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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히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① 실태] 한 순간에 성욕과 착취의 희생물 전락성폭행 당해도 "합의했다" / 노예로 살고도"그분 존경" / 범죄 피해 사각지대 노출
남승현 기자  |  reality_nam@hanmail.net / 등록일 : 2017.09.11  / 최종수정 : 2017.09.11  22:15:01

발달장애는 아이큐(IQ) 70 미만의 경우 판정을 받는다. 말과 행동 등의 의식이 초등학생 저학년 수준이거나 이보다 못하다. 그런데 이들 역시 성인이 되면 헌법상의 자기결정권을 부여받는다. 특히 정신과 육체의 간극이 극명한데 이를 제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강력범죄 피해자인데도 손쉬운 합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범죄의 늪에 빠지곤 한다.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문제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합의로 이뤄진 화간이라고?

지난 6월 20대 여성 A씨가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전주 완산경찰서로 인계됐다. 서울에서 왔다고 했는데 말도 어눌하고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지체장애인이었다.

전주에서 지체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그는 집을 나와 무작정 전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운전자는 목적지에 도착해도 내리지 않는 A씨에게 다가가 “왜 안 내리느냐”라고 했고, 그는 “갈 곳이 없다”고 했다.

버스운전자는 A씨를 꼬드겨 서울의 여관으로 갔고 성관계를 가졌다.

경찰이 A씨를 상대로 대화를 하다 보니 간단한 조사도 일일이 ‘인형’을 들고 설명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다른 과거도 나왔다. A씨가 전주에서 길을 지나면서 “라면 사줄까?”라는 가벼운 말에 따라가 성관계를 가지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남성에게는 관계를 맺을 때마다 돈을 받기도 했다. 한 남성은 다른 남성에게 A씨를 알선하기도 했다. 그런데 A씨는 경찰에게 “(나는) 피해를 당하지 않은 합의였다”고 주장, 사건은 상호 합의로 이뤄진 화간(和姦)이 됐다.

전주 완산경찰서에서 전북장애인복지관으로 연락이 갔다. 현행법으론 처벌할 수 없으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믿고 따르던 ‘회장님’밑에서 10년을 노예처럼 살아

지난 2015년 겨울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 오준규 사례관리팀장이 전주의 한 아파트에 들어서자 입이 딱 벌어졌다. 송장처럼 뼈가 앙상한 40대 B씨가 돌을 들고 괴성을 지르며 위협했기 때문이다.

B씨는 함께 사는 50대 여성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충성맹세를 하고 따랐다. 매달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50~60만 원 가량의 수급비를 직접 인출해 여성에게 상납했다. B씨는 철저히 여성을 믿고 따랐고, 배신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 여성은 ‘변심하면 시설에 넣겠다’ ‘낯선 사람이 오면 즉각 반항하라’ 등의 행동강령으로 B씨를 철저하게 관리했다.

그러나 실상은 여성의 아들에게 맞고, 끼니를 거르며, 한겨울 여성이 올 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등 딴판이었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여러 차례 경찰과 주민센터, 구청 직원들이 다녀갔지만, B씨는 여성이 시키는대로 돌을 들고 격렬히 반항했다.

B씨는 자신을 찾으러 나선 가족들에게조차 “난 여기가 좋다. 회장님과 함께 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6개월간의 긴급지원을 통해서야 자신이 10년간을 노예처럼 살았던 것을 실토했고, 현재는 여성과 분리돼 살고 있다.

오 팀장은 “발달장애인이 아이큐 70이면 가장 경증인데, 초등학교 9~12세 수준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발달장애인들도 성인이되면 자기결정권이 생기는데, 이 지점에서 범죄의 늪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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