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에 약이 되는 음식 알리고 싶어요"
남원시 산동면 대상리 상신마을. 이곳은 돌담도, 논밭도 다 곡선일 만큼 넉넉하고 푸근한 동네다. 10년 전 암투병하던 시어머니를 위해 무작정 내려온 고광자(47·하늘모퉁이 발효식품 대표)씨로 인해 조용하던 동네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전북도가 지원하는 '향토사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소규모 된장 가공공장과 사과·오미자즙 공장을 짓는 일도 그의 아이디어다.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30만원이라도 쥐어주고 싶은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귀농에 대한 사전 준비는 없었지만, 음식에 대한 관심은 오래 됐다. '평생 하고 싶은 게 뭘까'를 고민하던 그는 이곳에 내려오기 전 서울에 있는 조선호텔 양식요리과정에 등록했다. 수강료가 1시간에 250만원이나 하는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많은 걸 얻었다. 그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양식에만 그치지 않고 한식·일식 요리까지 동료들의 어깨 너머로 익혔다. 그것도 모자라 주말만 되면 서울의 유명한 음식점을 돌며 맛기행을 할만큼 열정이 있었다.
"최상의 재료로 요리할 때 최고의 맛이 나올 수 있다는 걸 그 때 깨달았어요. 화학 조미료는 절대 넣지 않죠. 한 끼에 몇 십 만원 주고 먹어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요리가 정말 많았습니다."
10년 뒤 남원에 오면서 그는 발효식품에 눈을 돌렸다. 평소 된장, 고추장, 효소, 고춧가루 등만 넣고 설탕도 넣지 않은 단출한 요리법으로 맛깔스런 요리를 내놨던 터라 '약이 되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시래기가 너무 싸게 팔려나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컸다.
"시래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없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됐어요. 그러다 시래기 된장국에 눈이 번쩍 뜨였죠. 섬유질이 많은 시래기를 연하게 만들어 라면처럼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그래서 나온 게 '즉석 시래기 된장국'이에요."
'즉석 시래기 된장국'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대박 상품'으로 주목을 받아 대기업에서 기술 제휴 문의도 이어졌다. 경기도의 한 연구소와 외국인, 교포 대상으로 '즉석 시래기 된장국'을 수출할 계획이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10년 전 관심이 이제서야 꽃을 피운 걸 보면. 음식은 약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소개하고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싶습니다."
그는 본보에 7월부터 매주 금요일에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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