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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전북의 선택] 전북 민선 9기 이끌 당선인 262명 확정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북특별자치도의 향후 4년을 이끌 도지사와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과 기초 의회 의원, 국회의원까지 모두 262명의 당선인이 결정됐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지방선거 개표 결과 도내에서는 도지사와 교육감 각 1명, 기초단체장 14명, 도의원 44명, 기초의원 200명, 국회의원 2명 등 모두 262명의 당선자가 나왔다. 
이원택 인수위 가동 '초읽기'…전북바이오진흥원에 둥지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이 직 인수를 위한 인수위원회를 꾸린다. 5일 전북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당선인 측은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에 인수위 사무실을 차리고 도로부터 각종 보고를 받으면서 민선 9기 도정을 구상한다. 인수위 구성은 지방자치법과 조례에 근거한다. 법령은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해당 지자체에 단체장 직 인수위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정호 익산시장 당선인 인수위, 오는 9일 출범
최정호 익산시장 당선인의 정책 공약을 구체화하고 민선 9기 시정 운영의 청사진을 마련할 익산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오는 9일 공식 출범한다. 인수위는 최 당선인의 시정 철학을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취임 초기 100일 로드맵과 중장기 시정 운영 방향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0에서 25까지'…숫자로 본 전북 6·3 지방선거
전북지역 6·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현 전북도지사의 무소속 배수진, 진보 정당들의 기대에 못 미친 성적 등 다양한 얘깃거리를 남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숫자로 풀어봤다. ▲ 0 = 여전히 남성들의 잔치였다. 
35년 묶인 중부발전 유휴부지···군산산단 투자 걸림돌 되나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한국중부발전소 유휴부지가 35년 가까이 활용되지 않으면서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부지 매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군산국가산단 내 대규모 가용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핵심 입지 부지가 사실상 방치되면서 신규 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태악 선관위원장 '투표지 사태'에 사의 표명…"책임 통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과천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중앙선관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허철훈 사무총장은 사무처의 수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비판, 전북지역 대학가로 번졌다
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는 학생사회의 여론이 호남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5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대학교 총학생회는 단과대학들과 함께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코스트코 익산점 건축허가 최종 승인…착공 임박
호남권 최초로 들어서는 글로벌 유통업체 코스트코 익산점 건립사업이 착공을 위한 핵심적 관문인 건축허가를 최종 통과했다. 이번 건축허가 승인은 그동안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 등 여러 단계의 행정절차가 이어지며 가시적인 변화를 기다려 온 시민들에게 사업이 무산이나 지연 없이 확고한 궤도에 올라 본격적인 실행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결정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李대통령, 9~18일 유럽 순방…프랑스 G7 정상회의 참석·교황청 방문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주요국 순방을 위해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유럽을 방문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5일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및 정상외교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순방은 G7 정상회의 참석을 통한 다자 외교무대 활약은 물론 유럽연합(EU) 및 주요 강소국들과의 양자 협력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익산시의원 40% 물갈이…7선 2명 탄생
익산시의원 25명 중 40%에 달하는 10명이 새얼굴로 꾸려졌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불출마 선언과 체급 상향, 더불어민주당 경선 탈락을 제외하고 도전에 나선 현역 의원 17명 중 15명이 생환했고, 새로운 10명이 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정당별 구성은 민주당 19명, 조국혁신당 3명, 진보당 1명, 무소속 2명으로, 민주당 강세 형국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가선거구(2인)는 무투표로 민주당 김미선·장경호 후보가 각각 재선·3선에 성공했다. 
완주군의회 대폭 물갈이… 11명 중 6명 교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완주군의회는 전체 의원 11명 가운데 6명이 교체되며 새로운 10대 의회 시대를 맞게 됐다. 특히 조국혁신당 소속 2명과 무소속 1명이 당선되면서, 전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구성됐던 9대 의회의 일당 중심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피니언

갈라진 민심, 갈등 치유·화합이 우선이다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논란도 많았다. 네거티브 공방을 넘어 상호 고소·고발로 얼룩진 선거전은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며 지역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도민들의 피로감을 키웠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그런데 이번 축제를 마친 전북의 뒷모습은 밝지 않다. 지역사회 곳곳에 남겨진 상처와 불신의 골이 깊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공동체의 분열이다. 선거 과정에서 지역사회는 지지 후보를 기준으로 갈라졌다. 이웃과 동문 사회, 그리고 친지들까지 서로 편이 나뉘어 대립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선거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앙금은 일시적 대립에 그치지 않고 상호 반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 같은 분열이 지속된다면 지역 공동체의 건강성을 해치고 사회적 신뢰와 결속력을 약화시켜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를 존중하고,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아 전북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이제는 승패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공동체 회복과 화합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선 당선인과 정치권에서 선거기간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 지역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 당적과 진영의 경계는 의미가 없다. 오직 도민의 삶과 전북의 미래만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기간 경쟁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치유하고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때 비로소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낙선자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결과에 대한 승복 위에서 작동한다. 이미 지역 유권자들의 판단과 결정이 내려진 만큼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 기간 주민들에게 제시했던 정책과 비전을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남기고,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지역 발전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군 선거는 끝났지만 전북 발전을 위한 여정은 계속된다. 이제는 승자와 패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화합과 상생의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갈등과 반목의 시간을 뒤로하고 흩어진 역량을 다시 하나로 모을 때, 전북은 새로운 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설

폭염은 재난, 취약계층 보호에 만전을

기후변화로 인한 이른 무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주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5월 전북지역 평균기온은 12.9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네 번째로 높았다. 6~8월 기온 또한 평년을 웃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다. 이제 폭염은 단순한 계절적 불편을 넘어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 기후재난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 농촌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이고 촘촘한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단연 고령층이다. 노인들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실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와 응급환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이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독거노인의 경우 탈수나 열사병 증상이 발생해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위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촌지역에서 홀로 생활하는 고령 주민들의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전북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다 독거노인 비율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폭염 대응이 곧 복지정책이다. 자치단체들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기존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폭염특보 발효 시 비상대응체계를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강하고, 응급의료기관과 소방당국, 복지기관 간 협력체계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폭염 대응은 단순히 무더위쉼터를 운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주민에 대한 정기적인 안부 확인과 방문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응급호출기와 활동감지 센서, 인공지능(AI) 돌봄서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체계도 확대해야 한다. 재난문자와 마을방송, 생활지원사 등을 통한 신속한 정보 전달 역시 중요하다. 무더위쉼터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 냉방시설을 갖추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접근성을 개선하고 야간과 주말, 폭염특보 발효 시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돌봄이 행정의 촘촘한 관리체계와 맞물려야 비로소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 폭염은 더 이상 일시적 자연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상시 재난이다. 취약계층 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행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사설

‘원팀 전북’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원팀 전북’이 완성됐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도지사 후보와 14개 시군 단체장 후보 전원이 당선됐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고 나선 2명의 후보도 금배지를 달았다.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외친 ‘원팀 전북’ 호소에 도민들이 응답한 셈이다. 민주당의 ‘원팀 전북’ 선거 캠페인은 무소속 후보 견제를 위한 구호였다. 특히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간에 치열하게 전개된 도지사 선거의 ‘무소속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물론 타 지역 국회의원까지 전북 선거 현장을 찾아 대통령과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군수의 ‘민주당 원팀’ 필요성을 강조했고 결국 민주당의 전북지역 단체장 싹쓸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6.3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광역 및 기초단체장을 싹쓸이 한 지역은 전북과 대구, 대전 3곳 뿐이다. 전북은 도지사와 시장·군수 14명 등 단체장 15명 전원을 민주당이 석권했다. 대구는 시장과 9명의 구청장 자리 모두를 국민의힘이 차지했고, 대전은 시장과 구청장 5명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은 시장을 당선시킨 국민의힘이 25개 구청장 자리 가운데 8곳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절반을 훌쩍 넘는 17곳에서 승리했다. 부산은 민주당 시장이 당선됐지만 16개 구청장 자리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8곳씩 사이좋게 나눠가졌고, 민주당 시장을 배출한 울산은 구청장 5명 가운데 민주당이 2명, 국민의힘이 3명의 당선자를 냈다. 역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된 인천은 11명의 구청장 가운데 8명은 민주당, 3명은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남광주와 국민의힘이 승리한 경북과 경남에서도 단체장 싹쓸이는 없었다. 경기도는 30개 시군 가운데 민주당이 18곳, 국민의힘이 12곳에서 승리했고, 강원은 18개 시군 가운데 민주당이 11곳, 국민의힘이 7곳에서 승리했다. 충북은 11개 시군중 민주당이 6곳, 국민의힘이 5곳을 차지했고, 충남은 15개 시군중 민주당이 5곳, 국민의힘이 10곳을 차지했다. 전남광주는 27개 시군과 자치구 가운데 민주당이 22곳, 무소속이 3곳, 조국혁신당이 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경북은 22개 시군 가운데 국민의힘이 18곳, 무소속이 4곳에서 승리했고, 경남은 18개 시군 가운데 국민의힘이 10곳, 민주당이 4곳, 무소속이 4곳에서 승리했다. 전북과 대구, 대전에서의 단체장 싹쓸이가 민선 9기에서 어떤 성과와 보상으로 돌아올 지 주목된다. 민주당의 ‘원팀 전북’ 구호에 대한 도민들의 화답에는 과거 선거때마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이재명 정부에서의 ‘특별한 전북’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다. 전북 도민들이 완성해준 ‘원팀 전북’에 민주당이 답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목대

계획이 틀어진 자리에서

현대인의 일상이란 정해진 시간표를 오차 없이 소화해 내는 과정에 가깝다. 밤에 잠들기 전,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에서 달력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정해진 기한과 스스로 정해 둔 마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의뢰인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매일을 다투는 직업이다 보니, 작은 변수 하나라도 놓칠세라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눈앞의 상황을 통제하고 예측해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 때문일까. 일상의 피로를 벗어나려는 여행조차 철저한 계획에서 출발하곤 한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안동, 영주, 청송 등 조용한 목적지를 정해 두고, 며칠 전부터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여행지 사이의 이동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고, 식당이 문을 닫을 때를 대비해 대안까지 몇 군데 찾아둔다. 정체 구간을 피하는 동선을 완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손쓸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한 낯선 타지에서도 하루를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다는 감각이 나를 안심시켰다. 돌이켜보면 그것이야말로 고단한 일상을 버티게 해 준 작은 도피처였다. 하지만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막상 현장에선 크고 작은 변수를 마주하게 된다. 기상 예보를 비웃듯 쏟아지는 장대비에 발이 묶이고, 고대하던 식당은 하필 내부 수리로 문을 닫는다. 내비게이션 오류로 엉뚱한 국도에 접어들어 애써 계산한 동선이 무너지기도 한다. 완벽을 기했던 만큼 처음에는 당혹감이 밀려오고, 이내 짜증이 치민다. 표정은 굳고, ‘어디서부터 어긋났을까?’ 조바심을 내며 다음 계획을 꿰맞추느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씨름한다. 역설적이게도 여행이 끝난 뒤 뇌리에 남는 가장 선명한 장면은 대체로 그 계획이 틀어진 순간이다. 소나기를 피하려 뛰어든 낡은 카페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넘기던 책장.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다 마주친 한적하고 다정한 골목길. 일정에 쫓겨 걷다 엉겁결에 멈춰 선 언덕에서 바라본 서늘한 노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기대했던 유명 관광지보다, 무방비 상태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 한층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지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매일 촘촘하게 내일의 계획표를 짠다. 남들이 다져 둔 안정적인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조금이라도 뒤처지거나 변수가 생기면 몹시 불안해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공들여 세운 계획이 어그러지는 날이 수없이 찾아온다. 뜻밖의 일 앞에서 길을 잃고, 애써 들인 공이 한순간에 허사가 되어 허탈한 쓴웃음을 짓곤 한다. 그렇지만 정해진 경로를 벗어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도 밖으로 밀려났을 때 비로소 시야가 넓어지기도 한다. 억지로 이전의 동선으로 돌아가려 애쓰기보다, 낯선 길에 놓인 우연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인생은 안전하고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계획이 어긋난 곳에서 소중히 간직할 경험을 하기도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으면, 나는 습관대로 여전히 달력의 기한을 확인하고 촘촘한 계획을 세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예기치 못한 변수로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예전처럼 당황하거나 조바심 내지는 않으려 한다. 지도가 가리키는 반듯한 길을 조금 벗어나더라도,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계획이 틀어진 자리에도, 때로는 가장 오래 남는 풍경이 놓여 있다.

청춘예찬

대한민국의 미래, 바다와 문화의 연결에 있다

지방균형발전의 목표는 단순히 산업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데 있지 않다. 그 근원에는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을 지켜내고 발전시키는 데 있다. 결국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살아남고, 지역문화와 역사가 존중받을 때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도 가능해진다. 이제는 경제 규모만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미래 경쟁력과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장 역시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 첨단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한국인 특유의 공동체 문화와 교육열, 오랜 역사 속 생활문화가 자리해 왔다. 최근 세계인이 열광하는 K-컬처 또한 갑자기 만들어진 현상이 아니다. 우리의 음식과 예술, 공동체 의식과 정서가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다. 결국 기술과 산업 경쟁력 역시 문화와 역사라는 토양 위에서 자란다. 근대사를 살펴보면 서양 문명의 발전 역시 해양을 기반으로 한 대항해 시대에서 출발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같은 해양국가는 단순히 무역만 확장한 것이 아니라 의식주 등 생활문화와 금융까지 세계 질서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오늘날 양복 문화 속 소매 끝 단추 역시 영국 해군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사관후보생들이 소매로 코를 닦는 행동을 막기 위해 단추를 달았고, 그것이 현대 신사복 문화로 이어졌다. 세일러복 역시 바다에서의 생존과 활동 효율성을 위해 만들어졌고 세계적 패션 문화로 발전했다. 음식문화도 해양과 함께 확산됐다. 영국 해군은 인도 항로를 통해 카레 문화를 받아들였고, 이후 군대와 항만도시를 중심으로 세계로 퍼졌다. 오늘날 세계인이 즐기는 카레 역시 해양 교류가 만든 대표 음식문화다. 문화와 상업, 예술의 결합도 흥미롭다. 런던의 상징적 공간인 Liberty London 백화점은 과거 전함에서 해체한 목재 갑판을 활용해 튜더 양식으로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과 산업, 예술과 상업이 결합하며 도시의 문화적 상징이 됐다. 결국 서양의 근대화는 바다를 통해 사람과 물자, 문화와 제도가 연결되며 이뤄졌다. 금융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네덜란드는 해양무역 과정에서 주식회사 개념을 발전시켰고, 이는 오늘날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다. 대한민국 역시 삼면이 바다인 대표적 해양국가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바다를 어업과 물류 공간 정도로 인식해 왔다. 이제는 동·서·남해의 역사와 문화를 지역 발전 전략과 연결해야 한다. 남해안은 이순신 제독의 역사와 해전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이며, 서해는 고대 중국과 교역·문화 교류의 길목이었다. 동해 역시 북방과 일본을 연결하는 해양 교류 공간이었다. 이 같은 역사 자산을 관광과 콘텐츠, 교육·축제 산업과 연결한다면 지역은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미래 AI·디지털 시대일수록 문화의 중요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빠르게 공유되지만 문화와 정체성은 쉽게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청년 세대가 BTS 공연에 열광하고, 한국 음식의 건강성과 공동체 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K-방산 또한 단순한 무기 생산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기술력과 조직문화, 민주주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다. 결국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서양의 해양문화와 근대화 역사를 거울삼아, 우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미래 산업과 연결해야 한다. 그 과정은 세대와 지역, 산업과 문화가 갈등하는 구조가 아니라 화합과 연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조건인 삼면의 바다와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함께할 때, 우리는 AI·디지털 시대에도 문화강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금요칼럼

AI가 모셔온 부모님

인자하게 미소 짓는 부모님을 모셨다. 그동안 우리 내외만 살던 공간에 컬러사진 부모님을 모시니 기댈 곳이 생겨 좋다. 부모님!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한 이유는 왜일까? 말로만 듣던 AI는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막힐 때마다 기꺼이 뚫어주는 고마움의 감동이다. 어제 뉴스에는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관련 콘텐츠로, 연속 공중제비와 안정보행 능력을 선보이며 전신제어 진화를 선보였다고 한다. 인간의 세밀한 동작까지 시행하는 진전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AI를 접하게 된 동기는 아내 때문이었다. 지난 연말쯤이었을까? 아내가 사진, 파스텔화 등 여러 형태로 변환하는 방법을 시연하더니 해보라 했다. IT라면 뒤지고 싶지 않았는데 이날은 제자가 되어 포토샵으로 변환할 수는 있지만, 명령 한마디로 상황이 바뀌니 신기했다. 그때부터 챗 GPT 앱을 다운받아 궁금꺼리가 생길 때마다 친절하고 간편하게 답해 준다. 또 더 필요한 사항까지 물어보며 답해준 것은 처음이다. 늦둥이 외아들로 태어나 외풍도 많이 탔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웠다. 대신 노부모의 사랑만큼은 어떤 친구 못지않게 받으며 자랐다. 카메라를 산 것도 아버님을 여읜 후였으니 10년 후 어머님이 소천했는데도 사진이 없었으니 불효의 증거가 아닌가 해서, 증명사진 두 장을 합성해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만들어볼까하고 생각하고 약간 의심쩍었지만 AI에게 부탁했다. H기업 회장께서 하신 말씀 “해보기나 했나?”라는 명문 말씀에 용기를 얻어 주저 없이 흑백사진을 주었더니 근엄한 두 분이 함께 한 사진이 되었다. 그래서 ‘컬러사진으로 변신은 안될까요?“라고 요청했더니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밝게 미소 짓는 두 분 모습이 나왔다. 바로 집에 가 아내에게 보여주니 ‘이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며 만족이다. 그리고 바로 자녀들 카톡방에 올리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싶단다.며칠 후, 액자로만 들어갔더니 포토샵 전문가 소리를 들었지만 AI 기능은 처음이었다며 ‘어르신께 배웠다’며 처음부터 알려달라는 것이 아닌가? 요즘 나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내가 제일 많이 사용하는 거실 공간에 부모님 합성 영정을 모셔놓고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을 한다. 가난했지만 늦둥이 외아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으로 오늘이 있게 해주신 부모님들의 고마운 마음에 눈시울을 적신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줄 때 “나도 용돈 좀 줘 봐요” 하셨던 어머니가 그 용돈을 자식들에게 돌려준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둔한 자식이 팔순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송구스럽다. AI 덕분에 부모님을 가까이 모시게 되어 약해지는 내가 기댈 곳이 생겼다. 꿈에도 뵙지 못한 부모님을 매일 뵐 수 있으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AI와 우리 가정을 지켜주시는 부모님을 모셨다는 것 이보다 더한 행복이 또 있을까? AI야 고맙다. 요즘 바쁘단 핑계로 글을 쓰지 않았다. 바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번 손을 놓으니 다시 펜을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 결심을 하게 된 것은 ‘AI’ 너 때문이었다. 요즘 AI 네가 우리 세상의 판도를 크게 뒤바꿀 거라는 이야기들이 많다. 나도 피부로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명색이 수필가라지만 올해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변화는 AI의 사용이 아주 일상화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AI 너와 함께 익어가고 싶다. Δ이종희 수필가는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했다. 안골은빛수필문학회장, 전북수필문학회장, 전북문인협회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전북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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