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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잰듯 뻗은 그 해변을 인간은 걸었네: 고창 구시포, 동호 해수욕장‘이것저것 잡는 재미’ 구시포해수욕장 / 해변 바짝 붙은 송림 매력 동호해수욕장
권혁일 기자  |  milpislove@jjan.kr / 등록일 : 2016.06.30  / 최종수정 : 2016.07.22  11:08:14
   


길을 잘못 들었다.

그 흔한 내비게이션 기계 하나 없이,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찾아놓은 지도 한 장과 도로의 이정표만 보고 찾아가려 했던 게 잘못이었다. 내 길눈을 과신했던 셈이다.

   
▲ 그림=이권중


구시포해수욕장은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에 있다. 고창에서 가장 남서쪽으로 치우친 곳, 그러니까 전남 영광군과의 경계 즈음이다. 그래서 ‘고창’이라는 이정표만 보고 따라가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길을 잘못 들어서 큰일이 날 것은 아니다. 여차하면 선운산을 들러볼 수도 있고, 운곡저수지 일대나 북쪽 ‘람사르 갯벌 습지’를 찾아볼 수도 있다. 어디나 푸르고 시원한 매력이 있는 곳이 고창이다.

   
▲ 6월 28일, 만돌바람공원에서 바라본 람사르 갯벌 습지.

 

   
▲ 푸른 논이 펼쳐진 고창군 해리면의 어느 논.


‘삼시세끼’ 제작진도 고창의 그런 매력에 빠져 찾아간 게 아니었을까.
 

   
▲ 6월 28일 고창 구시포해수욕장. 갈매기 한 마리가 해변을 날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해변’을 예상했지만, 해수욕장에는 백사장을 걷는 사람과 어구를 가지고 나와 조개를 잡는 사람, 바닷물에 들어가 노는 사람 등이 수십 명은 있었다. 마침 구름과 옅은 안개 때문에 햇빛이 비치지 않아, 해변에서 놀기에는 참 좋은 날씨였다.
물이 빠지기 시작한 때라, 물결의 형상이 박힌 갯벌이 점차 드러나고 있었다. 흔히 ‘갯벌’ 하면 연상하는,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이 아니라, 판판하게 다져져서 걷기 좋은 갯벌이다.
백사장의 길이는 1.7㎞에 달한다. 이것은 구시포항 가는 다리에서 남쪽 방파제까지를 잰 것인데, 생각보다 긴 거리라 끝까지 걸어가는 데만도 한참 걸린다.
 

   
▲ 6월 28일 고창 고사포해수욕장.


해변을 걷고 있던 염광선 씨(54)·황금련 씨(54) 부부를 만났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 부부는 캠핑을 좋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특히 염 씨는 인근 흥덕이 고향이라, 고창지역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선운산, 선운사, 선녀바위, 마애불, 동호, 그리고 구시포… 여행지 소개가 줄줄이 나왔다.

“(매스컴에서)구시포나 동호를 좀 조명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은데 외지에서는 잘 모르니까, 소개를 해줘도 별로 반응이 없고…….”

다만 개발과 공사로 옛날의 ‘고즈넉한 맛’이 덜해 아쉽다는 것이 염 씨의 평가다.
 

   
▲ 6월 28일 고창 구시포해수욕장.


물이 빠지고, 물에 들어가 놀던 젊은 단체 관광객들도 빠졌다. 그 자리에는 15년째 여름마다 구시포를 찾아온다는 김모 씨(52)의 모습이 있었다. 김 씨는 그림 그릴 때 쓰는 이젤처럼도 보이고, 사진 찍을 때 쓰는 삼각대처럼도 보이는 도구로 갯벌을 훑고 있었다.

“이거요? (한참 생각하다가)뭐라더라… ‘글갱이’라고 하던가?”

인근 주민들이 ‘글갱이(긁개)’라고 부른다는, 그러니까 딱히 정해진 이름은 없는 이 도구로는 생합을 잡을 수 있다.

“여기서 이것저것 잡아먹는 재미가 있죠.”
 

 

 

 
▲ 6월 28일 고창 구시포해수욕장. 15년째 매년 구시포를 찾아온다는 김모 씨(52)가 '글갱이'로 갯벌을 헤집고 있다.


북쪽에 있는 다리인지 방파제인지 언뜻 구별이 안 가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해수욕장의 북쪽 끝을 선언한다. 구조물 건너편에 보이는 작은 섬은 ‘가막도’라고 하는데, 방파제가 이 섬을 둘러 이른바 ‘와인 글래스 형’ 항구를 형성하고 있다.
 

   
▲ 6월 28일, 고창 구시포항 가막도에서 구시포해수욕장을 바라보며.

 

   
▲ 이른바 '와인글래스형 어항'인 고창 구시포항.


해수욕장 쪽이 물놀이와 갯벌체험 쪽이라면, 이쪽은 낚시에 적합하다. 이날도 강태공 여럿이 낚싯대를 드리운 채 갯바위에, 또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앉아 있었다.
서울 용산에서부터 캠핑카를 몰고 이곳을 찾은 김창집 씨(67)는

“다른 곳들과 달리 이것저것 하며 놀기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와봤더니 좋길래’ 올해 또 왔다고 한다.
망둥어(망둥이)도 잡히고, 요즘은 모래무지도 잡힌다고. 모래무지? 그거 민물고기 아닌가?

“예, 바다에도 모래무지가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민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그것을 흔히 ‘보리멸’이라고 한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맛있다.
 

   
▲ 콘크리트 난간에 앉아있던 갈매기가 마치 다이빙을 하듯 몸을 던지며 '이륙'하고 있다.

 

   
▲ 구시포항 근처에 있는 해상펜션. 썰물이라 바닥에 앉아 있다.

 

   
▲ 고창 구시포항 근처의 해상펜션. 밀물 때에는 이렇게 된다. 사진제공=고창군청


구시포항에서 북쪽을 보면 훤히 드러난 벌판이 쭉 펼쳐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지도를 봐도 거의 자 대고 그은 것처럼 일직선으로 누워있는 이 해변을 ‘명사십리’라고 하는데, 구시포해수욕장 바로 북쪽에서부터 동호해수욕장까지 거의 10㎞에 달하는 해변이 전체적으로 보면 다 그런 기운이 온다.
정확하게는 중간에 지형상 끊어진 구간도 있고, 어촌체험장으로 돼 있어 자유롭게 출입하기는 어려운 구간도 있다. 그렇지만 고창군에 따르면 수산물 채취 행위를 하지 않으면 사람이 출입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햇빛이 좋은 날 반짝거리는 모래알이 그렇게 예쁘다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날씨가 흐려서 그 진가를 볼 수는 없었다.
 

   
▲ 6월 28일 고창 명사십리. 아마도 빛이 좋았다면 더 근사했을 것이다.

 

   
▲ 자동차의 명사십리는 이런 숲길로 돼 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을 마주칠 때 조금 난감하긴 하지만, 포장도로치고 이 정도면 꽤 운치 있지 않은가.


명사십리 해변은 구시포에서 곧바로 걸어가기는 조금 난감한데, 사장 진입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해변을 따라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 자동차를 타고 북쪽 동호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면 진입할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도 차를 세워둘 곳이 마땅치가 않다.
그렇다면 찾아볼 수 있는 답은 동호해수욕장 되시겠다.
 

   
▲ 6월 28일, 안갯속 고창 동호해수욕장 백사장.


동호해수욕장 역시 ‘드넓은 백사장’을 자랑한다.
백사장 남쪽 끝에 있는 수산기술연구소까지의 거리는 약 1.5㎞.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관광객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
이날은 개장(6월 30일)을 앞두고 백사장의 모래를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한 무리의 청년(남)들이 자루를 들고 이물질을 줍고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 6월 28일, 개장(6월 30일)을 앞둔 고창 동호해수욕장 백사장.


사람 대신 눈에 들어온 것은 백사장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 숲이었다. 해수욕장에 들어설 때부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했더니, 그게 다 소나무 숲 때문이었다.
보통 해수욕장은 바다와 백사장, 관광객 시설, 상가 등의 순서로 돼 있는데, 동호해수욕장은 상가는 저 안쪽에 있고, 상가와 백사장 사이를 소나무 숲이 메우고 있다.
그래서 처음 들어서면 “뭐지?” 싶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숨겨진 해수욕장’ 같은 느낌이 아닐까.
그렇다고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거나 하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화장실이나 샤워시설, 관광안내소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소나무 숲에 차를 바짝 댈 수 있어, 규모는 작지만 ‘오토캠핑장’ 느낌도 난다.
소나무 그늘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벤치가 여럿 놓여 있어, 벤치에 앉아 시원한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서쪽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신선놀음’도 해봄 직하다.
동호해수욕장에서 백사장을 따라 쭉 남쪽으로 걸어 명사십리를 밟아가는 것도 해볼 만하다. 걸어서 구시포까지 가기는 조금 무리겠지만, 일직선으로 쭉 뻗은 드넓은 모래해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조금은 후련해지지 않을까.

내내 구름 위에 숨어 있던 태양이 아주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다시 한 번 발을 디뎠다.
 

   
▲ 그림=이권중

 

● 구시포해수욕장 찾아가는 방법
자가용 운전: 수도권이나 김제, 군산 등 서해안 지역에서 찾아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쭉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선운산IC에서 빠져나온 다음, 그대로 22번 국도를 타고 상하 방면으로 직진하다 상하초등학교·상하중학교가 보이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733번 지방도)로 들어가 5㎞가량 직진하면 구시포해수욕장이 나온다. 전주에서 찾아갈 때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정읍IC에서 빠져나와 두 번 좌회전한 뒤 마찬가지로 22번 국도를 타면 된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찾아갈 때는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나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에서 빠져나온 뒤 15번 지방도-733번 지방도 순으로 타면 된다.

대중교통: 고창은 철도가 지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이라면 결국 버스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다. 고창터미널에 도착한 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구시포행 농어촌버스를 타면 된다. 배차 간격이 꽤 기므로 반드시 운행시각을 알아보고 가도록 하자. 문의는 대한고속 고창영업소(063-564-3943~4)로 하면 된다.

● 동호해수욕장 찾아가는 방법
자가용 운전: 구시포해수욕장 가는 방법과 비슷한데, 22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달리다가 농업기술센터 인근에서 우회전해 애향갯벌로를 타면 된다. 이 길을 이용하면 만돌갯벌체험장과 고창CC를 지나게 된다.
남쪽에서 갈 때는 733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해리면 터미널 부근 송산교차로에서 동서대로를 타면 된다. 15번 지방도-77번 국도 순으로 이어지는데, 그냥 직진만 하면 된다.
아니면 아예 구시포해수욕장에 먼저 들렀다가 명사십리로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그 반대의 방법도 가능하니 선택하면 되겠다.

대중교통: 구시포해수욕장과 마찬가지로, 고창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동호행 농어촌버스를 타면 된다. 역시 배차 간격이 짧지 않으므로 미리 운행시각을 알아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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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사진과 기사.. 좋습니다. ^^
(2016-07-01 11:43:43)
나둥
기사보다 보기 편하고, ㅈㅇㅇ
(2016-07-01 08: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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