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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닻 올린 이원택…‘대납 의혹·허위 해명’ 수사·시민사회 반발 '험로'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로 선출된 이원택(군산·김제·부안을)의원이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본선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 날 ‘식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발되고, 지역 시민사회가 경선 무효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사법적·정치적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4년 만에 '리턴 매치'⋯전주시장 결선 우범기·조지훈 맞대결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경선이 우범기·조지훈(가나다순) 예비후보 간 대결로 압축됐다. 4년 만에 ‘리턴 매치’가 성사되면서 다시 한 번 본선행 티켓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국주영은 예비후보가 탈락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어 우범기·조지훈 두 예비후보가 결선 투표 대상자로 올랐다. 
강임준 탈락...군산시장 김영일·김재준 ‘결선행’···20~21일 최종 승부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군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김영일·김재준가 결선에 오른 가운데, 과반 득표자를 내지 못하면서 결선투표로 넘어갔다. 4인 경선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상위 득표자인 김영일·김재준 두 후보가 오는 20~21일 결선을 통해 본선 후보를 가리게 됐다. 
조국 “일당 독점 속 ‘돈 정치’ 구태 반복…전북 정치, 도민 중심으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13일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제공 논란 등과 관련해 “과거의 구태 정치 또는 돈 정치가 드러난 것”이라며 전북의 민주당 일당 독점 체제가 이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진안군수 경선, 과반 없어 결선행…전춘성·이우규 ‘격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민주당 진안군수 후보를 가리기 위한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선 구도가 형성됐다. 결선 무대에는 전춘성 현 군수와 이우규 전 군의원이 올라 최종 공천을 놓고 맞붙는다. 지난 11~12일 진행된 본경선에는 1차 심사를 통과한 4명이 참여했다. 
민주당 완주군수 후보, 3자 연대 최대 변수
더불어민주당 완주군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유희태 현 군수와 이돈승 예비후보 간의 결선 투표로 압축되면서 지역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본경선 결과 출마 4명의 후보 중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유희태 후보와 이돈승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국토부 지원 새만금 TF 출범…기업 유치 넘어 정착 인프라까지 챙긴다
새만금에 일자리와 주거, 교통 등 생활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는 실무차원의 정부 지원 체계가 본격 가동됐다. 단순한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정주 여건까지 동시에 갖춰 실제 투자와 정착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김윤덕 장관 주재로 ‘새만금 투자지원 TF’ 출범 회의를 열고 첨단산업 거점 조성을 위한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이재영 전북경찰청장 취임⋯"경찰 향한 도민 요구와 바람 경청할 것"
제38대 전북경찰청장으로 이재영 치안감이 취임했다. 이 청장은 순직 경찰 참배 후 별도의 취임식 없이 청사 내 대회의실에서 지휘부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전북경찰의 지향점을 도민에게 사랑받는 믿음직한 경찰로 둘 것”이라면서 “경찰을 향한 도민의 요구와 바람을 경청하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행동하며, 도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실력을 갖추고 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권 중심 경찰로 나아가 달라”고 주문했다. 
전주시, 8년 만에 출근 버스 운행한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전주시 출근 버스가 다시 달린다. 전주시는 13일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방위 절감 대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출근 버스 투입, 대중교통 활성화, 유연근무 확대 등 공직사회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목표다. 먼저 이날부터 출근 버스 운행을 재개했다. 2부제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3년새 민원 5400여건...시내버스 '결행·급제동·불친절' 시민들 ‘불만’
전주 지역 시내버스와 관련한 불편 민원이 해마다 이어지면서 운행 친절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시에 따르면 최근 3년(2023~2025년)간 접수된 시내버스 관련 민원은 5400여 건으로, 매년 1800건 정도가 접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민원은 무정차였으며, 이어 급정거와 급출발, 위험 운전 등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 자산운용사 인센티브 실현되나···‘전북패스포트’ 추진
전북에 진출한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들에게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국가계약법 개정 등 선행 절차가 없을 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 등 국가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과의 간담회에서 속칭 ‘NPS 전북 패스포트’를 제안했다. ‘

오피니언

망신만 떨고 끝난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이 막을 내렸으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한 마디로 망신만 떨고 끝났다. 덩달아 전북도민 또한 우스운 꼴이 되었다. 세 후보 간의 경선으로 출발했으나 한 후보는 제명당했고 또 한 후보는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박빙의 차이로 당선된 후보 역시 식비 대납 의혹과 계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 할 전북도당위원장의 돌발 행동까지 겹쳐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또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공정하지 못한 행보로 구설수에 올랐다. 전북 정치권의 총체적인 허약성과 각자도생이 민낯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의 첫 단추는 이원택 의원이 김관영 지사의 내란방조 혐의를 들고나오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이를 지지하는 도민들도 있지만 네거티브로 보고 뜬금없이 생각하는 도민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가 지난해 11월 30일 술자리에서 청년당원과 기초의원 등에게 현금으로 대리 운전비를 건넨 게 화근이었다. 민주당 중앙당은 감찰과 함께 빛의 속도로 김 지사를 제명해 버렸다. 하지만 곧이어 이원택 의원 역시 비슷한 행위가 드러났다. 이번에 중앙당의 태도는 달랐다. 즉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경선을 진행시켰다. 안호영 의원은 이에 불복해 경선 무효와 ‘제3자 식비 대납’ 재감찰을 주장하며 중앙당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평소 완주·전주 행정 통합 등 느린 행동을 보일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안 의원의 농성장에는 비정청래계 의원들의 발걸음이 차례로 이어졌다.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청 대결’의 대리전이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이 경솔한 행동을 했다. 윤 위원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의 단식 농성 소식을 공유하며 ‘49.5 : 50.5 통합이 걱정된다’는 문구를 게시했다. 이는 이번 경선의 최종 득표율이 1%의 초박빙이라는 뜻으로, 당규상 비공개가 원칙인데 이를 어겼다. 결국 이번 경선은 중앙당의 석연치 않은 개입과 전북의 인물 빈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경선은 끝났지만 재감찰 결과와 수사 진행, 무소속 출마 가능성 등 복합적인 변수가 얽혀있다. 민심도 둘로 쪼개졌다. 이렇게 될 경우 누가 돼도 영(令)이 서지 않고 정당성 시비도 끊이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정치권과 도민들이 한발씩 물러나 이를 수습해 나가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사설

K-방산의 미래, 중소기업 참여에 달렸다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 속에서 매년 GDP의 약 2.5~2.8%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방위산업은 최근 폴란드 수출 대박 등을 터뜨리며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국가 수출동력이 되었다. 방산은 단순한 무기 제조를 넘어 첨단기술이 응집된 고난도 산업으로, 타 산업으로의 기술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그러나,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방위산업의 이면에는 소수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구조라는 해묵은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 10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 지역 방산기업 간담회’에서 분출된 도내 기업들의 목소리는 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복잡한 인증 절차와 과도한 행정 부담, 장기간 소요되는 사업 구조 탓에 중소기업의 진입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는 것이다. 현대 무기체계는 수만 개의 부품과 수천 개의 첨단 기술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특정 소수 기업에 공급망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위험한 일이다. 특정 대기업의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무기 공급 체계 전체가 마비되어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는 산업육성을 넘어 국가 안보의 안정성을 높이는 필수 전략이다. 중소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질 때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가속화되고, 대기업 중심의 경직된 납품 구조에서 오는 비효율과 불안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전북은 비록 방산 집적지로서 초기 단계이나, 탄소소재와 정밀기계, 농기계 등에서는 이미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방산으로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의견수렴이 아니라 과감한 실행이다. 시제품 단계부터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유연하게 개선하고, 인증 절차의 합리화와 초기 실증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방위산업을 일부 대기업의 독점적 영역이 아닌,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공존하는 개방형 생태계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지탱하는 보루다. 더 많은 중소기업을 포용하는 것은 산업의 외연 확장을 넘어 국가적 책무다. 이번 전북에서의 논의가 낡은 방산 구조를 깨고, 진정한 의미의 ‘K-방산’ 경쟁력을 완성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설

선거판의 ‘꾼’들

선거의 계절이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는 보이지 않는다. 투표일이 다가오는데, 선택은 이미 다른 곳에서 끝나버렸다. ‘꾼의 시대’다. 세상은 선량한 대중이 아니라, 소수의 꾼에 의해 움직인다. 원래 ‘꾼’은 어떤 일을 자주 하거나 매우 능숙하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 뉘앙스가 짙어지고 있다. 능숙함보다는 교묘함, 상식과 정의보다는 전략과 술수가 먼저 떠오른다. 특정 분야에서 이 꾼들은 우리 사회 최상의 가치여야 할 ‘정의(正義)’마저 도구처럼 다룬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의는 보편적 기준이 아니다. ‘우리 편만의 정의’, 즉 ‘선택적 정의’다. 그래서 우리가 의심 없이 믿고 외쳐온 구호들마저 어쩌면 꾼들의 책상 위에서 치밀하게 짜인 ‘기획된 정의’였을지도 모른다. 선거판도 꾼들의 손에 넘어간 지 오래다. 패거리정치·계파정치가 고착된 우리 정치판에서 ‘꾼들의 선거’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공천권을 무기로 세력을 키우려는 계파 수장과 판을 짜고 굴리는 꾼들, 또 그 판에 올라타 연명하려는 후보자들, 그리고 특정 후보에 빌붙어 ‘승리의 배당금’을 얻어내려는 지역 패거리들까지⋯.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선거판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이렇게 판을 기획한 꾼들은 후보의 철학이나 정책에 집중하지 않는다. 주민의 목소리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상식과 정의·진실과 같은 보편적 가치조차 쳐다보지 않는다. 오직 ‘어느 편인가’만이 중요하다. 그 결과는 선거 이후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조직 인사는 능력이 아니라 ‘누구 사람인가’에 따라 결정되고, 승자의 편에 선 패거리들에게는 ‘배당금’처럼 자리가 배분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꾼들의 그림자가 곳곳서 포착된다. 임실과 무주·부안 등 전북지역 8개 시·군에서 민주당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이 제기한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안은 고발과 경찰 수사로 이어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도 선거판의 주인은 유권자다. 한국 민주주의의 굴곡마다 변화와 진전을 만들어낸 주체는 언제나 시민, 곧 유권자였다. 그들도 이미 선거판에서 노련한 꾼이 돼 있다. ‘구경꾼’ 말이다. 판은 이미 짜여 있고, 유권자는 박수로 그 결과를 확인해주는 구경꾼 역할에 익숙해져 있다. 치밀하게 설계된 그들의 ‘판’에서 다수의 유권자는 주인이 아니다. 그저 결과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수동적 존재에 불과하다. 후보를 고르는 과정에서 배제된 채, 이미 짜여진 선택지 앞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을 강요받는다. ‘선거 시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그들이 짜놓은 판을 졸졸 따라다니며 박수 치는 구경꾼으로 남을 텐가, 아니면 선거의 주인임을 자각해 소중한 권리를 되찾을 텐가. 정당의 경선과 공천은 결코 선거의 종착점이 아니다. 진정한 유권자의 시간은 이제부터다. / 김종표 논설위원

오목대

석전 황욱 선생의 서예

국립전주박물관에는 서예가 석전(石田) 황욱(黃旭, 1898-1993) 선생의 전시실이 있다. 박물관에 기증하신 선생의 유품을 전시한다. 전통 문화유산의 한 갈래로 ‘서예’라는 분야가 엄연하고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데 소홀히 할 수 없는 역사적 성취가 시대별로 있건만, 지필묵과 한문에서 멀어진 관람객들이 옛 글씨의 멋과 맛을 누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해에 앞서 무언가 보이고 느껴져야 알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겠는가 싶은데, 서예는 유난히 낯설다. 눈앞에 벽이 있는 것 같다. 한데, 황욱 선생의 글씨는 좀 다르다. 석전 전시실은 어린이박물관과 함께 있어 가족 관람객의 발길이 가끔 닿는다. 젊은 부모와 아이가 선생의 글씨 앞으로 자연스럽게 걸어가 ‘신기하게’ 작품을 보며 글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 글씨의 형태를 이야기하는데, 그만큼 개성 있는 글씨인 건가 싶어 눈여겨보곤 한다. 황욱 선생의 글씨는 ‘악필(握筆)’이라고 부르는, 흔하지 않은 붓 잡는 법에서 완성되었다. 네 손가락으로 붓대를 움켜쥐고 엄지로 위를 꾹 눌러 힘을 주고 팔을 움직여서 글씨를 쓴다. 힘 있는 서체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쓴다고도 하나, 석전 선생의 악필법은 환갑 넘어 얻은 수전증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전북 고창에서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의 7세손으로 태어난 선생은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우고 서예를 익혔다. 일찍이 뛰어난 필력을 인정받기도 했으나, 손떨림으로 점차 글씨 쓰는 것이 어려워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악필법(握筆法)을 시도했다. 68세 무렵이었는데, 글씨와 시, 음률로 자오(自娛)했던 선생의 삶이 ‘서예가’의 일로(一路)에 들어선 것도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오른손으로 악필법을 구사했으나, 이조차 어려워지자 87세 무렵부터는 왼손 악필법으로 마침내 자신의 서예 세계를 일구었다. 선생의 글씨는 수전증이 오기 전은 물론, 오른손 악필의 시기가 다르고 왼손 악필의 시기가 또 다르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붓 잡는 힘이 약해져 가는 노년의 세월, 매 순간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도전하고 도전했던 놀라운 시간이 글씨에 그대로 나타난다. ‘여든 살 밭 가는 늙은이 석전[八十畊叟 石田]’이라고 낙관을 쓴 팔십 대의 작품이 여러 점 있다. 수십 년 악필법의 시간이야말로 석전 선생 그 자신이었음을 드러내는 낙관이다. 하루하루 묵묵히 밭을 갈며 수확에 이르는 고된 시간을 기어이 내것으로 만드는, 서예가로서의 오직 한 길이 거기에 있다. 서론(書論)에 의하면 붓을 움켜쥐는 악필은 힘이 있어서 강직함을 보여야 하는 글이나 큰 글씨 등에 강점이 있다고 한다. 전북의 명소 곳곳에는 선생의 글씨로 된 현판이 많다. 만년에도 현판 크기 그대로의 큰 글씨를 쓰셨기에, 몇 시간 동안 팔이 아프도록 먹을 갈아드렸다는 기증자 가족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적당한 크기로 쓴 글씨를 확대하는 요령을 용납하지 않은 선생의 기개 또한 악필의 오묘한 법을 체득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서예의 매체인 붓을 쥐는 손이 떨린다는 것, 그것도 육십 노년에 이르러 만난 벽 앞에서 시작한 선생의 길은 아흔이 넘은 나이에 이르러, 타고난 재능을 칭송받던 젊은 날의 글씨보다도 더 또렷한 자신만의 세계를 이루었다. 어린이박물관에 온 아이들의 눈에도 그것이 보이나 보다.

문화마주보기

숫자가 아니라 머무름, 지역 관광의 새로운 공식

관광객은 늘었다지만 지역은 여전히 쉽지않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에도 한국 관광의 구조적 한계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방한 관광객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머무르면서 지역은 ‘경유지’에 머물고, 연관된 소비와 일자리도 수도권에 집중된다. 관광객을 유치하고도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방문객 수 확대에 집중해온 정책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관광객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무르고 더 깊이 소비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전환의 해법으로 ‘로코노미(loconomy)’가 주목된다. 로코노미는 지역의 문화와 생활 자산을 데이터와 플랫폼 기술로 연결해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고, 소비와 소득이 지역 내부에서 순환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광의 기획과 운영에 지역 주민과 로컬 사업자가 주체로 참여하고, 생산·소비·재투자가 지역 안에서 반복되는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결국 문제는 관광객 수가 아니라 돈이 머무르지 않는 구조에 있다. AI 추천 시스템과 위치 기반 서비스는 관광객의 이동과 소비를 분석해 골목 상권으로 확산시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 맞춤형 동선 설계와 실시간 혼잡도 관리, 재방문을 유도하는 콘텐츠 전략이 결합되면 관광은 단순 소비를 넘어 체류형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민이 직접 만든 체험과 상품이 연결될 때 관광객은 소비자를 넘어 지역과 관계를 맺는 참여자로 바뀐다. 이 변화는 방문을 체류로, 체류를 정착으로 이어지게 한다. 전북은 이러한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역이다. 전주 한옥마을과 군산 근대문화유산은 스토리 기반 체험으로 확장 가능한 자산이며, 김제 평야의 농촌체험은 관광과 생활을 연결하는 사례다. 특히 주민과 청년 창업자가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관광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든다. ‘보는 관광’에서 ‘살아보는 경험’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지역 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방문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떻게 연결되느냐다. 주민과 지역 조직이 주도하는 구조가 형성될 때 청년 창업과 로컬 브랜드, 체험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이는 인구 유입과 정착으로 이어진다. 관광은 더 이상 소비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을 재생하는 기반이 된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바가지 요금과 서비스 품질, 젠트리피케이션은 관광 신뢰를 훼손하는 요소다. AI 기반 가격 모니터링과 리뷰 분석, 다국어 안내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관광 데이터와 수익이 외부 플랫폼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으로 환류되는 구조 설계가 중요하다. 답은 분명하다. 기술과 지역성, 그리고 사람이 결합될 때 관광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된다. 골목의 이야기를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이를 주민이 주도하는 구조로 확장시킬 때 지역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3,000만 관광 시대를 앞둔 지금, 골목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AI와 로컬 생태계의 결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경제칼럼

전북 정치권, 누구를 위해 정치하는가

전북은 지금 소멸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런데도 정치는 움직이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 경쟁은 치열하지만, 정작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지금 전북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완주–전주 통합은 또다시 무산됐다. 30년 전 전국이 도농통합을 통해 모두 행정 비효율을 정리했지만, 전주•완주만이 유일하게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생활권도, 경제권, 교육권도 이미 하나인 지역을 행정의 벽으로 갈라놓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비정상이다. 더 답답한 것은 그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남고속철도 노선 결정도 마찬가지다. 더 효율적인 대안이 있었음에도 결과는 절충과 타협의 산물에 머물렀다. 누구도 최선의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고, 그 결과 전북은 백년대계를 놓쳤다. 결과는 이미 드러났다. 기대했던 역세권 개발은 지지부진하고, 전북 전체를 견인할 성장축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익산시 자체도 발전이 더디기만 하고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KTX 노선이 논산~익산동부~김제동부를 잇는 직선축으로 결정됐다면, 익산역은 전주·완주·익산·김제의 중심 거점이 되어 전북 발전의 핵심축으로 기능했을 것이다. 역세권 개발과 광역생활권 형성을 통해 ‘4통8달’의 통합도시 기반을 만들고, 나아가 이재명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선도적 역할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아쉽다. 전북은 결정의 순간마다 미래를 향한 최선보다 현재의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왔다. 김제공항은 또 어떤가. 백산면에 부지까지 확보해 놓고도 20년째 방치되어 있다. 외부의 반대 때문이 아니었다. 내부의 분열이 발목을 잡았다. 지역 정치가 스스로 성장의 가능성을 접어버린 대표적 사례다. 지금 새만금공항 또한 진척되지 못한 채 소송전에 휘말려 있다. 이 역시 전북이 또 한 번 백년대계를 놓치고 있는 장면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지금 전북 정치가 보여주는 모습은 명확하다. 미래보다 현재에 매달리고, 도민 전체의 공익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앞세운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 뒤에 숨고, 결단해야 할 순간에는 침묵한다.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전북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웃 전남•광주와는 너무 대비된다. 미래를 위한 결단과 단결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통합애기가 나온지 불과 몇달 안되었는데 벌써 통합시장 선출이 눈앞이고, 매년 5조씩 20조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최근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발표하였다. 일사천리다. 정치의 본질은 선택이다. 누군가는 양보가 필요하지만, 그 손해는 최소화해야 하며 모두의 포용성장을 추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공동체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면, 정치인은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 던질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리더싶이다. 지금 전북 정치에는 그 최소한의 용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전북의 미래는 없다. 소멸위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정치는 소수 기득권의 방패가 아니다. 정치는 도민 전체의 삶을 위한 도구다. 이제 전북 정치는 답해야 한다. ‘누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인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전북 전체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질문에 끝내 답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전북 정치는 이미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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