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랜드마크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여신상, 런던 타워브리지, 로마 콜로세움, 인도 타지마할, 호주 오페라하우스, 중국 만리장성. 세계적인 도시를 상징한 랜드마크다. 외국 관광에 나섰을 때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의 상징물을 관람하지 않으면 제대로 여행을 못한 느낌을 갖는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갖는 힘이다. 파리 에펠탑의 가치가 건축물 이미지와 브랜드, 조형적 가치, 관광객 방문, 일자리 창출 등으로 프랑스 GDP의 2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 자치단체들이 랜드마크 심기에 높은 관심을 갖는 이유다.

 

‘랜드마크(landmark)’는 일정한 지역(land)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표시(mark), 즉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를 가리켜 이르는 말이다. 자유여신상은 조형물로,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는 건축물로, 프랑스 개선문은 구조물로, 영국의 도크랜드는 단지형으로 도시를 상징한다. 그 유형을 달리하지만 다른 도시와 차별성을 갖는 인공구조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건설사업연구원이 몇 년 전 서울시민들과 건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묻는 설문에 ‘N서울타워’가 39.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3빌딩’ ‘광화문광장’ ‘복원된 청계천’ ‘세종문화회관’등이 뒤를 이었다. N서울타워가 파리의 에펠탑처럼 서울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점이 작용했으리라. 올 3월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인 ‘서울스카이 123’이 새로 들어섰기 때문에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주를 특징지을 수 있는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전주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시도도 별 반 차이가 없다.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도시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랜드마크 만들기에 공을 들였으나 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널리 알려진 랜드마크를 찾기 힘들다. 한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기념비적 건물(조형물)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를 매입한 (주)자광이 430m 높이의 타워를 세워 전주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국내 최대 높이의 타워를 전주에 세우겠다는 것만으로도 지역에서 좋은 이야깃거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주의 랜드마크를 높이에서 찾는다는 건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두지 않는 랜드마크는 사상누각이다. 전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전통문화 측면에서 나와야 한다. 건물이든, 구조물이든 진짜 전주를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화제로 떠오를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