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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의료인의 좋은 습관 들이기 - '환자 안전' 반복해 확인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12.28  / 최종수정 : 2017.12.28  22:25:52
   
▲ 오창현 전주병원 부원장·의학박사
외식을 하려고 나선 가족이 식당에 다다랐을 무렵 ‘가스불 껐나’하는 누군가의 말에 분위기가 달라진다. 식당에 앉아서도 모두 말이 없다. 결국 아내는 집으로 향하고 어색한 침묵이 모처럼의 외식 기분을 삼켜버렸다. 어째서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내가 껐어’라고 한 사람이라도 자신있게 말했더라면 여전히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져 갔을텐데, 아무도 가스불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믿을만한 습관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매일매일을 새롭게 살아가는 것 같아도 사실 우리는 습관대로 살아간다. 그제했던 생각과 비슷한 생각으로, 어제 사용했던 언어와 별반 다르지 않게 구사하면서 오늘도 거의 판에 박힌 듯한 몸놀림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집을 나설 때 나는 ‘4’라는 숫자를 떠올리는 습관을 갖고 있다. 지갑, 핸드폰, 자동차 키, 그리고 휴대해야할 약. 이 네 가지 중에서 빠뜨린 것은 없는가하고 순간적으로 체크를 하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 필요 없는 요소도 있지만, 일단 4를 떠올림으로써 소지해야할 물건들을 잊는 경우가 대폭 줄었다. 살다보면 기억이 분명치 않아 어떤 일을 했는지 안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내 나름의 습관 덕분에 나 자신을 믿는 편이어서 쉽게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는 생전에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뒤돌아보는 습관을 갖고 계셨다. 얼마나 좋은 습관인가. 일 이 초 동안의 그 좋은 습관 덕에 중요한 소지품을 잃어버릴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는데, 물론 여러 번의 분실과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익힌 습관이었다고 한다. 자동으로 잠기는 문이라도 문을 닫은 후 손잡이를 한 번 더 돌려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바닥이 환히 보일 때만 발을 내딛고, 횡단보도에서는 차도에 바짝 붙어 기다리기 보다는 두어 걸음 뒤쪽에 서서 기다리는 습관은 어떤가. 독서하며 감명 깊은 구절을 읽었을 때 그저 좋은 말이구나 하고 지나치면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 구절을 외워서 기억해놓는 습관이 있으면 이럴까 저럴까 하는 인생의 기로에서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일상생활에서뿐 아니라 직업적으로도 좋은 습관을 갖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처음 봉직의를 시작하면서 마취과 의사로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진료에 임할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첫째,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자. 안전한 마취는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왔다. 둘째, 외과의들에게 편안한 마취를 하자. 마취과 의사는 환자와 함께 외과 의사를 상대하는 직업이어서 환자만큼 외과의들에게도 편안하게 하려고 딴에는 노력해왔다. 셋째, 가능하면 병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자. 사소한 소모품이라도 함부로 쓰지 않고 절약하며, 병원에 손해되지 않는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한 태도라고 여겨왔다.

위의 세 가지 중에서도 특히 환자의 안전과 관련해서 소개할 수는 없지만 나는 몇 가지 습관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수술대 위의 환자에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하고 묻는 것으로부터 나는 마취를 시작한다. 두려움과 긴장으로 어리둥절해하는 환자에게 ‘아무개씨죠’하고 물으면 자기 이름이 아닌데도 엉겁결에 ‘예’하는 경우도 있어서 나는 이름을 직접 묻는다. 환자 확인이야말로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환자가 바뀌는 경우를 가정하면 어떤 말로도 이해받지 못할 그 상황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확실히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마취 전 과정에 실수가 없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마취습관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의 비결은 좋은 머리가 아니라 몇 번이고 복습을 하는 것이듯이, 실수를 하지 않는 비결은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반복적인 확인을 머리로 하려면 강박증이 될 수 있으나, 좋은 습관으로 하게 되면 전혀 힘 드는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좋은 습관이 있으면 따로 신경을 더 쓰거나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저 따라오는 그림자처럼 유익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반성과 희망이 교차하며 저물어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도 새해에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좋은 습관 하나 새로이 들여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외출할 때 아내 대신 가스불 끄는 습관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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