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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남과 끝없이 비교하는 삶 진짜 내모습 아닌 '짝퉁' / 한번쯤 나 자신 돌아보길

▲ 문이랑 음악프로듀서
올해 스물다섯 살. 키는 178, 몸무게는 67kg에 덩치에 비해 어깨가 넓고, 쌍꺼풀이 없는 매서운 눈에, 숫기가 없어 처음 보는 사람들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것을 못한다. 또 웃을 때 잇몸이 크게 보여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색하게 웃는 버릇을 포함, 이런 눈에 보이는 몇 가지만을 가지고서 사람들은 나를 어려운 사람으로 여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지인들을 만날 때면 항상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사람들을 귀찮게 하곤 했다.

 

“야, 네가 볼 땐 난 어떤 사람인 것 같아?”, “오늘 어때 보여?”

 

물론 눈앞에 있는 누군가를 당장 몇 마디의 말로 평가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나로선 행여 인상이 나쁜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까, 또 약간 바보 같거나 촌스러운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까 매번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들에게 내 성격이나 행동들을 확인받으면서까지 ‘좋은 사람,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살아가면서 이런 경험들이 꽤 있을 거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 없는 것도 있는 척, 휴대폰으로 사진 찍을 때마저도 최대한 밝고 예쁘게 나오는 곳을 찾아낸 후 20, 30번을 연달아 찍은 사진 중 제일 잘 나온 것을 프로필로 설정해놓고는 그게 정말 내 모습인 것처럼 누군가를 교묘히 속이며 나를 감추는….

 

이렇듯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며, 진짜 내 모습이 아닌 내가 만들어 낸 ‘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치길 바란다.

 

나 또한 그런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는데, 중학생 때는 친구들 앞에서 남들 모르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힘들게 산 비싼 신발을 신고서는 엄마에게 선물을 받은 척을 하기도 하고, 20살이 돼 친구에게 소개받은 여자 앞에서는 친하지도 않은 유명한 가수들을 친한 형이라며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밖에서의 그런 내 모습들이 너무 ‘짝퉁’ 같이 느껴졌다. 애초에 명품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전에 ‘짝퉁’이 돼버린 학창시절 나의 모습은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그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보이는지 지인들에게 일일이 물어 검사를 맡지 않았나 싶다.

 

남들이 보면 취향 독특하다 할지 몰라도 나는 여자라면,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에 평범한 운동복 차림의 여자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화장을 하지 않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죽을 만큼 꺼려하고, 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라며 이 세상에서 가장 도도한 표정으로 보도블록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지만, 내게 그런 모습은 말 그대로 여자들의 ‘겉치장’으로 느껴졌다.

 

하루는 그런 ‘겉치장’에 목매곤 했던 당시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난 화장 안한 네 모습이 더 좋아. 화장을 좀 옅게 하면 안 돼?” 그러자 그 친구는 화장을 하기 시작한 후로 거울을 볼 때면 화장을 하지 않은 자신의 맨 얼굴이 TV 속에 나오는 연예인들이나, 길거리를 쏘다니는 화려한 여자들의 얼굴들에 비해 너무 초라하고 초췌해 보여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렇다. 누구에게나 멋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존재하고, 그 욕망의 시작은 보통 외로움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시작되며, 결국 모두가 원하는 그 끝은 나를 보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인간이라는 동물은 제아무리 감추고 숨겨봐도 ‘나는, 나’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언젠가는 깨닫게 돼 있다.

 

오늘 하루 중 거울을 보았을 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면 자신을 위해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 그동안 잊고 있던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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