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위병기 칼럼
일본의 유신, 한국의 유신전북의 지도자들 공인으로 나설 때 초심 다시 생각을
위병기 기자  |  desk@jjan.kr / 등록일 : 2017.11.14  / 최종수정 : 2017.11.14  22:37:14
   
▲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은 4월 23일이다.

1616년 4월 23일 스페인의 세르반테스와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우연하게도 같은 날 사망한 것을 기념해 제정했다고 한다. 말이 그렇지 최초의 근대소설 ‘돈키호테’를 지은 세르반테스와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극작가로 평가받는 셰익스피어가 같은 날 사망했다는 게 우연치고는 참으로 기막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에서는 10월 26일이 묘한 여운을 던지는 날이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권좌에서 사라지는데, 그로부터 꼭 70년 전인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는 안중근 의사에 의해 이토 히로부미가 역시 제거된다.

10월 26일 삶을 마감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와 한국의 박정희는 ‘유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유신(維新)은 시경에 나오는 단어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본래 의미는 결코 나쁘지 않지만 한국에서 유신은 그나마 유지되던 최소한의 민주주의가 말살된 독재헌법, 독재시대를 의미한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정권이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단행한 초헌법적 비상조치로 보통 ‘10월 유신’이라고 일컬어진다.

박정희보다 꼭 70년 전 사라진 이토 히로부미 역시 일본의 메이지유신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1868년, 그동안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천황이 국가를 직접 통치한다는 친정(親政) 선언을 하면서 일본 근대 국가 수립과 제국주의의 원동력이 된 메이지(明治) 유신의 서막은 올랐다. 메이지 정부는 서구에서 수백 년에 걸쳐 이루어진 일들을 십수 년 만에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에게는 식민 침탈의 원흉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근대화의 아버지요, 영웅이다.

하층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총리만 네 차례를 지낸 그는 일본의 근대적 헌법과 형법을 기초했고, 일본 외교의 큰 그림을 그렸으며 조선 총독, 추밀원 의장 등 정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시간적으로 70년의 차이가 있지만 똑같이 10월 26일 삶을 마감한 박정희와 이토 히로부미를 화두로 꺼내는 이유가 있다. 정치적으로 어떤 실적을 거두고, 국내외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가 하는 것은 별개로 치고 적어도 한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일본의 유신은 700년 간 계속된 봉건시대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고, 한국에서 유신은 1인독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안이 보기에 따라 정반대의 평가를 할 수 있다지만, 적어도 일본의 유신은 국민의 삶의질이 개선되는 쪽으로 진행된 반면, 한국의 유신은 국부(國富)는 신장됐을지언정 국민 삶의 질은 악화됐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 핵심은 바로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어냈는가 하는 점과 결단 과정에 사심은 없었는가에 모아진다.

국가간 경쟁, 지역간 경쟁이 극에 달한 요즘, 지도자들이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공익을 위한 것인가 하는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한 건 올리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일 뿐, 장기적으로 보면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낙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도민이 몸부림을 치는 요즘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계 인사 등 전북의 지도자들이 공인으로 나설 때의 초심을 잃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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