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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석

▲ 김남곤
어디로든 돌아가서

 

피삭은 육신을 편안하게

 

눕히고 싶다네

 

흔들리는 어느 지각의 틈새에 끼어

 

메마른 강둑을 막아줄 수나 있겠는가

 

해머소리는 멈췄네

 

적막하네

 

이제는 삶에 지친 누군가의 주머니 속

 

날선 부싯돌로 남아서

 

들불을 일으켜 줄 격정의 언약도

 

빈말이 되고 말았다네

 

그렇다네

 

이 세상 껍데기들은 모두

 

거푸집처럼 형상을 짓고 살다가

 

헐어지고 찌그러지고 그림자마저 없어지는 것

 

지금쯤 나를 아프게 찢고 부화된 새 한 마리는

 

어느 숲길을 잘도 날고 있는지

 

오늘은 차디찬 빗줄기만 내리치네

 

어디 들어설 처마 밑도 없다네

 

몇 세월 그렇게 눈물 짓다보면 돌꽃도 피겠지

 

*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헛짚어 살다가''푸새 한 마당''새벽길 떠날 때''녹두꽃 한채반'과 시선집 '사람은 사람이다', 산문집 '비단도 찢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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