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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학교폭력, 세밀한 접근 필요 - 다양한 피해·가해사례 분석 제도 보완 통해 예방법 모색

서울 고교생 자살, 대구 중학생 자살, 부산 여중생 구타, 서울 숭의초 사건, 전주의 여중생 자살 사건까지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학교폭력에 의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만 해도 학교폭력은 주로 고등학교 수준에서 발생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확산되면서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한 건수는 2013년 1만7749건, 2014년 1만9521건, 2015년 1만9968건, 2016년 2만3678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한 초중고 학생 360만 명을 대상으로 2017년도에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1만7500명, 중학교 7100명, 고등학교 3500명으로 2만8000여 명의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995년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발표, 1997년 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및 학교폭력 추방대책본부 설치, 2001년 학교폭력 국민협의회 발족,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 2015년 제3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이처럼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매년 학교폭력에 관한 실태조사도 벌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학교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전북의 경우만 해도 해마다 도내에서 500여 건 이상의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2015년 522건, 2016년 589건, 2017년에는 584건으로 3년 동안 1695건의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이 기간에 피해 학생 수는 2600여 명에 이르고, 가해 학생 수는 2900여 명에 달한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심의되지 않고 암묵적으로 처리되는 학교폭력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학교폭력을 인지하고도 그 처리가 미흡하거나, 제도나 규정에 의한 제한적 조치로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전주지역 여중생 자살 지난해 도내 한 중학교의 여학생이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학교가 뒤늦게나마 학교폭력을 인지했지만, 당시 피해 학생 측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당시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웠고 징벌보다는 그들을 교화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교 관계자와 학교전담경찰관 등을 만나 사과하는 자리로 마무리지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과의 자리를 통해 진심 어린 사과도 받지 못했고, 피해 학생은 자신의 왼쪽 손목을 긋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 학생은 몇 주 뒤 퇴원해 다시 학교에 갔지만 그 후 또 학교폭력이 발생했고, 피해 학생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해 학생들은 유족의 요청으로 뒤늦게서야 열린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았다.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모든 사안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 회부에 따른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학교를 포함한 주변 모두가 피해 학생의 학교폭력을 인지하고 있었고, 피해 학생이 자해까지 시도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결과를 막을 수 없었다.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의 중요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청소년 시절의 경우 이런 상황은 제3자인 성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삶의 무게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는, 그것을 기필코 해결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무주의 중학교, 반복되는 학교폭력 지난 3월 무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이 가해 학생의 학교폭력은 처음이 아니다.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을 당했고, 세 번째 학교에서 또다시 폭력이 발생한 것. 가해 학생은 일정 기간 출석정지 조치를 받았고, 해당 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요구를 반영해 관외 전학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내 전학이 원칙인 상황이어서 교육청에서는 교육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해당 지역의 학교장, 교육장 등의 동의와 함께 학부모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학생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현재 해당 학생은 결석을 반복하며 피해 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피해 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이 법률에는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로써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 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교체, 그 밖에 피해 학생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제시돼 있다. 그리고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로는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부터 전학, 퇴학처분의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의무교육의 대상인 중학생의 경우는 법률의 절차에 따라 강제전학이 가해학생에게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징계이다. 강제전학 조치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해 2차 피해를 차단하려는 취지이다. 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나 선도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강제전학 조치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해당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에 대한 다양한 상담과 치료, 대안학교로의 전학 조치 등을 시도했으나 당사자나 학부모가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가해 학생이 반복적인 학교폭력을 저지르며 전학을 다니는 동안 학교현장과 교육 당국은 이 학생의 선도와 교육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혹시 자신들도 모르게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은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학교폭력 근본적 예방 대책 필요한 시점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학교폭력은 예방할 수 있으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빠른 조치를 통해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이 더 이상 폭력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선도교육해 신속히 교실로 복귀토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폭력법에 따른 일련의 조치와 절차들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 실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법에 따라 정해진 보고와 조치 절차를 따름으로써 학교폭력에 대한 처리의 형식적 책임을 다했다는 면피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현재의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갈수록 다양화되는 학교폭력의 사례들이 모두 다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여러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든 분야, 어느 하나 소홀히 할 부분이 없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경우는 한창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평생 커다란 상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더 신중하고 적극적인 정책들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학교에서는 학생관리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교육청은 그런 학교를 지원하고, 교육부와 정부는 보다 나은 정책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 및 사후대책에 대한 커다란 틀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더욱 세밀하고 다양한 사례관리와 제도보안을 통해 어느 하나의 학교폭력 사안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피해를 보는 당사자만의 문제도, 가해자만의 문제도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이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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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08 19:47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플라스틱의 습격 - 간편함 버리고 불편함 택하면 지구가 살아요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낸 불편한 진실들 올해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누구보다 환경부에게는 그랬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던 장관은 또 다시 ‘쓰레기 대란’의 습격을 받아 고군분투해야 했다. 손톱 밑의 가시처럼, 일상의 불편은 매년 4월이면 떠올리던 모든 사회적 이슈들을 압도했다. 4.3 제주항쟁과 4.19 혁명, 그리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동향이나 지난 4년간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세월호의 진실 공방조차도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발 빠른 기자들이 폐비닐 수거가 중단된 수도권지역 아파트를 취재하고, 혼란에 빠진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각계 기관의 통계자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숨 막히게 전송했다. 책임공방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여론의 표적이 된 것은 중국의 폐비닐 수입금지 조치에 대응시기를 놓친 환경부였지만, 곧이어 생활쓰레기 수거 책임이 있는 수도권 지역 지자체로 불씨가 옮겨갔다. 오래 묵은 쓰레기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명래 원장에 따르면, 분리수거 된 폐비닐 중 약 90%가 고형연료(Solid Refused Fuel, SRF)로 재활용된다. 소각이 가능한 폐기물을 땔감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은 이미 참여정부 때 시작되어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녹색성장의 유망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263곳의 SRF 사업체가 연간 135만 톤을 생산해 열병합발전소 등 152개 시설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서면서 미세먼지 발생 우려로 SRF 규제가 강화돼 사업성이 악화되자 폐비닐의 행로가 막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중국 수출까지 막히면서 민간업자들이 아예 손을 놓게 된 것이라고 한다. OECD 국가 중 ‘재활용률이 독일에 이어 두 번째’라는 통계치는 허상이었다. 녹색성장의 구호 아래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방안으로 환경문제가 시장논리에 따른 물질순환으로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가려진 현실에서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는 늘고 폐기물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6년 통계청이 밝힌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편에서는 폐자원을 활용한 자원화 사업 분야의 국제적 사업전망이 밝아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역설하는 주장이 여전하고, 이번 기회에 쓰레기 관련 정책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건전한 자원순환구조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주장과 의견들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를 가졌고, 비단 수도권 대도시들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우려가 타당할지라도 우선 당장 지역의 관심사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던 업체들에 대한 긴급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지난달 19일 중국이 추가로 고체쓰레기 32종에 대한 수입중단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20년간 전 세계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처리해오던 중국의 정책변화는 지속될 전망이어서 여전히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플라스틱 과잉시대 한국인은 1인당 420장의 비닐봉지를 쓴다. 하루 평균 1장 정도 수치지만, 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핀란드가 4장, 아일랜드는 20장, 환경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은 70장 정도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져보면 핀란드 국민들보다 100배가 넘는 비닐봉지를 소비하고 있다. 얼핏 5125만 명이 넘는 국민 숫자로 환산해 봐도 약 216억장에 달하는 엄청난 양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을 이미 상상하기 어렵다. 편의점과 마트, 약국과 문구점 등 일상에서 가볍고 질긴 그 편리함의 유혹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한 해 겨우 4장 정도로 소비하는 핀란드 국민들의 일상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심되기도 한다. 혹자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지나 지금의 시대를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공성이 뛰어나고 금속보다 가벼우면서도 썩거나 녹슬지 않는 장점 때문에 플라스틱은 사무실의 문구들이나 주방용품에서 반도체의 내장재와 인공장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난 달 초에 세계적 휴양지인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이 6개월간 전면 폐쇄를 선언했다. 이유는 쓰레기와 하수시설 불량으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이었다. 2017년 한 해만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고, 한국인만 해도 35만 명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곪아왔던 문제가 임계치를 넘어서자 필리핀 정부가 극단의 조치를 선택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이 올해 1월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겠다며, 향후 2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매년 85억 개씩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의 판매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올해 세계 환경의날 행사를 개최하는 인도는 ‘플라스틱 공해 퇴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감축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각 나라마다 부산을 떨고 있지만,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년 전인 1997년 북태평양에 남한 면적의 15배가 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 제7대륙이라고도 불리는 이 섬의 정체는 약 1조 8천억 개가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조사단은 그 무게를 약 8만 톤으로 추산했고, 500대 정도의 초대형 여객기에 맞먹는 무게라고 밝혔다. 그린피스의 보도는 단순히 충격을 넘어서 위기감과 죄의식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한 번 더 생각하면 서울시가 친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논란을 낳은 아리수 페트병 용기를 교체키로 했다. 페트병의 무게가 환경부 권고기준보다 무겁고 접착제로 라벨을 붙여 재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하면, 굳이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생산해야 하는지 싶다. 연간 600만병이나 되는 적지 않은 양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경유차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친환경자동차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예산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뚜벅이를 고집하는 사람들이나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우선이 아닐까 싶다. 지금껏 살아온 관성의 패러다임을 벗어던지지 못하면, 상황을 바꿀 수도 없을뿐더러 문제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놓쳐버리고 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 집집마다 텀블러와 머그잔, 그리고 에코백이 부족하지 않다. 대한민국 흡연자 수의 몇 배가 될지 가늠조차 어려운 일회용 라이터, 책상위에 쓰이지도 않고 버려지는 볼펜들. 필요를 넘어선 욕망의 과잉, 비록 재활용률이 56%를 웃돌고 있다지만 이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신진철 전 전북자연환경연수원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6월 5일은 환경의 날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이었고, 오는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1972년 6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슬로건으로 세계 113개국 대표들이 참가하여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해 발생한 공해, 오염 등의 문제를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UN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설치가 합의됐고, 환경의 날이 제정되었다. 올해는 인도에서 기념행사가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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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01 19:11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 - 라디오로 만나는 생생한 영화제, 올해도

전주국제영화제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전주 일대를 다채로운 영화로 물들일 전망이다. 이번 영화제는 총 246편의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로 19번째 영화제이니, 아마도 그동안 수천 편의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보여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에 담긴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제에는 영화만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영화제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이 존재하고 거기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소리를 통해 전달하는 매체가 있다. 바로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은 전주국제영화제만을 위한 라디오이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동안만 운영된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매일의 영화제 정보, 교통정보, 영화, 음악, 영화제 이벤트 등 다양한 주제로 영화제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올해로 여섯 번째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하고 있다. 나름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라디오방송국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제 미니FM은 주파수를 통해 방송된다. 라디오 주파수 89.5㎒를 맞추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라디오를 통해서 들을 수는 없다. 출력이 1와트로 작다. 그래서 작은 라디오라는 미니FM 또는 소출력 라디오라고 한다. 소출력 이다보니 모든 전주지역에 전파가 미치지는 못한다. 자동차로 라디오를 들을 경우 반경 3㎞ 이내에서 청취할 수 있다. 일반 라디오를 통해서는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시내권에서 들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라면 좀 더 먼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나 페이스북(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페이스북 페이지)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보이는 라디오 형태로 진행자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이 특별한 라디오 방송인 또 하나의 이유는 시민들이다. 영화에 관심이 많고 영화제와 함께 하고 싶은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0simi.org)에서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여덟 차례의 방송 진행, 원고, 기술 등에 관한 교육을 받은 시민들이 직접 라디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진행한다. 또 지역에서 팟캐스트 라디오 활동을 해왔던 8개 마을공동체라디오들도 함께 한다. 라디오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활동해보지 않은 시민들도 참여한다.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에는 시민 진행자들의 이웃이나, 영화제 현장을 찾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 라디오는 보이는 라디오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전주라운지에 위치한 오픈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어 누구나 보고 또 참여할 수 있다. 스튜디오 앞에 사연함이 있어 노래와 사연, 그리고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참여와 개방, 그리고 연결을 지향한다. ▲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방송을 만들어내는 것은 영화제를 이해하고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영화제 전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매일 매일의 영화제 소식과 영화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미니FM에 참여하는 시민 진행자들은 누구보다 더 영화제 관련 정보와 뉴스에 관심을 갖고, 또 직접 현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영화제 소식과 이야기를 담아낸다. 보고 즐기는 영화제에서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제가 된다. 그러면서 영화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높아지게 된다. 공동체라디오가 활성화되어 있는 영국, 일본,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는 지역의 행사와 문화축제에 시민들이 직접 공동체라디오나 한시적 이벤트 방송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라디오를 통해 다양한 행사정보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담아냄으로써 소통의 매개가 되는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 라디오는 오는 5월 4일 금요일 방송을 시작으로 5월 11일까지 8일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9시간 동안 진행된다. 모두 44개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방송은 모두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영화와 라디오가 만나는 현장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누구나 전주국제영화제 메인행사장 전주라운지에 오시면 함께할 수 있다. 온라인 참여도 가능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슬로건은 영화 표현의 해방구다.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 라디오 역시 표현의 해방구가 될 것이다. ●시민 DJ로 참여하는 이한솔씨 "즐거운 에너지 함께 나누고 파" ▲ 시민 DJ로 참여하는 이한솔씨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 라디오에 참여하는 이한솔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처음 시민DJ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2달간의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기획중에 있다. 이번 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3개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미니FM 교육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중에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시민들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국제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미니FM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교육에 참여해보시니 어떤가요? 실제로 교육에 참여해보니, 마이크를 통해 다시 듣는 제 목소리가 가장 신기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소스를 모으다 보니 일상의 소소한 시간들도 집중할 수 있고 책이나 짧은 글, 그리고 음악을 많이 듣다보니 순간순간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어서 즐겁게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라디오 관련 경험이 있었나요? 라디오 진행은 해본 적이 없지만 영시미에서 진행한 미디어 강사교육을 받고 그때 라디오 관련 수업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미니FM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나요? 연애에 관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입니다. 제가 연애를 참 못하는데 연애 상담은 또 잘해주거든요. 아무래도 전문분야가 없고, 제 취미나 관심사들은 굉장히 얕은 지식들이라 제가 잘 말할 수 있는 주제로 기획을 하려고 하다보니 연애란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재밌게 이야기 할 수 있고 듣는 사람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되신다면 인터뷰 기사를 보고 계시는 여러분도 듣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 DJ분들도 올해는 작년에 비해 더 다양한 소스를 가지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기획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편성표를 한번 보시고 애니메이션, 레트로 등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함께 즐겨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음어려운 질문이네요. 라디오 교육을 받을 때 무언가 거창한 것을 기대한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라디오 DJ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선별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점들이 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서 만들어 나가는 제가, 진행하는 제가, 듣고 있는 제가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고, 저의 즐거운 에너지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느끼고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주국제영화제 미니FM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만나고 회의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재밌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하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도 함께 나눠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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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4 19:18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택배상하차 현장을 가다 - 11시간 쉼없는 밤샘노동…"차라리 인력시장을 나가는게 나아"

취업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청년들의 취업난이 유독 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6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건강보험 및 국세 데이터베이스 연계 취업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 일반대학원 등 도내 고등교육기관의 지난해 졸업자 취업률은 64.3%로 나타났다. 청년 고용률도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저조하다. 이같은 현상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도내에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학업이나 군 복무를 하지 않는 청년층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다. 결국 도내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해 지금처럼 전북의 청년고용률이 낮을 경우 젊은 층의 탈 전북 현상은 더욱 가속화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1529세 청년 고용률은 비수도권이 39.6%로 수도권 45.3%보다 5.7%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북지역의 청년 고용률은 34.3%에 불과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런 가운데, 청춘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한 해 알바생들을 울리고 웃게 한 알바 시장 최고의 주 관심사를 조사했다. 아르바이트 각 분야 1위를 꼽은 결과, 시급 많이 받는 알바 1위는 피팅모델, 강도 최고! 극한 알바 1위는 택배상하차, 알바계의 스테디셀러 1위는 사무보조였다. 취업난에 허덕이며 알바시장으로 몰리는 청년들이 가장 힘들어한다는 택배상하차 알바를 직접 해봤다.처음 해보는 거죠? 남자는 9만 5000원부터 시작이고 작업은 보통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 합니다. 아르바이트 알선 사이트에 올라온 물류 업체의 구인공고를 따라 전화를 거니 상하차 작업시간과 급료를 알려준다. 알선 사이트에는 10만 원이라고 올라와 있지만 막상 전화를 걸면 얘기하는 일급은 9만 5000원. 찝찝한 감정이 남았지만 그래도 일을 하겠다고 얘기하니 문자로 셔틀버스의 차량번호, 탑승 장소와 시간을 통보해준다. 문자에 적힌 대로 셔틀버스에 탑승하고 두 시간을 타고 가니 물류터미널에 도착했다. 일하게 된 곳은 충북에 위치한 모 택배사의 물류터미널. 한때 버뮤다삼각지와 비교되며 화물의 블랙홀이라 불렸던 악명높은 터미널이 바로 이곳이다. 전주뿐만 아니라 대구, 청주 등 전국에서 달려온 버스가 이곳에 사람들을 쏟아낸다. 학과 점퍼를 입고 온 대학생 무리에서부터 40대 중년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몰리는데 의외로 여성 작업자들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상하차가 중노동이란 일반적인 인식에 따라 여자가 하기에 어려운 일이란 편견이 있지만 꼭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름을 부르는 물류회사 직원을 따라가 잠깐의 등록절차와 근로계약서 작성을 마치고 나면 저녁을 먹는다. 저녁 메뉴는 냉동식품을 그대로 튀겨 놓은 미니 돈가스와 묽은 김치찌개. 당연히 맛은 없다. 많이 먹어 놔도 일하다 보면 엄청 배고파요. 맛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먹어요. 전주에서 함께 온 A씨의 충고에 억지로 입에 밥을 밀어 넣어 보지만 금새 수저를 내려놓았다. 밥을 먹고 저녁 8시가 되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물류터미널 분류는 짐을 내리는 하차, 지역별로 나누는 분류, 다시 짐을 싣는 상차로 나뉘어 있는데 처음 오는 사람들은 대개 상차조로 배정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원이 부족한지 초보자도 하차조로 배정됐다. 하차조 일은 간단하다. 짐칸에 실린 짐을 가능한 빨리 레일 위로 옮기면 된다. 레일이 차량 안까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차량 밖으로 짐을 옮길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간단한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 맞이한 차량에 실려 있는 화물은 약재와 소화물. 중량이 나가는 화물도 제법 있었지만 첫 차인 만큼 적당히 정신 차리면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차량을 맞이하자 난관이 시작됐다. 두 번째 차량에 실려 있던 것은 대량의 업소용 세제와 기업용 화물. 그때부터 이 일에는 차량 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3~4월에는 상하차 최대의 난관이라 할 수 있는 쌀포대를 상대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20㎏짜리 콤프레셔 5대, 14㎏짜리 업소용 세제 80통을 비롯해 중량이 많이 나가는 화물을 상대하고 나면 뒤에 오는 저 트럭이 가벼운 화물을 실었기를 간절히 빌게 된다. 그렇게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면 남의 짐 챙기기 전에 내 몸부터 챙기자는 생각이 든다. 이윽고 깨지기 쉬움이라는 빨간색 스티커가 붙여진 화물을 봐도 그런 문구를 무시하고 짐을 던지게 된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하지만 팔목과 허리에 통증이 몰려오는 현실이 무겁다. 작업장에는 고성이 오간다. 기계소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높여 의사소통해야 하는데 그렇게 몇 번 소리를 지르다가 대략 새벽이 되면 하나같이 목이 쉬어버린다. 아울러 현장에서 나오는 먼지는 이미 쉬어 버린 목을 더욱 힘들게 한다. 포장된 상자를 던질 때마다 먼지가 쏟아지고 차량 짐칸에 들어갈 때마다 탁한 공기에 줄기침이 이어진다. 어느덧 안경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양의 먼지가 달라붙어 있다. 여기 공기가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요. 방금 화장실에 갔을 때 가래침을 뱉고 왔는데 가래가 새까맣더라고요. 옆 통로에서 일하던 대학생 C씨가 하소연하지만 참고 일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 이민욱 전북대 신문사 전 사회부장 근로계약서 상에는 50분의 휴식시간이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유일하게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은 짐을 내린 차량이 나가고 다른 차량이 들어오는 약 2~3분간의 짧은 휴식뿐이다. 처음 쉴 때는 그 시간에 스트레칭도 하고 기지개도 켜면서 적당히 몸을 풀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서 있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진다. 어디든 앉을 수 있는 곳에 주저앉아 그 잠깐을 멍하게 즐긴다. 그리고 차량이 들어오면 다시 짐칸으로 달려간다. 그때는 이 일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10여 대의 차량에서 약 1만 건의 화물을 옮기고 나니 어느덧 아침 7시. 깜깜한 짐칸에도 햇빛이 들어온다. 너무 힘들어서 인중에 소금기가 느껴질 즈음에 드디어 끝을 본다. 작업장을 청소하고 들어왔던 길을 따라 나가면서 급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설 때, 일은 끝났고 이제 돈 받고 퇴근할 일만 남았건만 길게 늘어선 사람들 대부분의 표정이 어둡다. 한쪽에서 담배를 피우던 D씨가 꽁초를 버리면서 얘기한다 오늘로 여기 다섯 번째 왔는데 올 때마다 보는 얼굴들이 바뀌네요. 그만큼 사람이 못배기는 일이란 뜻이죠. 버스가 전주로 돌아가는 동안 11시간 고된 노동을 버텨낸 몸이 이제 더는 안 되겠다며 잠을 청한다. 잠깐의 잠을 거쳐 전주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세상이 아침의 문을 열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그 시간에 저녁의 문을 닫아걸고서 이제야 퇴근한다. 평안했어야 할 시간을 노동으로 채우면서 그 대가로 받은 9만 5000원짜리 노란 봉투를 마주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최악의 노동강도와 최저시급 수준의 박봉이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표정을 읽었는지 같이 버스에서 내린 E씨가 충고를 해준다. 전주에서 인력시장을 나가도 10만 원은 줘요. 게다가 그쪽이 일도 쉽고 시간도 짧으니 굳이 이 일을 해야겠다 싶으면 차라리 새벽에 인력시장을 나가요. 그편이 나아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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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7 18:34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익산 춘포 - 아픈 역사의 현장에도 찾아온 찬란한 계절…'봄나루'를 가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러 익산의 춘포(春浦)로 달려갔다. 춘포의 우리말 이름은 봄개, 봄이 오는 물가라는 뜻이다. 순창에서 출발하여 벚꽃과 경쟁하듯 도착한 만경강의 춘포나루에는 미리 도착한 녀석들이 벌써 꽃분홍 색으로 봄을 알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봄소식을 태운 강줄기들은 그렇게 춘포를 거쳐 바다로 가고 있었다. 익산은 지난 5년간 국내가이드를 하며 무수히 들렀던 곳이다. 하지만 단체 관광객의 인솔은 보석박물관과 미륵사지를 보고 마로 요리된 식사를 하며 지나만 가야하니 참 많이 아쉬웠다. 직업으로 삼던 여행을 접고 순창에 방랑싸롱이란 공간을 오픈하여 문화를 기획하고 지역에 활기를 만들어 가던 차에 다시 한번 익산을 찾았다. 여행과 문화를 접목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익산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다. △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기차역, 춘포역 춘포나루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인 춘포역이 있다. 과거 광활한 평야에 비옥하기까지 한 춘포는 일제 강점기에 쌀 수탈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어마어마한 쌀이 생산되니 일본인들은 큰 마당이라 대장(大場)이라 부르며 군산의 쌀 저장고인 장미동(藏米)까지 보내느라 굉장히 번화하고 융성한 동네였다. 사실 호남선이 익산을 통과하게 된 것은 철도 노선을 두고 벌인 당시 일본인 농장주들의 암투 때문이다. 김제에서 삼례를 통과하기 원했던 동산농장의 이와사키와 대야를 통과하길 원했던 군산농장의 오쿠라의 대립으로 그 중간인 솜리(이리)로 열차가 통과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지금은 오두막 같은 건물 하나 뿐이지만 그마저 없애지 않고 남겨주어 감사하다. △ 익산 역사가 담긴 명소들 살랑이는 봄바람을 느끼며 춘포나루 뚝방길을 따라 춘포역으로 가는 길엔 그 옛날 기세가 등등 했을 호소가와 농장 관리인 에토의 가옥을 볼 수 있다. 개인소유로 내부관람은 불가 하지만 담장 밖으로 보기에도 그 위용에 압도 된다. 마침 집 주위로 피어난 벚꽃 때문에 문득 일본 교토의 향기가 느껴진다. 가옥의 반대편 길을 따라 가다보면 지금은 폐허가 된 정미소가 나타난다. 일본까지 그냥 가져가기엔 여러모로 불리했을 쌀들을 겉껍질만 도정했던 곳으로 당시 농장의 마름이 운영했던 곳이다. 역시나 내부관람은 금지 되어 있지만 활용가치가 높은 건물들은 무엇이 되어도 멋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우뚝 솟은 빨간 건물은 대장교회로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의 치열했던 기독교 선교의 흔적이다. △ 사람 사는 곳 들여다보기 작은 동네를 종으로 횡으로 지나다니다보면 가끔은 일부러라도 방향을 잃는다. 지도에도 없는 작은 길을 걷다 마주치는 고양이와의 눈맞춤도 좋고 궁금증이 많은 동네 아주머니와의 대화도 즐겁다. 어쩌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다변화 되고 세밀화 되면서 나만의 여행을 찾아 가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 거창하고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작지만 자세하고 깊이 볼 수 있는 곳이 선호된다. 익산에서 봄바람으로는 부족해 더 많은 봄을 느끼고 싶었다. 마침 익산 북부시장의 장날(4일,9일)이라 봄내음을 맡으러 갔다. 익산장은 전북 최대의 정기장이며 전국에서는 성남 모란장 다음으로 큰 장이다. 날이 좋아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 소쿠리에 한 가득 풀어놓은 봄나물들이 코를 간지럽힌다. 그 냄새가 좋아 사지도 않을 흥정을 하며 할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많은 나라를 여행 했지만 재래시장만큼 그 지역과 사람을 이해하기 좋은 장소는 없다. 전국의 전통장이 쇠퇴해 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다행히 익산장은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이 추진하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2016년에 선정되었다. 이 사업은 정부로 부터 내, 외국인이 문화 예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화체험장, 야외공연장, 문화창작공간의 설치를 지원받고, 문화,관광컨텐츠 개발의 사업 또한 지원 받는다. 비로써 전통장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즐기는 공간이 되어 간다. 우리네 장은 싼 물건을 구매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공간이다. △ 근대문화유산, 다크투어리즘 개발되길 ▲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오래된 것이 인정을 받고 관광지가 되어 가는데 우리나라는 일제의 잔재라 하여 없애고, 보기 싫다 부수고 남아나지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째든 작지만 가치 있는 춘포역을 철도청으로부터 무상 임대 받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컨텐츠를 입혀가는 익산시 관계기관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단순히 유산을 넘어 근대문화유산 박물관 춘포 사업을 통해 지역문화의 장으로 변모시키려는 익산문화재단에도 감사하다. 지난해에 진행했던 춘포 근대문화유산 도보 트래킹은 최근 여행업계에 부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행사였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처럼 개인적으로 많은 일본인들이 전국에 산재한 침탈의 역사현장을 둘러보고 반성하는 투어가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지역 공동체 사업으로 진행되는 춘포문화학교는 마을공동체 회복과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4회째를 기다린다. 쇠퇴해가는 지역과 역사를 문화로 융성하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가치 있고 재미난 일이다. 마지막으로 익산에서 봄은 커피 한잔으로 마무리를 한다. 직업이기도 하거니와 커피를 워낙에 좋아하여 어느 지역이나 나라를 여행하든 마치 습관처럼 유명한 필터커피집을 찾는다. 마침 전북대 익산캠퍼스 근처에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집을 발견하여 젊은 사장님이 내려주신 맛있는 커피로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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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1 18:30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장애인 야학 - 성인 장애인 교육권 보장 위한 실질적 지원 이뤄져야

장애인 야학은 장애인 시설의 탈시설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장애인의 독립생활 추구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대두됐다. 장애인의 경우 학령기 시절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본교육과 함께 직업도 필요하다. 이 같은 장애인 교육에 대한 절실함이 민간주도의 장애인 야학 설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장애인 야학에 대한 정부 차원의 통계는 전무한 상태다. 전국장애인 야학협의회에 등록된 단체 기준으로는 27곳이 있지만,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야학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전북지역에는 전주시를 포함한 4개 지역에 7개의 장애인 야학이 설치돼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교육 정도는 초등학교 28.8%, 중학교 16.2%, 고등학교 28.1%, 대학 이상 15.3%, 그리고 무학이 11.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학력 수준과 비교했을 때 현저한 차이가 난다. 이는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일반 평생교육기관이 있다 해도 편의시설 미비와 비장애인 중심의 교육내용, 교육비 부담 등으로 교육 참여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중 평생교육 프로그램 참여 경험 여부를 살펴보면, 장애인 대부분이 참여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교육 프로그램 중 학력보완 교육에 참여한 인원은 0.3%, 성인 기초 및 문자해독 교육은 0.4%, 직업능력 향상 교육 1.4%, 인문교양 교육 0.8%, 문화체육 예술교육 2.6%, 시민참여교육은 0.3%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97.4%의 장애인이 평생교육 참여 경험이 없는 것이다. 장애인의 열악한 교육 현실은 그대로 노동의 영역으로 이어져, 2017년 기준 장애인의 고용률은 36.5%에 불과한 수준이다. 장애인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교육 정도는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현저한 차이가 나고 있다. 그만큼 제도권 안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헌법과 교육기본법에는 국민의 평생교육 진흥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과 평생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내용이 규정돼 있다. 평생교육법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시도교육감이 관할 구역 안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을 설치 또는 지정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전북 도내 7개의 장애인 야학교 가운데 어느 한 곳도 평생교육시설로 등록돼 있지 않다. 야학교가 법이 정한 기준에 맞는 시설과 설비를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온 야학교 김미아 센터장은 장애인 야학이 평생교육시설로 등록돼 예산지원을 받는다면 장애인들의 교육과 취업, 재활, 문화여가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반 특수학교 한 학급에 들어가는 정도의 안정적인 예산지원만 있어도 야학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과 현실은 너무 먼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온 야학교의 경우 현재 지자체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받고 있지만, 장애인 교육과 식사 제공 등에는 빠듯한 형편이라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야학교 직원의 열정 페이와 열악한 처우, 자원봉사로 구성된 교사들의 사명감만으로는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도내 7개 장애인 야학교 중 유급 교사가 있는 곳은 2곳뿐이며, 교사 대부분은 자원봉사로 운영 중인 실정이다.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새누장애인 야학교 강현석 교장도 전북지역의 나머지 장애인 야학교들의 재정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재정적인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전북도내 장애인 야학교의 경우 지자체에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지만 전북도교육청에서는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등록을 하지 않는 한 공모방식의 민간지원 보조사업에 선정된 경우에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지속적인 지원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올해 3월 초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정책과 관련한 70개 추진과제를 확정하면서 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특수학교와 학급을 확충하고, 특수학교 용지확보와 설립이 쉽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교육 현실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정책은 주로 학령기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장애인의 교육 정도가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학령기 제도권 교육에서 기본적인 학력을 취득하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더욱 주목해야 한다. 장애인 야학은 학령기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 장애인들이 교육비에 대한 부담 없이 교육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교육 소외계층인 성인 장애인들의 교육권을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지원의 현실화가 선행돼야 하며, 평생교육의 실질적인 서비스를 통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 또한 필요하다. ● 다온야학교 김미아 센터장이 얘기하는 장애인 야학 - 교류 속 정서적 안정감 획득사회성 배워 △학력 증진과 사회환원 장애인 야학은 한글, 수학, 영어 기초부터 시작해 검정고시 과정인 중고대입 과정을 교육하며, 검정고시 시험을 통해 상급반에 진학하고 있다. 대입과정을 취득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갖고 사회에 진출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장애인 야학을 통해 배운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획득하게 되면 다시 장애인 야학의 교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 또한 같은 상황을 겪었기에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어려움과 형편에 맞게 지도할 수 있고, 때로는 동료로서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통해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다. 장애인 야학은 정치, 경제, 문화, 교양 면에서 제도권 교육에서 실현하기 힘든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교육이나 장애인 문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관심을 유도하고, 동아리를 운영해 새로운 장애인의 문화형성과 여가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이를 통해 교사는 학생과 대화를 나누며 배움과 성장을 도모하고 서로 교감한다. 장애인 야학은 단순한 지식습득이나 기술을 배우는 학교라는 기존의 역할을 넘어서, 사회운동 등으로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공동체로 장애인들에게 다가선다. △ 정서적재활적 지원 평생 장애를 갖고 사는 경우나 중도에 장애를 입은 경우도 장애로 인해 저마다의 마음의 상처가 있으며, 장애인 스스로 위축돼 소외 당한다는 생각으로 피해의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장애인들이 야학을 통해 교사들과 봉사자,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장애인과 교류함으로써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사회성을 배우게 된다. 학습을 통해 학력을 취득함으로써 자신감을 획득해 사회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 또한,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장애인들은 야학에 다니며 규칙적인 생활로 삶의 활력을 증진하고, 손이 불편한 장애인은 야학의 컴퓨터 교육을 받으며 손가락의 근력도 키우고 미세한 근육의 재활을 발달시키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활적 기능도 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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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0 18:25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봄의 전령사 개구리 - 남획·서식지 파괴에 슬픈 울음…'빼앗긴 들에 희망의 봄을'

기적의 계절이다. 세상은 봄에 다시 태어난다. 겨우내 죽은 것처럼 보이던 가지에도 물이 오르고 꽃이 터지기 시작한다. 꽃소식은 섬진강 줄기를 타고 북상한다. 하동의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 곧이어 구례 산수유 축제가 열리고, 데미샘 발원지가 있는 진안의 고로쇠 농가들의 손길도 부산해진다. 이제 곧 섬진강 19번 국도를 따라 벚꽃들이 흐드러지면 봄맞이에 한껏 들뜬 나들이객들의 발걸음도 절정에 오른다. 비록 새해의 첫 날을 따로 정해두었다지만, 사람들은 한겨울 아랫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비가 적시고 남녘에서 녹아드는 바람에 몇 차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서야 우리의 몸과 마음은 비로소 추위에서 풀려난다. 경칩이 벌써 한 달 전.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개굴 개굴 △봄의 전령사, 개구리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다.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육모정이 있는 남원 지리산 구룡계곡 북방산 개구리들이 3월 초에 첫 산란을 시작했다고 한다. 섬진강 줄기로 이어진 하동과 구례에서는 이미 2월 중하순부터 알이 관찰되었다. 작년보다 20여일이나 늦은 산란이라고 하니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모양이다. 흔히 산개구리 또는 뽕악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계절을 알리는 전령사들이다. 봄은 꽃보다 먼저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우리 곁에 찾아든다. 예전 같으면 개구쟁이 시절 추억을 찾아 동네 개울의 돌 밑을 더투기라도 할 법한데 요즘 날엔 꿈도 못 꿀 일이다. 뱀과 개구리의 상당수가 이미 포획금지종으로 지정된 탓이다. 포획만 아니라 먹는 것조차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은 식용으로 양식해서 유통되는 경우만을 예외로 두고 있다. 멸종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개체수가 감소했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산골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거나 노인들의 심심풀이를 넘긴 지나친 보신문화가 가져온 남획의 결과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이 되고 말았다. 잠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로부터 벗어나보면 양서류와 인간과의 오랜 인연은 보은과 애틋함으로 그득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야 했던 콩쥐를 계모의 심술로부터 구해주었던 두꺼비는 강줄기를 따라 쳐들어오던 왜구들을 물리치도록 돕기도 했다. 섬진강(蟾津江)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얻어졌다. 개구리 왕눈이와 아로미, 투투가 살던 무지개 연못을 좋아했던 선생님은 캐로로 전사들의 우주무용담을 보고 자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액침표본병에 담긴 개구리를 들어 보이며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해부를 해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하는 과학 선생님의 설명을 아이들은 영문 몰라 할 수 있다. 대신 손안에 놓인 개구리를 마녀의 마법에 걸린 왕자님이 혹시 아닐까 하는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입맛보다는 아직 아이들의 동화 같은 상상 속에서 양서류들은 훨씬 더 친근한 존재로 살아 있다.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그런데 변신이라는 키워드로 이들의 생태를 읽어보면, 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兩棲類)의 삶은 경이롭다. 우선 양쪽에서 서식한다는 그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물과 뭍을 오가며 판이하게 다른 생태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이들은 독특한 진화를 선택했다.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은 수중호흡을 할 수 있는 아가미를 가졌다. 그리고 얼마쯤 지나면 뒷다리가 생기고, 앞다리도 자라나면서 꼬리가 퇴화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호흡기관 역시도 육상에서 공기호흡을 할 수 있는 허파를 갖춘다. 그렇지만 그 기능이 충분하지 못해 대부분이 피부호흡을 병행하며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물이 있는 서식지를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 식성 또한 변하는데, 올챙이 시절에는 주로 녹조류와 작은 물벌레들을 먹는 잡식성이지만 성체가 되면 적극적인 육식을 한다. 이웃해서 살아가는 잠자리와의 관계를 두고 보면 개구리들의 인생은 갑을의 역전 드라마 같다. 딱히 방어수단이 없는 올챙이들은 잠자리 유충들의 단골 먹잇감이지만, 일단 성체로 자란 잠자리들에게 개구리들의 날렵한 혀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서로에게 위험하면서도 또한 서로 없이는 못 사는 기막힌 애증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생태계는 이런 방식으로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맞춰간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이어지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는 잠을 설치게 하는 골칫거리다. 특히 개구리들의 서식지였던 방죽을 매립해서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로 입주한 주민들이 피해자다. 그런데 막상 그들의 포접 과정을 훔쳐보게 되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 간의 치열한 경쟁과 절박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어렵게 암컷의 등을 차지한 수컷은 암컷의 앞다리 뒤쪽, 겨드랑이 안쪽을 생식혹이 달린 앞발가락으로 힘껏 조여 잡는다. 간혹 포접과 산란과정에서 암컷들이 죽는 불상사도 생긴다. 콜링(Calling)이라 불리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는 턱밑이나 양볼을 부풀려서 내는데, 주로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소리는 어두운 밤에도 먹잇감을 찾는 너구리같은 천적들도 함께 불러들인다. 목숨을 걸고 우는 것이다. 절박하면서도 애절하다. 아마도 개구리들의 울음이 이웃 주민들의 밤을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이유인 듯 싶다. 변신의 극치는 개구리들의 겨울잠이다. 밤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10월 즈음이면 먹이가 되는 곤충들도 하나 둘씩 사라져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다. 더 큰 문제는 촉촉한 피부를 유지해야 피부호흡을 할 수 있는데, 물이 얼어버리는 겨울에는 숨쉬기조차 힘들어진다. 짧지 않은 겨울나기를 위한 마지막 변신을 시도한다. 땅속으로 들어가 가사상태로 겨울을 난다.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을 낮추고 에너지 소비를 극도로 줄이려고 심장 박동조차 거의 멈추어 둔다. 겨울 노지에서 살아남는 시금치나 고로쇠처럼 혈액 내 당분 농도를 끌어올려 몸이 얼지 않도록 만든다. 비록 살아 있어도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다고 죽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의 겨울잠이다. 개구리들은 새봄이 오면 다시 살아날 것을 믿기 때문에 죽음 같은 잠 속에 기꺼이 빠져든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 신진철 전북자연환경연수원장 흔히 궁하면 통한다는 말의 기원은 주역(周易)의 한 구절에서 나왔다. 변화와 소통 그래야 오래도록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말이다. 재작년 겨울과 지난 해 봄을 되돌아보면, 깊은 생각의 싹을 틔우는 씨앗 같다. 대한민국의 새 봄은 만년설처럼 결코 녹을 것 같지 않던 권위의 토대를 단번에 무너뜨리고 있다. 대지의 민낯이 봄볕에 드러나면서 숨 죽여 왔던 씨앗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변화는 늘 진통과 불편을 동반해왔다. 그렇게 무너지고, 그렇게 새로워지면서 세상이 바뀌어왔다. 그런데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라던 톨스토이의 말마따나 나에게 되묻는다. 겨울을 지겨워하면서도 막상 봄을 맞을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잊지 말자. 하찮은 존재 같아 보이지만, 꽃보다 먼저 봄을 불러 오던 주역이 누구였던가를. 그들이 왜 물에서 뭍으로 올라왔는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왜 극단적인 변신을 해마다 되풀이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도전과 변화를 통해 3억5천만년이나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돌아 본 양서류들의 운명은 무척 위태로워 보인다. 남획뿐만 아니라 서식지 파괴로 인한 멸종 위기, 더불어 지구온난화 때문에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개체 수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변신의 귀재인 개구리들이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개구리들이 빼앗긴 땅에도 봄은 찾아올까. ● 4월 28일은 '개구리 보전의 날' 올해로 벌써 10년째, 4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은 개구리 보전의 날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SAVE THE FROGS!라는 비영리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다. 취지는 시민들의 참여와 작은 실천을 통해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양서류들의 보전과 인류와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더 나은 지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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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03 19:26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삶 밀착 정보 넘치고 지역 변화 이끌 '우리 동네 스피커' 키우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참여&소통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입니다. 올해는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과 신진철 전북자연환경연수원장, 이민욱 전북대학교 신문사 전 사회부장,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이 참여해 마을미디어, 생태, 청년소식, 교육현장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조명합니다. 참여&소통은 오는 10월까지 매주 수요일자에 게재됩니다. 이제는 마을공동체미디어다. 전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공동체미디어들이 전라북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네트워크(전북마을미디어 네트워크)라는 연대 조직을 꾸리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단체는 지난 21일 전라북도의회에서 창립을 위한 대표자 회의와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네트워크는 풀뿌리 언론활동 및 정책대응 활동과 더불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공약검증과 토론회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북마을미디어 네트워크에는 마을신문이나 마을방송 활동을 하는 마을공동체미디어와 이를 지원하고 연구하는 미디어센터, 시민단체 그리고 학계 등 17개 단체가 참여했다. 삼천동마을신문, 송천동마을신문, 우리마을신문, 월간아중리, 평화동마을신문, 하가신문, 학마을 사람들(전주), 완두콩(완주), 지리산 산내마을신문 등과 같은 마을신문이 참여하고 있다. 또 노송FM, 혁신FM(전주), 순창FM, 진안TV 등 마을방송, 그리고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호남언론학회 등이 함께 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실무를 담당하는 집행위원회가 꾸려졌고 김수돈 편집인(평화동 마을신문)이 집행위원장에 선출됐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가 간사를 맡아 실무를 집행할 예정이다.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지리적으로나 생활적으로 매우 밀착되어 있는 생활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를 말한다. 운영이나 제작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고, 내용적으로는 공동체의 일상에서 동네의 이슈까지 공동체 구성원의 삶과 매우 밀착된 것들을 다루고 있다. 도내에는 오래전부터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주민들에게 밀착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마을공동체미디어 관련 단체들이 연대를 도모하고자, 지난 겨울부터 4차례의 간담회와 준비위원회를 통해 이번에 발족하게 됐다. 전북에서는 지난 2006년 전국 최초로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전라북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제정됐지만 지난 1년 3개월 동안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을 위한 위원회와 지원계획 수립, 예산 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전북마을미디어 네트워크는 창립기자회견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지속가능한 발전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실효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한 도 차원의 조례에 대한 정책적 대응뿐만 아니라 시군단위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최근 도 차원의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위원회 구성에 속도가 붙었다. 전라북도는 4월 초 위원회를 공식화 할 예정이다. 박훈 사무관(전라북도 농촌활력과)은 앞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 단체를 중심으로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시행하고, 전문가와 소위원회를 구성해 9월 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 네트워크는 도민들의 미디어 활용 능력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변화와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풀뿌리 언론활동을 수행한다. 더불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공약검증과 토론회, 그리고 주민 중심의 선거 의제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손주화 국장(전북민언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활동에 대해 기존매체의 한계상 잘 다뤄지지 않는 시군의원 정보와 유권자가 원하는 내용들을 기초단위를 대표하는 시도의원에게 전달할 계획이라며 지역후보자 정보 전달, 유권자 의제를 선정 발굴해 시민들에게 전달, 정책선거, 인물검증 선거, 지역민이 참여하는 선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을공동체미디어가 함께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지방선거의 정책토론회는 자치단체장에게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과 가장 밀착한 기초 의원들에 대한 정책적 검증을 위한 토론회는 진행되지 못했다. 마을미디어의 이런 역할은 대의제 미디어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고 미디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초대 집행위원장에 선출된 김수돈 전주 평화동 마을신문 편집인 "물리적 인프라재정적 어려움 넘어 지속가능하도록" - 정책 마련지자체와 협력체계 지원 조례근거 발전 토대 구축 - 행정조직 변화조례 제정 과제 김수돈 전주 평화동 마을신문 편집인 전라북도 마을공동체미디어 네트워크는 회원단체 대표로 구성된 대표자 회의와 네트워크회의 제반 운영사항을 총괄하는 집행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초대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수돈 전주 평화동 마을신문 편집인를 만나 네트워크 창립과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마을공동체미디어활성화 네트워크를 창립한 배경은?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위상을 우리 주민들 힘으로 정립하자는 뜻에서 출범했다. 우리 전라북도 지역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 양상에 비해 공공의 정책적 뒷받침이 아직은 미흡한 형편이다. 이런 만큼, 마을공동체미디어 스스로가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여기에 전라북도와 시군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정책 마련을 통해서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내걸었다. 어떤 의미인가? 활동의 지속성과 성장을 도모하자는 의미다. 산발적이지만 주민들 스스로가 움직여서 만들어내고 활동하는 공동체미디어들이 물리적 인프라나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중단되지 않고, 또 외롭게 활동하다가 사라져가지 않고 마을 안에서 꾸준히 활동해나갈 수 있게끔 돕자는 것이다. 이런 도움에는 이웃한 공동체미디어들뿐 아니라 공공의 지원정책도 포함되겠다. -현재 마을공동체미디어들에게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재정 문제다. 일반적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운영 재정은, 주민들 스스로 모은 회비나 후원금이 주다. 마을신문을 발행할 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의뢰하면서 광고비조로 후원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체적인 재정을 만들지 못한 마을미디어들은 초기에 공모사업 같은 데 의지해서 시작했다가도 몇 년 안에 자리를 못 잡고 중단되기도 한다. 공모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자체적으로 재정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되기가 어렵다. 주민들이 회비만 모아서 운영하기도 어렵다. 평화동의 경우는 후원하는 주민들이 그나마 어느 정도 있어서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좀 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어떤 수익모델을 만들 것인가가 고민이다. - 전라북도마을공동체미디어지원조례의 실효성 강화같은 정책적 요구를 내걸고 있는데, 이런 요구는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인가? 자치단체의 정책적 뒷받침이 마을미디어의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본다. 재정문제는 근본적으로 마을미디어 당사자의 자생력에 달려있다. 전라북도 조례의 핵심은, 마을공동체미디어 육성과 지원을 위해 자치단체가 가져야 할 책무다. 이 조례를 근거로 해서 다양한 공동체미디어 모델이 탄생하고 공동체미디어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구축해가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민간의 활동을 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변화시켜내고 민관이 협력해서 마을공동체미디어 정책을 수립하고 실현하자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요구하는 마을공동체미디어정책, 우선적으로 어떤 과제가 필요할까? 현재 전라북도에는 마을공동체미디어와 직접 관련된 부서조차 없다. 행정조직의 업무분장조차 안된 상태로 어떤 정책을 펴겠는가? 민간의 활발한 움직임을 수용하고 뒷받침하게끔 행정조직이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이와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현할 근거로 시군단위의 조례 제정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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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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