활 끝에 변성기가 닥쳐 소리를 못 하게 되었으나, 곧 이기권을 찾아가 부안 월명사에서 이운학 강종철 홍용호 등과 5개월여의 공부 끝에 성대를 회복했고, 그 후 이기권을 수종하면서 소리를 익혔다. 이기권이 죽자 김연수의 우리국악단에 들어가 한동안 창극을 하면서 전라도 일대를 순회하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목이 우렁찬 데다가 고와서 '홍방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고 한다.그러나 다시 목이 상하여 1950년대 후반부터는 군산국악원을 비롯하여 정읍·대전·대구·논산 국악원 창악 강사를 거쳐 전주에 정착한 후 줄곧 전주에서 후진 양성에 전념해 왔다. 홍정택은 판소리가 절멸의 위기에 처했던 1970년대 전주의 판소리를 혼자 붙들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최승희 조소녀 전정민 조영자 윤소인 김소영 등이 처음 소리를 시작할 때 홍정택에게 배웠다. 1980년 전라북도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수궁가>로 전라북도 문화재로 지정되었다.1986년부터는 신설 개원한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판소리부 교수로 있었으며, 1991년 정년 퇴임한 뒤에는 전주 시내에 판소리 연구소를 내고 후진을 양성하다가, 이제는 연로하여 바깥출입을 거의 못하고 지낸다. 홍정택은 정정렬의 제자인 이기권(1905~1951)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는데, 홍정택의 판소리는 대체로 김연수의 사설을 차용하면서 이기권제로 부르고 있다.그런데 최근에 홍정택의 선대가 동학혁명 때 대장을 지냈던 사실이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있는 손태도에 의해서 밝혀졌다. 홍정택의 선대는 고창에서 살았는데, 증조부가 흥필현, 큰할아버지가 홍낙관, 할아버지가 홍계관이다. 홍정택의 큰할아버지인 홍낙관이 바로 고창현을 대표하는 손화중 포(동학의 집회소)의 휘하로, 집안 동생들인 홍계관 홍동관 등과 함께 장수가 되어, 농민군의 조직의 하나인 재인패와 당골패 등 천민 부대를 이끌었다고 한다.홍정택에 의하면, 증조부 홍필현은 동학혁명 당시에 대장이 되어 흰 덩(큰 가마)을 타고 다녔는데, 전주 완산칠봉에서 전사했다고 한다. 다른 동학혁명 관련 기록에는 홍낙관이 장수를 했다고 했는데, 홍정택은 홍낙관의 아버지인 홍필현이 장수를 했다고 하니, 서로 차이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홍낙관이 장수였는데, 홍낙관이 자신의 아버지인 홍필현을 큰 가마에 모시고 다니면서 받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홍낙관의 증조부 홍필현은 완산칠봉에서 전투 중에 총을 맞아 홍정택의 조부인 홍계관이 업고 내려오던 중, 증조부가 "나를 구하려다 너까지 죽는다."고 하면서 발로 걷어차 조부 혼자 살아왔다고 한다. 홍정택의 부친 홍순열은 고창에서 살면서 외가의 성을 따 김씨로 성을 바꾸어 살았다고 한다.홍정택의 형제는 7형제로 9남매였는데, 제일 장형이 홍두환이다. 홍두환의 딸이 지금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소리꾼 홍성덕이다. 홍두환은 순천 사람 이영민이 찍은 사진에 나오는데, 판소리사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홍성덕 씨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홍두환이 홍성덕의 아버지인 것을 알게 되었다. 홍두환은 고수였다고 한다. 이영민은 여러 명창들을 초청해다가 소리를 듣고 그 느낌을 한시로 적어 옆에 걸어놓고 소리꾼과 사진을 찍어 두었다. 여기에 나온다면 홍두환 또한 대단한 명고수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홍정택은 명창이었을 뿐만 아니라 명고수였다. 그의 사촌형 홍용호도 명고수였다. 그러고 보면 홍정택과 홍용호가 북을 잘 친 것도 다 집안 내력인 것 같다. /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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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0.08.30 23:02

[공연] 가을 부르는 '은은한 가야금 선율'

전북가야금연주단(대표 박희전)의 아홉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31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리는 '전북가야금연주단 제9회 정기연주회'.전북가야금연주단은 우석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현재 각 연주단체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로 2002년 창단됐다. 박희전 대표(전주시립국악단 가야금 수석)는 "오랜 세월 속에 다듬어진 가야금 선율과 이 시대 선율을 담은 다양한 음악을 통해 가야금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번 연주회에서는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하며 시대의 요청에 따라 그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가야금의 깊은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열두줄 전통가야금부터 '법금'이라고도 불리는 풍류가야금, 고음·중음·저음가야금, 18현가야금과 25현가야금에 이르기까지 무대에 오르는 가야금 종류만 해도 다양하다.연주회는 '강태홍류 가야금 산조'로 시작된다. 같은 계면조여도 지나치게 애조를 띠지 않고 경쾌하게 처리해 한을 흥으로 승화시켜 내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닮은 곡이다. 현재 전해지는 산조 중에서는 가장 복잡한 리듬형태로 구성돼 있어 기교가 요구된다.경기도 고양군의 농사짓기-김매기소리 중 새 쫓는 소리를 뜻하는 '훨훨이'는 표현을 위해 많은 음을 사용, 전통가야금으로는 연주가 까다로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명주실에 울리는 음향적 질감을 살리기 위해 개량가야금을 피하고 두 대의 산조가야금과 두 대의 풍류가야금으로 편성했다.가야금 3중주'모리'는 박범훈이 가야금을 고음과 중음, 저음으로 나누어 음역이 다른 세 대의 가야금이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을 작곡해 보고 싶어 만든 곡. 기존의 산조가야금보다 완전 5도 이상 연주될 수 있는 고음 가야금을 제작했으며, 기존 산조가야금과 범금을 중음과 저음 가야금으로 사용해 세 대의 가야금이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그밖에도 18현 2중주를 위한 '영상'과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투명인간'을 들려준다. 박희전 대표를 비롯해 박현주(공주대 출강) 유현정(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원) 신유경(전주시립국악단원) 장서령(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원) 이지은(전북도립어린이국악관현악단 지도교사) 김정은(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원) 황선미(전북국악강사) 장연희(전북국악강사) 구미나(숙명여대 대학원 재학) 채수연(우석대 국악과 조교) 이미리씨(우석대 국악과4)가 무대에 오르며, 조용안 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지도위원이 장구를 맡는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8.30 23:02

[공연] 정대석 선생 거문고 산조 선봬

▲ 연소희 거문고 독주회 - 29일 오후 7시30분 우진문화공간전주시립국악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거문고 연주자 연소희의 일곱번째 독주회.이번 공연은 기존 거문고 산조의 틀을 깨는 구조를 가진 '정대석류 거문고 산조'를 메인으로 '가곡'과 거문고 2중주 '일출'을 연주한다. 정대석 선생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다른 류의 자진모리 5괘에서 '중고제'로 연주되는 부분을 4괘에서 '드렁조'로 연주할 예정. 원래 독주곡으로 작곡됐지만, 거문고 2중주와 거문고와 가야금의 4중주 등 여러 가지로 재편성돼 연주되는 '일출'은 거문고연구회 동보악회가 함께 한다.▲ 제7회 영플룻앙상블 정기연주회 - 27일 오후 7시 소리전당 명인홀, 28일 오후 2시 장수 한누리전당 소공연장영플룻앙상블(지도교수 박영훈)은 전북대학교 음악학과 졸업생과 대학원생들로 구성돼 있다. 플룻 앙상블이라는 기악음악 분야의 저변 확대를 위해 아카데믹한 곡과 대중성 있는 곡을 레퍼토리로 가지고 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도내 군단위를 찾아가는 음악회도 꾸준히 열고 있다. 유은나 채수연 양혜진 배현명 김애리가 활동하고 있다. 홍수빈(피콜로) 최중원(바순)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2010 제13회 전주예술고등학교 무용과 정기공연 - 27일 오후 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전주예고(교장 정태표) 무용과(학부장 황희선)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인 한국무용, 발레, 댄스스포츠, 현대무용 등을 무대에 올린다. 첫 무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부채춤'. 고전주의 발레 '백조의 호수', 영화 '007'을 댄스스포츠로 재구성한 작품, 현대무용 '길을 잃다' 등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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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10.08.27 23:02

[전시] '재즈의 향' 에 色을 입힌다

▲ 김미아 개인전 '재즈의 향' - 9월10일까지 전주 수갤러리"비참한 현실 속 흑인들에게 블루스는 희망의 출구와도 같았습니다. 블루스가 재즈로 확산되면서 미국의 대중문화로 자리잡았지만 말예요."김미아 전주대 교수의 첫번째 개인전 '재즈의 향'. 영문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미국 흑인소설 전공자다. 그가 붓을 잡게 된 것은 클래식을 전공한 아버지와 바이올린과 성악, 서양화를 전공한 형제들 덕분이다."같은 과에 재직중인 교수와 미술 재료를 사러 다니다 보니,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점점 들었습니다. 밤을 꼬박 새워가며 그림 그린 날도 많았구요. 지인들은 조언이 당근과 채찍이 된 것 같습니다."그는 "기교는 부족하지만, 과감한 색채로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며"앞으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 영혼의 흑인 작가, Ralph Elison의 블루스 미학」을 펴낸 바 있으며, KBS 라디오 '노래의 날개'에서 '영화 속 블루스 그리고 재즈'를 맡아 진행했다.▲ 박영민 개인전'나무에게 듣다' - 29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나무결을 살려 세월의 더깨를 고스란히 살린 목가구들을 내놓았다. 작가는 "내가 나무를 빛내주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나를 빛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문 손잡이도 개성을 살려 각각 삐뚤빼뚤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과 전북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을 수상했던 그는 한국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숙 개인전 '오늘 바다에 비가 내린다' - 29일까지 전주교동아트센터사춘기 소녀는 라디오와 함께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소녀는 붓을 잡는 화가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외롭고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형상화. 박경리의 시 '히말라야의 노새'를 비롯해 '솔베이지의 노래' 등이 초록의 희망으로 태어났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0.08.27 23:02

[전시] 때론 삐딱하게 때론 강렬하게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마르셀 뒤샹은 후기 모더니즘 미술의 선구자다. 그의 작품 '샘(fountain)'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하고 자문하도록 한다.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은 것 뿐이지만, 이는 20세기 최고의 예술품이 됐다. 뒤샹이 예술작품과 일상용품의 경계를 허물었기 때문이다. 뒤샹이 변기를 통해 진정 이야기하려는 것은 사물의 성격과 내용은 가변적이며, 환경과 맥락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품을 둘러싼 관념적인 시각이 의심받지 않지 않는 현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미술그룹 CAC가 열고 있는 '1917년∼2010'전은 뒤샹의 사고 방식에서 출발한다. 참여작가 구성하 김병철 김영봉 김효경 박정흠 이미영 이종철 한 진씨는 작가들의 삶의 흔적이나 시대정신을 투사시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데 주안점을 둔다.구성하씨는 추상미술의 거장 빅토르 바자렐리처럼 착시효과를 이용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일광으로 채워진 수영장 물을 바라보며 나의 의식, 지각을 작품으로 그려낸 '싱크로 나이즈'를 내놓았다. 김병철씨는 개념미술가 조셉 코수스의 '세 개의 의자'를 통해 사진과 실제, 사전적 의미의 것으로 풀어낸 것에 착안했다. 그는 '다섯과 하나의 나'를 통해 축구선수 박지성이 공을 차는 모습을 5가지 관점(무의식·의식·인식·사고·관계 맺기)으로 표현했다. 김영봉씨는 독일 사상가 발터 벤야민에 주목했다. 벤야민은 도시를 공포와 혐오의 대상인 동시에 존경과 환상의 장소로 여겼다.'진흥 하임빌 시리즈'는 작가가 사는 집의 옆 건물로 여섯 가족이 사는 다세대 주택. 생존과 노동, 삶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도시는 발터 벤야민의 인식과 같이 한다. 박정흠씨는 데미안 허스트의 해골 작품에 착안, 화려하고, 간결하며, 강력한 표현으로 삶과 죽음, 진실, 사랑이라는 주제로 전시해오고 있다. '당신이 꿈꾸던 세상보다 더 아름다운 이 때라고'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동경과 경외감의 표현이다.루이스 브루주아의 작품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불화로 인한 경험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미영씨는 '우렁 키우기 - 부케 가족'을 통해 어머니 부재로 인한 불안, 공포,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가명)와 같이 제도화된 사회를 비꼬는 게릴라식 전시를 해왔다. 인도와 네팔 여행한 이종철씨는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두는'삐딱한 관계'를 내놓았다. 한 진씨는 요시모토 나라의 얼굴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반항하는 듯한 얼굴 이면에 외로움이 묻어난다. 전시는 31일까지 서신갤러리에서 열린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0.08.27 23:02

[공연] 조소녀 명창·이현자 명무…창극무대 한마당

이 시대 최고의 명인·명창과 함께 하는 창극 무대.옛 전통 판놀음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무대로 옮겨온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이용우)의 대표 브랜드 '신 판놀음 열두마당'이 '춘향가'를 가운데 놓고 조소녀 명창과 이현자 명무를 초대했다. 28일 오후 3시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최근 몇 년 사이 건강이 좋지 않아 무대에 자주 서지 않았던 조소녀 명창의 오랜만의 공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답게 자신의 장기인 '춘향가'를 펼쳐낸다. 극적이면서도 부침새와 기교가 다양한 것이 조소녀 명창의 특징. 그래서 볼거리 들을거리가 풍성하다. 고수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인 이성근 명고가 맡는다.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후보로 지정된 이현자 명무는 왕과 왕비가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뜻에서 췄던 '태평무'를 선보인다. 우리나라 춤 중 가장 기교적인 발짓춤을 가진 '태평무'는 정중동의 미적 형식을 가진 완벽한 춤으로 평가받는다. 이현자 명무의 '태평무'는 웅장함과 화려함이 더욱 돋보인다.민속국악원 국악연주단은 창극 '춘향가'을 올린다. '광한루에서 방자가 춘향하게 건너가는 대목부터 사랑가'까지 '춘향가'의 가장 맛깔스러운 대목을 챙겼다.'신 판놀음'은 민속국악원이 창극과 판소리 전문기관의 특성을 살려 판소리 다섯바탕 중심으로 제작한 새로운 공연양식. '열린 창극'과 더불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하고 있다.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 문의 063) 620-2328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8.27 23:02

[공연] 고려대 관현악단 전주 온다

1970년 창단, 대학 관현악단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고려대학교 관현악단(지도교수 마동훈, 회장 서승한)이 전주를 찾는다.28일 오후 6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고려대학교 관현악단의 '제38회 정기연주회'. 고려대 오케스트라가 몇 년 전부터 기획해 온 지방 순회 연주회의 일환이다. 고려대 관현악단 교우회장은 "단원들이 활동영역을 넓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하기 위한 자리인 동시에 문화가 살아있는 전북지역에 고려대를 감성적으로 알리기 위한 자리"라고 소개했다.이번 전주 연주회에서는 왈츠와 폴카를 중심으로 한 우아한 선율이 특징인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오페라 '박쥐', 그가 남긴 세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아름다운 선율과 치밀한 구성력, 풍부하고 시적인 내용으로 가장 유명한 생상스의 '바이올린협주곡 3번', 브람스만의 감수성이 빛나는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한다.지휘는 카셀 국립대학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김영언씨. 현재 경원대 음악대학 교수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씨가 협연한다.재학생 단원과 졸업생들을 합치면 6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인 고려대 관현악단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힘은 재학생들과 졸업생 교우회의 끈끈한 유대에서 나온다. 재학생 오케스트라는 '고려대학교 관현악단'으로, 졸업생 오케스트라는 '고우오케스트라'로 구분해 부르지만 고우오케스트라 역시 매년 정규 레퍼토리로 무대를 가지고 있다. 2009년에는 고려대 오케스트라 후원회가 결성돼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다.지도교수인 마동훈 미디어학부 교수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대학생들로 구성돼 있어 조금 아쉬운 점도 있지만, 단원들의 남다른 열정과 헌신으로 더 진한 감동이 있다"며 "최고의 실력보다 최고의 노력을 더 높이 평가해 주는 사회를 꿈꾸며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에게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도휘정
  • 2010.08.27 23:02

[전시] 일본 찍고 돌아온 전주 한지의 '은은한 멋'

전주 한지의 우수성을 알린 문화상품들이 전주에서 다시 전시를 갖는다. 사단법인 한지문화진흥원(이사장 이상칠)이 전주 교동아트센터(대표 김완순)에서 열고 있는 '전주 한지 공예 및 한지사 문화상품기획전'은 전주와 자매 결연을 맺은 가나자와시에서 열린 교류전의 연장이다.참여작가는 김혜미자 김완순 최옥자 신경자 송미령 김옥영 한경희 노은희 우주연 윤규상 이명희 이순애 김영옥 윤영선 김정화 설순남 배복남 전태임 류완하 이향란 김송이 위선옥 김윤적 조충익 이준엽 최영재씨.종이 우산, 한지함, 지승 항아리 등 작가들의 손끝에서 대물림된 귀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종이 우산은 1980년대 이전까지는 많이 사용했으나 비닐 우산이 나오면서 사라졌다. 기름을 여러 번 먹여 물이 배어 들어가지 않게 한 것이 특징. 48년간 지우산만 만든 윤규상씨는 '매화문 지우산'으로 '제33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입상해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한지 공예가 김혜미자씨는 한지 색실상자를 내놓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의 100년이 넘은 규방공예를 재현한 것으로 옛날 양반집 규수와 아낙네들이 겹겹이 종이를 접어 색실을 넣어 두고 바느질 도구 등을 보관하는 데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 아름답다.종이를 꼬아 엮어 만든 지승 항아리는 한지 공예가 김옥영씨의 작품이다. 쓰다 버린 폐지나 파지 등을 가지고 물에 풀어 녹인 다음 밀풀을 섞어 점토처럼 만들어 항아리로 만든 것. 이렇게 만든 항아리는 단순한 구조이면서도 부조적인 효과와 질감 표현이 두드러진다. 한지로 만든 와이셔츠, 넥타이, 손수건 등 생활용품도 함께 전시됐다.이상칠 이사장은 "전주 한지와 한지공예는 우리가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일본 가나자와에서 열린 '전주 한지 및 공예품 교류전'을 축하하고, 전주 한지의 특별함을 다시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0.08.26 23:02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 창조와 열정, 놀이판 살린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창조'와 '열정', '놀이'를 핵심주제로 내세웠다.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23일 오전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 프로그램 발표회를 열고, 대폭 변화를 준 축제 계획을 밝혔다.김명곤 조직위원장은 "'창조'는 판소리 원형의 소리와 원형을 바탕으로 한 창작을, '열정'은 젊음과 세계의 소리를, '놀이'는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보는 축제성을 뜻한다"며 "우리 소리를 중심에 둔 세계음악예술제로서 판소리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새로운 실험을 강화했다"고 말했다.올해 축제는 44개 프로그램에 9개 국가에서 224개팀이 출연한다. 특히 소리축제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조직위가 전 과정을 기획하고 제작한 개막공연 '천년의 사랑여행'은 김명곤 조직위원장과 안숙선 전 조직위원장 등 전·현직 조직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실력있는 공연단체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소리 프론티어'와 열차여행과 소리축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소리열차'는 1박2일 일정으로 공연예술축제와 체류형 관광축제의 결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축제 기간에는 10주년 기념 사진집이 발간되며, 소리축제 중장기발전계획도 발표된다.올해 소리축제 예산은 24억2000만원. 김정수 예술감독은 "소리축제 역시 서서히 자립 구조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입장권 판매 수익은 예년 보다 늘어난 1억5000만원을 목표로 정했다"고 말했다.소리축제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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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10.08.24 23:02

[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4)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④

극(劇)적음악에 능한 몬테베르디는 언어가 갖는 감정적 내용도 세 가지 성격으로 구분하였다. 격양양식(Stile Concitato), 차분한 양식(Stile Temperato), 부드러운 양식(Stile Molle)이 그것이다. 자연의 묘사도 감정이론에 맞게 음형이론으로 전형화(典型化)했으니 빛·태양·하늘·날아감은 높은 음, 밤·땅·깊은 의미는 낮은 음, 침착하거나 느린 내용은 긴 음, 달콤함·한숨·침묵 등은 반음계 진행으로 표현하였다. 지역적으로도 감정이론, 정서론이 있으니 마태존은 '이탈리아 양식은 예리하고 다채로우며 표정이 풍부하나 반면 프랑스 양식은 자연스럽고 유려하며 우미하다. 독일은 창작에 능하며 영국은 결정짓는데 능숙하다.'고 하였다. 바론(Ernst Gottlieb Baron, 1696~1760)은 "즐거운 이태리-,그 음악에는 심원함, 찬란한 선율의 진지함, 유려함과 독창성이 있다. 화려하고 호의에 가득 찬 프랑스-. 그것은 자유와 생생한 본성으로 우리를 기쁘게 한다. 독일풍은 쌍방 혼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1600년경 베네치아에서 시작하여 바흐가 타계하는 1750년까지의 변화무쌍, 다양한 바로크 음악을 어찌 다 얘기 할 수 있을까? 선율에 대한 관심 때문에 발전된 기악음악도 알면 좋겠지만 이야깃거리가 하도 많아 아예 얘기를 시작 할 수가 없다. 문득 '바흐는 음악의 전문 기술자인가요, 아니면 천재인가요?'하는 질문을 생각해 보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겠다.역사적인 유명한 천재들을 연구한 한 학자는 천재유전학에서 J.S 바흐의 지능지수를 125~140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모차르트는 150~155정도, 베토벤은 135~140정도 였을 거란다. 창의의 천재를 언어·수리능력을 측정하는 내용의 지능지수 수치로 어떻게 추정할 수 있겠는가? J.S 바흐는 음악의 전문기술자이기도 했고 천재이기도 했다. 위대함은 보편적인 평가기준에 구애받을 수가 없는것이다. 바흐 음악은 바로크음악의 완결이다. 오페라를 제외하고 음악의 모든 장르에 최고의 작품을 남겨 음악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바흐는 그러나 활동 당시에는 유명함이나 국제적 명성이 텔레만이나 헨델에 비해 덜했다. 멘델스존에 의해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연주되고 19세기, 20세기 음악학자들의 연구와 재조명에 의해 바흐 음악의 위대함은 재탄생된 것이다.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변화하는 시절로 다시 돌아가 시정이 풍부히 살아있는 단성음악, 모노디로의 변화를 실제 작품으로 많이 작곡한 카치니의 곡 중 독창마드리갈 <내사랑 아마릴리, Amarill, mia bella>를 들어보면 시의 운율과 음악이 하나인 바로크 시대의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는 것을…. 마드리갈(Madrigal)은 절(節)이 없는 시에 음악을 붙인 모노디 즉 단성노래이다.아마릴리! 나의 아름다운 그대. 오 내 가슴의 감미로운 열망이여.당신은 믿지 않는가, 당신이 나의 사랑임을.부디 믿어주오. 그리고 비록 두려움이 당신을 에우더라도이 나의 화살을 받아 나의 가슴을 열어 보오.그러면 당신은 내 마음에 쓰인 것을 볼 것이오. "아마릴리는 나의 사랑"바로크시대에 쓰여진 문헌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서의 하나인 「화성론」을 쓴 라모의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 제5막 마지막 장면의 아리에트 <사랑스런 나이팅게일아, 우리의 노래에 화답해 주렴>도 노래와 기악의 조화가 현란하기 그지없다. "사랑스런 나이팅게일아, 감미로운 지저귐으로 우리의 노래에 화답해 주렴! 우리 숲을 다스리시는 여신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내려무나." 바로크시대에도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참 아름다웠나보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닮은 소프라노 노래와 나이팅게일의 노래처럼 장식음들로 채색한 악기들의 음색조화가 얼마나 감미롭고 아름다운지! 코렐리, 비발디, 헨델, 바흐 등 바로크음악은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상품 광고음악으로, 영화음악으로, 음악회의 중요한 레파토리로 지금도 항시 듣는 음악이다. 바로크음악은 진지한 음악도 많지만 낭만 가득한 감성적 음악도 참 많다.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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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0.08.24 23:02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 축제기간 줄이고 공간은 확대…미리보는 2010 전주소리축제

23일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 공개된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은 예년에 비해 한결 정돈된 느낌이었다.프로그램 수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지난해 신종플루로 인해 축제가 취소되면서 결과적으로 준비기간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2008년 축제가 최악의 평가를 받은 데다가 올해가 소리축제 10년이라는 점에서 조직위원회의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프로그램 발표회에 나선 김명곤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은 "새로 짜여진 인력들이 축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심판받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며 "우리 소리를 중심에 둔 세계음악예술제로서 우리의 음악과 세계의 음악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고품격 공연예술축제"라고 말했다.올해 소리축제는 축제 기간을 9일에서 5일로 줄인 대신 축제 공간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한옥마을과 오거리광장 등으로 확대했다. 판소리를 중심에 두면서도 새로운 실험을 강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별기획공연으로 '창작 원년' 선언올해 개막공연은 특별기획공연 '천년의 사랑여행'이다. 그동안 개막공연이 외부 공연을 초청하거나 나열 순준에 그쳤다면 올해는 소리축제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직접 나선다. 특히 '천년의 사랑여행'은 김명곤 조직위원장이 대본과 총감독을 맡고, 안숙선 전 조직위원장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인류의 공통주제인 '사랑'을 부각시켜 재창조한 '천년의 사랑여행'에는 산유화가, 정읍사가, 서해안용왕굿 등 옛 백제가요와 해외 전통 가무악, 국악관현악과 심포니오케스트라로 구성된 특별오케스트라단이 어우러진다. 김정수 소리축제 예술감독은 "해마다 새로운 창작 작품을 기획·제작해 고유 브랜드화하고, 소리축제만의 창작기반을 세워나갈 계획"이라며 "'천년의 사랑여행'이 소리축제가 세계적 문화상품을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소리의 원형과 변용소리축제의 정체성이 담긴 대표 프로그램 '천하명창전'은 조상현 성창순 최승희 명창이 한 무대에 오르는 귀한 자리다. 34년만에 전주 나들이를 하게 된 조상현 명창은 '판소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도 한다.완창판소리는 판소리 영문번역작업에 맞춰 정순임 명창이 '수궁가'를 부른다. 창작판소리의 산 역사 임진택의 통렬한 시대 이야기와 '예솔이'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한 젊은 소리꾼 이자람에 대한 발견은 보람되다.소리축제의 단골 전북도립국악원 예술단의 창극 '수궁가'와 판소리 사설이 아리아로 되살아나는 호남오페라단의 오페라 '흥부와 놀부', 판소리 다섯바탕을 춤으로 풀어온 널마루무용단의 무용극 '타고 남은 적벽'은 종합예술로서 판소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계를 넘는 교류올해 신설된 '소리 프론티어'는 국악인재와 공연단체 발굴을 통해 한국 월드뮤직 시장의 외연과 내용을 넓히기 위한 소리축제의 파격적 기획이다. 오늘날 우리 소리를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퓨전국악 및 월드뮤직 10여 개 팀을 초청, '소리 프론티어'로 선정된 팀에게는 'KB 소리상'을 수여하고 해외진출을 돕는다.시나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하거나 판소리와 전설, 시, 락, 영상 등과의 결합은 실험적 창작 프로젝트. 2003년 초청공연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와 프랑스 집시 기타리스트 티티 로빈, 아프리카의 혼이 살아있는 아싸오 등도 소리축제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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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10.08.24 23:02

[전시] 톡톡튀는 상상력, 세상을 버무리다

젊은이들의 동시대 자화상이다. 두레공간 콩이 열고 있는 '2010 큐레이팅 실험실 Ⅰ- Fun & Fun'은 서양화가 김가실 정현주 최정인씨의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버무려져 있다.정씨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환상과 미련을 형상화시켰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나무와 어둠을 살라 먹은 나무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순간 순간의 선택에 대한 성찰을 던진다. 작가는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며 "옳은 선택은 기회로 이어지고, 잘못된 선택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고 말했다.김씨는 오래 전부터 '도원향'을 표현해왔다. 작가는 "타인과 타인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 그 이상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도원향은 개인과 개인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세계이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격의 작가는 "도원향을 꿈꾸면서도 모순적으로 그것을 거부한다"며 "깊은 곳에서는 하나가 되기를 원하지만 나라는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을 의인화 한 캐릭터를 통해 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과 고독감, 반항심 등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속내를 드러냈다.최씨는 구름이라는 두리뭉슬한 형상에 쌓여 나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자신을 표현했다. "사람은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가잖아요. 구름은 무엇을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는 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이야기했죠."이번 전시는 불치병을 알고 있는 준화을 위한 기증 작품전이기도 하다. 두레공간 콩은 앞으로도 큐레이터 실험실을 통해 동문거리에서 또다른 생기를 불어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5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10.08.24 23:02

[공연] 가을·겨울 낭만의 피아노 선율에 젖는다

올가을과 겨울, 88개의 피아노 건반이 빚어내는 낭만적 선율이 클래식 음악팬을 찾는다.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랑랑, 김선욱 등의 리사이틀과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의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 등 9월부터 연말까지 '피아노의 성찬'이 마련된다. 특히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공연은 그의 첫 내한공연이라는 점에서 클래식 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경숙(연세대 명예교수)오는 9월14일부터 나흘 동안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18곡) 연주에 도전한다. 198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등 '한국 피아노계의 대모'로 불리는 그는 1987년 베토벤 협주곡 전곡, 1991년에는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전곡을 각각 연주하며 한국 음악계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번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1989년 완주에 이어 20여년 만의 재도전이다. 공연에 앞서 지난달 모차르트의 소나타 전곡 녹음을 마쳤다. 공연은 호암아트홀에서 9월14(1∼5번)ㆍ15(6∼9번)ㆍ17(10∼13번)ㆍ18일(14∼18번)에 열리며 시간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다. 티켓은 싱글티켓 3만∼5만 원, 패키지 6만∼10만 원이며 문의는 ☎02-751-9606. ◆ 라두 루푸루마니아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피아니스트들이 닮고 싶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거장이다. 특히 서정적이면서도 지적인 연주로 잘 알려졌다. 6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1966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시작으로 1969년 리즈 콩쿠르 등 다수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슈베르트와 브람스, 베토벤 작품에 대한 해석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그는 1996년 슈베르트의 소나타 음반으로 그래미 상을 받았다. 현대 작곡가인 야나체크와 바르토크 작품 연주에도 정평이 났다. 첫 내한 리사이틀에 이어 서울시향과도 협연할 예정이다. 그는 10월31일 리사이틀에서 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23번 '열정',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b플랫 장조, 11월3일 서울시향과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협연한다. 공연은 모두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리사이틀 5만∼13만 원, 서울시향 협연 3만∼10만 원이다. 문의는 ☎02-541-6236 또는 02-3700-6300. ◆ 윤디 리중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로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아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고 내한한다. 그에게 쇼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가. 그는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15년 동안 공석이던 우승을 최연소 나이(18세)로 거머쥐며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이후 국제 음악계에서 쇼팽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EMI를 통해 쇼팽의 녹턴 전곡을 담은 음반 '쇼팽 : 녹턴'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쇼팽의 녹턴과 폴로네이즈, 마주르카 등을 연주한다. 공연은 11월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며 티켓은 4만∼10만 원이다. 문의는 ☎1577-5266.◆ 알렉산더 멜니코프1997년 세상을 떠난 피아노 거장 스뱌토슬라프 리히터의 각별한 애정을 받은 러시아 출신의 젊은 피아니스트. 몸이 아픈 리히터를 대신해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음악제에 출연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BBC로부터 2000∼2002년 연속해 '신세대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쇼스타코비치 곡을 연주한다. 그는 지난 5월 클래식 레이블인 아르모니아 문디를 통해 쇼스타코비치의 24개 전주곡과 푸가를 발표한 바 있다. 공연은 11월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며 티켓은 2만∼7만 원이다. 문의는 ☎02-888-0650. ◆ 김선욱올해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다음 달부터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지휘 공부를 시작하는 그는 이번 리사이틀을 끝으로 내년까지 국내에서 공연 계획을 잡지 않았다.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2008년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하고 현재 영국 런던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베토벤과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슈만의 곡으로 리사이틀 투어를 할 예정이다. 11월18일 경기도 고양을 시작으로 20일 부천, 21일 대전, 23일 울산, 25일 대구, 2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서울 공연의 티켓은 3만∼7만 원이며 문의는 ☎02-599-5743. ◆ 랑랑중국이 배출한 스타 피아니스트로, 12월 한국서 독주회를 연다. 그가 23일 발표할 새 앨범 '라이브 인 비엔나(Live In Vienna)'의 발매에 맞춰 열리는 공연이다. 이 앨범은 지난 2월 말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 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실황을 CD 2장에 담은 것으로, 그가 2월 초 300만 달러(약 36억 원)를 받고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소니 클래시컬로 이적한 뒤 내놓는 첫 작품이다.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그는 앨범에 수록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과 제23번 '열정', 알베니즈의 '이베리아' 1권,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7번을 연주한다. 리사이틀은 12월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며 티켓은 5만∼15만 원이다. 문의는 ☎02-541-6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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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8.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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