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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면 떠나는 사람들

▲ 손 용 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가보면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동일한 공간에서 일을 하는데 2년만 되면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비정규직이다. 우리나라 사람 100명중 15명이 비정규직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생겨난 이 단어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상징한다. 이들 대부분은 조직에 적응할 무렵 그 조직을 떠난다. 왜 이들은 떠나야 하는가? 우습게도 이들을 보호한다는 법, '비정규직 보호법'의 핵심내용인 비정규직을 채용한 사업주는 고용 2년 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하는 규정 때문이다.

 

한때 이 규정 때문에 '100만 명 해고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해고대란은 없었고, '사실상 정규직 83.8% 전환'이라는 방송보도는 비정규직문제를 사회 이슈화하지 못하도록 방조했다. 당시 2010년 4월 비정규직은 136만 명으로 그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16.9%, 자동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는 66.9%, 해고 16.2%였다. 그런데 언론은 '사실상 정규직 83.8% 전환'이라 보도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입장, 다시 말해 언론기관이 사회적 약자의 심정으로 보도했다면 아마 '사실상 정규직 전환 16.9%에 불과'라고 했을 것이다. 이처럼 이슈 자체에 대한 본질적 문제보다는 피상적인 결과나 성과에 안주해 근본적인 문제를 봉합하려는 우리사회 저변에 깔린 문화에 더 심각성이 있다.

 

최근 각 기업들은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4만1000명을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에 발맞추어 새로운 정부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정규직일 뿐 사실상 일종의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라는 탄식어린 목소리도 있다. 비정규직 이들이 원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또 다른 계층분화가 아니다. 진정한 노동조건의 개선이라는 본질을 원한다. 우리 노동시장에도 성장과 분배에 대한 '경제민주화', '공생발전'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 속에는 강력한 노동조합을 앞장세운 대기업 정규직의 우렁찬 목소리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 비정규직의 체념어린 아우성이 숨어있음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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