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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신문 해리] 세대와 공간 이으며 활자·종이 위에 번지는 이야기의 힘지역 첫 마을미디어 실험…종이활자 통한 세대 소통 / 학교서부터 출향인까지…소소한 이야기로 채워져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9.12  / 최종수정 : 2017.09.12  22:33:15
   
▲ 마을신문해리 시니어기자단이 신문 지면을 기획하고 있다.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이 있었다. 텔레비전 말고, 라디오 말고, 책 말고 이렇게 그럴싸한 이야기 담는 그릇 없이도 잘만잘만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이 있다. 혹은 있었다. 시장 어귀, 시냇가 빨래터,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날로 쇠락하는 지역의 시장에서나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이야기들이 사는 공간. 사랑방은 겨우겨우 마을 경로당으로 이어지고, 시냇가 빨래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끊임없이 이어가는 것이 이야기의 속성, 어딘가 움푹 패인 곳에 오래 머물다가는 소화불량, 탈이 나기 마련이다. 대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외친 임금님 이발사 이야기를 아시는가. 그 이야기는 대나무에 스며 그 대나무로 만는 피리들이 동네방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피리 날라리를 불어댔던 것이 아니었나. 누군가에게서 누군가에게로 이어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이야기들은, 이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사람들에게서 이어지고 있을까, 살펴보는 이야기의 보고서다. 마을신문 이야기다.

△ 고창 해리면 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신문, 해리

고창군 해리면에는 2016년 봄부터 ‘마을신문 해리’가 태어나 수많은 빛깔 이야기를 머물게 하고 있다. 해리면주민자치위원회 주도로, 해리면과 고창의 인문공간 책마을해리가 함께 신문이 태어난 데 산파노릇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신문 해리는 계절마다 한차례(계간) 태어나다가, 2017년에는 한 달 건너 한번씩(격월간) 태어나고 있다. 산파들의 손놀림, 발놀림이 한층 더 분주해졌다.

“이번 호 ‘마을신문해리’에는 해리면민의 날 행사도 있고 우리 해리면 행사마다 고생을 많이 하는 해리면자율방범대를 취재해서 실었으면 합니다.”

“옳다고 생각해요. 지난 호에는 농업경영인회에 큰 행사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밀렸거든요. 지난 번 해풍고추축제에도 축제기간 내내 힘들었을 텐데, 이번 호에는 사진도 좀 크게 넣고 해서 자부심을 갖게 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호에도 고민 끝에 추천했다가 큰 행사를 치른다기에 양보했는데, 이번호는 꼭 좀 넣읍시다.”

여기저기서 옳다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마을신문 해리’ 기획회의 장면이다. 이렇게 고정꼭지의 글 말고 해리면의 기관단체 탐방기사, 해리면 원로에게 듣는 꼭지, 해리면 마을가운데 하나씩 집중취재해서 싣는 마을에 대해서 취재 대상을 결정한다. 가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한다. 차례를 양보하고 인정하면서 앞뒤 순서를 정한다. 갈등해결 방식도 차례차례다.

△ 시니어기자단, 학교이야기까지 마을신문을 채우는 이야기, 이야기, 또 이야기

해리면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동우)는 고창군에서 제일 먼저 주민자치위원회가 개설된 곳이다. 그만치 자부심이 크다. 지역의 기관단체장들이 망라되어 있는 단체다. 기획 전반을 잡아나가는 역할이다. 지역 콘텐츠를 찾고 편집하고 유통하는 주체인 책마을해리가 실무를, 고창군과 해리면의 굵직한 이야기와 발송을 책임지는 해리면(면장 윤명수)과 해리면 기관단체가 함께 만들어 주체부터 마을(마을의 확장, 면단위의 마을)이 중심이다. 몇 가지 비중이 큰 취재 꼭지 말고도 시기마다 해리면의 경관을 소개하는 이미지 중심의 표지면, 여기에는 발간주체에 대한 소개와 마을기자단 상시모집 광고가 놓이기도 한다. 이미지 안에는 단 몇 줄, 사진을 설명하는 간결한 글이 붙어, 이미지와 글 사이 상상하는 힘을 키운다.

해리면의 초, 중, 고교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와 해리면 크고작은 기관단체의 이야기, 마을에서 전해오는 듣고 혼자 말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아쉬운 이야기(이야기를 파는 점방), 해리면의 방과후, 마을학교 들의 생기넘치는 이야기, 해리면에 태를 묻고 더 너른 세상에서 고향의 기운을 세상으로 확장하는 출향인들 이야기가 와글와글 소리없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더불어, 공연(고창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영화(고창에는 작은영화관이 있다) 소식도 빠질 수 없다. 마을신문 시니어기자단 어르신들이 해리이야기를 그림으로 공예로, 농사일기며 음식일기로 표현한 것들도 곳곳에 놓여 감초역할을 한다.

△ 초연결의 시대, 마을신문이 이어주는 세대의 축, 공간의 축

‘마을신문 해리’는 고창지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마을미디어 실험이다. 고창군의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인 고창읍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서쪽 끝 바닷가 마을이다. 해리사람들, 하고 부르는 순간 바닷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정말 ‘아주 먼 곳’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곳곳에서 피어나듯 살아 움직이던 이야기를 다시 모으고 가꿔 피어내는 것이다.

‘마을신문 해리’는 해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세대를 연결하고 있다. 초연결(超連結)의 시대다. 그 매체는 당연, 가장 진화한 매체다. SNS라고 하는 첨단의 연결고리를 통해서다. 그런데 해리사람들은 전통매체인 마을신문, 종이 위에 놓인 활자를 통해서 마을 어르신들과 초등학교 어린 친구들을 연결시킨다. 뉴미디어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느 한편 치우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세대의 연결을 통해 시간을 모은다면, 공간은 이렇다. 지금 해리 사람들과 예전 해리에 살던 사람들을 연결한다. 3000부 가량 출향인에게 보내지는 신문을 통해서다. 해리면은 매달 군정소식지를 출향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그 소식지에 마을신문 해리를 끼워 보내는 것이다. ‘꿩먹고 알먹고’다. 이야기를 통해 서로 떨어진 공간과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정든 고향의 소식을 오늘처럼 누리다보면, 언젠가는 귀향으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행정과 민간을 연결한다. 면정, 군정을 일방적으로 하향방식으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일단을 서로 생산해 소비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조금씩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신문은 과거와 현재를 이었다면, 이제 미래의 역할로 확장하는 것이다. 비단 ‘마을신문 해리’만이 아니다.

△ 열 번째 마을만들기전국대회, 천지사방 피어나는 마을미디어의 장

지난 주 진안에서 제10회 마을만들기전국대회를 열었다. 백운면 한켠에서는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 다양한 논의 공간, 마을미디어 축제의 장을 열었다. 전라북도에 작지만 알찬 마을미디어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없던 것의 탄생이 아니다. ‘다시’다. 이야기의 속성대로다. 어디서든 멈추지 않는 흐르는 물처럼, 피어나는 아지랑이 결에 불어오는 봄 바람처럼이다. 사랑방에서 새내끼(새끼)를 꼬면서, 마을 우물에서 곁에서, 오일장 전통시장이 떠내려가라고 피어나던 이야기꽃이, 종이 위에 옮겨온 것이다. 활자와 사진의 옷을 입을 것이다. 마을신문 해리는 마을신문기자단으로 확장되었다. 해리지역 마을학교를 통해 미디어교실로 확장되어 마을신문의 이야기 한 빛깔로 가라앉고 있다. 이야기는 멈추는 법이 없다. 목소리를 낮추는 법이 없다. 전라북도 마을마을마다 저마다 제 목소리로, 그 멈출 수 없는 이야기의 장(場)을 확장해갈 것이다. <이대건 책마을 해리 대표>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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