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전문성 논란] (상)실태 - 외부 전문가 참여 강제성 없고 교사 입김 커…신뢰 떨어져학부모 과반 차지… 전담 경찰관도 의무 참석 아냐 / 학폭위 개최 매년 증가속 피해학생 재심청구도 늘어
천경석 기자  |  1000ks@jjan.kr / 등록일 : 2017.11.05  / 최종수정 : 2017.11.05  23:22:21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판단하는 곳은 학교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어 사건의 진위를 가리고, 처벌을 결정한다. 하지만 학폭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이나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학폭위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두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학폭위가 제대로 처리해줄 것이라 믿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직접 발로 뛰며 재심을 청구한 끝에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일 처리도 문제였고, 학폭위에서도 선생님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공정하게 처리될 거라 믿었던 게 순진했던 것 같아요.”

올해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겪었던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A씨의 말이다. A씨는 처음 열린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의 쌍방폭행이라는 주장이 인정돼 억울함을 호소하다 재심을 청구한 끝에 일방폭행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3개월여 동안 A씨는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고 했다. “억울하다 호소할 곳도 없었다”며 “학교에서 정한 학폭위 결과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직접 방법을 알아보고 재심을 청구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선 연이은 학교폭력 사건으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학교폭력을 일차적으로 다루는 학폭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폭위는 학부모나 교사, 전문위원(경찰 등) 등이 참여해 가해 학생 징계와 학생 간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지난 2014년 시행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폭위에서 이를 심의하게 돼 있다.

학폭위 개최도 증가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학폭위가 지난 2015년에는 522건, 2016년에는 589건 열렸다. 올해도 7월 말 기준으로 358건이다.

학폭위 개최는 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폭위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기관이 다르다. 가해학생은 교육청 징계조정위원회 등지에, 피해학생은 도청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서 재심이나 행정심판을 담당한다.

전북교육청 징계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재심은 2015년 17건에서 2016년 32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지난 7월 말 기준 27건의 청구가 접수됐다. 또, 행정심판은 2015년 24건, 2016년 37건이 청구됐다.

도청의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접수된 피해 학생의 재심 청구도 2015년 14건, 2016년 23건, 올해는 최근까지 26건이 접수됐다.

학폭위가 2015년과 비교해 2016년에 1.12배 증가한데 비해, 재심 청구는 같은기간 1.6배 증가했다.

이렇듯 재심 청구가 늘어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학폭위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피해·가해 학생 모두 학폭위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이처럼 학폭위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로 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폭법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학폭위는 5~10명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이 중 과반수는 학부모 대표가 맡게 돼 있다.

‘학부모 위원 과반수’는 필수 사항이지만 외부전문위원은 강제 사항은 아니다. 심지어 학교전담경찰관도 학폭위에 의무적으로 참석할 대상은 아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공정한 처분을 내리기란 쉽지 않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해당 교사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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