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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 의결…“인준·감찰·수사 별개”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이원택 국회의원을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인준을 강행하며 본선 체제로 전환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의원 후보 인준안을 의결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 인준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경선만 이기면 당선’ 구조가 키운 내홍…전북, 견제 없는 정치의 그늘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경선을 둘러싼 갈등이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전국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전북 정치의 구조적 한계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의 오랜 텃밭인 전북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중앙당 계파 경쟁 속 도지사 자리를 둘러싼 힘겨루기의 장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현장] “가슴이 미어집니다”⋯세월호 12주기 추모 물결
“은지야, 할머니 왔다. 보고 싶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8시 전주시 완산구 전동 풍남문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천막으로 가로막혀 있어 희생자의 사진이 보이지 않았지만, 하나둘 주변을 맴돌며 희생자를 추모하기 시작했다. 전주시민뿐 아니라 한창 등교 중이던 학생들,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두 고개를 숙였다. 호주에서 왔다는 잭슨(Jackson·35)도 “이태원 참사는 알고 있었지만, 세월호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면서 “세월호 사건도 마음이 아프다. 다음에 한국에 오게 되면 또 들리겠다”고 말했다. 
엇갈린 선택⋯전주시장 결선 판 키우는 ‘어제의 동지’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결선이 4년 만에 다시 우범기·조지훈 구도로 재편되면서 ‘리턴 매치’에 불이 붙고 있다. 오는 20~21일 이틀간 실시되는 결선 투표에서 최종 후보가 가려진다. 우범기·조지훈 예비후보는 16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결선 승리를 향한 의지를 밝혔다. 
완주군수 후보 결선, 전직 도의원 합류로 ‘맞불’
20~21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완주군수 결선 투표를 앞두고 이돈승 후보와 유희태 후보가 나란히 전직 도의원 출신의 지지를 끌어내며 세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 후보와 이 후보는 16일 각각 송지용·국영석 전 전북도의회 의원과 ‘정책 협력’을 발표했다. 양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완주 발전과 군민 행복을 위해 강력한 정책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고 천명했다. 
‘특혜 논란’ 전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감사 기각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옛 대한방직)을 둘러싼 여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곳이다. 16일 전주시가 제공한 감사 청구 관련 추진 사항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말 접수된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 특혜 관련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최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중동전쟁 변수에 건설 ‘자재·공기’ 다시 흔들
중동 정세 불안이 길어질 경우 원자재 수급 차질이 건설공사 지연과 도급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건설자재 공급망을 상시 점검하는 ‘비상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전북은 새만금과 SOC, 정비사업 등 공공·민간 공사가 동시에 돌아가는 구조인 데다, 대형사보다 지역 중소업체 비중이 높은 만큼 자재값 변동이 곧바로 현장 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횡·사유화 의혹’ 전주대 파문…교육부 감사 요구 분출”
전주대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법인 운영을 둘러싼 각종 위법 의혹을 주장하며, 대학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16일 전주대학교 교수회와 교수노조, 직원노조, 학장단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주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3일 대통령과 교육부를 상대로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도 벌인다. 
여성만 출마하라니...김종담 도의원 예비후보 “컷오프 부당” 반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의원 공천을 둘러싸고 컷오프(경선 배제) 논란이 불거졌다. 전주시 제9선거구에 출마한 김종담 예비후보는 16일 공천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재심과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격 판정까지 받은 상황에서 경선에서 배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등 심사위원 17인 확정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경쟁 부문과 넷팩상, 후지필름코리아상을 결정할 심사위원 17인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심사위원단은 국내외 영화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제작자, 감독, 프로그래머, 평론가 등으로 구성됐다. 10편의 본선 진출작을 심사하는 국제경쟁 부문에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을 비롯해 마크 페란손 전 베를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책임자, 파스칼 보데 감독, 쓰치다 다마키 와세다대 교수 등 5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장편 3편 미만을 연출한 신진 감독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피니언

정책 없는 선거판, 전북의 앞날이 걱정이다

6·3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런데 선거판에 지역의 미래 비전과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불신과 의혹, 비난의 목소리만 들린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대립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 논란과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북지사 경선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골과 의혹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도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지역발전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역경제와 민생은 어떻게 살릴 것인지, 지역의 앞날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선거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전북에서 지역정치권과 유권자 모두 민주당 경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선이 정책 경쟁이 아닌 공정성 논란으로 채워지면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선거가 끝난 뒤 지역사회에 남는 것은 지역의 미래 비전이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생긴 앙금과 불협화음뿐일 것이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유권자, 곧 지역 주민이다. 전북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산업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전략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 전략 등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이 절실하다. 그런데 공정성 논란에 매몰된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중장기 과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선거판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전북의 앞날은 불확실성 속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정치권에만 돌릴 수는 없다. 정책을 요구하고 검증하는 유권자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선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방향을 바로잡을 시간 또한 남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구체적인 정책이다. 정치권과 후보자는 물론이고, 유권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거판이 혼탁하다고 외면하기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해야 한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지를 따져 묻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설

국립의전원법 4월 통과, 전북 정치권 명운 걸어야

전북의 오랜 숙원이자 공공의료 확충의 핵심인 ‘국립의전원법’이 또다시 덜컹거리고 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달아 통과했으나, 정작 최종 관문인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는 깊은 우려로 바뀌고 있다. 4월 임시국회 폐막이 코앞이다. 이번 회기를 놓치면 정치권은 곧장 6월 지방선거 국면으로 빨려 들 것이고, 국립의전원법은 또다시 기약 없는 표류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은 과거에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전북 도민들에게 많은 아픔을 줬다. 이번에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 도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다. 국립의전원법은 전북의 아픔에서 배태된 법안이다. 2018년 서남대 의대 폐교 이후 전북 서남권은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소멸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서남대 의대 폐교로 사라진 ‘49명’의 정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지리산 자락 남원과 인근 지역민들이 최소한의 생명권을 보장받기 위해 지켜내야 할 마지막 공적 자산이다. 우수한 인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가속화되는 지역소멸에 대응할 전략적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8년 전 정부와 여당이 남원에 공공의대를 세우겠다고 공언했던 그 약속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은 부채로 남아 있다. 더욱이, 작금의 의료 대란 속에서 국립의전원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의대 정원 확대라는 ‘양적 공급’만으로는 지역 간 의료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직접 인력을 양성하고 15년간 지역에 의무 복무하도록 강제하는 국립의전원 체계야말로, ‘농어촌 의료 공백’을 해결할 가장 실효적인 해법이다.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4월 국회 처리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미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논리적 검증과 여야 합의를 거친 사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 담판뿐이다. 만약 절차적 핑계를 대며 또다시 미룬다면, 이는 무능을 넘어 전북 도민의 생명권을 방치하는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전북 정치권은 이제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가동해 본회의 상정과 처리를 최우선으로 관철시켜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에게 표를 청하기 전에, 8년의 기다림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부터 내놓는 것이 도리다. 4월 국회 본회의 통과,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전북 정치권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지상 명령이다.

사설

‘젊치인’과 ‘뉴웨이즈’

국회의원이 기차를 타고 지역구에 내려오는 주말이면 지방의원이 운전기사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역에서 대기하다 ‘의원님’을 모시고, ‘의원님’이 다시 서울 여의도로 올가가기 전까지 주말 내내 지방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역할을 한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활동이 지방의원의 지역구와 겹치니 지방의원 입장에서도 ‘의원님’을 모시고 돌아다니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의원님’께 신임도 얻을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10년도 훨씬 넘은 시절 국회에 출입하면서 바라본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완전한 수직적 상하관계였다. 국회의원은 지방의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사실상의 지방선거 공천권 때문이다. 2년 마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가 번갈아 치러지는 선거 일정에서 국회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자신을 도울 충복이 필요하고, 지방선거의 공천 기준은 능력과 자질보다 충성심에 좌우됐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정치는 얼마나 변했을까.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고르는 공천관리위원회에는 국회의원의 대리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회의원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대리인을 위원으로 보냈으니 ‘의원님’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지 않을 리 없다. 입지자들의 사전 정리를 통한 단수공천, 비공개 방침 아래 진행되는 공천 과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여전하다. 선거때가 되면 각 정당들은 ‘혁신 공천’을 내세워 청년 및 신인들을 투표용지 앞자리에 배치시킨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마흔을 훌쩍 넘긴 사람도 청년이 되고, 전과가 있든 없든, 살아온 과정이 어떻든 정치신인으로 포장되면 당선이 유력해진다. 지역 국회의원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정치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꿋꿋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는 청년 정치인이 있고, 정치의 판을 바꿔보려는 노력도 있다. 오로지 유권자만 바라보며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고 싶어하는 청년들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비영리법인이 있다. ‘정치를 제대로 하는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다. 만 39세 이하의 젊은 정치인 양성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뉴웨이즈는 지난 2021년 6월 아산나눔재단 비영리 스타트업 1기로 선정된 뒤 2022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138명과 당선자 40명을 배출하고, 2024년 총선에서는 후보자 3명을 배출했다. “지금의 정치에는 시스템이 없다”고 주장하는 뉴웨이즈는 ‘젊치인’을 키워 유권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생태계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 뉴웨이즈의 캐치 프레이즈에 공감하며 6.3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전주의 한 청년 정치인은 민주당 도지사 경선 과정의 구태 정치에 휩쓸려 앞길이 막힌 청년 정치인들의 좌절을 걱정했다.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 쫒는 우리 정치는 왜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 정치의 새로운 길, 결국 유권자가 달라지지 않으면 그 길도 열리지 않는다.

오목대

찬란한 봄은 짧고 우리의 산책은 길어도 좋다

어느 도시의 봄이 아름답지 않겠느냐마는, 전주의 봄 또한 유난히 찬란하다. 이 계절의 전주는 자꾸만 걷고 싶게 만든다. 최근 전주를 다룬 웹 콘텐츠가 높은 관심을 얻는다. 그만큼 이 도시를 찾고 소비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이 어디를 찾는지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지만,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고 싶다. 나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아두는 가게들을 이 도시에 온 이들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다. 내가 자주 걷는 길의 끝에는 제철을 담아내는 카레집이 있고, 조금 더 걸으면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맥주집이 있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이면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동네 책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색을 유지한 채 천천히 쌓여가는 공간들이다. 나에게 하루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출발점은 치명자산 자락의 ‘바람 쐬는 길’이다. 전주천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무릎 아래로는 작은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머리 위로는 연둣빛 이파리와 봄꽃이 겹겹이 피어난다. 이 계절의 풍경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향교길이 나온다. 소담한 한옥 담장 너머로 퍼지는 음식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계절의 맛을 담아내는 카레 집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이주의 카레’로 계절의 흐름을 식탁 위에 올려낸다. 단정한 한 접시에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배불린다. 다시 길을 나서면 얼마 가지 않아 테라스가 있는 수제 맥주집이 나타난다. 이 도시에서 빚은 맥주들 사이에서 평소 마셨던 취향 그대로보다 오늘의 날씨와 기분에 어울리는 맥주 한 잔을 고심하여 골라본다. 봄볕을 안주 삼아 마시는 한낮의 맥주는 그 자체로 쉼표가 된다. 기분 좋은 취기가 번질 즈음, 구도심을 향해 걷다 보면 동네 가게들이 이어지고, 연이어 나타나는 책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주의 책방들은 저마다의 책장을 지녔다. 책방지기의 성향이 공간과 책의 배열에 스며 있고, 그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이 도시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된다. 이 공간들의 특징은 이야기가 흐른다는 점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쌓아가며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계절을 담은 음식, 지역에서 빚은 술, 취향으로 고른 책들. 그래서 이곳에서의 기억은 단순한 소비로 지나치지 않고 경험으로 남는다. 이러한 경험은 빠르게 소비되는 방식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고 지나가는 일은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그 속도 안에서는 도시가 가진 층위와 시간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곳에서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전주는 오래된 시간과 현재의 감각이 겹겹이 쌓인 도시다. 그렇기에 전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떤 속도로 머무느냐’에 더 가깝다. 더 많은 명소를 쫓기보다, 걷는 속도를 잠시 늦추어보는 여유가 필요한 이유다. 이 봄이 다 가기 전,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러보길 권한다. 내가 만든 여유의 틈 사이로, 전주는 비로소 진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찬란한 봄은 짧고 우리의 산책은 조금 더 길어도 좋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 머물 때, 비로소 도시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하여 당신만의 전주가 다시금 태어나기를 바란다.

청춘예찬

균형발전, 에너지와 해양전략에서 답을 찾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확산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 지역에서 나타나는 군사적 충돌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과 다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에너지와 산업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더 이상 경제의 한 요소가 아니라 국가 안보 그 자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 수송 경로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해상항로가 점차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 경로가 아니다. 기존 수에즈 운하 중심 항로 대비 운송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에너지 수송과 자원 접근의 새로운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간은 이미 러시아가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극지 실크로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극은 더 이상 개방된 공간이 아니라 경쟁과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전략 공간으로 준비된 국가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것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해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해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 수송로이자 산업 기반이며, 동시에 안보의 최전선이다.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해상 루트를 활용하려면 항해 안전, 해상 통제, 구조·구난 능력이 필수적이다. 해군을 중심으로 한 해양력은 에너지 전략과 산업 구조를 뒷받침하는 국가 역량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해양력이 없는 에너지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균형발전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반도체, 첨단 제조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지만,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에너지 수급 불균형과 지역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남권을 중심으로 해상풍력과 전력망 확충이 추진되고 있으나, 지역은 전력을 생산하고 수도권이 이를 소비하는 구조로 고착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균형발전은 단순한 기능 분업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산업, 인재가 함께 결합되는 구조여야 한다. 해안 지역은 해상풍력과 수소 에너지, 항만 물류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산업, 전력 다소비 첨단 제조를 함께 유치하는 복합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내륙 지역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부품·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산악 지역은 재난 대응과 환경 관리, 분산형 전력망 기술을 중심으로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의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우리와 유사한 반도형 구조와 산악 지형을 가진 국가로, 이러한 조건을 산업과 에너지 전략으로 전환해 왔다. 이탈리아는 남부 LNG 터미널을 통해 도입한 에너지를 북부 산업지대로 연결하고, 그리스는 피레우스 항을 중심으로 항만과 내륙 물류망, 도서 지역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처럼 항만과 에너지, 산업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전략은 지형적 한계를 경쟁력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결국 균형발전은 지역을 나누는 정책이 아니라 국가를 연결하는 전략이다. 중동 전쟁이 보여준 에너지 리스크, 북극항로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 해양력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 AI 시대 산업 구조의 변화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에너지와 산업, 안보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은 유지될 수 없다.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전략으로 지역의 특성과 지정학적 조건을 반영한 에너지 그리고 해양 중심의 통합 전략 속에 있다.

금요칼럼

천리향

아파트 정원에 천리향 한 그루를 심었다. 세 번이나 실패한 나무를 버리면서 다시는 사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고 또 사온 것이다. 늦은 봄 대추나무 묘목을 사러 갔다 없어 엉뚱하게도 생각지도 않은 나무 몇 그루를 사왔다. 그랬더니 주인은 뿌리 없는 대추나무 2그루를 덤으로 주면서 잘하면 살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래서 일단 받아들고 ‘천리향’은 없느? 물었더니 키는 좀 크지만, 앞이 한쪽만 나와 있는 것을 반값에 주겠다 해서 가져온 것이다. 천리향은 중국 원산지로 향기가 천리까지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원래 이름은 수향(水鄕)나무였는데 옛날 어느 스님이 잠결에 발견한 향기로운 나무라는 뜻으로 ‘수향(睡鄕)’이라고 불렀다. 이후 풍기는 향이 ‘상서로운 향기’라는 ‘서향(瑞香)’으로 바뀌었단다. 아무튼, 이번에는 이 나무가 잘 자라서 내년 3월이면 집안을 온통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채워줄 거라고 기대하며 사랑과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3주 정도 지나자 잎이 마르고 점점 생기가 없어 보였다. 잘못했다가는 또 죽일 것 같아서 화원에 들러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 물었더니 천리향 뿌리는 습기에 약해 너무 습하면 살 수 없다는 것다. 그 말을 듣고 곰곰 생각해보니 부모의 과잉보호가 아이를 망치듯, 나의 지나친 관심으로 물을 많이 줘서 역효과가 난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화분을 뒤집어보았더니 아닌 게 아니라 흙이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 얼른 마른 흙으로 바꿔주었다. 하지만 좋아지기는커녕 날마다 잎이 누렇게 변해가더니 이윽고 까맣게 말라붙었다. 이제 더는 가망이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뽑아버리지 못하고 화분을 아파트 화단 철쭉꽃 사이에 끼워놓았다. 그리고 밖에 나가기만 하면 수시로 들여다보며 이제는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던 어느 날, 아니 이게 웬일인가? 새까맣던 나뭇가지 마디마다 볼록볼록 파릇한 생명을 물고 있는 게 아닌가! 어제까지만 해도 죽은 줄 알았더니 이렇게 기사회생(起死回生)하다니, 화단에 내다놓은 지 한 달쯤 되었을까? 홀로 더위와 장마를 견디면서 사투를 벌이더니 가지 끝에서부터 이렇게 싹을 틔우며 푸른 잎이 하나둘 돋아나 바람에 나풀거린다. 그 모습이 하도 신통하고 기묘해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하마터면 한 생명을 버릴 뻔했는데, 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슴 벅찬 일인가? 순간 나는 생명이란 쉬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향나무에 정말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다고 포기했던 천리향이 자연의 품에서 삶을 회생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의 힘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우며 오랫동안 잘 참고 견뎌준 천리향의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새삼 고개가 숙어진다.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다. 천리 밖에 있어도 가깝게 느껴져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천리향은 향기로 대신한다고 어느 시인이 예찬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 있지만 어느 꽃보다 향기로움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베란다에서 월동이 가능하다. 하루에 햇빛이 2~3시간 정도만 들어오면 자라고 꽃피는 데 문제 없다고 하니 나는 앞으로도 천리향을 지키며, 천리향도 나를 지키며 동반자로 살아가련다. Δ한일신 수필가는 공무원으로 정년퇴임한 후 수필에 입문해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내 삶의 여정에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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