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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조족등-박종은

칠흙같이 캄캄함을 가다가

돌부리에 차이기도 했고 물구덩이에 빠지기도 했으며

움푹 파인 곳에 헛짚어도 보았다

 

초롱불이나 촛불처럼

희미하지만 밝혀둘 일이다

 

한 치 앞이 안 보일 때 어렴풋이나마 발밑을 비춰준다면

한 걸음 한 걸음 살펴 걷는 길에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등잔박물관에서 손과 의절한

조족등을 밝히자

등이 빙그르르 돌면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느냐고

길은 무탈하게 잘 찾아가느냐고

 

△ 옛날에 길을 갈 때 발밑을 밝혀주던 조족등이 있다. 이 등은 손잡이가 윗부분에 있고 불빛을 비추는 화창이 아랫부분에 있다. 초를 꽂던 초꽂이는 회전하게 되어 있는데 덕분에 걸을 때마다 정확하게 수평을 유지하며 발밑을 비추게 된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길을 걷고 길을 찾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수평을 유지하는 “등이 빙그르르 돌면서 묻는다” “길은 무탈하게 잘 찾아가느냐고” 헛짚어 살지 말라고.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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