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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운동 유적지 재능기부 가던 교수 참변"하늘에서는 목 놓아 노래 부르길"
전북일보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8.09  / 최종수정 : 2017.08.09  18:04:43
   
▲ 박홍배 교수

“윤 교수, 우리가 동학농민운동 유적지에서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부르면 주민들이 좋아하겠지? 무척 떨리네”

지난 8일 오후 5시께 원광대학교를 출발한 승용차 안에서 경영학과 박홍배 교수(63)는 승용차 뒷자석에서 운전대를 잡은 동갑내기 윤용갑 교수(한의예과·전(前) 한의대학장)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그가 윤 교수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한 시간 뒤 김제시 금산면 낙수교차로 인근에서 이 승용차를 4.5톤 트럭이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박 교수는 병원에 후송됐고 결국 그는 숨졌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에서 몸을 가누기도 힘든 윤 교수는 119구조대를 부르고 전북대병원으로 달려갔다.  

윤 교수는 “친구야 죽으면 안 된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십차례의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잠시 후 의사가 나와 “가망이 없다. 가족에게 연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 교수는 윤 교수와 함께 김제 원평집강소를 찾아 주민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에 오르려다가 변을 당했다. 윤 교수가 운전대를 잡았고, 윤 교수의 부인이 조수석, 박 교수는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윤 교수와 부인도 부상을 입었지만, 충격을 직접 받은 박 교수는 유명을 달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 차량이 감속하자 뒤에서 달려오던 트럭이 들이받았고, 운전대를 우측으로 틀면서 옆차로에 있던 박 교수 등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다시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럭 운전자 A씨(58)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원광대학교 등에 따르면 박 교수는 윤 교수와 함께 지난 6월 원광대 평생교육원에서 ‘아름다운 가곡’이란 강좌를 수강했고, 매주 화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수업을 받았다. 사고가 난 8일은 ‘아름다운 가곡’의 마지막 수업 날이기도 했다.

원광대학교 관계자는 “익산 출신인 박 교수는 남성고등학교와 원광대학교를 졸업했다”며 “성품이 좋아 조교와 학생들에게 존경 받던 박 교수는 지난 2015년 캄보디아에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 윤용갑 교수

박 교수와 오랜 친구인 윤 교수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집강소 주민들이랑 저녁에 함께 공연을 즐기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면서 “박 교수는 이날 집강소 주민들과 함께 ‘새야새야 파랑새야’, ‘물망초’, ‘언덕에서’, ‘고향의 봄’ 등의 가곡을 부를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가 하늘에서 만이라도 노래를 목 놓아 부르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지난달 17일 김제 원평집강소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137호 지정됐다. 이에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지역민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날 ‘작은 음악회’를 준비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원평집강소에서 재능 기부를 하려던 박 교수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비보를 접한 주민들도 실의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김제 원평집강소 앞마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작은 음악회’는 공연 시작 한 시간을 남기고 취소됐다.

김제= 최대우, 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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