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우리고을 인물 열전
[우리고을 인물 열전 17. 임실군 삼계면] 조선시대 선비들 묵향 그윽…200명 박사 배출한 '박사골'사화 등 피해 내려온 선비들 씨족이뤄 학문 갈고 닦은 곳 / 200년 전 지어진 고택 즐비 향학·교육열 남다른 인재 터…세심리 '박사골 체험관' 운영
김재호 기자  |  jhkim@jjan.kr / 등록일 : 2017.10.23  / 최종수정 : 2017.10.23  23:22:31
   
‘산자수명한 우리 고장 인심좋고 성실한 조상들의 덕망을 이어 받아 명석한 두뇌를 갈고 닦아 국가의 동량이 된 박사촌을 이루었으니 그 높은 뜻을 기리고 후대에 전수코자...’

임실 오수에서 삼계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길 옆에 지난 2000년 3월 이 지역 중견 인사들의 모임 삼정회가 세운 ‘博士의 고장 三溪面’ 비문에 새겨진 내용이다.

이 길을 따라 안으로 쑥 들어가면 면소재지를 지나 세심리에 ‘박사골 체험관’이 있고, 그 마당에 우뚝 세워진 박사모를 쓴 석상이 박사고을임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삼계면은 ‘박사골’로 불리는 인재의 고장이다. 예로부터 한양에서 낙향해 터를 잡은 선비들이 많았고, 근래 삼계면에서 배출된 ‘박사’가 2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세심리에 ‘박사골체험관’을 지어 운영하며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최근 ‘임실사람 임실이야기’란 저서를 낸 임실군청 문화관광치즈과 김철배 학예사는 “계유정란과 무오사화 등을 피해 내려온 선비들이 씨족을 이뤄 학문을 갈고 닦으며 터전을 이룬 곳”이라고 소개한다.

500년 전부터 중앙정치의 화를 피해 자리잡고 살아온 선비들은 후학을 육성하고 또 조정과 연을 맺기도 했다.

어은리의 청주한씨 고택과 육우정은 숙종의 정비 인경왕후(광주 김씨)의 외가였다. 인경왕후가 10세라는 어린 나이에 세자비로 간택 돼 외로운 궁궐 생활을 하면서 입궐 전에 지냈던 외가 생활을 그리워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서 전해진다.

인경왕후가 외가에서 지낼 때 먹었던 콩잎장아찌를 진상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후천리에 많이 사는 풍천노씨 집안의 노익원 공은 정조의 스승을 지냈을 만큼 인품과 학식이 뛰어난 선비로 알려져 있다. 240여년 된 그의 집 대문에 쓰여진 ‘馬四客’(말 네 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예의를 알고 용모단정한 사람이 사는 곳)이란 글씨가 말해 준다.

지금도 임실군 삼계면은 발길 닿는 곳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묵향이 흠뻑 배어 있는 고을이다.

노동환 가옥, 한상준 고택, 육우당 등 200년 전후에 건축된 선비들의 한옥이 즐비하다. 고을 곳곳에 만취정, 광제정, 오괴정 등 정자가 많아 산골 마을 사람들이 예로부터 글과 풍류를 사랑했고, 시인묵객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음직 하다. 선비들의 고결한 인품과 학문을 존중해 세운 서원, 각 성씨들이 조성한 사당과 묘동도 수두룩 하다. 어은리에서 살았던 종호(從好) 최광범씨는 근래의 뛰어난 한학자로 알려진다.

삼계면에서 인물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향학열과 교육열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적 개념의 삼계면 1호 박사는 고 심길순 박사다. 1918년생인 심박사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학대 교수, 학장 등을 지냈다.

2호 박사는 고 허세욱 박사다. 1934년생인 허 박사는 한국외국어대와 타이완사범대 대학원을 나온 중국어문학자로 외대와 고려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회장을 지낸 허필수 박사도 삼계가 고향이다.

임실의 박사들은 주변과 가족 영향을 많이 받아 직계, 친인척 박사 그룹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전북대 교수를 지낸 노상순씨의 아들이 노덕환 노도환 노승환 노방환 박사이고, 손자 노시훈씨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명 8박사 집안이다. 노환성·노영진은 부자지간이고 노상균·노상우는 형제이다. 나로호 연구소에 근무하는 한민홍 박사는 한상엽박사 아들이다.

화천수력발전소장 박병근씨와 박배근박사는 사촌, 김봉철·김주현·김진엽은 삼남매, 김대현·김인희는 형제, 심석무·심유경은 부녀, 김흥주·김효수는 남매, 정남옥·정석균은 남매, 오세원·오세홍은 형제, 김학준·김택현은 삼촌조카, 김진원·김문수는 사촌이다.

세심리에 ‘박사골체험관’을 짓고 인재의 고장 삼계면의 위상을 높이고자 심혈을 기울이는 오흥섭씨(59)는 “인재가 많이 나는 것은 우리 고장의 경사요, 큰 자랑입니다. 박사 테마파크를 조성, 삼계면을 더욱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삼계면은 면적 56㎢에 삼계리, 후천리, 어은리, 삼은리, 산수리, 세심리, 죽계리, 홍곡리, 학정리, 홍현리, 오지리, 덕계리, 두월리, 뇌천리 등 14개 법정리로 구성돼 있다.

인구는 1612명이고, 최근 전통쌀엿을 비롯해 부추와 한우 농사가 많다. 인재의 상징으로 ‘뇌’ 모양을 한 호두 작목반도 출범했다. 연안김씨 고 김시영씨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이 살려 낸 ‘말천방 들노래’는 ‘임실군 무형 향토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돼 있다.



△정계

한상준 5·6·7대 국회의원(어은리), 김진억 전 임실군수(후천리), 오현모 군의원(삼은리), 노두상(삼계리), 김신기 군의원(홍곡리), 김학관 군의원(덕계리), 환경운동 등 시민단체 활동가이자 정치인 최형재 노무현재단 전북지역위원회 공동대표(어은리)

△관계

내년 익산에서 열리는 제99회 전국체전 화합문화체전 추진 총괄본부장 이지영 전 익산부시장(덕계리), 전북경찰청 차장과 전주완산경찰서장을 지낸 김학역(삼계리), 정보통신부 정석균(오지리), 기획재정부 허점옥(덕계리), 총무처 이재흥(덕계리), 농업기술원 국장을 지낸 유정(삼은리), 경남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김종영(삼계리), 새만금추진지원단장 오정호(삼은리), 김학엽 4대 전주지방환경창장(세심리), 김정호 11대 전주지방환경청장(홍곡리),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삼은리)

△교육계

심길순 전 서울대 약학대학장(뇌천리), 노상순 전 전북대 명예교수(후천리),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어은리), 허필수 전 중앙교육진흥연구소 회장(덕계리), 김효순 김제교육지원청 교육장(두월리), 김학산 전북교육연수원 원장(삼계리), 노덕환 군산대명예교수(후천리), 노도환 전북대교수(후천리), 노방환(전북대교수), 노상우 전북대교수(후천리), 박배근 충남대 수의학교 교수(세심리), 박은숙 완주 봉성초교 교장(세심리), 오동순(우석대 교수(세심리), 한광수 우석대교수(어은리), 김근주 전북대교수(두월리), 이동호 전북대교수(세심리), 신동수 한양대교수(학정리), 이미재 수원대교수(세심리), 수능출제위원장을 지낸 정병헌 숙명여대교수(봉현리), 이용현 군산대 명예교수(봉현리)

△경제·사회계

2003년 12월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수사’ 특별검사를 맡아 유명해진 김진흥 변호사(홍곡리), 김제경찰서장을 역임한 박달근 인천 도로교통공단 전 인천시지부장, 노상흡 캠틱종합기술원 본부장(후천리), 노보환 전 광명기업사장(후천리), (사)한국안전보건협회 회장 오병섭(삼은리), 화천수력발전소 소장 박병근(세심리), 한국농약과학회 회장, 한국잡초학회장 등을 지낸 한성수 전 원광대 대학원장(오지리), 한평호 한국생산성본부 근무 (봉현리), 류강열 전주생물벤처연구소(삼은리)

△문화예술언론계

삼계 말천방 들노래를 세상에 알리고 전승, 임실군 무형향토문화유산 제1호 지정을 이끌어 낸 김시영(두월리), 고려대·외국어대 중문과 교수를 역임하고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한 허세욱(덕계리),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을 지낸 이흥재 추계예술대학교수(삼계리), 박임근 한겨례신문 전북담당지역기자(세심리), 한국국학진흥원 김민옥(두월리)

△의료계

‘간’ 분야 전문의로 명성을 얻고 있는 김인희 전북대의대 교수(삼계리), 박승근 전남 순천 아이미코병원 피부과원장(세심리), 모윤희 치과원장(삼계리),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성수 의학박사(어은리), 허균 국립암센터 연구소 (후천리)·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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