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길 따라 맛 따라
[길 따라 맛 따라 ① 전주 한벽루 오모가리촌] 친구야, 오랜만에 얼큰한 쏘가리탕 뚝배기 어때?수십 년 터줏대감 맛집골목…여름이면 전주천서 멱 감고 출출하면 민물고기 매운탕 / 싱싱한 식재료가 맛의 생명·정갈한 밑반찬엔 정성 가득·갓 지은 콩밥에 누룽지까지 / 수양버들 뽑고 평상은 없애…방갈로 놓아 깔끔해졌지만 옛 정취는 사라져 아쉬움도
김원용 기자  |  kimwy@jjan.kr / 등록일 : 2017.08.10  / 최종수정 : 2017.08.11  16:27:18
“오늘은 뭘 먹을까”
“뭐 잘하는 집 알아?”
“거기 맛집 하나 소개해줘?”

일상에서 먹는 즐거움만큼 큰 것도 없다. 살기 위해 먹던, 끼니를 채우던 시대는 옛말이다. 그러다보니 맛집에 대한 관심이 절로 높아졌다. 외식산업 또한 급성장 추세다. 음식점이 그만큼 많이 생기고 있다. 고객들의 입맛도 더 까다로워졌다. 맛집이 아니면 음식점 자체 생존이 어려울 만큼 가히 맛집 경쟁시대다.

TV와 신문, SNS 등 각종 매체에 맛집 정보가 넘친다. 음식 관련 파워 블로거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맛집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식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식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 젊은층과 중장년층, 노년층이 좋아하는 음식도 차이가 난다. 특별히 어떤 음식점을 맛집으로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각 고장마다 널리 사랑을 받는 맛집은 있기 마련이다. 맛집은 그저 잘 빚은 음식의 맛에만 있지 않다. 주변의 풍경과 정취, 지역사회와의 밀접성, 맛을 내는 주인의 정성 등이 함께 할 때 더 빛이 난다. 본보는 맛집 골목을 중심으로 이런 맛집에 주목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맛집골목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골목과 함께 해온 맛집의 애환을 들여다보는 내용으로 꾸린다.

   
▲ 전주천과 한옥마을이 정비되면서 오모가리촌에 설치된 방갈로에서 식객들이 전주천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지는 오모가리탕을 맛보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 토박이들은 한벽루에 추억들을 차곡차곡 싸놓았다. 토박이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그 추억들을 술술 풀어낸다. 한벽루를 휘감고 나온 전주천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자갈밭에 벗어놓은 옷이 없어져 시내 멀리 떨어진 집까지 팬티만 입고 가는 아이들이 허다했다. 물놀이 사고가 간간이 나던 시절이어서 부모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으려고 티나지 않게 고깃병을 숨겨놓았던 곳도 천변 자갈밭이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보를 쌓기 전까지 천변을 따라 자갈이 널따랗게 깔려 있었고, 그 자갈밭이 바로 베이스캠프로 활용됐다. 한벽루는 어둑해질 무렵 아주머니들이 빨래하고 목욕하는 곳이었다. 강태공들이 즐비하게 앉아 피리낚시에 열중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농촌 출신들에게 그리 새삼스럽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전주 토박이들이 곧잘 어린시절 추억으로 떠올리는 한벽루 풍경이다. 전주가 도시화의 물결을 타고 그만큼 많이 변했으며, 한벽루도 그 변화를 비켜서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1966년 7월 전주 한벽당 오모가리촌 앞 풍경.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나온 피서객이 수양버들 아래서 오모가리탕을 먹고있다. 지금은 평상 대신 방갈로가 자리잡았고, 그늘을 만들어주던 수양버들은 사라지고 없다.전북일보 자료사진

아주 오래 전 한벽루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문 기사도 눈에 띈다. “전주의 한벽루는 역사적으로나 풍경으로나 전주의 명승지인 동시에 소공원인바 근래 제방 위에 우마를 매어둠으로 불결하기 짝이 없다. 이 한벽루는 봄철에는 사구라구경으로 전주에서 유일무이한 곳이고, 여름철에는 금년부터 ‘풀’이 되어서 찾는 이가 많을 뿐 아니라 저녁에 납양객 사오백명이 모여드는 곳으로 좀 더 정화를 요하는 곳이다.”

1938년 7월2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한벽루 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내용이지만, 당시에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이 보다 10년 더 앞선 기사에서는 한벽루 뒤편에서 조석으로 들리는 남국사 쇠북소리를 좋다고 했으며, 하절기 조선 전체에서 가인재자가 모여들어 청풍을 즐기며 수영에 절호의 장소라고 적었다.

△풍광과 정취,추억이 듬뿍 담긴 명소

이런 유서 깊은 한벽루에서 어찌 맛집을 빼놓을 수 있으랴. 한벽루 바로 아래 자리잡은 오모가리촌은 한 때 전주를 대표하는 맛집 골목이었다. 지금이야 한옥마을 곳곳에 널린 게 맛집이다. 콩나물 국밥, 비빔밥, 갈빗집, 백반집, 칼국수집, 중국집 등 비교적 오래된 맛집에서부터 새로운 트랜디 레스토랑까지 한옥마을 전체가 먹을거리 천국이다. 그 와중에도 한벽루 오모가리촌이 한옥마을의 외진 뒷방에서 옛 멋과 정취를 지키고 있는 게 참 용하고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 싱싱한 민물고기와 시래기가 들어가 진한 맛을 내는 쏘가리 매운탕.

기실 맛집 기획 첫 번째로 전주 오모가리촌을 잡은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음식업계에서 옛 맛과 멋을 간직하며 전주의 자존심을 꿋꿋이 지키는 곳이어서다. 전주시내 음식점 중에 번호표를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집도 많고, 동종의 매운탕 음식점 중에도 오모가리촌 보다 쾌적하고 맛깔스러운 곳이 즐비한 데도 말이다.

7~8년 만에 찾은 한벽루 밑 오모가리촌도 그 사이 많이 변하기는 했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이 음식점들 앞에 놓인 평상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전주시에서 만든 12칸짜리 방갈로가 차지했다. 깔끔해졌지만 정취는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방갈로를 만들면서 치렁치렁 늘어졌던 버드나무가 사라진 것도 아쉬웠다. 한벽루 오모가리촌의 매력이 무엇보다 야외 풍광과 물소리를 벗삼을 수 있는 점인데, 인위적인 요소가 가미될 경우 아무래도 그 맛이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깻잎과 들깨 가루가 듬뿍 얹어져 나온다.

오모가리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음식점은 현재 3곳에 불과하다. 김제집과 버들집이 없어지면서 한벽집·남양집·화순집만 남았다. 한옥마을의 많은 원주민들이 외지 자본에 떠밀리는 상황에서 그나마 이들 3곳의 음식점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맛집으로서 전국적인 오랜 명성과 함께 음식점 주인소유의 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 음식점의 맛과 메뉴, 가격은 비슷비슷하다. 옆에 두고 나란히 60~70년을 함께 해온 까닭이다. 음식점 단골이 아니라면 음식점 이름을 몰라 약속을 잡을 때 몇 번째 집에서 보자고 한다. 취재 대상으로 삼은 집은 한벽집과 남양집 사이에 있는 가운데 집이었다. 자문 겸 말 동무 삼아 전주 토박이인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에게 두 번째 집에서 보자고 했다. 화순집이다.
 

“여름철 외부서 손님이 오면 꼭 이곳으로 모셨어요. 평상에 앉아 자연바람을 쐬며 쏘가리탕에 막걸리를 기울였던 추억을 떠올리는 친구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벗어놓은 신발에 지네가 들어가 지네에 물렸던 친구는 평생 이곳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선 회장은 전주 오모가리가 갑자기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전주 한벽루 주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란다. 한벽루 밑 전주천 맑은 물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혔고, 이 물고기를 재료로 일반 가정에서도 즐겼단다. 여기서 잡은 붕어만 하더라도 조림으로, 말려서 탕으로, 회쳐서 일상으로 먹었다는 것이다.

△ 60년 된 화순집, 정갈한 밑반찬에 정성 가득

선 회장과 몇 마디 나누는 사이, 주문했던 쏘가리탕 한 상이 방갈로로 나왔다. 밑반찬이 정갈했다. 콩나물·마늘종·멸치볶음·겉절이·고추양파된장·파김치·깻잎·시금치·맨 간장과 김·계란말이·멸치속젓. 전주의 대부분 음식점에서 풍성한 밑반찬을 차리기 때문에 가짓수로는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지만, 하나하나 정성을 들였다는 게 한 눈으로도 알 수 있었다. 계란말이는 다른 재료를 넣지 않고 소금 하나로 소박하게 만들어 담백한 맛이다. 갈치속젓은 곰소에서 직접 구입해 맛깔스럽게 무친 것이며, 깻잎은 된장에 버무려 담은 후 간이 베었을 때 물에 씻고 양념을 해서 푹 찌는 방식으로 내놓는다. 된장에 담는 것은 간이 배게 하기 위함이란다.

   
▲ 정갈한 밑반찬이 한상 차려져 있다.

오모가리에 들어가는 주 메뉴인 민물로는 쏘가리, 빠가사리(동자개), 새우, 메기, 피라미가 있다. 진안 용담호 등에서 조달하는 물고기들이다. 주인 김종희씨(69)는 냉동고기를 쓰지 않고 산고기만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성질이 급한 쏘가리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단다. 싱싱한 물고기와 함께 시래기가 맛의 생명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을에 열무 시래기를 만드는 게 큰일의 하나란다. 아무리 바빠도 막 지은 고슬고슬한 검정 콩밥과 누룽지, 눌은밥을 합해 메뉴가 완성됐다. 오모가리는 오목한 그릇의 전라도 사투리로, 거기에 끓인 탕이 오모가리탕이다.

“한옥마을이 북적거리면서 오히려 손님이 줄었어요. 예전에는 저녁 12시까지도 손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10시쯤이면 발길이 끊깁니다.”

의외다.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리면 당연히 이곳 손님도 늘어날 텐데 그렇지 않다니. 한옥마을을 주로 많이 찾는 젊은층에게 오모가리탕은 큰 매력이 없나보다. 한옥마을 중심 부근에 많은 맛집들이 새로 생기고, 한옥마을이 북적이면서 차량 통행에 제한을 받는 것도 이유일 것으로 주인 김씨는 분석했다.

“욕심 부리고 싶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체인점을 내라는 분도 있지만, 오모가리탕이 먹고 싶으면 전주로 와서 잡수라고 합니다. ”

 

 

 
▲ 갓 지은 밥과 함께 나온 누룽지.

주인 김씨의 오모가리탕에 대한 자존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지상파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해서 맛집으로 널리 소개됐고, 지금도 방송 출연 제의가 간간이 오지만 사절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시절 찾았고, 방송인 송해씨 등 유명 인사들이 찾았지만 사진 한장 걸어놓지 않았다. “진짜 맛있게 먹었다”는 손님 한마디로 족하단다.

△한벽당 284-2736, 화순집 284-6630, 남양집 284-1912,

△음식가격(대 4인 기준) 쏘가리탕 100,000원, 빠가탕 55,000원, 새우탕 45,000원, 메기탕 45,000원, 피라미탕 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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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7 13:51:06)
궁금
이 평상을 놓은 자리가 언제부터 이사람들 것인가? 사용료는 내고 있는건가?
차 지나갈때마다 매연 한바가지씩 같이 드시겠구먼

(2017-08-11 14: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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