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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로리' 그리고 강제동원 배상안

무척 추웠던 2015년 12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의견은 무시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같타결되었다. 이후 많은 대학생들이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철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추운 겨울 살을 에는 듯 한 바람을 맞으며 밤낮없이 소녀상을 지켰다. 나 또한 연대하고자 일본대사관 앞에서 그들과 둥그러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룻밤을 그들과 함께 지낸 적이 있었다. 시민들이 힘내라고 보내주신 빵과 음료가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록 하룻밤 이였지만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해 8월 나는 일본대사관 앞 정기 수요 집회에서 최현열 선생이 분신했던 그 집회 장소에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은 너무나 선명하고 뚜렷했고 내 가치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3년 3월 정부는 한국 정부 산하 지원 재단이 일본 전범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강제동원 배상안을 내놓았다.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 그리고 제3자 변제 강제동원 배상안을 내놓으며 했던 정부는 말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국익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 “언제까지 일본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냐.”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가 생각났다. 문동은이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학교담임선생 심지어 엄마조차 문동은을 감싸주지 않고 문동은의 입을 막고 오히려 가해자의 편에 섰다. 그들은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문동은에게 더 큰 가해를 끼치려고 했다. 그들은 문동은에게 “너는 잘못이 없느냐”, “너에게도 문제가 있지 않냐”며 윽박질렀다. 상식적인 담임이고 부모였다면 가해자들이 처벌받고 그들이 죄를 뉘우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현실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에서 “학교에 큰 피해가 간다”, “너도 맞을 짓을 하지 않았냐”는 등 오히려 피해자를 설득하고 입막음을 하여 쉬쉬하고 덮은 경우들이 있다. 이것 모두 피해자에게 행해지는 2차 가해다. 국익을 위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이해해달라는 한국 정부와 문동은의 담임선생과 문동은의 엄마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한일 위안부 문제협상 합의와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도 다 발표를 하고 난 이후에 피해자들을 설득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 국익을 위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방법인가. 왜 피해자들에게 이해를 해달라고 강요하는가. 이것은 피해자들에게 행해지는 제2차 폭력, 피해자들에게 행해지는 국가폭력이다. 그들은 나라를 잃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꽃다운 어린 나이에 일본의 강제동원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강제동원을 당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있음에도 보호를 받지를 못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인식을 보면서 항상 비교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유태인 학살의 책임을 깊게 통감하며 그들에게 지금까지도 사죄를 빌고 있으며, 전범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다. 사과는 피해자가 납득할 때까지 해야는게 사과다. 드라마 “더글로리”가 일본에서도 큰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사과를 해왔다고 주장하는 일본정부와 기시다 일본총리에게 문동은이 학교를 그만두면서 박연진의 딸 하예솔에게 했던 이 대사를 전해주고 싶다. "하예솔, 네가 하라고 하면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 사과할 거야. 너한텐 진심으로 미안하거든"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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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30 17:52

탄력 받는 ‘후백제 재조명’

후백제와 관련해서 요즘 다양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작년 12월 ‘후백제 특별법’을 계기로 역사적 의미 재조명과 함께 세미나 토론회 등이 활발해졌다. 전주가 우리 역사의 중심에서 전국 패권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에 도민들 반응도 뜨겁다. 비록 존속 기간이 37년의 짧은 역사였지만 후백제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각인시킨 국가였다. 견훤왕이 900년 전주에 도읍지 터를 정한 이후 지금도 곳곳에 과거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역사 기록이 철저하게 승자의 관점에 따라 편향되거나 왜곡되기 일쑤여서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후백제 역사와 그 발자취가 어떠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전북의 총체적 위기 상황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모든 사회 지표가 전국 하위권을 맴도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마저 뒷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에 밀려 존재감은 다소 퇴색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문화도시 시민으로서 전주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더욱이 후백제 중심축이 전주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의미는 한층 더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전주가 후백제와 연결되는 것 자체를 애써 부인하고 탐탁치 않게 여기는 기류가 지역에 존재했다. 1100여년 전 패망한 후백제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부정적인 데다 역사적 가치도 평가절하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이 어렵게 뿌린 후백제 재조명 작업이 마침내 싹을 틔운 것이다. 최근 이같이 활발한 움직임은 지난주 전북일보가 주최한 후백제 학술 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반영됐다. 4시간 동안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그동안 묻혀 있던 후백제의 재발견에 의미를 부여하고 깊은 공감대를 넓혀갔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유적 발굴 복원과 함께 보존이 시급하다며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우범기 전주시장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선거 공약에도 후백제 복원을 명문화하고 실제 ‘왕의궁원 프로젝트’ 를 가동함으로써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에게는 유적 복원 못지않게 관광 자원 활용이라는 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전주는 후백제 왕도이자 조선 왕조의 본향이다. 사실 문화 예술 도시의 명맥을 유지하는 그 뿌리다. 한옥마을에 가면 양반 이미지의 문화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도 시민 의식과 생활 속에 곧추세우고 있는 자존감 때문이다. 특별법 이후 후백제와 관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진실과 유적 복원에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따라서 자치단체를 비롯해 학계 언론에서 후백제 재조명과 함께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백제라고 부르며 당당하게 백제인으로 살았던 그들의 역사를 ‘후백제’ 라 칭한 것도 후대 학자가 편의상 백제와 구분하기 위함이다. 강대한 고구려 영토까지 편입시키려 했던 후백제의 진취적 기상을 통해 무기력한 전북의 현실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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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3.30 17:51

군산항 통관장 개설 효과 지역 내에서 향유돼야

마침내 올해안에 군산항 해상 특송화물 통관장이 개설된다. 도내 민관 협의체와 지역 정치권이 5년간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물이다. 특송화물은 일반 화물의 통관 절차와는 달리 서류, 카달로그, 개인소비 목적의 해외 직구 등 신속한 통관을 필요로 하는 화물을 의미한다. 이 화물은 세관 특송화물 검사장으로 반입, 100% X-ray 검사 등 별도로 지정된 통관절차를 거친 후 택배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특송 화물은 주로 항공물류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는 카페리 물류서비스가 일부 담당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해상 특송화물 통관이 가능한 곳은 인천과 평택(한중항로), 부산(한일항로) 등 3개소. 군산∼중국 석도간 국제카훼리 항로가 운영중인 군산항에는 해상 특송화물 반입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통관장이 개설돼 있지 않다. 군산항 특송화물 반입량은 2019년 57만 건, 2020년 99만 건, 2021년 144만 건, 2022년 180만 건 이상으로 매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통관장이 없어 특송 화물을 통관장이 있는 인천, 평택으로 보세 운송 후 통관 절차를 이행하는 번거로움을 거쳐야만 했다. 이에 2018년부터 전북연구원의 지속적인 군산항 활성화 전략 추진 노력 아래 군산항발전협의회와 전북도, 군산시, 신영대 국회의원이 힘을 합해 통관장 개설의 결실을 맺게 됐다. 군산항 통관장은 군산 물류지원센터에 X-ray 3세트, 컨베이어 벨트 3식 등의 주요 시설을 갖추고 올해안에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통관장이 운영되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다. 카페리 선사, 하역 업체 , 화물 운송 등 경제적 효과가 클 뿐만아니라 통관장 운영과 특송 업체, 화물 운송, 물류 주선업체에 최소 100여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비수도권 유일의 한중 특송화물 통관장으로 당일 통관이 이뤄져 중국내 전자상거래 특구로 지정된 산동성 시다오항에 집중된 특송화물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처리의 입지를 군산항이 선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제카페리 수송, 특송화물 통관, 화물자동차, (수배송)택배물류 등 물류와 플랫폼 기술을 접목, 국경간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다지게 된다. 향후 전북 중심의 특송 물류 산업생태계를 형성할 기회를 갖게 된 점이 가장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통관장 개설에 따른 효과와 과실을 지역 내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다. 외지업체가 통관장의 화물관리인으로 지정받고, 화물 운송을 담당하게 되면 통관장의 개설로 기대되는 '군산항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실속없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게 된다. 우선 관내 비영리법인이 화물관리인으로 지정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화물취급 수수료에 따른 만만치 않은 수익이 지역내에서 공익을 위해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산에서 통관장이라는 멍석만 깔아주고 그 위에서 외지 업체들이 잔치를 벌이며 과실을 챙겨가는 일이 초래돼선 안된다. 통관장 개설 효과를 지역 내에서 만끽, 군산항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야 할 때다. /안봉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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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3.03.30 17:49

연금(pension)은 저축(saving)이 아닙니다

일정한 조건이 되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공적 연금의 본질은 내가 낸 보험료는 현재 보험수령자에게 지급하고, 본인이 수령할 보험금은 본인이 지급받는 시점에 납입된 보험료로 수령하는 ,즉 미래세대가 현재세대를 부양하는 시스템으로 2022년 말 현재 가입자 수는 2,300만 명에 이르고 그 규모는 1천조 원을 돌파했습니다.또한 수령자수는 600만 명을 넘어섰고, 월평균 수령액은 60만 원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득의 9%를 적립하여 은퇴 후에 평균소득의 60%정도(소득대체율)를 수령하도록 설계된 연금제도는 이미 2057년이면 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어 어느 정권이든 연금제도의 개혁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현재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연금고갈 사태를 해소할 합의점을 모색해볼 기회였던 국회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3월 29일 국회에 제출한 경과보고서도 연금보험요율의 인상,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의 모든 현안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으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등과의 관계설정 등 근본적인 해결에는 시도도 못해본 채 이견만 확인하고 마침표를 찍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을 찾자면, 연금(pension)은 미래세대가 현재세대를 부양하는 것입니다. 즉 현재 납부하고 있는 9%의 연금보험료로 은퇴한 수령자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이는 처음 도입된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었으므로 문제가 없었으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재는 그 시기만 문제일 뿐 고갈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고, 공무원연금은 이미 매년 4조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미 일제 강점기에 가입된 보험에 대해 일제가 패망하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철수하자 보험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연금제도의 도입은 가입률 저조로 이어져 가입률 제고를 위해 적게 납입하고 많이 수령하는 기형적인 설계는 돌려막기라는 악순환으로 그 고갈시기를 앞당기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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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30 17:47

2024년 총선, 1년이다

내년 이맘 때 쯤은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기간이다.2024년 3월 28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되는데 4월 5일은 사전투표 날이고 10일은 본 투표 날이다.2024년 4월 10일 22대 총선은 어느 정당이 승리할까? 총선을 1년 여 앞둔 현재시점에서 정당 지지율과 ‘정권 지원론 vs. 정권 심판론’의 여론흐름을 보자. 우선 정당 지지율.윤석열 대통령 취임이후 지난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는 모두 373개.주별평균 8.3개로 매일 1개 이상의 여론조사가 있었던 셈이다.이중 ARS 조사가 256개 면접조사가 107개였다. 지난 45주 동안 정당 지지율 흐름을 보면 첫째,국민의힘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작년 지방선거 전후였다.당시 국힘 지지율은 주별평균 50%까지 육박했다.둘째,지방선거 이후 국힘 지지율은 하락하여 주별평균 40%이하로 떨어지고,민주당 지지율은 주별평균 40%를 돌파하며 양당 지지율은 역전된다.이 때가 7월 중하순인데 주별평균 40% 전후의 민주당과 30% 중후반대의 국힘 지지율 패턴은 12월 초중순까지 이어진다. 셋째,12월부터 2월초까지 민주당 약간 우위의 양당 지지율은 주별평균 30% 후반대에 머물면서 엎치락뒤치락 한다.넷째,전당대회를 전후해서 국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잠시 앞서는 모습을 보이지만 최근 한일정상회담과 69시간 논란의 여파로 민주당에 다시 역전 당한다. 다섯째,최근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은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과 함께라서 주목된다.보수층과 영남 그리고 고연령층의 이탈이다.작년부터 시작되어서 전당대회를 통해 마무리된 젊은층의 이탈과 함께 복합위기의 국민의힘 지지율이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다시 하한선에 다가설 가능성을 보여준다.첫번째 하한선은 35% 전후인데 35%는 “바이든 vs. 날리면 논란” 때 ‘날리면으로 들은 사람들’이다.마지막 저지선은 25% 전후인데 이는 2017 대선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다. 다음으로 여야 심판론의 여론흐름.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여야 심판론의 여론조사는 모두 5개인데 모두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다.그 중 3번은 여당 심판론이 50%에 육박했고 가장 낮은 게 47%였다.야당 심판론은 44%가 가장 높았고 36%가 가장 낮았다. 총선 1년 전에 좀 더 다가서는 올해 3월의 여야 심판론 여론조사도 5개인데 4:1로 민주당 우세다.국민의힘이 42% vs. 39%로 근소하게 앞섰던 것은 전당대회 직후 한 번뿐이다.정권 심판론은 낮게는 39% 높게는 55%였고 국힘 전당대회 전후를 제외하면 44%에서 시작하여 55%까지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최근의 민주당-국민의힘 지지율 역전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실제 총선결과는 총선 전 여야 심판론의 흐름에 먼저 나타난다.예를 들면 2016년 총선을 7개월 여 앞둔 2015년 9월 조사를 보면 정부 견제론(42%)이 정부 지원론(36%)에 앞선다.총선을 2개월 여 앞둔 2016년 1월 말 조사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50%를 넘기며 민주당의 +1 신승(123석)을 예고한다. 2020년 총선 1년 전인 2019년 4월 조사에서도 정부 지원론(47%)이 정부 견제론에 10% 포인트 앞선다.2020년 신년조사에서는 국민 절반 이상이 ‘국정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하고 여당 심판론은 30% 중반에 머문다.2020년 총선의 민주당 역대급 압승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2024년 총선승부의 핵심은 수도권이다.2020년 총선기준 253개 지역구는 122개의 수도권과 131개의 비수도권으로 나뉘는데 131개의 비수도권 중 64곳이 영남이다.따라서 253개 국회의원선거 지역구는 수도권(122)과 영남(64) 그리고 비영남(67)이다.양당 모두 수도권과 중도층 그리고 2040세대가 총선승부의 분수령이라는 말이다.내년 총선,이제 1년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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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30 17:46

도심 하천부지 수목제거·제초작업 필요하다

전주시가 재해 예방 차원에서 전주천·삼천 둔치의 나무를 일제히 잘라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 이맘때면 전국 각 지자체들이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하천 둔치에서 잡목 제거 및 제초작업을 한다. 하천 범람으로 인한 재해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도심 구간에서는 지자체와 시민·환경단체가 갈등을 빚는 사례도 많다. 오랫동안 아름다운 하천 풍광을 만들어 낸 아름드리 나무가 한꺼번에 잘려나가는 현장을 보고 크게 분노한 시민들의 원성이 빗발친다. 게다가 전주시의 경우처럼 각 지자체의 홍수기 대비 하천 정비사업이 대부분 4월 식목일 전후에 이뤄지면서 반발 수위는 더 높아진다. 시민 안전을 위해 하천 둔치에 뿌리를 내린 수목은 원칙적으로 제거하는 게 맞다. 둔치에 무성하게 자라 숲을 이룬 나무가 집중호우 때 물의 흐름을 막아 하천이 범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폭우와 강풍으로 나무가 뽑힐 경우 교각에 막혀 홍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도 높다. 최근 수년 동안 전주 시민들은 전주천·삼천의 범람과 범람 위기를 수차례 겪었다. 게다가 전주천·삼천의 둔치는 자생 수목이 늘어나고 억새·갈대군락이 형성되면서 점차 숲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상 숲이 되어가는 이들 하천 둔치에 고라니와 오소리 삵·뱀·들고양이 등 육상 야생동물이 서식하면서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 환경단체와 시의원들은 “전주시가 전주천·삼천의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경관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안전이다. 또 하천부지의 생태환경은 육상 생태계가 아닌 수서동물 및 수생·수변 식물 위주의 하천생태계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도심 하천이 고라니와 오소리·삵·뱀 등 육상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천국이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천부지 정비사업을 홍수관리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둔치가 숲으로 변해가는 현상은 더 이상 방치할 일이 아니다. 다만 환경단체의 지적처럼 전주시가 하천부지 재해예방 사업을 체계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시민사회와 협의해 매년 지속적으로 수목·잡초 제거 사업을 시행했다면 이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전주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체계적인 도심하천 관리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3.30 15:24

유아 공교육화, 새만금 교육특구 조성을

급속한 인구감소와 가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의 해법찾기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최대과제로 떠오른지 오래됐으나 뾰족한 답안이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전북처럼 기업환경이나 교육여건 등이 미비한 곳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결론은 아무리 어려워도 지역인재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아야 한다는 거다. 백가쟁명식으로 이런저런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일단 현시점에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와 새만금 교육특구 조성은 매우 시의적절한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전북 인구의 연령구조는 65세 이상 인구가 2000년 21만 1000명에서 2021년 38만 7000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같은 기간에 15세 미만 인구가 38만 2000명에서 20만 명으로 감소했다. 한마디로 노인인구는 거의 2배 수준으로 증가한 반면, 청소년 인구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음을 알 수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볼때 이같은 현상은 입학생 수 급감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20년 전북의 입학생 수 증감률은 -14.7%로 전국(평균 -8.2%) 보다도 훨씬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전북도는 29일 '민선 8기 전북 교육정책 정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고 전북 교육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민선 8기 전북도만의 특색 있는 정책 과제를 논의했는데 핵심은 지역과 대학의 연계·협력을 통한 지역 인재 양성과 지역 발전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매우 필요하고 특히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추진하는게 제시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영유아를 위한 교육의 질 제고가 긴요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전북형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과 더불어 교사 처우 및 자격 개선 사항 마련 등 제도적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한가지 특이한 제안은 새만금 교육특구 조성이 과제로 언급됐다는 점이다. 이미 새만금수변도시에 국제학교 설립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으나 단순히 국제학교 하나 설립하는데 그치지 않고 명실공히 이곳을 교육특구로 조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 주체 간 협치를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인재 양성부터 기업 유치, 취업·창업, 정주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3.30 14:47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3월 16일 한일정상회담으로부터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국민적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굴욕외교, 참사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방적이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을 어겨가며 과거사 문제는 제대로 짚지도 못했다. 굴욕적으로 퍼주기만 했지 어떤 걸 받고 어떤 실익을 얻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외교의 기치라고 이야기하는 ‘국익’이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 한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60.2%가 ‘과거사를 외면한 굴욕적 회담’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자, 보수의 심장부인 영남에서도 과반의 응답자가 같은 대답을 했다.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정치적 지향을 떠나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내놓은 ‘제3자 변제안’이 대통령 본인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힌 것은 국민의 실소만 자아냈다.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와 권리를 무시한 것이 일본 정부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인(自認)했기에 그 충격은 더 했다. 결국 피해자와 유족들은 정부의 ‘3자 변제안’을 거부하고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직접 배상받기 위해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우리 정부의 제안에 일본 정부 조차 실현 가능한지 의구심을 품었다. 한국 내 국민정서와 상충하는 ‘제3자 변제안’이 과연 차기 정부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까 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이런 우려를 의식했는지 곧바로 “강제징용 구상권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것보다 일본 정부의 불안감이 더 신경쓰였나 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닛케이신문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일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 제3자 변제안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국민의 의사를 무시해가며 일본의 구미(口味)에 맞는 제안을 내놓았음에도 관계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외교에는 여야가 없다. 실리를 강조했던 것이 역대 정부·여당의 방점이다. 하지만 금번 한일정상회담 내용과 이후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간‧쓸개 다 내주고 뺨까지 맞은 격이다. 지소미아를 원복해주고, WTO 제소 취하, 화이트리스트 복원 등 백번 양보해 여기까진 관계개선을 위한 통 큰 행보라고 이해해보자. 일본 언론에 따르면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 문제도 논의됐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부인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대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길래 국민의 알 권리조차 외면하는 것인가. 한일 관계개선에 볼모 잡혀 어디까지 줄줄이 내주려 하는 것인가. 지난 28일 일본 정부는 보란 듯이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내용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에서도 강제성을 뺐다. 적반하장도 이런 경우가 없다. 어디까지 우리 국민들이 일본에게 모욕을 당해야 하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일본은 분명히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파트너다. 후대를 위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죄와 진정성 있는 태도야말로 함께 미래를 그릴 파트너로서의 자격요건이 아닐까. 국민보다 큰 국익은 없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윤석열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완주진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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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9 17:51

대광법, 정부 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또다시 보류되었다. 국회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가 지난 21일에 이어 28일 열렸으나 개정안 심사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첫 관문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날 소위는 다음 일정을 잡지 않아 올해 상반기 중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1월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도 자칫 껍데기에 불과할 수 있다. 대광법 개정안은 광역시가 없지만 인구 50만 이상 교통생활권을 가진 전북을 대도시권에 포함시켜 광역교통시설 설치 시 국비지원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전북은 광역교통망사업에서 소외됨으로써 ‘교통 오지(奧地)’로 전락할 게 뻔하다. 핵심은 국회 통과에 앞서 가장 큰 결림돌인 기획재정부의 벽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소위 의원들도 “기재부부터 설득하라”고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의 반대 논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주에서 인근 시군을 오가는 건 광역교통으로 보기 어려워 법체계에 맞지 않고, 비슷한 규모의 타지역에서 똑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합당하지 않다. 첫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은 국토부가 대광권 구축(광역교통 2030사업) 명목으로 배정한 예산 127조1192억원에 비하면 전북예산은 극히 적은데 불과하다. 둘째, 전주를 중심으로 한 생활권의 교통수요는 대광권에 포함된 광주권이나 울산권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또한 비슷한 규모인 창원이나 청주는 이미 각각 부산·울산권과 대전권에 포함돼 있다. 문제는 대광법이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더 많이 지원하고 인구가 적은 전북 같은 곳은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부익부빈익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고 약자에게 형평에 맞게 지원해주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어줍잖은 논리보다는 정부여당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개정안의 통과가 정권에 대한 지지나 여야정당의 투표율로 결정된다면 약육강식의 ‘동물의 왕국’과 무엇이 다른가. 이와 함께 지난 23일 전주에서 가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의 립서비스나 민주당의 소극적 대응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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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9 17:51

쳇! 문제는 질문이야! 챗GPT 혁명?

혁명’의 사전적 의미로는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네이버 국어사전)을 말한다. 이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보통은 피를 흘리게 되기 마련이다. 요즘은 혁명이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인류 역사상 피를 흘리지 않고 이룬 혹은 이루어나갈 세상의 획기적인 변화에 4차례 이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1차산업혁명은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적 혁명, 2차는 전기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 3차는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혁명, 4차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정보 기술혁명이다. 여기에서 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출현은 우리의 모든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것이야말로 혁명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스마트폰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를 핸드폰으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혁명’이라고 하지는 않고 '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요즘 일어나고 있는 챗GPT 돌풍도 혁신에 가깝겠지만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챗GPT 가입자 수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이미 1억 명을 돌파하였고 10억 명 돌파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CHAT GPT’는 Open 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인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한다. 이 모델은 대규모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문장 생성, 보고서 작성, 질문 답변 등 다양한 언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GPT의 G 즉 Generative(생성)이다. 네이버나 구글 등 검색서비스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결과물을 보여줄 뿐이다. 챗GPT는 질문을 할 때마다 답을 새로 만들어 주고 그것을 기반으로 새롭게 학습을 해서 재차 똑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새로운 답을 생성해 내는 것이다. 또 질문을 얼마나 잘하느냐 즉 질문의 질에 따라 새롭게 얻게 되는 창작물의 질적 수준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에서의 거의 모든 교육도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해진 답을 알려주거나 찾아내는 교육이었지만 이제 창의적인 답을 얻으려면 창의적 질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좋은 글이나 창의적인 보고서를 쓰려면 우선 많이 읽고, 많은 경험을 쌓고,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앞으로는 챗GPT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개인으로서는 이런 일을 대신할 비서를 한 명 두는 셈이 되는 것이고 기업으로서는 직원들이 해야 할 이런 일들의 상당 부분을 챗GPT가 대신해 주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독서와 글쓰기’를 등한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읽고 쓰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독서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 생각과 관점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시각을 갖추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챗GPT의 출현이 인류 역사상 또 하나의 혁명이 될지 아니면 혁신이 될지는 모르나, 혁명 이상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저 바라만 보다가 혁명 세력에 지배당하고 말 것인가, 발 빠르게 배우고 익히며 이를 잘 활용하여 또 다른 세상의 주역이 될 것인가, 지금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어떤 결정과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챗GPT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환희에 찬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는 혁명적 도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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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9 17:50

조선매화

햐아, 숨이 막혔다. 춘분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구례화엄사 각황전 옆 수백년 늙은 홍매가 몸을 풀었다. 너무 붉어 검은빛마저 감도는 흑매(黑梅)’. 붉고 깜찍한 홑꽃들이 검은 줄기에 ‘꽃등불’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었다. 발갛게 우꾼우꾼 달아오른 숯불. 마치 두루미가 외발로 서 있는 듯, 허리를 살짝 비틀고 무심하게 먼 하늘을 돌아보고 있었다. 꽃마다 앙증맞은 다섯 장의 선홍 꽃잎. 영락없이 뿌루퉁하게 입을 내민 철부지 막내딸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홍매의 ‘검은빛’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헤덤볐다. 순천선암사 늙은 매화들도 우르르 꽃을 토해냈다. 사람들은 육백 살이 넘는 무우전 담장곁 홍매와 원통전 뒤편의 백매(이상 천연기념물 제488호) 주위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뒤틀린 가지에 부르트고 거무튀튀한 껍질. 나비처럼 매달린 분홍 홑꽃. 녹갈색 꽃받침에다 모시적삼 같은 하얀 꽃잎. 벌들이 잉잉대며 정신없이 꽃 속에 코를 박고 있었다. 매화방창! 선암사는 조선매화의 전시장이었다. 무려 20여 그루의 토종매화(100~300년)가 꽃터널 꽃대궐을 이뤘다. 온종일 매화 향기에 취해 선암사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 매화는 역시 고묵은 토종매화가 으뜸이다. 떼로 핀 매화는 ‘양계장 닭’ 같다. 섬진강변 농원매화는 대부분 매실을 따기 위해 ‘대량 양식’하는 일본개량종이다. 꽃이 덕지덕지 달린다. ‘매화’라기보다는 ‘매실나무’다. 아무래도 고고한 맛이 덜하다. 향기도 위쪽으로 붕 뜨는 감이 있다. 후욱! 약간 지분 냄새가 나는 듯도 하다. 우르르 피었다가, 우르르 진다. 수명도 짧다. 조선매화는 뿌리가 만수산 드렁칡처럼 서로 얽혀야 좋다. 둥치는 껍질이 트고 구불구불 틀어져야 한다. 나무껍질은 검고 푸른 이끼가 수염처럼 늘어져 있어야 제맛이다. 늘어진 이끼는 바람이 살랑거리면 마치 푸른 실이 너울거리는 것 같다. 조선매화는 꽃이 작고 얇지만 야무지다. 열매가 부실하지만 오래 산다. 꽃이 띄엄띄엄 듬성드뭇하다. 향이 은은하고 오래간다. 저녁밥 짓는 냄새처럼 가만바람에도 낮게 깔려 스며든다. 알근한 암향(暗香)이다. 만고풍상 검버섯 마른명태 같은 몸에서 어느 날 안간힘을 다해 한 점, 두 점 꽃을 밀어 올린다. 깊은 산속에 저만치 홀로 핀 늙고 수척한 조선매화 한 그루. 선암사 ‘뒤깐(해우소)’은 늙은 매화에 둘러싸인 ‘고매 측간(古梅 厠間)이다. 홍매 두 그루와 백매 세 그루가 해우소 앞뒤로 가부좌를 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매화향이 그득하여 구린내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조선 땅에서 제일 오래되고, 가장 멋들어진 우물마루의 선암사 뒷간. 누구든 들어서기만 하면 그깟 변비쯤이야 제풀에 스르르 괄약근 빗장이 풀어져 버린다. 오죽하면 정호승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라고 했을까. 문득 전주 경기전 사고(史庫) 앞뜰의 늙은 청매를 떠올린다. 좋이 백 살은 됐을까? 가지가 땅위 2미터쯤에서 누워 퍼진 와룡매(수양매·垂楊梅)라 더 애틋하다. 3겹 꽃잎이 맑고 투명하다. 푸른 빛마저 감돈다. 전주 사람들처럼 누가 알아주건 말건 혼자 벙글고 홀로 진다. 언젠가 달빛 슴베든 봄밤에 다가가, 이리저리 톺아보고 또 톺아봤던 일이 생각난다. 왜 그때 울컥했을까? 코끝에 걸리던 청아한 향기가 새록새록 생생하다. 요즘 서울 창덕궁 매화들이 우우우 한창이다. 하마 경기전청매는 지금쯤 이울었으리라. 타향살이 핑계로 못 본 지 오래됐다. 내년 봄엔 때맞춰 볼 수 있을까? 이렇게 또 봄날은 간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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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9 17:50

갑을(甲乙)관계와 갑질, 을질

중국 첫 통일 위업을 달성한 진나라 시황제를 도와 승상 자리에 올랐던 이사가 젊은 시절 말단관리를 할 때의 에피소드다. 어느 날 측간을 갔는데 관청 측간의 쥐는 허접하고 더러운 것을 먹다가도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오면 그때마다 무서워서 놀라 달아난 반면, 양곡 창고에서 사는 쥐는 제 맘껏 쌓인 곡식을 풍족히 먹으면서도 큰 집에 살아서 그런지 사람이나 개를 전혀 개의치 않고 먹더라는 것이다. 이것을 본 이사는 무릎을 탁 치면서 “사람이 어질다느니 못났다느니 하는 것은 결국 쥐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에 달렸구나”했다. 큰 도둑은 대우받는 반면 좀도둑은 늘 허겁지겁 뛰면서 이눈치 저눈치 보는 측간의 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큰 물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만고풍상 끝에 승상자리에 오르게 된다. 말년은 불운했으나 어쨋든 이사의 일화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요즘 도의회나 시군의회가 해외연수를 간다고 해서 도하 언론에서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 훨씬 많은 혈세를 들여 외국에 가는 국회의원은 신문 동정란에 버젓이 실려 마치 큰일이나 한것처럼 대우받는 반면, 1년에 한번 해외에 나가는 지방의원은 측간의 쥐처럼 좁쌀 좀 먹으면서 눈치까지 봐야 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사회의 구조를 잘 들여다보면 양곡 창고의 쥐 보다도 측간의 쥐가 더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후 해외연수에 나가는 의원들의 행태는 실로 가관이었다. 대부분 외국 방문 경험이 전무했던 지방의원들은 밤새워 고스톱을 치는 것은 보통이었고 새벽 시간에 의회 직원을 불러 라면을 끓여오게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공개적인 면박을 주는 것은 예사였고, 자신의 짐을 직원에게 들게 하는 것도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대만큼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적어도 의원과 직원들 간 부당한 갑을 관계는 없는 듯하다. 지난번 전북도의회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의장과 사무처장이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는 일까지 있었고 심지어 도의원과 도교육청 과장이 언성을 높이며 다툰 사례도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완력으로 억누르려는 추태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요즘에도 지방의회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갑질 얘기가 들리곤 한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본인만 모를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굴다가 갑질로 찍혀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이젠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문제라고 한다. 자신의 약자 지위를 역이용해서 횡포를 부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일을 안 하거나 못하면서 입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대체로 말이 많고, 대외적으로는 마치 자신이 큰 수난과 피해를 당한 것처럼 포장하는데 능숙하다.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척결돼야만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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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3.29 15:54

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 꼼꼼히 점검해야

전북교육청이 ‘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91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초·중·고교생 2500여명에게 혜택을 준다. 세계화 시대 학생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교육청이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슬로건으로 내건 전북교육청의 역점 사업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운영과정에서 세부 프로그램이 그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거나 체험일정이 관광지 방문 위주로 짜여질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연수기간이 비교적 길고 세부 내용도 현실적으로 짜여져 실질적 효과가 기대되는 연수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1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또래 학생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연수 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우리 학생들이 모처럼 해외에 나가 넓은 세상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안목을 넓히고 더 큰 꿈을 꾸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반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해마다 시행하게 될 해외연수 사업이 단순히 학생들에게 해외여행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대상 학생별로 취지와 목적, 연수지역이 제각각이지만 결국은 모든 연수 프로그램이 ‘해외문화 탐방’으로 귀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게다가 이 사업은 지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교육복지 사업이 아닌 소수의 학생에게만 부여하는 선별적 혜택이다. 취지와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학생 선발과정에서도 공정성과 타당성이 보장돼야 한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학생 선발과 업체 선정, 프로그램의 적정성, 사후 평가 및 학생관리 등에 엄격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 그동안 연수 목적과는 다르게 관광지 방문 등 외유성 일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해외연수가 이런 일로 구설수에 올라서는 안 된다. 세부 프로그램과 연수 지역 등이 당초 계획한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해서 챙겨야 할 일은 학생 안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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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3.29 14:11

'더 글로리'의 권선징악과 진영 간 학폭 대응의 변화

최근 학교폭력 대응 방안으로 학폭 내용을 생기부에 기록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대학입시까지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와 대학 관계자들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학폭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는 2012년 도입되었다. 생기부에 기재하고 보존하는 최대 기간은 초·중학교의 경우 5년, 고등학교 10년이었다. 하지만 2013년 고등학교도 5년으로 단축되고 심의를 거쳐 삭제할 수 있게 됐고 2014년에는 최대 보존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됐다. 당시 생활기록부에 학폭 내용을 기재하는 것에 가장 극렬히 반대했던 진영은 진보 교육감으로 알려진 인사들과 관련 교육단체였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시절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으로 인해 피해자는 정신과 병원 진료를 받았고 '자살 위험 진단'을 받았으며 상태가 심각해진 피해자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다. 반성은커녕 정 변호사는 아들의 대학입시를 위해서 소송을 이어 갔다. 피해자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가해자는 서울대에 진학해서 대학 생활을 누리는 중이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더 글로리’가 세계적으로 흥행하게 되고, 정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과 맞물리면서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교육부의 대응 방안과 함께 이미 정시 전형에 학폭 이력을 반영하고 있는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와 고려대, 중앙대와 한양대 등 학폭 이력을 정시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러한 발표가 이어지자 보수언론의 한편에서 형사 범죄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대입전형에 학폭으로 불이익을 준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수년 전 진보, 보수언론과 관계자들의 부딪침이 정반대로 나타나거나 이전의 비판적 논쟁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다. 학폭 가해 학생이 줄어 든다면 가해 사실을 생기부에 기록해야 한다. 대학입시 또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현 제도에서 정 변호사와 같이 권력을 가진 이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소송을 이어간다면 생기부에 기재가 되고 대학입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어쩌면 학교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청소년들만 낙인찍는 도구로 사용되고(이들이 권력과 돈이 있고 서울대 갈 성적은 될까?), 오히려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면 안 될 정도의 학폭 가해자들이 교묘히 법적 처벌을 피해 가는 일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다. 정책이 잘 보완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매번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만들어지는 제도의 허점에 진보, 보수로 나뉘는 정치권의 계산이 우리 사회의 불행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진영별 유불리에 따라서 주장하는 정책이 다른 자들의 논리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죄지은 자 죗값을 받게 하고, 죄에 대한 아픔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입시 문제로 인한 경쟁과 억압적 교육 환경을 타파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매번 정파적 이익에 따라서 복무하는 이들의 논리에 따라 청소년의 힘겨움만 커진다. 이들에 의해 구조적인 아픈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학생으로 통칭하는 청소년들이라는 말이다.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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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8 18:54

전주시, 옛 기무부대터 흉물로 방치할텐가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 소재 옛 기무부대터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흉물로 전락해 도시미관을 해치게 되자 인근 주민들이 이를 전주시가 매입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송천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협의회, 에코시티발전협의회, 이 지역 시의원 등은 27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군기무사령부가 해체되면서 3만8000여㎡나 되는 부지가 6년째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채 방치되고 있다"며 "전주시가 이를 매입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다. 국군기무사령부는 2018년 9월 민간인 사찰로 비판을 받자 그해 10월 전주를 비롯해 전국 11개 시도 기무부대를 전격 해체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국방부는 기무부대 부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가 매각 또는 교환 방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후 전주 기무부대터는 잡초가 우거지고 감시초소가 그대로 방치된채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현재 이 지역은 잡종지로 에코시티 도심상권과 인접해 있어 전주시 북부권 개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장 급선무는 전주시가 소유권자인 국방부로부터 무상양여든, 매입이든 소유권을 확보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는 광주시가 2014년 10월 광주 기무부대를 무상양여 받은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당시 5·18 기념재단과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5·18 민주화 때 시민들을 투옥하고 고문했던 보안부대를 무상양여 받아 5·18 역사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주시도 국방부의 당초 약속대로 이 부지를 무상양여 받아야 마땅하다. 이곳은 당초 35사단 및 항공대대와 함께 있던 부지로 그동안 주민들이 소음 등을 참아가며 군 부대 유지에 협조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이곳은 도시확장과 에코시티 개발로 땅값이 상승했는데 이를 팔겠다는 것은 국방부가 개발로 인한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전주시는 이 땅을 무상양여 받거나 최소한 신도시 조성원가로 매입해 공원이나 복합문화공간, 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에코시티는 3만2000명 이상이 거주하게 되면서 당초 구상했던 친환경 신도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옛 기무부대터를 친환경 공간으로 살리고 인근 백석저수지와 연계해 시민들이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명소로 개발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3.28 18:54

챗봇도 할 수 없는 투표 참여

휴대전화가 처음 출현했을 때, 사용하는 사람은 특별했다. 주머니에 배터리를 불룩하게 넣고 손은 큰 물건을 쥐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 괴상한 전화기는 보통 사람의 손으로 다 그려 쥐지 못할 정도로 크고 견고했다. 그런 휴대전화기가 날렵해지더니 지금은 손안에 쥐고 화면을 볼 수 있고,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복합적인 컴퓨터의 기능을 도맡아 하고 있다. 손안의 휴대전화는 못 하는 일이 없고, 이 세상의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이런 상황을 더 확신시켜주는 ‘챗봇’ 이야기도 있다. 새로운 인공지능 ‘챗봇’에 물으면 모든 것에 답을 가르쳐주고 있어 그야말로 만능 선생이 됐다는 이야기다. 챗봇이 일상화되는 세상이 되면 투표하는 일도 간단할 것이다. 후보자의 공약을 읽고 어떤 후보자를 선택할지를 결정하여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는 일을 집에서 휴대전화기로 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달콤한 생각을 깨게 하는 기사가 눈에 확 띈다. 세계적 언어학자인 놈 촘스키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챗 GPT라는 그릇된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이 그것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혁명적인 발전은 우려와 낙관 모두의 원인”이라며 “머신 러닝(maschine learning)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언어와 지식의 개념을 우리의 기술에 통합함으로써 우리의 과학을 저하하고 윤리를 약화할 것”이라며 놀랍게도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추월하는 날은 아직 동도 트지 않았다”라고 일갈하고 있다. 인간의 뇌가 지닌 창조성, 정교성, 복잡성을 강조하면서 참과 거짓을 밝혀내는 비판적 사고의 영역에서 “챗 GPT는 수백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먹어 치우면서도 가장 가능성 있는 대화적 반응에는 느릿느릿한 반응을 외삽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인간의 뇌는 언어를 습득하는 어린아이일지라도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빠르게 문법을 발전시킨다”라면서 “특히 ’진정한 지성은 도덕적 사고를 할 수 있음에 반하여 러닝 머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확률로 거래’하는 수준의 기계”임을 밝힌다. 천변만화하는 현실의 상황에 관한 결정에는 쳇 GPT가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4월 5일 실시하는 군산시의회의원재선거에서 의원을 선출하는 일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유권자들의 직접 참여 외에 다른 답이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우리가 재선거를 통해 시의원을 선출하는 일은 국민으로서의 소박한 권리 하나를 행사하는 의례적인 일이 아니라. 당대 최고 수준의 컴퓨터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의미를 지닌 일이다. 투표하는 일은 당대 최고의 컴퓨터 혁명의 산물이라는 챗봇조차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위대한 일이며, 유권자만이 투표 참여로 이룰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4월 5일,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인간이 챗봇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증명해 보자. 인간의 위용을 당당하게 보이는 일에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며 투표 참여로 기꺼이 선거에 동참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3.28 17:42

'예술가 기본소득'

2011년 1월, 여성감독의 죽음이 전해졌다.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한 이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6년에는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로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촉망받던 여성 감독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놀랍게도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생활고였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었던 그는 여러날 째 굶고 있었다. ‘쌀과 김치가 있으면 조금 더 얻을 수 있을까요.’ 이웃집에 붙였다는 이 쪽지 한 장. ‘아사(굶어 죽음)‘란 단어가 더해진 이유였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이 만들어졌다.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증진 시킨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른바 예술인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예술인들의 복지와 권리는 나아졌을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로는 예술 활동을 하지만 수입이 아예 없는 예술인이 43%나 된다. 코로나 시기를 고려한다 해도 열악한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예술인 복지정책의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예술인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1일 예술 활동 증명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의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심사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갖도록 제도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예술인 복지정책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형식만 앞세우고 내용이 없다면 정책 자체가 무용지물일 뿐. 때마침 '’예술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는 아이랜드의 소식이 있다. 예술가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주 325유로(약 45만5천원)를 생활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들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실험에 지원서를 낸 예술인은 9천 명. 이 중 2천 명이 선정돼 지원을 받는단다. 공짜 돈을 준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지만, 아일랜드의 실험은 꽤 의미 있어 보인다. 알고 보니 ’예술가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여럿이다. 우리나라도 이 행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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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3.28 17:04

전주을 선거 이후 복당논쟁 재현되나

봄의 경치를 즐기러 나들이 나온 사람을 좀 고급스럽게 상춘객(賞春客)이라고 한다. 상춘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정극인과 정읍 태인을 첫손에 꼽는다고 하는데, 며칠 전 전북 정읍시 향토문화유산인 ‘불우헌 정극인의 묘’가 전라북도기념물(제160호)로 지정, 승격됐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불우헌 정극인 묘는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 은석마을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는 1630년 무성서원에 배향됐다. 정극인(1401~1481)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의 저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향약인 ‘태인 고현동 향약’의 창시자다. 봄맞이 상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절기로는 분명 봄이지만, 봄 같지 않다는 의미다. 1980년 서울의 봄이 한창 무르익던 때의 이야기다. 정치권에선 소위 3김이 금방 대권을 움켜쥐는 것으로 착각할 때다. 김영삼(YS) 신민당 총재는 자신이 YH 사건에 이은 10·26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며 한발 앞서갔고, 가택연금에서 막 풀려난 김대중(DJ) 역시 재야를 기반으로 세를 키워나가면서 그 유명한 정읍동학제 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종필(JP)민주공화당 총재는 정권연장을 도모하던때 장외에서는 12·12 쿠데타로 군권을 장악한 전두환 중심 신군부가 준동을 시작했다.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던 1980년 2월 25일. 서울 계동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 추도 행사에는 3김(金)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장에 있던 글라이스틴 당시 주미대사는 3김을 ‘스리 라이언(three lions)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김영삼, 김대중 등 소위 양 김씨가 봄을 이야기할 때 JP가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지금 봄이 왔다고들 하는데 생각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란 예감이 듭니다.” 좋지 않은 예감은 적중한다는 것을 훗날 역사는 증명한다. 이날 만찬 중 JP는 붓으로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고 썼다. 법가의 대가인 한비자가 무려 2200년 전에 설파했던 말이다. 도리가 아닌 것은 이치를 당하지 못하고, 이치는 법을 당하지 못하고, 법은 권세를 당하지 못하고, 권세는 하늘(=사람)을 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떤 권력도 도도히 흐르는 저변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은 권력자의 착각이자, 오만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요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JP가 썼던 비리법권천을 비웃는듯 하다. 여당은 권력이 모든 걸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거리낌 없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도와 상식의 길을 걷는다면 얼마든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텐데 야당도 비리법권천 이란 한비자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길을 가고 있다. 비단 중앙 정치권 뿐이랴. 식목일이자 청명인 4월 5일 치러지는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곤 모든게 의표를 찌른다. 출마선언까지 했던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전국적인 영웅이 될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편안한 길을 택했고, 박지원 전 원장은 중앙당의 무공천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가 출마하는가 하면 범민주계의 이합집산 속에 이념색이 강한 진보당 후보가 깜짝 선전을 하는 이변도 일고있다. 한병도, 안호영 의원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복당불가를 천명하고 있으나, 지난 2009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정동영, 신건 의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당당하게 복당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요즘 전주을 선거를 지켜보면서 정말 속앓이 하는 이들은 최형재, 이덕춘, 이정헌 등 내년 총선 후보군과 차기 전주시장이나 지방의원 후보군인지도 모른다. 민주당계 후보 당선땐 복당 논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데 세상사, 특히 정당에서는 정도를 걷는게 손해인 경우가 너무나 잦으니 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3.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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