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전북형 제4차 산업혁명' 초융합 바이오 농업시대를 연다] ⑨ 농업 특화 스타트업 육성과 '애그리테크(AgriTech)' - 농업·기술 발전 병행돼야 청년 농업인 키우는 토대 만든다농촌진흥청 이전·새만금 통해 농생명 중심지 설계하는 전북 '애그리테크' 키워드엔 미온적 / 서울·경기에 집중된 벤처자금 지역에 산업 생태계 조성하고 균형 발전 구체적 계획 세워야
김윤정 기자  |  kking152@naver.com / 등록일 : 2017.11.14  / 최종수정 : 2017.11.14  22:37:03
   
▲ 소형 식물공장 시스템 구축 스타트업인 쿨팜의 미니 식물공장 플랫폼.
 

선진국 농업시장의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 중국 내 IT기업들은 서비스, 콘텐츠를 결합시켜 생산, 유통, 판매를 잇는 농업 스타트업 모델을 확산시켜 나가는 추세다. 우리나라 또한 농산업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젊은 농업인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농업인 육성의 산실이라는 농수산대학, 국내 농업 기술이 집약된 농촌진흥청이 소재한 전북은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농업 특화 스타트업 육성 환경에서 전북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경북, 전남 등에도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기획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농업 벤처들을 전북으로 유치하고, 이들의 역량을 집결시켜 정부주도형, 지자체주도형 사업모델을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쿨팜의 쥬엔 이고르 대표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농생명 경영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애그리테크(AgriTech)와 미래농업시장

전북도는 농촌진흥청 이전과 새만금을 발판 삼아 농생명 중심지로 도약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업(Agriculture)에 첨단기술(Technology) 접목을 선도하는 스타트업 육성에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농업과 첨단기술의 합성어인 애그리테크(AgriTech)는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의 주요 키워드지만, 전북 내에서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된 바 없다. 출산율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국민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전체 인구는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새만금 사업의 본래 취지 또한 앞으로 더 농업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시작된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곡물도 늘어나야 하고, 고기를 먹으려고 해도 사료용 곡물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업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업에서 기술의 발전이 병행돼야 청년농업인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애그리테크가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은 물론 한국IT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점쳐지는 이유다. 정부는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을 꾀한다고 천명했지만, 첨단농업기술 스타트업 육성 인프라가 아직까지도 수도권에 몰려있어 과잉경 쟁을 유발하고 있다. 혁신도시 시즌2의 성공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의 시작은 각 지역 특화산업에 맞춘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별 특화산업에 맞춰 인프라 조성해야

올 하반기 벤처·창업기업 투자시장에는 정부가 출자하는 8000억 원의 모태펀드를 포함해 약 1조3000억 원의 자금이 풀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 자금의 대부분은 서울과 경기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는 판교스타트업 캠퍼스를 필두로 전국의 창업자를 흡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서울창업허브를 설립해 글로벌 스타트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중앙의 공모사업에 의지하는 경향이 짙다. 각 지역의 특화산업 육성은 슬로건이 된지 오래이며, 서울과 성남 판교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전북의 농생명 산업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쿨팜의 쥬엔 이고르 대표

지난 3일 서울 창업허브에서 만난 쿨팜(Cool Farm·소형 식물공장 시스템 구축 스타트업)의 쥬엔 이고르 대표(포르투갈)는 “K스타트업 사업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며 “전북이 한국의 첨단농업기술 연구기관이 집적된 지역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쥬엔 대표는 ‘사양 산업’으로 치부됐던 농업의 변화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보고, 기존의 식물공장 시스템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킴으로써 영국에 이어 한국에 진출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농업 벤처들 중 상당수는 각종 자동화 기술, 측정 기술 등과 함께 동종 상품 생산 동향과 시장 동향을 동시에 체크하고, 시장과 시장을 잇는 ‘산업 간 융합’에 입각한 모델로 완성돼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농업 벤처들은 전북의 농생명 산업에 대해서는 사업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가기관이 몰려있다고 한들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전경. 한국의 스타트업 인프라는 여전히 전 산업부문에 걸쳐 수도권에 몰려있다.

같은 날 경기도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만난 창업 준비생 김인섭(35)씨는 “국가가 대대적으로 청년창업을 지원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수도권의 창업시장은 이미 출혈경쟁 상태에 다다랐다”면서“청년 벤처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구체적인 플랜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농업·IT기업의 특성 모두 고려한 계획 필요

일반 스타트업과 토지 및 농산물 등 유형의 대상을 포착할 수 있는 농업벤처들은 큰 차이점이 있다. 농업 분야 종사자들 또한 생산·유통·판매를 일원화하는 ‘6차 산업’과 최근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김제에서 생강을 재배하고 있는 하성재(36) 씨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서 지원하는 교육에 많이 참여해 왔다”면서 “최근 6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 활용에 대한 소개가 많았지만, 정확히 그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강사는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농업과 IT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세부적인 플랜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업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크게 기술과 정책 2가지로 나눠진다. 첨단기술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에 대한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히 국내 법규는 규제 위주라는 지적이 많다. 드론을 시험할 때도 비행장 반경 9.3km, 150m 이상 고도 같은 조건 외에 조종사 시야 안에서만 비행할 수 있고 비행금지구역도 많다. 물론 야간비행도 안 된다. 이는 도내 농업용 로봇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규제타파 논의는 실종된 상황이다.

글로컬 개념이 등장하면서 국내외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국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투자와 완화된 규제가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어디든지 찾아가고 있다.

쥬엔 대표는 “나 뿐만이 아니라 유럽의 강력한 산업규제에 지친 많은 청년들이 중국, 동남아, 미국, 영국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현지 농민들의 사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향후 미래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벤처를 육성하려면 더욱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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