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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김관영 제명에 선거구도 급변…전북지사 경선 연기해야"
전북도지사 출마 예정자인 더불어민주당 안호영(완주·진안·무주) 의원이 3일 "전북도지사 경선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중앙당에 요청했다. 그는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김관영 도지사의 비상 징계(제명) 결정이 내려졌다. 경선 등록(4일)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후보 구도가 급격히 흔들리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안 의원은 "(현직 도지사의 제명으로) 도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지금의 경선이 도민의 온전한 선택을 담아낼 수 있는지 냉정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주역세권 개발 급물살⋯2034년 준공 목표
전주 동부권 개발의 핵심축인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이 8년 만에 행정 절차의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 전주시는 3일 2034년 준공을 목표로 한 전주역세권 개발이 급물살을 탔다고 밝혔다. 앞서 개발 범위인 전주역 뒤편 106만㎡는 단순 주거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닌 상업·업무·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거점으로 조성된다. 
민주당 정읍시장 경선, '반 이학수'  연대 뭉쳤다
민주당 정읍시장 본경선이 오는 10일~11일 예정된 가운데 안수용, 이상길, 김대중, 최도식 예비후보가 연대하여 이학수 현 시장에 맞서는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4명의 예비후보는 3일 시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은 단순한 후보 선택이 아니라 정읍의 방향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며 “예비후보 전원이 참여하는 공개 합동토론회를 즉각 개최하자" 고 이학수 현 시장에게 제안했다. 
신임 전북경찰청장에 이재영 치안감
이재영(57) 치안감이 제38대 전북경찰청장에 임명됐다. 경찰청은 3일 치안정감·치안감 등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정읍 출신인 이 치안감은 인천 선인고와 경찰대(8기)를 졸업하고 1992년 경찰에 입직했다. 이 치안감은 전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 행정안전부 치안정책관, 대전경찰청 자치경찰부장, 중앙경찰학교 교수부장, 경찰대학 교무처장, 서울경찰청 범죄예방대응부장,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직무대리 등을 역임했다. 한편,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은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전북경찰, 3년만에 경무관 배출…박종삼 수사과장 경무관 승진
전북경찰에서 3년 만에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이 배출됐다. 경찰청은 3일 전북경찰청 박종삼 수사과장(57‧간후 43기)을 경무관으로 승진 내정하는 등 전국 총경급 28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박 과장의 승진으로 전북청은 지난 2023년에 이어 3년 만에 경무관을 배출했다. 
유희태 완주군수, 재선 도전 선언… “현직 내려놓고 군민 곁으로”
유희태 완주군수가 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재선 행보에 나섰다. 당초 5월 후보 등록 계획을 앞당긴 유 군수는 3일 완주군청 브리핑룸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현직 신분으로는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주민과 가까이 소통하는 데 법적 제약이 많았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예술·대중·지역 가치 담은 청사진⋯한국소리문화의전당 4대 과제 발표
새로운 리더십 전환을 맞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하 전당)이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달 취임한 이승필 전당 신임 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2026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전당은 ‘예술·대중·지역’ 3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기획사업 브랜드 ‘아트숲’을 운영하며 공연 61건, 전시 4건, 교육 및 기타 4건, 상설공연 1건 등 총 70건 규모의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팩트체크] 장수군 양수발전소 유치 논란-(하)핵심 쟁점
장수군 번암면 동화댐 양수발전소 유치와 관련한 ‘졸속 행정’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장수군이 양수발전 유치 사업을 확정된 대형 성과처럼 홍보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장수군 관계자는 “양수발전소 사업을 확정된 대형 사업처럼 홍보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는 ‘성공적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과 ‘유치될 경우 예상되는 사항’, ‘유치 신청 절차’를 설명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군산원협 건축사업, 농지전용·건축 일정 해석 놓고 논란
군산원예농협이 추진한 건축사업이 정보공개자료상 농지전용허가 이전에 착공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법전용 의혹과 함께 행정기관의 절차검증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민원인 A씨는 지난 1월 군산시농업기술센터에 수송동 25-15번지와 25-16번지의 농지전용허가일, 접수일, 면적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해당 부지는 군산원협 소유로, 군산경찰서 이전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곳이다. 
현직 경찰관, 음주운전하다 시민 신고로 덜미
현직 경찰관이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임실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경찰관 A씨(30대)를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 30분께 임실군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시민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으며, 적발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 이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직위 해제 조치하고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테크비즈센터’···금융사 ‘창고방’ 전락 논란
도내 기업들의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립된 ‘전북테크비즈센터’ 일부 사무실이 금융사의 ‘창고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금융사들이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기술 개발 목적이 아닌 국민연금공단과의 수시 회의 등을 위해서만 사무실을 활용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피니언

김관영 제명, 유권자가 중심 잡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일 식사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현금을 제공한 김관영 도지사를 전격 제명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전북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이번 6·3 지방선거의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급변하면서 선거판이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전북은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도여서 더욱 그렇다. 이런 때일수록 유권자인 도민들이 중심을 잡고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한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30일 전주시 완산구의 한 식당에서 지역 시·군 의원들과 도당 청년 등 20여 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자리가 끝나갈 무렵 김 지사는 이들에게 대리 운전비 명목으로 직접 2∼10만 원씩 90여만 원의 현금을 나눠 주었다. 이 장면은 음식점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지급 후 굉장히 찝찝하고 부담을 느껴 직원과 청년대표를 통해 전액을 즉시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민주당은 긴급 감찰과 함께 이날 밤 최고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김 지사를 제명했다. 전북경찰청과 전북도 선거관리위원회도 즉각 수사와 조사에 착수했다. 공직선거법 제112조는 공직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지사는 스스로 ‘불찰’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경솔한 행위를 한 것은 틀림이 없다. 청렴과 정책 능력을 내세우며 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는 해선 안 될 행위다. 민주당 중앙당도 전국적으로 이번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빛의 속도로 판단을 내린 듯하다. 돈의 적고 많음을 떠나 금품 살포는 엄정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점과 과제가 남는다. 금품제공에 대한 공분과는 별개로 왜 4개월이 지난 후에 고발이 됐는지,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등이 그러하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당에서 가장 앞서가는 후보가 낙마하면서 생기는 도민들의 선택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민주당 경선은 이원택 의원과 안호영 의원 등 2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이들이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이유는 네거티브나 결정 지체에 대한 도민들의 거부감이 큰 요인이었다. 앞으로 도민들은 정치 상황을 주시하면서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사설

새만금개발청장 공석, 골든타임 놓칠 셈인가

30년 넘게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이었던 새만금이 지금 전환점 위에 서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규모 투자를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속속 진행되면서 새만금의 오랜 희망과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새만금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대규모 투자와 산업 재편의 흐름이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지체돼온 개발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적기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새만금사업을 최일선에서 이끌어야 할 정부 기관인 새만금개발청의 수장이 공석이다. 김의겸 전 청장이 지난달 중순 사직한 이후 보름 넘게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회는 항상 짧고, 경쟁은 치열하다. 그토록 염원했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고,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는 전환기에 국책사업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비어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투자는 타이밍이다. 대규모 자본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행정이 가장 민첩해야 할 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투자와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부지 확보, 인허가, 기반시설, 인센티브 등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인허가와 부지 조성 같은 초기 대응이 지연되면 전체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의 컨트롤타워 부재는 단순한 행정 공백의 문제를 넘어선다. 주요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지연은 물론 사업 전반의 속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산업계와 지역사회에서도 투자심리 위축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3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은 새만금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단계다. 행정 공백이 길어질수록 새만금의 미래 또한 그만큼 불확실해진다.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 전환기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새만금의 현안을 즉시 파악하고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무형 전문가를 조속히 임명해 사업의 연속성과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단순 행정가나 정치인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조율 능력과 현장 이해도를 겸비한 실무형 전문가가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만금의 시계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어렵게 찾아온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설

정동영, 정세균, 유성엽, 그리고 김관영

2007년 10월 1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17대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본경선에서 손학규·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전북 출신의 첫 대통령 후보가 됐다. 정 장관은 그해 12월 1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전북 출신 첫 대선 후보’란 값진 기록을 전북 정치사에 남겼다. 정 장관이 17대 대선 도전에 나섰던 시절 출범한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의 초대 회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18년 뒤 정 장관이 못다 한 꿈을 이뤘고, 정 장관은 정부의 통일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이 대통령을 돕고 있다. 15·16·18·20·22대 국회의원과 두 번째 통일부 장관 ‘정동영의 존재감’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피지컬 AI’를 전북으로 가져온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북 출신으로 대통령의 꿈을 가졌던 정치인은 정동영 만이 아니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치인’으로 불리는 정세균 전 총리도 있다. 15·16·17·18·19·20대 국회의원으로 원내대표와 당대표, 장관, 국회의장을 역임한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에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문재인 후보에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0년 뒤인 2021년 제20대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민주당 경선에 도전했지만 이재명 vs 이낙연의 ‘명낙대전’ 구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비록 대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정 전 총리 역시 ‘한국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권을 꿈꿨던 전북 정치인은 또 있다. 지난해 5월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벌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66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유성엽 전 국회의원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북도 국장을 거쳐 민선 정읍시장을 지내고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생전에 “대통령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치적 꿈을 가졌던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병에 걸렸다고 그에게 손가락질 하던 지역 정치인 가운데 정작 그런 도전 정신을 보인 이는 없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의 내각 구성 초기 10여명 총리 후보 명단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김민석 총리와 함께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 지사는 김 총리와 격의없이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는 전북 출신 정치인 가운데 향후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약할 만한 재목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런 김 지사가 술자리에서 청년 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건넨 혐의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한지 12시간 만이었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어떤 이유로든, 많든 적든 유권자에게 금품을 건넨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 행위에 따르는 처벌도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12시간 만에 내려진 ‘사형선고’ 격의 제명 결정이 전북출신 미래 정치인의 싹을 잘라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정동영·정세균 같은 전북출신 정치 거물을 다시 만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오목대

걷고 싶은 전북이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연이어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하루는 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로터리를 빠져나온 차량이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달려왔다. 또 다른 날은 법원 앞 횡단보도에서였다. 다가오던 차량은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그대로 질주하며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보행자가 가장 안전해야 할 횡단보도 위에서조차 운전자의 눈치를 보며 쫓기듯 걸음을 옮겨야 했다. 전북의 도시는 신도시든 구도심이든 자동차가 중심이다. 전주만 봐도 그렇다. 신도시의 넓은 도로는 차량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지만, 보행자가 안심하고 걸을 환경은 부족하다. 구도심이라고 다르지 않다. 전주시가 184억 원을 들여 보행환경특화거리로 조성한 충경로마저 최근 넓힌 인도 위에 다시 노상 주차장을 만들려다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어디서든 자동차의 편의가 먼저인 셈이다. 농어촌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인도조차 없어 갓길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사람들 곁으로 대형 트럭과 농기계가 수시로 지나간다. 고령자 통행이 잦은 시골에서는 위험이 더 크다. 보행 속도가 느린 어르신들은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과 충돌 위험에 놓이기 쉽다. 또한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어촌의 열악한 보행 환경은 일상을 위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는 것을 양보가 아닌 의무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운전 문화가 필요하다. 다만 인식 전환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과속방지턱 확대나 속도 제한구역 같은 정책들은 이미 시행 중이지만, 큰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물리적인 구조가 바뀌어야 문화도 정착된다. 스페인 소도시 폰테베드라(Pontevedra)는 1999년 도심의 차량 접근을 제한하고 보행 공간을 넓히는 방식으로 도시 구조를 과감하게 바꾸었다. 초기에는 반발이 거셌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현저하게 감소했고 오히려 인구가 유입되며 상권이 되살아났다. 이탈리아는 유적 보호 목적으로 도입했던 교통제한구역(ZTL, Zona Traffico Limitato)을 일반 주거지와 상업지구까지 확대하며 보행자의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전북의 사정이 해외와는 다르니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심의 특정 구역부터 차량 통행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보행자 중심으로 공간을 재편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농어촌은 기존 도로 환경을 일부 손보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시골 마을 진입 지점의 도로 폭을 좁히고 노면 재질을 바꾸어서 중상 사고를 크게 줄이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왕복 2차선 시골길의 중앙선을 지우고 가장자리에 점선 구역을 그려, 마주 오는 차가 있을 때만 그쪽으로 비켜 교행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감속을 유도한다. 당장 모든 시골길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고령자 통행이 잦은 마을 진입로만이라도 구조를 바꾸는 시도는 실천해 볼 만하다. 어떤 정책이든 그 중심에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어디에 살든 횡단보도 앞에서 불안하지 않고, 동네 한 바퀴를 마음 편히 산책할 수 있는 일상, 걷기 좋은 곳이 결국 살기 좋은 곳이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길을 걷고, 청년들이 안심하고 활기차게 머물 수 있는 전북. 도내 모든 길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청춘예찬

‘물이 흐려진다’는 논증

부분-인간화 동물의 윤리를 연구하다가 흥미로운 논증을 본 적이 있다. 부분-인간화 동물이란 이식을 위해 인간의 세포나 장기를 주입한 동물을 말한다. 인간의 간을 이식받기 위해 인간의 간세포를 주입한 돼지가 그런 사례다. 이런 연구에 대해 이른바 ‘물이 흐려진다’는 윤리적 반론이 있다. 인간이라는 집단에 부분-인간화 동물이 들어오면 인간의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영어권 학자들이 든 비유가 흥미롭다. 부분-인간화 동물을 허용하는 것은 졸업 자격이 안 되는 사람에게 졸업장을 남발하여 졸업 자격이 있는 사람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 같았으면 입학을 예로 들었을 텐데. 외국 대학에서는 입학보다 졸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입학 연도인 ‘학번’으로 동기를 구분하지만 미국은 졸업 연도인 ‘클래스(class)’로 동기를 구분한다. 예컨대 “Class of 2020”는 2020년에 같이 졸업한 동기들이라는 뜻이다. 정해진 졸업 요건을 통과한 사람만이 그 대학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방금 말한 논증도 졸업장의 가치는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만 받을 때 유지된다는 생각을 부분-인간화 동물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입학만 하면 이미 집단의 구성원이 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물이 흐려지는’ 것을 막으려면 입학 단계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잘 기억 못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발하게 된 사건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였다. 2016년 이대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려 하자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실세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부정 입학이 드러나게 되었고, 이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도화선이 되었다. 학생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표면적으로는 ‘졸속 추진’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들의 집단에 ‘격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직장인 재교육 과정 학생들도 같은 졸업장을 받게 되면 자신들의 졸업장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지역 대학끼리의 통합에서도 똑같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캠퍼스보다 ‘급’이 낮다고 생각한 캠퍼스와 한 학교가 되면 물이 흐려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글쓴이가 있는 대학에서는 네 개 캠퍼스가 통합하면서 졸업장에 출신 캠퍼스를 병기하는 안이 통과되었다. 같은 졸업장을 받는 것조차 거부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하나의 대학이 되었지만, 졸업장에는 여전히 선을 그어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학 중인 학생들이 중도 탈락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재학생 충원율이 낮으면 뭔가 안 좋은 학교로 인식된다. 그래서 대학들은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학생들을 최대한 졸업시키려 한다. 과거 이대의 사례든 최근의 통합 사례든 입학만 하면 다 졸업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에 기를 쓰고 입학을 막거나 졸업장을 다르게 만들려는 것 아닌가? 해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대학교의 ‘급’에 걸맞게 졸업 요건을 요구하고, 그 급에 맞지 않으면 졸업을 안 시키면 그만이다. 물론 다른 캠퍼스 학생들에게만 높은 기준을 요구할 수는 없으니 자기 캠퍼스 구성원에게도 똑같이 요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어떤 캠퍼스 출신이든 졸업장을 받은 사람은 모두 같은 수준의 학업 성취를 이룬 사람이 된다. 물이 흐려질 일이 없다. 물이 흐려지는 게 두렵다면 졸업이라는 필터를 엄격하게 작동시키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입학이라는 자격증에만 매달리고, 졸업이라는 성취를 증명할 자신은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그럴 자신감이 없어서 입학 단계에서, 아니 졸업장에까지 선을 그어 물을 미리 가르려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들어오기는 어려워도 나가기는 쉬운 것을 부끄러워하고,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기는 어려운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것이 격을 높이고 물을 흐려지지 않는 바른 길이다.

기고

조용한 가운데 뛰고 있는 싱가포르

싱가포르(Singaore)는 아시아 네 마리 용, 네 마리 호랑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과연 잘사는 나라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전 문재인 정부 때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장으로써 세계의 이목도 집중시킬 만했다. 지인들에게 싱가포르 여행을 권하고 싶다. 공항 밖을 나가자마자 실감이 났다. 젊고 멋진 가이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지가 60년이 된 국가라며 안내했다. 인구가 600만 명인데 생활인구는 1,000명이 넘는다. 국민은 중국계가 77%, 말레이계가 13%이고 인도계와 기타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면적은 서울보다는 작고 부산보다는 크다. 다문화 도시국가로써 온통 새로운 빌딩숲을 이루고 있다. 장기적인 도시개발 계획이 척척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 1인당 GDP가 9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3배로 생활 수준을 짐작할 수가 있다. 가이드도 잠시 머물고 가려다 살기가 알맞아 새 가정을 꾸려 영주권까지 받고, 10여 년이 넘게 아내랑 자녀들과 열심히 살고 있다며 자랑을 한참 늘어놓았다. 아열대 기후 탓인지 시내가 여기저기 넓고 좁은 숲을 이루고 있다. 하늘을 닿을 듯한 야자수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거리의 뜨거운 열기를 낮추어 주고 있다. 특히 키가 크면서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이 우산 모양을 하고 햇볕을 가리며 거리의 공기를 맑게 하고 있으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국가적으로 차량을 65만 대로 정하여 주행차를 일정 기간이 되면 폐차시키고, 새 차를 운행케 해 공기청정도를 높여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들려는 정책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을 나올 때 가져온 싱가포르 지도 한 장 말고는 관광지를 가자마자 찾아도 안내 리플렛을 볼 수가 없었다. 청정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이라 생각했다. 공무원 봉급이 많다고 한다. 대통령의 월급이 한국의 10배 정도라고 하니···. 국가의 공복으로서 부조리 없이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으로 자기 책무를 다할 것이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60주년을 맞아 국민 모두에게 60만원씩을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는 우리처럼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결석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환급해준다고 한다. 국민생활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 같았다. 모기파리가 없다고 하니 얼마나 거리가 청결한가를 짐작이 갔다. 거리에 휴짓조각 하나가 보이지 않고 쓰레기 분리수거함도 없었다. 원리와 원칙이 우선시되는 법치국가라, 공공질서가 엄정하고 벌금 제도가 강하다. 마약은 철저히 단속하며 밀매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청소년도 담배를 단속하고 위험 요소를 없애주고 있어 바르게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른 숙소 앞을 지나 하지레인, 리틀인디아. 차이나타운을 둘러보았다. 이슬람권, 인도권, 중국권 국민의 주권과 문화를 인정하고 넓은 지역을 정하여 도시를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각자 자기들이 전통문화에 젖어 즐기도록 해 국가 발전에 힘을 모으도록 해 마음에 들었다. 지리적으로도 바로 곁에 있는 말레이시아가 막고 있어 연중 태풍이 없다. 반면에 바다도 거센 파도가 없이 잔잔하다고 한다. 또한, 수심이 아주 깊어 크루즈를 비롯한 대형 배들이 맘대로 드나들고 정박할 수가 있어 해운업 발달의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어 부러웠다. 나흘 만에 여행은 짧았다. 싱가포르는 정중동靜中動 국가라 이야기하고 싶다. 국민은 국민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조용한 가운데 할 일을 척척 해낸 것 같아서다. 그래서 국가는 펄쩍펄쩍 뛰고 있는 게 몸으로 느꼈다. 3월 첫날, 대통령도 싱가포르 국빈방문을 한다. 싱가포르의 정중동을 가슴에 품고 올게다 기대된다. Δ정석곤 수필가는 삼계, 관촌초등힉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2009년 대한문학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풋밤송이의 기지개> 등이 있으며 은빛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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