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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간이역 어떻게 변했나 '발길 끊긴 추억의 공간…이젠 영화 속으로'

봇짐 진 할머니·책가방 든 학생들·보따리 인 아주머니들…

▲ 혼불문학관 길목에 위치한 옛 서도역. 철거 위기를 면하고 영상촬영장으로 거듭났다.
고속열차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잠시 정차, 오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보고 추억할 수 있는 낭만의 장소로 고향역만큼 적당한 곳이 있을까.

 

봇짐을 진 할머니, 교복에 책가방을 든 학생들, 커다란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5일장을 찾아나선 아주머니들…. 각각 다른 사연으로 개표구 앞에 줄을 서던 옛 시골역 풍경은 이제 영화에서나 볼 수 있게됐다. 역사속으로 달려간 옛 완행열차처럼 그렇게 세월속으로 흘러들어간 추억이다.

 

특히 도내에서는 시지역이나 적어도 읍소재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역들이 여객업무를 중단, 닫힌 공간으로 남아있다. 철로를 따라 촘촘히 자리잡은 도내 기차역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 대중가요 속의 고향역, 물류수송 허브로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열차∼.’

 

가수 나훈아가 불러 국민 애창곡이 된 ‘고향역’의 배경은 익산 황등역이다. 2008년말 여느 시골역처럼 무인 간이역으로 퇴장했던 황등역은 올 9월 호남권 물류수송의 허브역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여전히 여객열차는 서지 않지만 선로가 확충되고 직원도 30여명이 새로 배치되면서 활기를 찾았다.

 

익산시는 학창시절 황등역∼익산역 구간을 열차로 통학했던 기억을 되살려 명곡을 탄생시킨 ‘고향역’의 작사·작곡가 임종수씨에게 지난해 ‘익산 명예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했다. 또 익산역에서는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안내방송 전에 고향역 노래를 내보낸다.

 

 

◇ 철거위기 모면 영상촬영장으로

 

소설 ‘혼불’의 무대인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옛 서도역은 영상촬영장으로 조성됐다. 옛 서도역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주인공인 효원이 대실에서 매안으로 신행올 때 기차에서 내리던 곳이며 강모가 전주로 학교 다닐 때 이용하던 장소다.

 

옛 시골역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공간은 지난 2002년 전라선 철도 개량사업으로 인근에 새 역사가 건립되고 철로가 이설되면서 철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사회단체의 보존 건의를 남원시가 받아들이면서 영상촬영장으로 거듭났다.

 

혼불문학관 길목에 위치한 이 공간에는 옛 역사와 관사를 비롯, 철길·신호기 등이 1932년 준공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돼 있다. 목조건물에 기와를 얹은 자그마한 역사(譯舍)를 지나 완행열차가 곧 도착할 것만 같은 플랫폼에 서면 곧바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편 철로 이설에 따라 새로 건립된 서도역은 2008년 7월 역무원이 없는 무인 간이역으로 바뀌면서 주민들의 발길이 끊겼다.

 

 

◇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역사

 

한국철도공사는 여객 운송업무를 중단한 완주 신리역을 조만간 폐쇄·철거하기로 했다. 대신 지난 10월 인근에 새 건물을 신축, 무인 신호취급 시스템을 설치했다.

 

신리역의 경우처럼 추억 속 옛 역사(譯舍)가 흔적없이 사라진 곳도 적지 않다. 임실 오류역은 지난 2004년 전라선 이설로 폐역이 된 후 이듬해 역 건물을 철거했다. 또 정읍 초강역과 남원 옹정역, 익산 오산리역, 군산 개정역, 군산 옥구역도 역 건물이 남아있지 않다.

 

도시 외곽으로 역사를 옮긴 전라선 옛 남원역과 임실 오수역은 예전 자리에 덩그렇게 남아 향수를 전한다. 옛 남원역사에는 한 쪽에 여행사 사무실 두 곳이 들어섰고, 붉은 벽돌의 오수역사는 일부 공간이 지역 자율방범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지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면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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