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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위해 정치력 발휘해야정치의 핵심은 타협·양보 / 대선 이후 정당들과 협력 / 국정 운영 꽃 피우길 바라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3.20  / 최종수정 : 2017.03.20  22:03:01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필자의 회고를 위해 기록해둔 내용에 노무현 대통령 임기 전반의 어느 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단 청와대 만찬 장면이 있다.

참석자: 원내 대표, 부대표들, 정책위원회 의장, 부의장들, 정책조정위원장들

노무현 대통령: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나는 실패한 대통령이야.

채수찬: (정책위 부의장으로 참석) 그동안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다 실패했으나 나라는 잘 되었습니다. 어떤 나라는 대통령은 성공했지만 나라가 잘못된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필리핀의 막사이사이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었지만 필리핀이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본인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아닐까요? 본인은 실패하더라도 말입니다.

이시종: (원내 부대표로 참석) 그 말이 맞네.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 대통령 순서만 바뀌어도 나라가 잘못 되었을 텐데. 박정희가 될 때 김대중이 되고, 김대중이 될 때 박정희가 되었다고 생각해봐.

노무현 대통령: (밝아진 표정으로) 그건 그런 것 같네요.

노무현은 인간적인 고뇌가 많은 대통령이었다. 자기 지지세력의 입장을 대변해서 마음대로 얘기하는 게 원래 체질에 맞는데, 대통령이 되고 보니 나라를 지키고 국익을 우선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되는 게 영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이라크 파병,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등 그는 본인의 원래 노선과는 결이 다른 결정들을 내려야만 했다. 그래서 좌측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원성을 지지세력으로부터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필자는 노무현을 친노세력의 수장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기억한다.

갑자기 눈앞에 닥친 대선 때문에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유권자들의 고민이 크다. 선거에는 능하였지만, 국민을 상대로 오만하고, 정직하지 못하고, 국정운영에 무능했던 대통령을 이제 막 끌어내렸으니,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단 그럴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배제하려 할 것이다.

북핵에, 사드에, 중국의 보복에 우려가 많은 유권자들은 첫째로 안보와 대외관계를 누가 잘 풀어갈 것인가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러나라가 얽힌 문제들을 풀어가려면 박정희나 김대중 대통령 정도의 전략적 마인드와 지략을 갖춰야 할 텐데 그런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대다수 후보들은 보수·진보의 구분에 따른 노선에 얽매여 안보와 대외관계도 경직된 시각으로 보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다. 둘째로는, 양극화 등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누구나 원하겠지만 아직 전세계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몇 퍼센트 성장, 몇 만불 소득, 고용률 몇 퍼센트, 증세 없는 복지 등이 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는 공약이라는 것은 지난 두 번 대선을 겪은 유권자들은 이제 다 알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국회의 정당별 구성으로 볼 때 대통령이 누가 당선되든 다른 정당들과 협력하지 않고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20대 국회는 여야대치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반면 여소야대의 13대 국회에서는 굵직한 법안들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등 협상에 의한 정치가 꽃을 피웠다. 대선 이후 20대 국회에서는 정치인들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력의 핵심은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이다. 17대국회 여당당선자 만찬을 청와대에서 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긴 연설로 모든 사람을 졸게 했는데, 한 가지 기억나는 말은 다음과 같다.

‘정치인은 명분을 챙기든지 아니면 실리를 챙기든지 해야 됩니다. 그런데, 어느 쪽인지 모를 때에는 손해 보는 쪽을 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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