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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불멸의 백제] (28) 2장 대야성 ⑦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8.02.08  / 최종수정 : 2018.02.08  22:28:47
   
“에그머니!”

우덕이 비명을 질렀다. 놀란 외침이다.

청으로 들어선 우덕이 계백 앞에 앉은 사내를 본 순간 자지러진 것이다.

“오.”

사내도 우덕을 보고는 짧게 신음했다.

“나리.”

우덕이 손에 쥐고 있던 쟁반을 겨우 떨어뜨리지 않고 마룻바닥에 놓더니 사내를 불렀다. 사내는 상인 행색을 했지만 삼현성 보군대장인 급벌찬 전택이었던 것이다. 계백은 둘을 바라만 보았고 전택이 입을 열었다.

“아씨는 잘 계시냐?”

“예? 예.”

영문을 모르지만 대답부터 한 우덕이 부엌쪽을 향해 냅다 소리쳤다.

“아씨! 아씨! 이리 와 보세요!”

그러자 부엌에서 고화가 나왔고 마당에 있던 덕조는 이미 마루 끝에 붙어 서있다. 그러고 보니 마당 끝에 군관 서너명이 주춤거리며 모여서 있다. 청으로 다가온 고화가 역시 전택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러나 우덕과는 달리 눈을 크게 뜨고는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오, 고화, 고생이 많구나.”

“급벌찬이 여기 웬일이세요?”

고화가 겨우 물었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서 있기가 힘이 드는지 한 손으로 기둥을 잡았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들어와 앉아라.”

고화가 홀린 것 같은 얼굴로 청에 올라 전택 옆쪽으로 앉았다. 우덕은 벽에 붙어 서있고 덕조는 마루끝에 자리잡았다. 마당의 군관들도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집안이 조용해졌다. 먼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전택이 계백에게 말했다.

“이제 고화를 확인했으니 말씀 드리겠소. 삼현성을 넘겨 드리지요.”

고화가 머리를 들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계백도 시선만 주었고 전택이 말을 이었다.

“성주께서 말씀하셨소, 딸을 핑계 삼아 성을 넘기는 것이 낫겠다고 하셨습니다. 왕국에 대한 충성과 의리 따위를 주절대는 것보다 훨씬 정직한 소행이라고 하셨소.”

그때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믿겠다고 전해주시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두손을 청 바닥에 붙인 전택이 머리를 숙였다가 들었다, 물었다.

“고화 주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돌려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당연하지요.”

전택의 시선이 옆에 앉은 고화를 스치고 지나갔다.

“손님으로 대우해주시오, 성주.”

“그러지.”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마루끝에 다가와선 덕조에게 말했다.

“들었느냐?”

“예?”

“고화가 내 손님이다.”

“예, 그것이…”

“알았느냐?”

“예.”

“다른 곳에서 종을 둘 데려와서 고화 주종의 시중을 들도록 해라.”

덕조가 숨만 쉬었기 때문에 계백이 다그쳤다.

“알아들었어?”

“예, 주인.”

머리를 돌린 계백이 다시 전택을 보았다. 굳어진 얼굴이다.

“대야주가 떨어지면 가야인이 주인이 되도록 도와주지.”

그러자 전택이 대답했다.

“가야를 바쳐 김유신 일족만 출세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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